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해시태그

8. 銀河錄

NCP

篝火 by 므루
6
0
0
  • 기억없 백즈키

“왜 그래, 키타로. 잠이 안 와?”

평소에는 아홉 시가 되자마자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잠드는 아이가 웬일로 한 시간 동안 자지 않고 칭얼거렸다. 품에 안고 흔들기도 하고, 등을 두드리며 자장가도 불러봤지만 아이는 눈을 깜빡거리기만 하고 잠들지를 않았다. 자기도 자고 싶은지 잠투정을 부리고는 있지만 꿈나라로 떠나는 일은 없다. 급기야 온수에 몸을 지지고 있던 눈알까지 튀어나와 키타로를 달랬으나 아이는 요지부동이었다.

잠들 수 없는 이유가 있는 걸까, 아니면 기다리는 무언가가 있는 걸까. 애굣살이 툭 불거진 눈에 그늘이 지기 직전 미즈키는 한숨을 길게 내쉬더니 아이를 등에 엎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몸을 일으키기 전 눈알이 폴짝 뛰어올라 키타로의 옷자락을 잡고 미즈키의 어깨로 올라왔다. 미즈키는 익숙하게 포대기로 아이를 묶고 품이 넓은 고동색 하오리를 걸쳤다. 옷매듭까지 단단히 묶고 그는 현관 밖으로 나섰다. 발에는 게다를 신은 채였다.

여름의 끝자락, 아직은 밤에도 무더운 바람이 분다. 얼마 남지 않은 생명을 태워가며 매미가 울고, 하루살이는 가로등 불빛 아래에 모여 짝을 찾고 있었다. 집 근처 강가에선 개구리가 왱왱 울고 있고, 귓가에선 매미가 앵 하고 심기 거슬리는 소리를 냈다. 그러나 그 어떤 소음도 미즈키와 키타로 부자를 방해하지 못했다. 미즈키는 아이를 받치고 있는 손으로 엉덩이를 두드리며 한적한 골목을 걸었다. 카랑대는 소리가 풀벌레 소리 사이로 아련하게 울렸다.

“우리 키타로, 왜 잠을 못 잘까.”

“으응.”

수마에 먹힌 아이가 무슨 또렷한 정신이 있어서 대꾸를 하겠는가. 그러나 미즈키는 어째서 키타로가 자지 않고 버티는지 알 것도 같았다. 미즈키는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들여다봤다, 가로등이 있긴 하나 도심에서 먼 그의 마을에서는 검은 도화지에 점점이 박힌 별이 보였다. 그리고 좀 더 앞을 바라보면, 거대한 은하가 용틀임을 하며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가고 있었다. 오로지 여름밤에만 볼 수 있는 진풍경에 미즈키는 아이처럼 눈을 반짝이며 탄성을 터트렸다.

“눈알, 봐봐. 별이 엄청 떠 있어. 은하수도 보이는데?”

“음, 오늘따라 선명하게 보이는군. 그믐달이 뜨는 밤이라 그런가 보오.”

“그러게. 시골만큼 선명하지는 않지만.”

그래. 있었다. 그곳도 사람의 손을 거의 타지 않은 시골 마을이었다. 미즈키는 어떤 사정으로 그 마을에 있었고, 한 남자와 함께 노을을 보고 구름을 보고 별을 보았다. 큰 달을 보았고 그것을 안주 삼아 술을 나눠 마신 사내가 있었다.

그게, 언제였더라? 그 마을 이름이 뭐였지? 그 사람은 누구였지?

분명 마음을 나눈 사람이 있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속내를 들어준 사람이 있었고, 구하지 못한 사람이 있었다. 같이 탈출하기로 했는데, 너에게도 ■■■■ ■■가 있었을 텐데.

갑자기 미즈키는 말을 멈추었다. 그의 발도 자연히 멈추었다. 또다, 그것이 밀려온다. 혼자 살아 남았다는 죄의식. 명명할 수 없는 거센 폭풍이 그를 덮쳤고 미즈키는 속절없이 휩쓸려 울고 싶어졌다.

이렇게 사내는 문득, 아무 이유 없이 서글퍼지곤 했다. 손톱 밑을 바늘로 찔렀을 때와 같은 날카로운 통각이 제 몸을 관통하며 지나가곤 했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사과하고 싶고 용서를 구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 충동은 ‘싶다’기보단 ‘해야 한다’는 강박에 가까웠다. 그 감각이 무겁고 두려워서 어딘가로 도망치고 싶거나 죽고 싶어질 때도 있었다. 그는 출저 불명의 죄책감과 거기에서 오는 비통함에 남몰래 울고 싶을 때가 있었다. 그것은 어느 산골에서 구조되었을 때부터 아이를 키우고 있는 지금까지 그의 발자국을 따라오고 있는 그림자였다.

그러나 미즈키는 자신을 뒤흔들고 죽으라 말하는 수해에 잠기면서도 익사하지 않았다. 죽을 수가 없었다.

“으에!”

갑자기 키타로가 고개를 내밀며 은하를 손으로 가리켰다. 하늘을 가득 메운 반짝임이 신기했는지 아주 잠이 달아나버린 모습이었다. 아이를 재우려고 산보를 나온 아버지의 입장에선 낭패가 다름 없었으나 미즈키는 갑자기 이 상황이 즐거워졌다. 미즈키는 눈가에 아슬아슬 달려 있던 눈물을 눈 깜박임으로 떨구고 웃으면서 키타로에게 말을 걸었다.

“그래, 은하수야. 예쁘지?”

“오늘은 유독 아름다워 보이는군.”

이래서 아이가 잠에 들지 않았나 보다. 아버지에게 아름다운 은하를 보여주고 싶어서. 그 아래에서 문득 존재하는 외로움과 고통에 잠기더라도 자신을 잊지 말아달라고.

그래, 미즈키에게는 살아야 할 이유가 있었다. 설령 남은 평생 기억나지 않는 누군가에게 미안해하며 살게 되더라도. 그의 등에는 이토록 작은 아이가 있었고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고 싶었다.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누군가가. 사랑한다는 건 이토록 사소하고 위대하면서 위로가 되는 것이었음을, 그러므로 살아가도 된다고 이 아이가 몇 번이나 가르쳐주었기 때문에.

“이왕 나왔으니 아이스라도 하나 사서 돌아갈까.”

“미즈키, 아이스는 하루에 한 개네.”

“나 참. 대체 누굴 어린애 취급하는 거야.”

“꺄아!”

“키타로도 좋지?”

마침 불이 켜진 구멍가게가 하나 있었다. 미즈키는 그 안으로 들어가며 무슨 맛이 제일 맛있는가를 두고 눈알과 한참 실랑이를 했다. 그 사이 아이는 제 임무를 마쳤다는 듯, 방금 전 지독했던 잠투정이 거짓말처럼 느껴질 만큼 순식간에 잠들어버렸다. 그 모습을 보고 아버지들은 한참 웃은 다음 집으로 돌아갔다. 미즈키의 손에는 오렌지맛과 소다맛 아이스가 담긴 봉투가 달랑대고 있었다.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