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게으르게 만드는 요괴 소동
👻💧
자연스럽게 이와코가 살아있고 게게로도 몸이 있는 세계 과일을 주워먹으며 로마귀족 뺨을 칠 정도로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게게로 앞에 미즈키가 다급히 뛰어들어옴
큰일났다 게게로!
미즈키가 이렇게 들어올 정도면 보통 큰일이 아니라는 소리였기에 게게로는 황급히 몸을 일으킴
무슨 일인가!
소란을 듣고 부엌에 서 있던 이와코와 키타로도 찾아옴
물 좀 드세요
내밀어진 컵을 잡고 마시며 숨을 고르는 미즈키
미즈키씨 일이라면 저도 돕겠습니다. 듬직한 말을 해주는 키타로에게 눈으로 감사를 표하며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말해주는데
인간을 게으르게 만드는 요괴가 회사를 점령해버렸다.
이사진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다 당해버리는 바람에 업무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지 않아...!
비장한 목소리로 외치지만 반비례하듯 유령족들의 표정에는 평화가 찾아오고
네, 해산
찬성일세
다들 아무것도 듣지 않은 것처럼 본래 자리로 돌아가려 함
다급히 잡아봐도 미즈키씨가 일하지 않게 되면
우리에게 좋은 일 아닌 거냐고 진심으로 말해오는 거임
30대 남자를 기르게 되는데도?
비장의 질문은
제가 몇 살처럼 보이시나요?
입가를 가리며 웃는 이와코에게 막혀버림
나이도 나이거니와 그녀는 이미 몇 년 간 몇 살일지 모르는 남자를 기르며 먹여 살려왔음 이제는 반 공동육아나 다름없는
형태였기에 침음만 삼키는 미즈키와 다시 과일을 삼키는 게게로
뜻을 알고 키타로의 육아겠지? 물어도 가장 두 명은 게게로에게 답해주지 않을 것이었음...
아무튼 이대로 항복할 수는 없었음 그대로 길러지는 건 미즈키 쪽에서 거부하는 데다가 자기도 잘 할 수 있다며 수줍게 고백하는 키타로의
인간적 정서를 위해서라도 애완동물이나 끈으로 전락하지 않고 옆집 아저씨로 남아야 했음 이미 수시로 놀러오거나 반쯤 납치해가는 세 가족으로 인해 반동거를 시작하고 옆집이란 호칭은 무너져버렸지만 현실은 외면할 줄도 알아야 하는 법 이 정도면 가족 아니냐고 속삭이는 마음을 무시한채
미즈키는 자존심을 버리고 뒤돌아 허리를 굽힘
너희들이 들어주지 않는다면 다른 요괴에게 가는 수밖에 없나
유령족에게 잘 먹히는 협박은 덤임 주워들었던 가방을 챙기고 신발을 신으러 채 나가기도 전에 허리에 머리카락이 감김 흰색과 갈색이 잘 어우러진 게 고급 복대 같기도 했음
이거 놔라
미즈키 자네는! 우리란 요괴가 있으면서!
이 이의 말이 맞아요! 미즈키 씨의 부탁을 들어주는 특권은 우리 집안의 것이잖아요.
말은 참으로 갸륵했지만 길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안광이 흉흉하게 빛나는 게 딱 악몽에 나오기 좋은 유령의 모습이었음 역시 유령족 부부 유령의 귀감
백 년을 보아도 익숙해 질 것 같지 않은 요괴의 모습에 미즈키는 깜짝 놀라고 마는데
미세한 진동을 통해 알아차렸음에도 머리카락들은 풀어지긴 커녕 더 강하게 옥죄어짐 다른 요괴에게 가겠다는 건 순도 백퍼센트 진심이었지만 다시 꺼냈다간 죄없는 요괴의 목숨이 사라질 판
훌륭한 영업직인 미즈키는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을 함
농담일게 뻔하잖아, 게게로. 이와코씨도. 그렇게 놀라지 마세요. 저 녀석 앞에서 외간 남자의 허리를 잡다니요.
미즈키씨는 외간 남자가 아닌걸요?
나도 미즈키라면 괜찮다만?
저 녀석 앞에서 외간 남자의 허리를 잡다니요.
