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게게

청춘의 동음이의어

어리숙함

h3 by 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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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므루님 (@karami71489) 연성 교환

- 고등학교 AU

*작업곡


몇 주가 지났다. 그 사이 미즈키는 게게로에 대해 많은 걸 알게 되었다.

영감 같은 말투를 쓰며 온갖 속담이나 격언에는 강한 주제에 국어에 약하다거나. 멍청해 보이고 헐렁해 보이지만, 어딘가 섬뜩한 구석이 있다거나. 수업 시간에 졸지 않고 진지한 표정을 지을 때면 꼭 딴 생각을 하는 중이라던가 하는 것들이었다.

 

선생님의 목소리가 단조롭게 교실을 울린다. 성적을 지켜야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학생은 이미 단잠에 빠져 있었다. 선생님은 그들을 못 본 척 수업을 이어갔다. 미즈키는 성실하게 읊어주는 대로 필기를 이어가는 중이었다. 일부는 과학 시간이 암기라고 했다. 교과서만 잘 읽고 외워가면 높은 점수를 맞을 수 있으니 합법적인 낮잠시간이라 떠들고 다녔다. 참으로 단순한 무리였다. 점수를 깔아주는 무리기도 해 미즈키는 속으로만 비웃길 택했다. 어디든 처세가 중요한 법이었다. 지금처럼 얌전히 손을 움직이는 걸로도 족했다. 그러다 보면, 보라. 라디오처럼 흘러나오는 수업 속에서도 이 부분이 중요하다며 강요하는 부분이 나온다. 가끔 혼잣말처럼 던져지는 농담 속에서 문제가 나오기도 했기에 미즈키는 끈질기게 집중을 이어갔다. 적어도 게게로가 오기 전까진 그런 편이었다.

미즈키는 손가락을 움직였다. 습관처럼 샤프를 그었다. 늘 힘있게 그어지던 선이 어딘가 맥아리가 없었다. 집중하지 못하는 티가 심하게 났다. 정신을 차리려 해도 쉽지 않았다. 눈길이 계속 창가로 향했다. 오늘은 드물게 게게로가 깨어있는 날이었다. 비현실적일 정도로 흰 머리가 바람에 흩날렸다. 학주에게 계속 걸린다 충고해도 이 세상은 한 눈으로 보는 게 딱 좋다며 자르길 거부한 머리였다. 그때는 순진하다 못해 안타까운 놈으로 보기 급급했는데. 단 한순간에 평가가 뒤바뀌어 버리고 만다. 먼 곳을 바라볼 때의 게게로는 어딘가 현실과 유리된 사람 같았다. 여린 빛이 게게로를 비추었다. 마치 조명과도 같이. 상대적으로 어두운 곳에 위치한 미즈키가 관객이 될 수밖에 없는 구도였다. 각도와 우연이라 외치는 이성의 외침은 묵살되었다. 눈을 나른하게 뜨고 턱을 괸 그 옆 모습이. 희다 못해 투명하게 보이는 손가락이 머리카락을 넘겨 귀에 거는 모습이. 미즈키의 망막에 새겨졌다. 단순히 게게로가 움직이는 것 뿐인데도 그 때 만큼은 보면 안되는 걸 훔쳐보는 기분이 들었다.

물론 들키지는 않았다. 게게로가 자신의 쪽을 보려 하면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소스라치며 몸을 낮추었으니까. 이 이후에는 엉망으로 적혀 있는 필기, 드문드문 적은 감상, 아니 단어의 나열을 지우며 남은 시간이나마 집중하려 애쓰는 나날이 반복되었다.

그건 미즈키에게 있어 일종의 신비를 파헤치는 일이었다. 희끗하게 지워진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그림자를 진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공기에 풀어지는 흐릿한 유령이 자신을 인식하고 사람의 형태를 띈다. 인식이 된다. 겪어보지 못한 사람에겐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감각이 있었다. 미즈키는 왜 사람들이 수수께끼의 전학생에게 열중하는지 알 것 같았다. 뜻은 달랐지만, 미즈키는 열중이라 부를만한 걸 게게로에게 내비치고 있었다.

 

미즈키가 게게로의 고민을 들은 것도 비슷한 시기였다.

“미즈키여. 고민이 있네.”

늘 허허실실 웃고 다니는 게게로 답지 않게 심각한 얼굴이었다. 하교가 한창 이루어지는 시간이었다. 누구보다 빨리 가방을 싸던 이는 어디로 갔는지. 게게로는 자리에서 앉아 미즈키를 불렀다. 두 팔을 책상 위로 올려 깍지를 낀 상태였다. 평소처럼 넘겨선 안된다는 직감이 들었다. 장난치지 말라는 타박 대신 미즈키는 의자를 끌어와 앞에 앉았다. 반엔 어느새 둘밖에 남지 않았다. 노을이 음영처럼 드리웠다. 미즈키는 침을 삼켰다.

