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후다닥 뽀뽀

함밤 캣핑

맞짝사랑 리얼물 0306 날조

퇴고 없는 날림글


함밤 캣핑

초고속 후다닥 뽀뽀

"형. 회사 들를 거예요?"

"어… 아니, 나 집. 가서 쉬게."

"그래요? 그럼 데려다 줘야겠다."

스케줄이 끝난 밤. 지치지도 않고 연습실, 작업실, 헬스장—그러니까 이 와중에 한노아는 채봉구더러 오늘 하체 하러 올 거냐고 두 번 묻기까지 했다 이거다. 쇠질로 인플루엔자를 물리치는 권법도 아니고.—으로 흩어지는 멤버들 사이를 가르고 하민이 봉구에게 철썩 달라붙어 왔다. 숏패딩 지퍼를 턱 아래까지 올리던 봉구가 그대로 하민의 덩치에 반쯤 빨려들어가는 걸 하필이면 은호에게 걸려서 밤비 형 순간이동 배웠나? 같은 쿠사리를 한귀로 넘겨야 했을 정도다. 하지만 봉구는 달리 막내를 내치지 않고 그 상태 그대로 꼬물꼬물 휴대폰을 주머니에 야무지게 집어넣기까지 했다. 찰싹도 아니고 철썩이 어울리는 녀석의 너른 품을 속으로 곱씹는 사이, 꽤 근원적인 의문이 피어올랐으나 내뱉지는 않았다.

오… 갑자기?

오… 네가?

오… 왜?

그야 당연히, 반문했다가 별안간 하민이 아 그럼 그냥 저도 집에 갈게요! 하고 홀랑 가버리면 두 배로 쓸쓸할 거 아닌가! 가끔 하민은 봉구로선 종잡을 수 없는 언동을 선보이고 그의 반응을 기다리곤 했으니 가능성 제로라고도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냥 대기실을 나가는 멤버들을 따라, 유하민의 묵직한 오른팔을 어깨에 얹고 어적어적 퇴근길에 올랐다.

사실 이 모든 걸 다 제치고서도 채봉구는 유하민을 거절할 이유가 결단코 없었다.

왜냐?

좋아하니까! (근래 들어 불건전한 방향으로…)

그런데 뭐, 알지도 못하고 짝사랑인 거 아냐는 질문이나 하고 말야. 지상층에 가까워질수록 풍기는 찬 공기 특유의 향을 들이키며, 채봉구가 주머니 속으로 주먹을 쥐거나 말거나 유하민은 팔 한 짝 분량의 무게를 실어놓은 채 엘리베이터 계기판만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위로 한 겹 더해지는 시선의 대각선을 알아차리지 않았으면 했다. 봉구는 쓸데없이 엘리베이터 문틈 사이를 가르는 세로선이랑 눈싸움이나 해댔다. 지하층으로 갈 것 같던 계기판이 별안간 로비층에 우뚝 멈추고, 하민이 그대로 봉구를 바깥으로 이끌었다. 반사적으로 내림 버튼을 누른 예준이 물어왔다.

"둘이 왜, 편의점 들르게?"

"집도 가까운데 후딱 걸어가게요. 밤비 형도 괜찮대요, 맞죠?"

"어? 어."

"혹시 모르니까 마스크 꼭 하고. 밤비는 도착하면 단톡에 연락 줘, 알았지?"

"예에."

그러니까 별안간 달밤의 산책 같은 거 할 생각이 있었으면 미리 상의를 하든가! 옆구리라도 찌르든가! 되는 대로 대답했다는 기분을 지우지 못한 채, 봉구는 엘리베이터 안의 세 사람을 향해 마스크 든 손을 흔들거렸다. 진짜 종잡을 수 없네, 유하민. 와중에 야무지게 마스크를 낀 탓에 동그랗고 앙칼진 두 눈이 유난히 도드라진 모양새로 하민을 향하자, 그는 제 몫의 마스크를 꺼내 끼다 말고 손을 멈췄다. 그 훤칠한 피지컬에 엘리베이터 계기판이 비스듬하게 가려 지하 2층에 완전히 도착했다는 걸 몇 초 뒤에 눈치챘는데도 그때까지 하민은 일시정지 상태였다. 봉구는 문틈이 꽉 맞물리지 않아 흘러들어오는 찬바람에 조금 정신이 들어, 하민이 쳐 놨던 팔 바리케이트로부터 홀랑 빠져나갔다. 일련의 행동이 하민의 재생 버튼을 연타했기에 그도 마저 마스크를 꼈다.

"근데 너."

"네?"

"진짜 우리 집까지 데려다 줄 거야?"

"당연하죠?"

"왜?"