잠깐 고장난 축음기가 되긴 했지만 무사히 머리카락을 풀어냄
나중에 게게로의 머리에 혹이 달리는 미래가 확정되긴 했지만 지금은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둘러 앉는 한 사람과 세 유령
그러니까 그건 오늘 아침 벌어진 일이었어...
중간에 양초만 켜면 딱 괴담 분위기일 텐데
문명의 이기인 전등이 분위기도 읽지 못하고 주변을 환하게 만듬 그래도 괴담의 최소조건인 1. 요괴를 이야기함 2. 옆에 유령이 나옴 을 충족해 버렸기에 어쩐지 으슬한 느낌을 안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미즈키
대충 정리해보자면
아침부터 사장의 기분이 좋아보였다고 함 골동품점에서 진귀한
물건을 얻었다며 싱글벙글 자랑을 하고 있었고 회사의 높으신 다른 분들도 거기 동조하며 아부와 아첨을 늘어놓았다고 함 그 정도면 밖으로 꺼낼 법도 한데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 바로 사장실로 직행했고 평소와 달리 불룩한 품만이 안에 무언가 있다는 걸 짐작하게 했음
가까이 있던 몇몇 사람들도 홀린듯이 사장실 안으로 같이 따라들어갔는데 참으로 이상하게도 아무 소리도 흘러나오지 않는 거임 가끔 한 사람이 나와 또 다른 지위 높은 사람을 부르고 들어가고. 부르고 들어가고. 부르고 들어가고를 반복하는데도 말소리 하나 흐르지 않음
그정도면 부름을 무시할 법도 한데 하나도 거르지 않고 다들 순순히 안으로 들어감 그때부터 공기도 이상해졌음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손이 점차 느려짐 주변에 집중도 안 되고 앞에 놓인 서류만 바라보게 됨 그렇게 높은 직위부터 천천히 사무실의 인원이 사라져 가는데 모두 아무 일 없다는 듯
일을 계속 함 처음엔 미즈키도 거기 껴있었는데 업무를 처리해도 결재해줄 사람이 없다는 것과 자신이 사장실에서 일어나는 대화를 듣지 못할리 없다는 위화감에 겨우 정신을 차림
그때는 꽤 아슬아슬했음 미즈키의 차례가 다섯 손가락 안이었기 때문임
괴이가 다 그렇듯 정신을 차렸다는 걸
알게 된다면 순서보다 더 일찍 불리울까 싶었던 미즈키는 한 가지 꾀를 냄 의자를 티나지 않게 뒤로 빼 지나가는 통로를 막음 여길 지나가야 하는 다음 차례가 자신을 밀치고 지나가게 한 뒤 자연스럽게 따라들어간 거임
들키게 된다면 자신을 쳐서 부른 줄 알았다 핑계 댈 각오를 하고.
이지 없는 걸음을 흉내낸 것까진 좋았는데
작게 열린 사장실 문으로 다음 차례가 들어가고 그를 따라 미즈키가 들어가려는 순간
문이 좁아지고 그 틈으로 눈동자가 보임
사람을 부르던 이가 미즈키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음
동공이 다 풀린 눈동자가 깜박. 움직일 때마다 목소리가 흘러나옴
네 차례는 아직 아닌데?
입은 미동조차 하지 않음
그나마 틈 사이로 조금밖에 안 보여서 다행이었음 미즈키는 겨우겨우 아까 생각했던 핑계를 말하고 자리로 돌아감 씌인 건지 흉내를 내는 건지 본래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과, 시선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 틈 사이로 보이던 겹겹이 겹쳐진
사람들의 모습이 미즈키의 머리를 어지럽힘 등 뒤에서 식은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음 바로 잡혀가지 않은 건 태연함을 흉내내며 잘 얼버무린 덕과 바로 앉아 일을 이어간 게 아닐까 싶었음 도망갈 방도는 찾지 못하고 점차 순서가 다가온다는 초조함이 목을 조여옴
거기서,
이야기를 듣던 키타로가 손을 들어올림
미즈키씨. 질문이 있습니다.
응? 뭐야?
인간을 게으르게 만드는 요괴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처음 꺼낸 말을 잘 기억하는 걸 보니 키타로는 장차 크게 될 아이가 분명함 이미 알고 있었지만 다시 감격에 젖음
영특한 키타로는 스스로 답을 도출해냄
설마 사람들이 누워있다는 사실만 가지고...?