“…뭔데?”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냐. 그 물음이 치고 나오기도 전이었다.

“요즘 과학 시간마다 시선을 느껴. 돌아보면 아무도 없네. 이건 저-저번 달 해부당한 개구리의 원한이 분명해!”

“네, 해산.”

드르륵. 의자가 끌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멋지게 무게를 잡던 게게로는 숫제 떼를 쓰는 아이처럼 버둥거리고 있었다. 진짜라며 아무리 증거를 늘어놔도 미즈키에게 먹힐리 없었다. 왜냐? 범인은 그였으니까. 이상한 요괴나 원한으로 의심당할 정도로 보고 있었을 줄이야. 자각하지 못했다. 귓가가 뜨거웠다.

아무리 날이 어두워지고 있다 한들 실내에서 붉은 귀는 아주 잘 띄기 마련이었고.

“미즈키 자네, 귀가 붉어. 내 말이 그렇게 웃긴건가! 내 말을 믿지 못하는 건가!”

“원한 같은 허무맹랑한 걸 믿을리가 없잖아. 아까 반박으로 부족해?”

“미즈키는 아무것도 모르네!”

“아무것도 모르는 건 너겠지.”

바보야. 멍청이. 투박한 놀림을 주고 받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

 

젊은 혈기는 빠르게 끓어오르고 빠르게 식는다. 다음 날 두 사람은 언제 싸웠냐는 듯 멀쩡한 얼굴이었다. 정확히는 게게로만 고민에 빠져 있었다. 게게로는 교실에 걸린 시계를 올려다보았다. 언제 말을 걸어야 좋을지 타이밍을 가늠했다.

두 사람의 시작은 늘 그런 식이었다. 게게로가 주제를 가져와 풀어 놓는다. 미즈키는 의외로 성실히 답해준다. 의미 없는 말의 나열이라 해도 꼼꼼히 생각해 돌려주는 성실함이 그에게 있었다. 그게 좋아 더 생각 없이 늘어놓는다는 것도 모르고 말이다. 눈치가 빠르면서 나쁜 남자. 그리고 말주변이 좋으면서 없는 소년이기도 하다. 게게로가 먼저 말을 붙이지 않는다면 미즈키는 한참 동안 망설이고 고민하다 종이를 뭉친다. 절대 게게로에게 던져주지 않고 품 속에 넣어 혼자 간직한다. 그리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가와 어깨를 치는 것이다. 오늘따라 조용하다? 혹은 방금 보았냐며 수업 중 이루어진 일을 주제로 가져온다. 아무렇지 않게 웃는다. 그 짧은 사이 미즈키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있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글쓴이의 의도를 파악하시오.’ 게게로는 늘 그 문제에서 막히기 일쑤였다. 글도 그럴지언데 사람의 마음은 얼마나 어려운가. 정답지는 펼 수 없었다. 미즈키가 종이를 보일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게게로는 그 빈 공백을 상상하기보단 먼저 말을 걸길 택한다. 마침 좋은 주제가 있었다.

 

종이 울리자마자 게게로는 의자를 쭉 민다. 목적지까지 찾아가는 발걸음에 망설임이라곤 없다. 목표물이 반응하기 전에 바로 책상을 쾅, 짚는다. 깔끔하게 필기가 된 공책이 손 아래 깔린다. 구겨지는 순간 게게로도 같은 꼴이 될 걸 알기에 움직임은 의외로 섬세하다. 나중에 빌려달라 해야겠어. 욕심도 한 편으로 미뤄둔다. 게게로의 친구는 정신을 빼놓지 않으면 바로 복-습-이라는 끔찍한 걸 행하고 만다. 집중을 깨기도 힘들고 언변에 넘어가 같이 공부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숨을 크게 들이 마신 게게로가 몸을 굽힌다. 얼굴을 바짝 붙인다.

“어제 말하다 만 동아리에 대해 알려주게!”

목표, 미즈키가 얼굴을 구긴다. 대성공이다. 동그란 눈이 호선으로 접힌다.

 

어제 중구난방으로 튀는 대화 속에서 게게로는 동아리라는 단어를 주워듣고 말았다. 처음 듣는 듯한 반응에 미즈키는 아차 싶었지만, 이미 늦었다. 흥미가 생겨버렸다. 미즈키는 대충 부만 설명해 주고 나머진 내일 알려주겠다며 끈질기게 달라붙는 게게로의 머리를 밀어냈다. 자고 일어나면 잊길 바라는 눈치였다. 그는 모든 것을 쉽게 흘려보내곤 했으니 이번에도 똑같길 바랐다. 한 가지 비극은 미즈키의 태도가 게게로를 자극했다는 점이었다. 학창 시절, 동아리, 청춘! 고작 몇 글자로 치환된 낭만이 불을 지폈다. 따분한 태도의 미즈키도 동아리에 들면 쾌활해질 것이라는 의미 없는 확신이 게게로 안에서 차올랐다. 미디어의 폐해였다. 피해자는 미즈키였다.