이번에는 기어코 금기로 여겼던 물음이 툭 튀어나오고 만다. 봉구는 망했다! 싶은 표정을 마스크 안으로 꾹꾹 눌러 가리며 애써 태연한 척 목을 까딱이기까지 헸다. 솔직히 여기까지 왔는데, 멤버들도 다 아는데, 유하민 성격에 나 몰라라 홀랑 버리고 갈 것 같진 않다. 좀 멋쩍으면 택시라도 불러 주겠지. 더 파묻힐 데도 없는 숏패딩 안으로 상체가 점점 구겨지려던 찰나, 하민이 자박자박 걸어와서 봉구의 어깨에 재차 팔을 둘렀다.

동시에 채봉구는 마스크 아래로 혀끝을 조금 깨물었다.

이 자식, 방금 그 표정 뭐야?

방금 나 한 번 보고 살짝 웃… 웃은 거야?

몇 시간 전의 —일단 본인에게만—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던 당연하지 게임 속 하민이 겹쳐지고 마는 것이다. 주먹 쥐고 주머니를 세게 줘패든가 말든가 하민은 속 좋게 대꾸했다.

"데려다 주고 싶으니까요?"

"허?"

"그리고 형 집 가는 길에 붕어빵 사장님 계시는데, 거기 팥붕이 진짜 예술이거든요. 오랜만에 먹고 싶기도 하고?"

너는 형이 넋이 나갔는데 팥붕 얘기나 하고 있어…….

봉구가 얼이 빠져 입술만 달싹이다가 겨우 대답했을 때, 하민은 평소와 같은 듯 다르게 소리 내어 웃었다. 언제나처럼 해맑은 아이 같으면서도, 또 훌쩍 자란 옆집 동생을 보는 기분을 들게 만들면서, 잘 큰 연하남처럼 호탕한 듯이. 여기서 한 번 짚자면 감상이 길어진다는 건 곧 망함의 징조라는 걸 채봉구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너… 너는 내가 팥 싫어하는 거 알지 않냐?"

"아이. 그럼 형 거는 슈붕으로 사면 되죠."

"…집도 데려다 주고 붕어빵도 사준다고?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혹시 유하민… 나한테 잘못한 게 있었나?

짝사랑에 지친 건 아니었는데, 예의 당연하지 사태로 인해 문득 신물이 난 봉구의 사고 회로가 요상한 곳으로 튀었다. 하민은 역시 아는지 모르는지 간파하기 어려운 미소를 띤 채로, 봉구를 품에다 반쯤 집어넣은 그 자세 그대로 성큼성큼 방송국 건물을 빠져나간다. 찬 바람이 직격으로 얼굴을 때리는데도 정신이 안 드는 기분이었다. 어차피 훤칠한 동생 품에 가둬진 채라 대충 다리만 휘적이길 몇 분 쯤이었을까, 제 발언의 어딘가에 꽂혀 마스크 틈새로 한참 키득거리기만 하던 하민이 문득 운을 띄웠다.

"형은 형보다 동생이 막 돈 쓰고 뭐 사주고 그러면 신경 쓰여요?"

"어?"

"제가 형한테 돈 쓰면 신경 쓰이냐구요."

"야, 너는 당연한 걸 묻고 그러냐?"

"진짜?"

"그래! 너도 나중에 후배 생기면 다 알게 된다? 동생한테 얻어먹고 그러는 거, 그거 기분 되게 묘하거든."

이 뒤로 하민은 한동안 답이 없었다. 보폭이 큰 하민과 속도를 맞추느라 봉구가 종종걸음을 하다 말고 하민을 비스듬히 올려다보자 어쩐지 묘한 표정이었다. 선수 쳐 그렇게 말한 당사자는 정작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는다는 얼굴로―물론 그건 속내를 표정으로 티낼 수 없었기 때문이겠지만!― 어떡하면 하민의 팔을 내던지고 제 속도에 맞추게 만들지 궁리하는 중이었는데도. 봉구가 모자를 쓰겠다는 핑계를 대려고 손을 꼬물거리는 동안 하민은 가로등 불빛이 내려앉은 인적 드문 거리를 느리게 두리번거렸다. 곧 대답의 탈을 쓴 반문이 들려왔다.

"근데 그거요."

"어. 하민아, 형 모자 좀."

"갚아줘야 될 거 같아서 신경이 쓰이는 거예요?"

"어, 오… 그런 생각은 안 해봤는데."

"아니면 혹시 저라서 신경이 쓰이는 건가?"

