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게게

짝사랑과 모르는 척의 상관관계

멱살 정도는 잡힐 각오를 해야지

h3 by 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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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 치치미즈

미즈키의 짝사랑은 요괴들 사이에서 공공연연한 비밀이었음 이런 문장이 어떻게 성립되느냐 하면 영업에 능숙한 회사원이 집 안에서는, 정확히는 게게로와 키타로 앞에서는 편하게 풀어지기 때문임 절대 미숙하지 않은 사람이 보여주는 모습에 마당에 몰래 놀러 왔거나 한순간의 눈짓을 눈치챌 수 있는 요괴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퍼지던 소문은 어느새 정설로 눌러앉음 그게 미즈키의 귀까지 들리지 않은 까닭은 소식을 주워들은 게게로가 작은 요괴들마저 입단속을 시켰기 때문임

 

그러나 영원한 비밀이 어디 있겠어

 

달이 맑은 날

미즈키와 게게로는 언제나처럼 대작을 하고 있었음 마침 키타로도 푹 잠들었고 다음 날은 회사에 가지 않아도 되는 휴일, 풍미 깊은 술에 이야기를 나눌 친구도 곁에 있으니 분위기는 가면 갈수록 더 좋아지지 나빠질 일은 없었음 미즈키는 언젠가부터 컨디션을 핑계 삼아 게게로 앞에서 완벽하게 취하길 꺼려 했고 게게로는 쉽게 취하지 않는 터라 어느 쪽도 술에 취해 추태를 부릴 리 없음

적당히 한 잔, 두 잔... 흐르는 이야기를 따라 시간도 깊어지고 어느덧 요괴들이 활동하는 시간에 가까워짐 게게로와 미즈키는 시간도 신경 쓰지 않은 채 즐기고 있었는데 형태도 제대로 잡히지 않는 털처럼 작은 요괴 한 마리가 어깨동무를 한 두 사람 앞으로 데구루루, 굴러와서는 “유령족의 아버님과 드디어 이어지신 건가요? 축하드립니다!” 외쳐버린 거임

 

요괴의 입장에서 보면

그간 두 사람 사이에 접촉이란 전무했음 게게로 쪽에서 하는 거면 모를까 미즈키는 무의식적으로라도 손을 뻗지 않으려 함 성애적인 접촉이 아니더라도 그럼 사람으로 가득 찬 휴일의 거리에서는 잡아줄 법도 한데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단 말임 미즈키이 너무 차가운 거 아닌가 게게로가 울어봤자 자기 손은 키타로를 잡느라 꽉 찼다고 비웃는 게 일상이었음 그래놓고는 이거라도 잡으라고 소맷자락을 내민다거나 돌아오는 길에는 꼭 체리를 사 온다거나 함 결코 사랑을 고백하지 않는데도 언행에서, 행동에서 뚝뚝 떨어지기 일쑤였음

 

그렇게 결벽적으로 접촉을 막던 사람이 붙어있다니

이건 결국 사귄다는 게 아닌가?

유령족의 아버지가 입막음을 한 건 이어지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니까

 

도록도록 굴러간 작은 요괴의 머리는 곧 축하를 꺼내야 한다는 결론을 꺼냈고 지금에 이름

 

 

축하합니다, 그 문장이 끝나기도 전에 미즈키는 게게로의 팔을 내침

적당히 기분을 올려주던 취기가 순식간에 깨버림 유령족과 닿은 부분이 아닌 발 끝에서부터 한기가 올라옴 어깨 동무 정도야 친구와 할 수 있는 거니까 바보처럼 웃으며 아들의 이야기를 나누던 자신이 진짜 바보가 되어버린 것 같음

 

모든 게 멈춘 것 같았음

잘 굴러가는 머리는 요괴가 뱉은 말의 의미를 바로 이해함 모를 리가 없지 드디어라는 단어가 붙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이 뭐겠음 미리 알고 있었다는 거임 게게로만 모른다면 아무 상관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무슨 말이냐며 당황하지도 않고 이번엔 그런 장난이냐며 우리 둘이 잘 어울리긴 한다고 웃어넘기지도 않고 바로 미즈키 쪽을 바라본 게게로 때문에 희망도 가질 수 없음 눈치가 너무 빨라도 탈이었음