얼마나 가까이에서 바라보았을까. 미즈키가 고개를 내린다. 단단하던 표정이 풀린다. 일종의 패배 신호였다.

“알겠으니까 앉아서 얘기해.”

“음!”

이때쯤 미즈키의 앞자리, 혹은 옆자리는 눈치껏 자리를 피한다. 남정네 둘이서 책상에 걸터 앉아 얘기하는 꼴을 보느니 내 자리를 주겠다는 말을 남긴다. 그들 외에도 비슷하게 앉아 떠드는 아이들이 보이는데 말이다. 게게로는 이해할 수 없지만, 착한 친구의 호의에 기대 의자에 앉는다. 긴 다리가 신나게 흔들린다. 표정과 몸짓에서 기대감이 표출된다. 게게로는 온몸으로 기쁨을 표현하는데 능숙하다.

“그놈의 동아리가 뭐라고.”

그러나 미즈키에겐 영 차지 않은 모양이다. 아니면 찼는데도 받아들이기 싫거나. 날카로워야 할 문장이 한숨처럼 흐른다. 게게로는 후자에 무게를 둔다. 불평이 혼잣말이 되지 않도록 기꺼이 반박한다.

“학생 때 반드시 들어야 하는 게 아닌가. 문무양도를 위해 힘써야 한다고 들었네.”

“그러냐? 아쉽게 됐네. 우리 학교는 자율 가입이야. 나도 귀가부를 택했고.”

“더 좋군. 같이 들어가면 되겠어.”

“혹시 자율가입의 뜻을 모르는 건 아니지?”

미즈키는 게게로를 올려다본다. 사람의 말을 듣는지, 아닌지 싱글벙글 웃고만 있다. 유난히 둥근 눈매와 이마다. 게게로가 어찌할 겨를 없이 미즈키의 손이 날아들어 딱밤을 때린다.

“다 알면서 모르는 척하지 마.”

너, 그거 나쁜 습관이라고. 이어 중얼거린다. 다른 사람도 아닌 미즈키에게 듣고 싶은 말은 아니었다. 게게로의 행동 일부는 미즈키를 보고 학습한 것이었다. 게게로는 아픈 이마를 매만진다. 볼이 부푼다. 잘 어울리는 게 놀랍긴 하지만, 불만으로 가득 찬 행위에 미즈키의 눈썹이 반사적으로 꿈틀거린다. 볼까지 눌리긴 싫은지 바람이 급격히 빠진다. 반대로 입술이 쭉 튀어 나온다. 잡아당기지 않기 위해 미즈키의 인내심이 꽤 소요된다.

“진지한 마음을 갖고 놀지 말라고 충고를 한 건 내가 먼저네만.”

“그게 지금이랑 무슨 상관이야?”

미즈키가 어이없다는 듯 되묻는다. 게게로에겐 매우 중요한 일인데 많이 아팠냐고 걱정까지 해주는 걸 보니 뜬금없는 말이 맞긴 한가 보다. 나이다운 감정이 불쑥 튀어나왔다가, 정체가 밝혀지기 전에 들어가 버린다. 자신의 마음인데도 이름표를 붙일 수 없게 만든다. 게게로는 멀뚱히 눈을 깜박인다. 쇠로 이루어진 책상다리를 붙잡는다. 단단하게 쥔다. 손이 멋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막는다. 풀린 손이 무엇을 하냐면. 그건 게게로도 알지 못한다. 알 수 없는 것투성이다.

“…그러게?”

멍청하게 반문한다. 이대론 미즈키가 멍청이라 놀려도 반박할 수 없는데 미즈키는 놀리는 대신 투박하게 이마를 만진다.

“온도는 멀쩡한데.”

게게로의 온도는 남들보다 낮다. 열에 걸리면 쉽게 알 수 있다는 뜻은 타인의 체온을 예민하게 받아들이기 쉽다는 뜻과 동일하다. 닿은 부분을 타고 미즈키의 체온이 섞인다. 감각기관이 고장난 것처럼 반응한다. 따뜻하다 못해 뜨겁다. 게게로는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뺀다. 여전히 책상다리를 붙잡은 채다. 빠른 속도에 고정되지 않은 물건들이 우수수 바닥으로 떨어진다. 순식간에 게게로에게서 핏기가 사라진다. 미즈키의 목에 핏대가 선다. 이미 늦었다는 직감이 든다. 식은 땀이 흐르기도 전이다. 이제는 모두에게 익숙한 고함이 터져 나온다.