봉구가 막 폭신한 패딩 후드에 퐁실한 머리통을 집어넣은 찰나였다. 끄트머리를 어설프게 짚은 채로 멈춘 봉구를 두고, 이번에는 하민이 몇 걸음 앞서나가다가 그대로 멈춰섰다. 몸을 비스듬하게 비틀어 봉구를 돌아본다. 형, 뭐해요! 또는 형, 안 와요? 라고 묻는 듯한 눈빛이 쏟아진 것만 같다는 착각이 인다. 채봉구는 어정쩡하게 어깨 너머를 한 번 돌아보고서야 걸음을 옮겼다. 하민이 절대로 저를 보았을 리 없다고, 분명 하민이 찾았던 붕어빵 노점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어울리지도 않는 자존감 하락 사고를 동반한 걸음걸이가 갈지자로 흔들렸다. 유하민은 그냥 멈춰선 그대로 손만 뻗어왔다. 늘리면 잡힐 만한 거리에 봉구가 도달하자 그대로 팔목을 낚아채 제 옆구리에 찰싹 붙이듯 끌어당겼다.

"아, 밤비 형 나 완전 의식하네."

"뭐래, 진짜. 아니거든?"

"근데 아까 좋아하냐고 물어본 거 신경 썼잖아요."

"야. 하민아."

"짝사랑인 거 아냐고 했을 때도 신경 썼으면서?"

뭐하자는 거지, 이 자식? 폭발하라고 등을 떠미네 아주?

채봉구는 꼭 이렇게 감정적으로 굴 때마다 시야가 좁아지고 마는 나머지 하민의 질문 세례에 담긴 의도를 요만큼도 파악하지 못한 채 그의 옆에서 주먹이나 울리고 있었다. 어지간히 장난치는 것 같은 낌새면 바로 주먹으로 옆구리를 갈기고 홀랑 빠져나왔을 텐데. 솔직히 말하자면, 하민의 태도가 의미심장해진 시점부터 진짜로 신경이 쓰이고 의식이 돼서 그럴 수가 없었다는 거다. 애써 친한 동생이니 뭐니 마음에도 없는 수식을 달며 태연하게 굴고 싶지도 않았는데 그렇다고 고백할 결심도 없다. 채봉구는 나중에라도 어디 가서 우유부단하고 수동적인 성정에 불호를 드러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며 이 상황을 타개할 궁리를 하느라 바쁘게 되었다.

얼마나 바빴느냐면.

"괜찮아요. 저도 형 완전 의식하고 그런 거였으니까?"

"어?"

"네?"

"……잠시. 뭐라고?"

화룡점정을 찍는 하민의 충격 발언이 제대로 해석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니까 쟤 지금 나를, 밤비 형을, 채봉구를, 의식을 하고 신경을 썼다, 뭐 이건가? 재차 걸음을 멈춘 형을 위해 하민은 손수 품에서 봉구를 떼어내어 주고 반 바퀴를 크게 돌아 그의 맞은편에 섰다. 허리를 가볍게 낮춰 시선을 맞춘다. 봉구는 무심코 고개를 팩 치켜들었다가 눈높이가 딱 들어맞은 충격에 입술 대신 마스크를 조금 씹어버리기까지 했다.

"왜요, 안 돼요?"

"아… 야. 아니, 그게 아니라."

"저는 형 좋아한다고 했었잖아요."

"너 자꾸 방송용 멘트 들먹이고 그럴래?"

"그래서 형은 어떤가 싶어서 일부러 물어본 건데. 진짜 짝사랑인 줄 알았나 보네?"

…어. 분명 입술을 몇 번이고 달싹였는데 어딘가 얼 빠진 대답도 침음도 아닌 것만이 자그맣게 새어나갔다. 봉구는 당장이라도 어른인 척 웃는 이 잔망스런 동생의 멱살을 틀어쥐고 짤짤 흔들며, 언제 네가 티를 내고 일부러 굴고 힌트를 주었느냐고—참고로 하민은 그렇게까지 말하지는 않았다.— 캐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여기가 아무리 인적이 드물어도 길거리 한복판만 아니었다면. 하민은 한참 멍청하게 구느라 찬 바람을 맞아 얼어버린 봉구의 손을 덥석 잡아다가 제 롱패딩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봉구는 붙들린 손을 말아쥐지도 빼내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계란 쥔 포즈로 멈춰 있을 뿐이었다.

"놀래킨 거면 미안해요. 근데 난 이미 형이 눈치챘을 줄 알았지."

"너 진짜 황당하다, 하민아…."

"그래도 형 집까지 얼마 안 남았으니까 이대로 데려다줘도 되죠?"

"싫다고 못 말할 거 알잖아."

