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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희극

행복시공

篝火 by 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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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나조 개봉 1주년 기념

  • 전원생존, 미즈키-사요-토키야가 같이 살고 있습니다

으으음, 사요는 애먼 연어를 노려봤다. 이쪽도 저쪽도 싱싱해 보이는데, 어느 쪽을 고를까. 그렇다고 두 덩어리를 모두 사면 예산 오버할 거 같고 말이지. 자발적으로 가사를 돌본 지 어언 3년 째지만 여전히 장을 볼 때 가장 좋은 것을 찾기가 제일 어렵다. 미즈키는 자신이 남는 시간에 장을 봐도 괜찮다고 했지만, 귀가했을 때 갓 구해온 재료로 만든 음식이 반기고 있으면 기분이 좋지 않은가. 결국 사요는 가게에 틀어진 텔레비전으로 야구 경기를 유심히 보고 있는 토키야를 불러 묻기로 했다.

“토키짱, 어느 쪽이 제일 나으려나?”

“음~. 나는 이쪽!”

토키야는 잠깐 고민하다가 오른쪽을 선택했다. 마침 사요도 오른쪽 덩어리로 마음이 기울어진 참이었다. 사요는 왼쪽 덩어리를 내려놓고 오른쪽 덩어리를 사장에게 내밀었다. 이걸로 할게요. 좀 더 두둑해진 장바구니를 들고 사요는 잡화 코너로 걸음을 옮겼다. 이젠 슬슬 시장이 재미없는지 옆에서 걷던 토키야가 말을 걸었다.

“누나, 이제 장 다 보지 않았어?”

“집에 있는 실이 다 떨어졌어. 검은실을 좀 더 사두려고.”

“으음. 그런데 누나 바느질은 아직 잘 못 하잖아.”

나구라에 있을 때 얌전한 아이를 연기하던 토키야는 도쿄에 오자 또래들처럼 누나를 놀리기도 하는 개구쟁이가 되었다. 정곡을 찌르는 말에 사요는 반박하지 못하고 지나가는 길에 있던 과자 가게에 들러 전병을 사주었다. 식사 전에 간식을 먹으면 안 되지만, 전병 정도야 괜찮겠지. 토키야는 전병을 받자마자 발그레 웃었다. 옆에선 바스락대며 전병 먹는 소리만 들렸다. 사요는 토키야의 손을 잡으려다가 관두었다. 토키야도 벌써 중학생이다. 누나 손을 잡고 시장을 걷는 게 부끄러워질 나이다. 사요는 토키야의 전병이 바닥나기 전에 모든 용무를 마치고자 종종걸음으로 길을 재촉했다.

포목점에 도착하자 낯익은 뒤통수가 그들을 반기고 있었다. 아이를 데리고 물건을 살피는 어머니들 사이 독보적으로 솟아 있는 하얀 머리가 우스워 보인다. 일부 사람들이 아이를 등에 엎고 유심히 면을 살피는 사내를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다가 지나간다. 사요와 토키야는 그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오히려 가까이 다가간다. 그를 놀래키려는 듯 토키야는 까치발을 들고 살금살금 가다가 인기척에 고개를 돌린 게게로에게 들켰다.

“오오, 사요 아가씨와 토키 짱 아닌가.”

“칫, 들켰어.”

“장 보러 나오신 거예요?”

“으음, 이불이 해져서 새로 만들고자 하네.”

게게로라는 이름은 사요와 토키야가 신세 지고 있는 미즈키가 그에게 붙여준 이름이다. 그의 진짜 이름은 아직도 모르지만 어떠하랴. 이미 그들은 사내를 게게로라 부르고 있으며 사내는 그것을 제 이름으로 받아들였다. 그의 아내 이와코도 제 남편에게 인간이 멋대로 붙여준 이름을 듣고 웃다가 귀엽다며 즐겨 부르고 있다. 그것이면 충분하지 않은가.

키타로도 안녕. 토키야는 게게로의 등에 업힌 키타로에게 손가락을 내밀었다. 안녀, 어눌한 발음으로 인사하던 키타로가 토키야의 손가락을 덥석 잡아 입으로 끌고 갔다. 일전에 키타로에게 손가락으로 장난치다 송곳니에 세게 물려본 토키야가 사색이 되어 손가락을 뺴내려고 용을 썼다. 안 돼 키타로, 네가 물면 아프단 말이야! 두 아이의 힘싸움을 뒤로 하고 가사를 담당하는 이들은 단조로운 대화를 이어갔다.

“그러고 보니 저희도 슬슬 이불을 바꿀 때가 되었네요.”