“게게로―!!!”

“미안하네!!!!”

미즈키의 화를 풀어주기 위해 많은 희생이 있었다. 게게로는 홀쭉해진 개구리 지갑을 매만지며 울상을 짓는다. 잔인하고 극악무도한 미즈키는 게게로의 울음에도 멈추지 않고 매점을 사냥했다….

결국 네 입에도 들어갈 거란 항변은 들리지 않았다. 겨우겨우 슬픔을 가라앉히고 아이스크림도 사자 요구했더니 어떤 답을 들었는지 아는가? 미즈키는 입꼬리를 쭉 끌어올렸다. 비대칭에 가까운 형태였다. 그러곤 게게로가 상상만 해왔던 상쾌함에 가까운 얼굴로- 싫은데. 단칼에 거절해버렸다. 협상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 잔인한 기술이었다. 게게로는 원하는 걸 순식간에 모두 잃고 말았다.

그 사이 미즈키는 계산을 마치고 돌아온다. 한 팔에 낀 봉지는 비닐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걸음걸이에 맞춰 내용물이 튀어나올 듯 말 듯 상하운동을 반복한다. 얼핏 내비치는 포장지는 언젠가 좋아함을 내비쳤던 것들뿐이다. 척 보아도 양이 많다. 한 사람의 용돈으로는 절대 살 수 없는 양이 들려 있다. 이렇듯 게게로와 미즈키의 계산은 서로 맞지 않을 때가 있다. 오답을 지적해도 소용없다. 성적이 낮다는 게 아둔하다는 뜻은 아닌데도 미즈키는 뻔뻔하게 거짓말이나 한다. 게게로는 규칙적으로 깔린 타일을 신발 끝으로 문지른다. 아이 달래듯 달디단 간식을 먹여봤자다. 이런다고 용돈은 돌아오지 않는다. 게게로의 슬픔도 사라지지 않는다. 텅 빈 개구리의 배를 문지를 때마다 지금이 떠오를 것이다.

역시 미즈키는 바보다. 이런 간단한 사실도 알지 못하다니. 어쩔 수 없다. 모르는 걸 알려주는 게 친구의 덕목이 아닌가. 게게로는 성큼성큼 걸어오는 보폭을 계산하고 비닐봉지를 낚아챈다. 미즈키의 저항은 미약하기만 하다. 미즈키의 저항은 미약하기만 하다. 힘 차이가 워낙 큰 탓이다. 그 뒤에는 뛰는 일만 남는다. 머리카락이 세차게 나부낄 정도로 빠르게 거리를 벌린다. 잠깐 돌아본 미즈키의 표정은 구겨졌다가 펴졌다가를 반복한다. 게게로는 놀리듯 봉지를 높이 든다. 미즈키의 입이 벙긋거리며 문장을 만든다. 잡 히 면 죽 는 다. 역지사지를 알리려는 시도는 나쁘지 않았다. 그의 친구가 열받으면 역으로 사지를 찢어버릴 성격인걸 잊어버린 죄다. 눈이 마주친다. 미소 짓는 얼굴이 유난히 밝다. 보면 안 되는 걸 보고 만 것 같다. 게게로는 고개를 앞으로 고정한다. 절대 잡히지 않으리라 마음먹는다. 잠시 후, 구두 소리가 요란히 울린다.

 

승자는 미즈키였다. 뻔한 이야기다.

두 사람에게는 목적지가 있다. 게게로가 아무리 빨라봤자 학교에서 영영 벗어나지 않는 한 미즈키와 만나게 된다. 집으로 돌아가는 건 의미 없는 행위다. 같이 먹기 위해 산 음식을 홀로 뜯을 때의 비참함은 아직 알지 못해도 된다. 승자와 패자를 가리는데 조금의 논쟁이 있긴 하였으나, 게게로의 의지는 단호하게 만쥬를 밀어 넣는 손길에 무너졌다.

반박, 만쥬. 반박, 만쥬. 바, 반박, 만쥬. 잠시만 미, 만쥬. 살, 만쥬.

숨이 막혀 물리적으로 눈물이 흐른다. 슬픔의 눈물이 아니다. 게게로는 원시적인 방법으로 패배를 인정한다. 두 손을 들어 올리고 백기 대신 제 머리를 흔든다. 그제야 생수 한 병을 마실 수 있게 된다. 미적지근한 물이 막힌 목을 뚫어준다. 생명수를 반 이상 들이킨다. 입가로 샌 것을 손등으로 닦아낸다. 미즈키도 한 입에 털어 넣는 것이건만 어떻게 막히지 않는지. 인체의 신비다.