회사에서 눕는 자들을 게으르다 하지 않으면 뭐라고 하겠어. 똑똑히 기억해둬라 키타로. 기업전사는 집에 가는 길에 쓰러질 지언정 회사에선 쓰러지면 안돼.
기업전사의 허들이 너무 높은 거 아닌가요?
참고로 저번 주에 내가 잡혀온 이유기도 하지.
부모님의 모습이 유독 불안정하더라니 그런 비밀이.
뒤도 아님 바로 옆에서 역시 우리의 아이쟈 눈물 짓는 게게로와 여보도 참, 하며 웃는 이와코를 배경 삼아 대화를 이어감
도망갈 방법은 어떻게 찾으셨나요? 무시하고 있었지만, 아까부터 계속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거야 쉬워. 나를 부르기 전에 가방을 들고 무단 퇴근했거든.
저건 아마도 나를 부르는 소리가 아닐까.
그걸 증명하듯 노크 소리는 끊기지 않고 꾸준히 들려옴
미즈키 씨는 그걸 알면서도 나가려 하셨나요?
우리가 황급히 막은 이유기도 하지.
미즈키 씨도 참, 안 나가면 될 걸 이 이처럼 고집이 강하다니까요.
음. 누구 친구인데.
하하호호 웃는 부부와 귓가가 간지럽다며 인상을 쓰는 미즈키
다른 세계의 키타로였다면 이 광경에 아연실색해버렸겠지만, 지금의 키타로에게는 일상과도 다름없었기에 침착하게 버틸 수 있었음 역시 미즈키 씨는 집 안에 가둬두어야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무럭무럭 자라났지만 부모님이 이 생각을 알게
된다면 눈물을 흘리며 찬성할 것이 분명했음 싹은 무슨 나무가 심어졌을 거임 아직 생각을 밖으로 꺼낼 계획은 없기에 오늘도 자칭 옆집 아저씨의 평화가 지켜질 수 있었음
담소도 끝났겠다, 계속 들리는 지방 방송이나 끄고 올까요?
이와코가 가볍게 몸을 일으킴
집으로 찾아오는 이상한 놈을 쫓아내는 게 가장의 의무라면 당연히 이와코의 몫이었고
소음을 일으키는 이상자를 잡기 위해 가장 강한 이가 나가야 한다면 그 역시도 이와코의 몫이었음
남편인 게게로도 말리기는 커녕 이와코라면 믿을 수 있다고 느긋하게 드러누울 뿐임
아들의 존경과 친구의 존중이 깎여나가는 효과가 있지만 이 역시도 일상의 일부
이후는 다음과 같음
끝없는 노크 소리.
문이 열리는 소리.
혹시 손님일까 물어보는 소리.
미즈키씨는 보내줄 수 없다 사양하는 소리.
말이 통하지 않는 손님이라며 말 대신 다리를 휘두르는 소리.
공기가 갈라지는 소리.
침묵.
그럼 해결도 됐겠다, 회사로 돌아가 보실까.
오늘은 쉬라고 허리에 달라붙는 게게로를 끌고 나가려던 미즈키였지만 현관을 지키고 선 이와코와 팔을 이끄는 키타로를 이기지 못하고 거실로 돌아감
절대 바깥에 패인 흔적을 보고 돌아간 게 아님
안방에서 다같이 잠들기 전 올려다 본 천장의 위화감에 그러고 보니 여긴 우리 집이 아니라며 정신이 든 미즈키와
조용히 하고 자자며 이불을 덮어주는 게게로
이 유령족들은 퇴치할 방도가 없기에 미즈키는 그대로 잠에 드는 걸 택함
다음날 출근길
다행스럽게도 어제의 일은 다들 꿈처럼 흐릿하게만 기억하고 있었고 인권유린상자를 넘어서는 인권유린방이었기 때문에 ... 조용히 묻고 넘어가자는 의견에 모두 동의함 미즈키도 자연스럽게 녹아듬
하하 그러고 보니 어제 큰일이었죠
미즈키 넌 어제 나가지...않았던가?
착각입니다.
급한 외근이 잡혀 나갔다 왔다 말함 보고 드렸다 말하는 얼굴이 깔끔하기도 하고 들었어도 기억하지 못하는터라 대충 동의하는 상사
태연하게 일하고 돌아가는 길
또 다른 무언가에 휘말려 엉망진창 장난치는
👁🪨👹+💧 / 👻💧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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