“흠, 사요 아가씨는 아직 바느질이 서투니 새로 사는 편이 낫지 않겠나?”

“뭐야, 게게로 씨도 저를 놀리는 건가요?”

“어이쿠 어이쿠, 이거 실례했구먼.”

사요의 투정에 게게로는 활짝 웃으면서 머리를 긁었다. 잡담을 나누는 동시에 필요한 것을 빠르게 고르고 확인해 사는 폼이 영락없는 10년차 주부의 폼이다. 거스름돈을 받으면서 게게로가 먼저 사요에게 물었다.

“음, 이번 주말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이와코도 쉴 걸세. 괜찮다면 두 가족이서 나들이를 가는 게 어떻겠나?”

“미즈키 씨도 아마 이번 토요일엔 오전 중에 퇴근하실 테니까…. 저는 좋아요!”

“저도 좋아요!”

결국 키타로에게 물리고 검지에 큰 송곳니 자국이 남은 토키야도 손을 번쩍 들며 찬성 표를 던졌다. 자세한 이야기는 비둘기를 통해 전하겠다고 하고 그들은 시장 서문에서 헤어졌다.

두 사람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음식을 냉장고에 넣고 간단한 청소를 마친 뒤 요리를 시작했다. 토키야가 재료를 건네주면 사요가 그것을 손질해 먹음직스럽게 만들었다. 조금 좁은 집안은 금세 음식 냄새로 가득 찼다. 사요 누나 요리는 갈수록 발전하는 거 같아. 토키야의 칭찬에 사요의 뺨이 붉게 물들었다.

요리가 다 끝날 무렵 문이 열리며 미즈키가 들어왔다. 평소보다 일찍 퇴근한 미즈키는 조금 파리해 보였다. 금요일 저녁 시간을 조금이라도 맞추기 위해 무리한 기색이 역력했다. 토키야가 먼저 현관으로 나가 미즈키를 맞이했다. 어익, 토키쨩, 언제 이렇게 무거워졌어. 토키야의 몽통박치기 같은 환영 인사를 온몸으로 받은 미즈키가 너털웃음을 지으며 가방을 넘겼다. 토키야는 익숙하게 가방을 받아 미즈키의 방에 두었다. 상을 다 차린 사요도 앞치마를 벗고 마중을 나갔다.

“오늘은 일찍 오셨네요, 물은 안 받아두었는데.”

“아, 괜찮아요. 간단히 샤워만 하고 금방 나올게요. 욕조야 나중에 쓰면 되니까.”

“네, 그럼 기다리고 있을게요.”

뜨끈한 수증기와 함께 한층 더 노곤해진 얼굴로 미즈키가 욕실에서 나오면 세 사람의 저녁 식사가 시작된다. 피 하나 섞이지 않은 사람과의 식사 자리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고 편안한 풍경이다. 오히려 남매에게 미즈키와의 일상은 피를 나눈 가족보다 더 행복한 순간이었다. 드디어 있을 자리를 찾은 느낌, 완벽한 안식처에서 누리는 하루 세 끼는 그 시절보다 풍족하진 못하더라도 배가 불렀다.

“토요일에 게게로 씨가 같이 나들이를 가자고 하더라고요.”

“이와코 씨도 별 일 없으면 주말에 쉰대요!”

“그럼 오랜만에 여섯이서 놀러 가겠네. 어디가 좋으려나?”

“유원지!”

토키야가 냉큼 대답하자 양쪽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렇게 유원지에 놀러갔는데도 좋아? 미즈키가 놀리듯이 토키야의 입가에 묻은 타르타르 소스를 닦으면서 묻자 얼굴이 시뻘개진 토키야가 고개를 홱 돌렸다. 와중에 키타로는 가본 적 없지 않느냐며 동생을 변명 삼는다. 미즈키가 더 크게 웃었고 토키야가 웃지 말라고 생떼를 썼다. 사요는 둘을 말리느라 오늘도 진땀을 뺐다. 남자들이란 대체 왜 이런 건지. 하지만 이런 소란이 싫지 않고 오히려 계속 이어졌으면 한다. 한참 토키야를 놀리고서야 미즈키는 웃음을 멈추고 말했다.

“알았어, 이따 밤 산책 나가면서 게게로에게 말해볼게.”

“아싸!”

오늘도 세 사람은 사이 좋게 손을 잡고 밤 산책을 할 겸 이웃의 집으로 향했다. 피 한 톨 섞이지 않은 가족, 하지만 그게 뭐 어떤가. 이렇게 행복하면 그만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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