 

게게로가 진정하는 사이 책상 위에는 포장지를 깐 과자가 쌓인다. 자연스럽게 교실에 풀어놓고 먹기 시작한다. 하교 시간 이후 빈 교실은 두 사람의 아지트나 다름없다. 언젠가부터 그렇게 되었다. 서로 의도적이라 해도 좋을 만큼 집과 관련된 주제는 꺼내지 않았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시간이 줄어드는 것마저 아까웠던가. 단순히 더 편하던가. 그런 이유가 전부다. 작은 이유가 전부인 시기다. 이게 맛있느니, 저게 맛있느니, 이걸 먹은 뒤 먹으면 더 맛있는 거 알아? 자네 천챈가? 시시콜콜한 잡담이 이어진다. 침묵이 끼어들 틈을 찾지 못하고 기웃거린다. 게게로는 냉큼 추천대로 두 개의 과자를 집어먹는다. 예상대로 맛있다.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너, 너무 눈이 빛나는 거 아니냐고 미즈키가 소리 내어 웃는다. 게게로는 뻔뻔하게 전등 스위치를 누른 다음 폰을 얼굴 가까이 갖다 대 어둠 속에서 눈만 빛나는 인형이나 유령 흉내를 낸다. 입으로 내는 효과음은 덤이다. 하마터면 미즈키가 앉은 의자가 뒤로 넘어갈 뻔했다.

배고픈 남고생들이다. 아귀가 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과자 절반 이상을 먹어치우고 나서야 제대로 된 대화가 시작된다. 주제는 오전에 하다 만 동아리 관련이다. 사실 늦은 감이 없잖아 있다. 한 주제로 이야기하려 해도 계속 새로운 화제로 튀고 만다. 이래선 안 된다고 게게로가 정신을 차린 게 지금이다. 착각이겠지만, 슬며시 운을 뗄 때 혀 차는 소리를 들은 것 같기도 하다. 게게로는 어느 동아리에 들어야 할지 고민한다. 미즈키가 들만한 동아리 찾기도 같이다. 상상은 자유인만큼 수많은 후보지들이 나왔다가 들어간다.

“문예부는 어때? 너 글씨만큼은 좋잖아.”

“연극부는 어떤가? 자네 얼굴이 좋으니.”

말이 겹쳐 울린다. 서로를 마주 보던 상태였다. 게게로는 문득 미즈키가 무너졌다고 느낀다. 눈을 깜박인 순간 그는 원래대로 돌아가 있다. 갑자기 입술이 무겁게 느껴진다. 작은 머뭇거림. 짧은 침묵. 먼저 입을 연 건 미즈키다.

“난 안돼. 상품에 흠집이 나면 누가 좋아하겠어.”

미즈키가 자조하듯 웃는다. 마른 뺨이 움직이며 표정을 만든다. 반사적으로 왼 눈가에 시선이 간다. 눈썹이 나지 않을 정도로 깊은 흉이 남은 장소다.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는 낙인이기도 하다. 조금 더 자랐으면 괜찮았을까. 아니면 미즈키가 조금 더 둔했으면 괜찮았을까. 동정을 덜어내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하고 달아나고 만다. 멋대로 이용하기엔 아직 미숙하다. 게게로에게 호의를 알려준 미즈키는 역설적으로 타인의 호의를 믿지 못한다.

“글쎄다. 배우를 닮았다고 떠드는 걸 들었다만.”

“들은 적 없는 말이야. 널 보고 말한 거겠지.”

“보통 고집불통이 아니구려.”

이럴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 교과서에는 적혀 있지 않다. 답은 게게로의 기억 속에 있다.

 

간혹 교내를 같이 걷다 보면 시선을 느낀다. 미즈키는 그것이 너를 보는 거라고. 신비주의 전학생은 남다르다 떠들어대지만, 그건 틀렸다.

게게로는 부정하는 대신 음-, 낮게 목을 울렸다. 그들은 미즈키를 바라보고 있었다. 함부로 주변을 내어주지 않는 이 옆에 선 게게로를 질투하고 있었다. 신비주의가 자신을 감추고 드러내지 않는 것이라 한다면 미즈키야말로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는 사람이었다. 저들은 드문드문 내비쳐지는 친절에 부나방처럼 주위를 맴돌다가 떨어진 이들이다. 딸 수 없는 포도를 보며 저건 실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이들이기도 하다. 직접 말을 걸 용기도 없는 주제에 탐내는 게 가당키나 한가. 게게로는 팔을 뻗어 미즈키의 목을 끌어안았다. 자연스럽게 어깨동무를 하고 귓가에 속삭이는 척을 했다. 시선은 뒤를 향한 채였다. 그러다 보면 불청객들은 사라지고 할 말이 있으면 똑바로 하라고 차인 정강이의 고통만 남는 것이었다.

