3. 月光食堂
키타미즈
미즈키가 불로장생하고 있다는 설정입니다
늦은 밤산책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미즈키는 집 대문 앞에 가로등 불빛을 받으며 서 있는 어린아이를 보고 그대로 졸도할 뻔했다. 익숙한 느낌에 다시 바라보니 그 아이는 귀신이 아니라 오래 전 친부와 함께 독립한 자신의 양아들 키타로였다. 미즈키가 첫눈에 알아보지 못한 이유는 첫째로 주홍빛 가로등 불빛이 역으로 그 아이의 몸 위로 그림자를 진하게 드리웠기 때문이며, 두 번째로는 항상 머리카락에 매달려 있는 눈알 아버지가 보이지 않았던 까닭이었다. 아직 키타로는 양부가 왔음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시선을 바닥에 고정한 채였다. 미즈키는 벌렁거리는 심장을 가라앉히고 그에게 말을 걸었다.
“음, 키타로니? 오랜만이네.”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리자 키타로가 흠칫 어깨를 떨면서 고개를 들었다. 어디에서 또 얻어 맞았는지 뺨에 생채기가 났다. 그뿐만 아니라 항상 곱게 입히던 푸른 아동복에도 흙먼지가 조금 묻었고, 무릎에도 피딱지가 앉았다. 웬만한 충격으로는 찰과상 하나 입지 않는 유령족을 이렇게 험하게 괴롭히다니, 당장 주먹을 휘두르며 누가 이렇게 다치게 했느냐고 성을 내고 싶지만 미즈키는 한낱 힘없는 인간이었다. 그는 부르르 떨리는 손을 감추고 키타로에게 다가가 끌어안아주었다. 보잘것없는 최선의 위로에 키타로는 그걸로 충분하다는 듯 마주 끌어안았다. 품에 한가득 차는, 인간보다 약간 서늘한 체온. 미즈키는 아이를 달래듯 좌우로 몸을 살짝씩 흔들며 말했다.
“일이 많이 힘드니?”
“그럭저럭 할 만해요.”
“애를 이렇게 다치게 하고, 아버지는 어디 갔어? 아주 혼쭐을 내야겠는데.”
“아버지는 오늘 훗카이도에 있는 늑대 대장을 만나러 갔어요.”
훗카이도라, 거기까지 쫓아가는 건 좀 무리지. 미즈키는 이내 포기하고 키타로를 놓아주었다. 빨리 들어가자, 따뜻한 물 받아놓을 테니 씻고, 전기장판도 틀어놓을 테니 푹 자고 가. 원하면 아버지가 돌아올 때까지 여기에서 지내도 되고. 무려 3년 만에 방문한 아들이 반가워서 미즈키는 키타로가 말할 틈도 주지 않고 속사포처럼 주절거렸다. 아차, 외관은 초등학생이라도 인간 나이로는 벌써 쉰이 넘었는데 너무 주책이었나. 머쓱해하며 돌아봤더니 키타로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딘가 지쳤지만 기대에 차서 반짝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미즈키 씨, 저 배고파요.”
그 한마디가 미즈키에게 굉장히 낯설게 다가왔다. 키타로는 갓난쟁이 시절부터 입이 짧았다. 너무 짧아서 이러다가 큰일이라도 나면 어떡하지 매일 노심초사했을 정도로. 다 자란 뒤에도 키타로는 식욕이 강하지 않았고, 독립한 후로는 저러다 굶어죽지 않으려나 싶을 만큼 식이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유일하게 주면 주는 대로 받아먹는 게 미즈키 표 핫케이크였다.
“그래, 핫케이크 몇 장 구워줄까.”
그래서 미즈키는 그렇게 물었다. 그런데 가루가 남아 있던가, 없으면 지금 당장 열려 있는 마트에 다녀와서 중력분이랑 버터라도 사와야지. 그러나 키타로는 고개를 저으며 의외의 메뉴를 요구했다.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어요.”
“국물?”
미즈키가 되묻자 키타로는 그게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뜨거운 물을 잔뜩 받아 김이 풀풀 새어나오는 욕실로 들어갔다. 문이 탁, 소리를 내면서 닫혔고, 그 소리에 데인 것처럼 화들짝 놀란 미즈키는 손님 방으로 뛰어 들어가 한때 키타로가 쓰던 옷장을 열었다. 여벌옷이랑 속옷 문 앞에 두었어, 안에서 노곤하게 몸을 풀고 있을 키타로에게 그렇게 외치고 미즈키는 허둥지둥 부엌으로 들어갔다. 그저께 볶아먹고 남은 버섯과 채소가 남아 있었는지 되짚어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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