요괴는 미즈키가 고개를 숙이자마자 도망가고 지옥의 침묵이 길게 이어짐 그간 행복에 겨워 넘겼던 조각들이 맞추어지는 중이었음

한참 뒤 게게로가 겨우 미즈키의 이름을 부름 미즈키는 그에 응하는 대신 언제부터였냐고 물어봄 짓씹듯 내뱉어지는 말이 매우 낮고 떨리고 있어서 혹시 울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지지만 걱정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님 그렇게 게게로가 고백한 날짜는 최근이 아님 몇 년 전이라 정확한 숫자를 부른 건 아니지만 드문드문 단편적으로 꺼내지는 기억들. 같이 소풍을 갔던 날, 도시락을 싸느라 허둥거렸던 아침, 벚꽃 아래에서 마주 보던 때 키타로의 손에 자연스럽게 쥐어진 꽃잎 등이 미즈키에게 자연스럽게 날짜를 환산하게 함

그래. 그때부터였다고……. 미즈키의 어깨가 떨림

 

게게로는 마침내 미즈키를 울리고 말았다고 착각함 거절당하더라도 달래기 위해 손을 뻗으려는데 그보다 빠르게 미즈키 쪽에서 움직임 보다 높은 곳에 있는 게게로의 멱살을 잡고 가까이로 끌어당김 울음기는 묻어나지도 않고 오히려 분노에 차 흉흉하게 빛나는 푸른 눈동자

 

어이, 게게로. 변명해 봐

말할 생각도 없었지 않나. 자네의 의견을 존중한 거야.

저런 놈까지 알고 있는 상황에서, 존중? 네가 정말 존중하고 싶었다면 알아차렸을 때 거절했어야지.

꺼내지지도 않은 고백을 어떻게 거절하나. 이게 최선이었어.

모르는 척하지 말고 똑바로 말해!

 

고백이 밖으로 꺼내지지 않은 것처럼 여지를 남기지 않으려면 언제든 끊어내거나 마음 정리가 될 때까지 다가오지 않으면 그만일 텐데 다른 이들에게는 보여주지 않는 태도가, 가끔씩 보여주는 약한 모습이 미즈키의 미련을 지지부진 끌고 있었음

 

너는 아무 마음도 없다, 이거지?

 

게게로는 그렇다 긍정하고. 그게 전부였음

그 외에 어떤 말이 답이 되겠음 짝사랑하는 상대의 행동에 일희일비하는 이들을 비웃을 게 아니었음 그걸 미즈키 본인이 그대로 답습해버렸으니까 예전에 동료와 나누던 대화가 떠올라버림

 

머리를 뜨겁게 만들던 분노도 가라앉혀짐

그래, 네 말이 틀린 것도 아니지

미즈키는 마지막으로 붉은 눈을 샅샅이 살펴보다가 손을 놓음

배려까지 해줬는데 미안하게 됐다. 앞으로 이런 일은 없을 거야. 누가 뭐래도 우리는 친구니까.

 

요괴들 사이에 어떤 소문이 퍼져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도 불쾌할 헛소문은 종식시켜달라 부탁하고 미즈키는 이만 방으로 돌아감

참 길기도 했다는 생각이 남 뻔뻔한 자신이 부끄럽기도 함 영원히 숨겼으면 모르겠지만, 밖으로 꺼내진 데다가 상대에게 거부당한 사랑을 이어갈 성격은 아님.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사람은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세뇌하듯 중얼거리다 보면 그 생각을 진짜라 생각하기 마련이었고 ...

 

미즈키가 자연스럽게 게게로의 손을 잡은 날

짝사랑의 종식을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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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끝내도 되는데

사실 이거 무자각 👁과 자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Q. 왜 멱살 잡고 눈을 바라봤나요?

A. 💧는 눈치가 빠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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