 

그렇듯 간혹 말보다 행동이 더 깊게 스며드는 날이 있다.

게게로는 책상 위로 팔을 뻗는다. 만져도 되겠나. 무언으로 묻는다. 미즈키의 고개가 천천히 끄덕여진다. 가루 묻었으니까 닦고. 첨언하며 물티슈를 던져주는 게 그답다. 깨끗하게 닦인 손가락이 닿자 미즈키의 눈썹이 희미하게 떨린다. 자연스럽게 한 쪽 눈이 감겼음에도 남은 눈빛은 아직 또렷하다. 게게로는 눈이 먼 사람처럼 손을 움직인다. 형태를 각인이라도 할 것처럼 매만진다. 평소 짓는 아이 같은 표정들은 어디 두고 왔는지. 눈도 깜박이지 않고 집중한다. 미적지근해진 손가락이 마침내 입가 근처로 내려온다. 미즈키의 인내심은 거기까지였다. 건들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입술이 열린다. 고개를 돌리고 가차없이 손가락을 물어뜯는다. 순식간에 정적이 깨진다. 거리가 벌어진다.

“아프잖는가! 이 야만인!”

게게로가 뛰어오른다. 어느새 눈물이 그렁거린다. 손가락을 잡고 품 가까이 끌어당긴 모습이 애처로워 보일 법도 하지만, 으르렁거리는 답이 돌아온다.

“너 그런 표정 짓지 마.”

미즈키는 게게로의 어른스러워 보이는 표정이 싫었다. 쟤한텐 울상이 딱이다.

게게로의 입장에선 기가 막히기만 하다. 자기가 물어놓고 만족하는 걸 보라지!

“자네나 짓지 말게!”

무슨 표정을 말하는지도 모르면서 반박하기 바쁘다. 이번에는 달래줘도 풀리지 않고 계속 화내기로 다짐한다. 미즈키의 변덕은 죽 끓듯 한다. 게게로가 적응하기에는 너무 빠른 속도다. 늘 우왕좌왕 계속 화를 내는 게 옳은지 많이 아팠냐며 달래주는 것에 풀리는 게 옳은지 장단을 맞추지 못하고 헤매게 된다. 만지지 말게! 단호한 거절에 미즈키의 눈썹이 축 내려간다. 야, 게게로. 불쌍하게 중얼거려도 마찬가지다. 넘어가면 안 된다. 게게로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물린 손을 쥔다. 아직도 이빨 자국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윤곽이 그대로 만져질 정도다. 피가 나지 않은 게 다행이다. 아니, 사실 난 게 아닐까. 슬쩍 내려다본다. 미즈키가 남긴 자국이 보인다. 게게로는 눈을 질끈 감는다.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그 이후엔 어떻게 흘렀는지. 마지막 기억은 아직도 흐릿하다.

”이봐, 그렇게 화내지 마. 그렇지. 부 추천이라도 계속해 줄까? 봐봐, 게게로. 내가 들어가지 못하는 거랑 넌 상관없어. 넌 연극부에 가면 환영받을 거야. 잘생기면 어떻고 평범한 외모면 어때. 넌 재능이 있어. 몸을 움직이는 방식, 섬세한 조절, 표현까지도. 제일 중요한 건 따로 있지. 네가 했던 불평을 아직도 기억해. 글 속의 인물이라 할지라도 각기 감정을 갖고 움직이는데 왜 그 위에 있는 이의 의도를 알아야 하냐고. 그들의 뿌리는 이미 갈라졌는데 왜 박제된 한순간에만 집중하느냐고. 맞지? 넌 나처럼 흉내에서 끝날 것 같지 않아. 확신해. 몰입과 분위기가 모두 있잖아. 가만히 있어도 내 시선을 끌어당길 정도니까. 눈이 멀쩡한 곳에 달려있는 사람이라면 바로 발탁할 거야.“

”… ….“

”듣고 있어? 야, …다신 안 할게.“

“아, 아니. 다신 안 하지 말고.”

“?”

고개를 오른쪽으로 기울이는 미즈키가 잔상처럼 남는다. 집으로 돌아가 잠들고 다시 학교로 오는 내내 지워지지 않아 고생했다. 코로 들어갈 뻔한 숟가락을 조정해 주고 욕탕까지 밀어 넣어주는 도움이 없었다면 게게로는 추레한 모습 그대로 등교했을 것이다. 수업이 시작되는 동안, 교실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게게로는 유독 음침해 보인다. 일부러 부스럼을 긁는 사람은 없다. 미즈키조차 마찬가지였다. 아직도 화가 난 걸까. 고민하는 미즈키의 마음도 모르고 게게로는 머릿속으로 축제를 벌인다.

칭찬을 받았다. 기나긴 칭찬을.

부끄러움 많은 미즈키가 쉽게 밝히지 않는 속마음을 들은 것이다. 비록 그것이 착각에서 비롯된 고백이라 해도 거짓 한 점 없는 속내임은 틀림없다. 게게로는 흐린 문장을 곱씹는다. 중요한 부분은 꾹 눌러가며 되새김질한다. 미즈키의 연필 자국이 짙어질수록 상상이 가속한다. 이제 상상 속의 게게로는 대배우가 된다. 미즈키가 팬으로 있는 호사를 누린다. 네모난 티켓에 새겨진 글자는 계속 뒤바뀐다. 영화, 드라마, 연극. 어딜 갈지 모르겠으나 게게로의 연기에는 늘 그가 함께 할 것이다. 꽃다발도 팬레터도 필요 없다. 갖고 싶은 걸 어림해 셈해봐도 마찬가지다. 아마도 게게로는 그의 주목을 받는 것만으로, 그가 함께 있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다.

 

막이 내린다.

역할이 끝나고 다시 게게로로 돌아올 때다.

 

긴 휘슬 소리가 울린다.

 

어느새 게게로는 뜨거운 태양빛 아래에 서 있다.

옷은 체육복으로 바뀐 상태다. 길게 그어진 선 너머에 미즈키가 있다. 나뉘었다. 그 사실에 당황할 새도 없이 다른 친구의 손에 이끌린다. 흙 위로 운동화 자국이 남는다. 날아간 공이 타인의 팔을 맞고 튕긴다. 굴러간 공은 다시 상대편의 것이 된다. 외야에서는 누구부터 맞추라 야단이다. 불리는 이름은 대부분 운동을 못 하는 학생이다.

“뭘 멍 때리고 있어. 피해!”

“피구 중…인 건가?”

“당연하지!”

게게로를 끌어준 아이는 답답한 듯 발을 구른다. 운동 신경이 나쁘지 않아 구하긴 했으나, 여전히 상태가 좋지 않아 후회하는 모양새다. 정신 차리라 외친다. 내내 물에 잠긴 듯 멍해졌던 귀에 온갖 소리가 쏟아진다. 현실감이 너무 쏟아져 역으로 고장 난 상태다. 게게로는 유령처럼 흐늘흐늘 움직인다. 이렇게 말하는 동안에도 공이 날아든다. 피하는 게게로를 맞추기 위해 공을 던졌으나, 목표 대신 얻어맞는 피해자가 속출한다. 공의 주인이 빠르게 바뀐다. 좁은 칸 안의 인구 밀도가 점차 낮아진다. 팀의 남은 인원수는 이제 한 손으로 꼽을 정도다. 정신은 돌아왔지만, 의욕이 살지 않는다. 이대로 탈락해도 괜찮지 않을까. 게게로가 고민하던 때다.

“이기는 팀한테 선생님이 아이스크림 쏜대!”

누군가 외친다. 치열한 경쟁에 선생님도 불타올랐나 보다. 이겨가는 팀은 환호성을 지르고 져가는 팀은 야유한다. 당연하게도 미즈키가 전자, 게게로가 후자다. 얼마 없던 팀원이 더 빠르게 줄어든다. 이름 모를 아이가 나가는 것보다 공을 잡은 아이와 친근하게 말을 나누며 웃는 미즈키의 모습이 게게로의 눈에 박힌다. 그 웃음에 연상되는 몇몇 장면. 울지 못하는 개구리, 매끄러운 바닥, 사라진 것에 대한 공허함과 보일 듯 말 듯 한 입가의 움직임이 게게로를 파고든다. 욱신거림을 감추기 위해 주먹을 쥔다.

미즈키는 어제 내게 아이스크림을 사주지 않았지.

그때부터 게게로의 눈빛이 바뀐다. 날아오는 공을 낚아챈다. 당연히 피할 거라고 예상한 상대가 주춤거리며 물러난다. 겁먹지 마. 이제 상대는 게게로 하나다! 미즈키의 선동이 들린다. 언제나 분위기를 잘 잡는 그답다. 게게로의 승부욕도 함께 타오른 게 흠이다. 아이들이 노는 곳에서 보일 기술이 아니다만…. 아이스크림을 위한 희생이다. 게게로는 공을 한 손으로 잡고. 던진다.

머리 옆으로 공이 날아간다. 거짓말 한 점 보태지 않고 그 움직임을 따라 바람이 생긴다. 날아간 공을 바람이 뒤늦게 쫓아간다. 만화 같은 곳에서 던지는 공은 전혀 과장이 아니구나. 불꽃의 투구아 돗지 단페이는 현실이었구나. 모두가 잘못된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다. 저기 맞으면 죽는 게 아닐까 싶어 겁먹은 아이들은 몰래 외야로 빠져나간다. 내기가 걸린 상황이지만, 말리는 사람은 없다. 모두가 도망을 납득한다. 불꽃 슛은 하루에 한 번밖에 못 쓴다는 제안이 없었다면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뻔했다. 고등학교 소재에 흔히 열리는 데스매치가 현실로 개최될 뻔했다. 승자는 게게로로, 그는 체육복을 먼지바람에 날리며 걸어갔을 것이다. 그런 멋없는 장면에 이용당할 수는 없다는 일념 하에 상대 팀은 발악한다. 미즈키가 엄지를 든다. 곧 가로로 눕히고 목을 긋는다. 이래야 내 친구지. 게게로가 송곳니를 내비친다.

지금까지의 승부는 장난이었다는 것처럼 살벌하게 공을 주고받는다. 끼기 싫은 몇몇 아이들은 선생님 주변으로 가 옹기종기 앉는다. 선생님 저거 말려야 하는 거 아닌가요? 타당한 물음은 저것이야말로 체육이라는 이상한 신념 아래 묵살당한다. 다치지 않고 서로의 모든 것을 주고받는 것이야말로 스포츠 정신! 제일 앞 단어에 강세가 들어간다.

아이들이 추풍낙엽처럼 탈락한다. 그가 힘을 가감했음에도 이 속도다. 게게로가 마음을 고쳐먹기 전에 탈락시키지 못한 대가가 크다. 다음 탈락자를 고르는 느긋함이 얄밉다. 미즈키는 마른 입술을 핥는다. 공이 슬슬 무겁게 느껴진다. 이제 남은 수는 하나다.

“게게로, 뒤를 봐라!”

“또 속임수인가? 이젠 안 속네.”

게게로는 의기양양하게 외친다. 그간 들어온 미즈키의 거짓말이 몇 개나 되나. 솔개도 오래면 꿩을 잡는다. 뒤를 돌면 공을 던질게 뻔했다. 신경 쓰이는지 곁눈질로 힐끔거리면서도 완벽하게 돌진 않는다. 게게로는 미즈키의 말을 경계한다. 미즈키도 그 사실을 안다. 그러니, 말 대신 보여주기로 한다.

차오른 승부욕을 빼낸다. 팔을 자연스럽게 늘어트린다. 무엇이라도 있는 것처럼, 금방이라도 무언가 일어날 것처럼. 자신의 감각에 집중한다. 게게로가 지켜보는 중이란 사실마저 무시한다. 눈이 크게 뜨인다. 벌어진 입에선 당장이라도 소리가 나올 것 같다. 다른 아이들이 하나둘 뒤를 돈다. 게게로 역시 견디지 못했다.

“아웃ㅡ!”

공이 어깨를 맞고 떨어진다.

다시 휘슬이 울린다. 패배를 확정하는 소리다.

“…역시 자네 배우를 해야하는 거 아닌가?”

“아직도 그 소리야? 됐어. 나는 안 어울려.”

게게로는 빈손을 꼼지락 거린다. 달아서 됐다며 반이라도 나눠준다면 기꺼이 응해주려 했건만, 미즈키는 널 이기고 먹어서 그런가 더 맛있다며 낄낄댄다. 속아 주기로 결심한 게게로의 마음도 모르고 남을 놀리기 바쁘다. 나쁜 미즈키. 못된 미즈키. 게게로는 미즈키를 내려다본다. 무더위에서 뛰어다닌 탓에 목덜미에서 어깨를 타고 땀이 흐른다. 덥다고 중얼거린다. 게게로는 그것을 뻔히 바라보다 옜다, 하고 제 손을 목 위에 올려준다. 갑자기 닿은 차가운 손에 미즈키가 반사적으로 걸음을 멈춘다. 뭐, 뭐야? 뭐긴.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걸세. 게게로는 뻔뻔히 대답한다. 신기하게도, 축축한 감촉이 그리 나쁘게 느껴지지 않는다. 미즈키는 고민하는 가, 싶더니 그대로 게게로를 달고 돌아간다.

하루가 끝나고 나서야 게게로는 미즈키에게 아이스크림을 얻어먹을 수 있었다.

혼자 먹으면 맛이 없다는 수수께끼의 논리에 의해 자신의 것까지 함께 구매했고.

다음 날 아이스크림을 두 개나 먹은 미즈키는 배탈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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