넘어가지 않을 이유는 없는데. 채봉구는 평소에 잘 하지도 않던 자존심 세우기로 한 겹 방패를 쳐놓고 하민에게 질질 끌리듯 걸었다. 좋다, 고 말하는 건 어렵지 않다. 완곡하게 돌려 말할 수 있는 방법도 널렸다. 그러나 좋은 거랑 좋아하는 건 왠지 좀, 어감도 기분도 느낌도 다르지 않나? 숫제 투정 부리는 듯한 봉구의 음성 뒤로 고요한 밤바람이 정적을 가져다 줄 찰나, 하민이 단출한 붕어빵 노점을 가리켰다. 이 직진밖에 모르는 연하는 기어이 제철 생선을 핑계로라도 쓰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봉구도 출퇴근길에 두어 번 스치듯 지나쳤던 기억이 떠올랐다. 대체로 사장님 대신에 절대 털어가기 좋게 생겨서 절대 안 털릴 것 같은 돈통과 가지런한 붕어빵들이 나열된 무인 노점. '왼쪽 팥 오른쪽 슈크림, 개당 천원, 계좌이체 사절' 이라 쓰인 투박한 안내판을 속으로 일독하는 와중에 하민이 잠시 손을 놓고 진취적으로 붕어빵을 담기 시작했다.

"붕어빵 사주는 것도 안 싫을 거고. 그쵸?"

"너 회사 갈 거면 넉넉하게 사서 가든가."

"그래요? 그럼 형 거 팥으로 담아야겠다."

"얌마."

"장난이에요. 밤비 형 거 슈크림 두 개, 내 거 팥 두 개. 멤버들한테는 나중에 사다 주면 되죠."

하민은 곧 종이봉투를 품에 조심히 안고 지폐를 꺼내 계산까지 마쳤다. 그러고선 아주 자연스럽게 봉구의 팔을 잡아당겨, 구부린 제 팔에다가 끼워주기까지 했다. 세간에선 이런 자세를 팔짱이라고 부르는데. 이거 진짜 진도 너무 빠른 거 아니냐고. 채봉구는 이제 화도 안 나고 황당하지도 않아서 그냥 그런 헛된 생각이나 했다. 평소 현금을 안 키우는 저로서는 하민에게 붕어빵을 사주려고 했어도 실패했었겠거니, 하고. 곧 옆에서 노릇하게 구워진 붕어빵 대가리가 불쑥 튀어나왔다. 마스크를 갈무리하느라 손이 묶인 탓에 고개만 기울여 한 입 베어물고 하민을 돌아본다. 혀 끝에서부터 콩류 특유의 텁텁한 단 맛이 퍼지자 봉구의 둥근 눈이 절반 크기로 구겨졌다.

"아오. 야, 이거 팥이잖아."

"헉. 저 이건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 진짜."

"너 이 자식, 어디서 형아한테 거짓말을 하고 있어!"

하민은 주둥이가 조금 패인 붕어빵을 입에 문 채, 이번에는 절찬리에 내질러진 봉구의 야무진 주먹 세례를 맞아냈다. 봉구는 씩씩거리며 슈크림 붕어빵을 상남자처럼 씹어 삼켰다. 십수 분 전의 텐션 같은 건 바람을 타고 날아간 듯 입 닫고 붕어빵이나 먹는데 옆통수가 제법 따가웠다. 하민은 뭐가 좋다고 또 그 미묘하고 애매한 웃음을 띤 채 봉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민아, 형 붕어빵 먹다가 뚫리겠는데."

"저희 붕어빵으로 간접 뽀뽀한 거 알아요?"

"아유, 뭐… 볼뽀뽀도 주고받은 마당에."

"이 얘기 해주면 더 의식할 줄 알았는데."

"내가 볼 때는 나보다 네가 좀 더 의식을 해야 할 것 같아."

"저 지금 완전 의식하고 있는데요?"

"나보다 붕어빵을 더 의식하고 있는 거 아냐?"

"아닌데. 어떡하면 형이 그래 우리 사귀자, 하고 대답할지 완전 고민 중인데."

상당히 중요한 대화를 상당히 편안한 투로 나누며 붕어빵 한 마리씩 해치웠을 무렵, 봉구의 자취방이 위치한 오피스텔 로비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렌지빛 센서등이 꺼질 듯 말 듯 미적이며 빛을 발하는 조그마한 공간에 봉구의 두 발이 먼저 닿았다. 제 몫의 붕어빵을 먼저 꺼낸 하민이 종이 봉투를 통째로 봉구에게 안겼다. 마주 선 두 사람의 시선이 재차 마주친다. 봉구는 열기에 조금 울어버린 봉투 끄트머리나 만지작거렸다. 초조함을 숨기려 하는 행동이겠으나 누가 봐도 초조해 보인다는 것쯤 유하민은 아주 간단하게 눈치챘다. 걷는 내내 세워뒀던 알량한 자존심을 마침내 접어 둔 봉구가 운을 띄웠다.

"하민아. 형 이제 들어갈게. 오늘 데려다줘서 고마웠다."

"그래요. ……근데 이게 끝?"

"아무리 생각해도 너는 눈치가 너무 빨라."

그래서 그게 불만이라는 건 아니겠지만. 채봉구의 수락 내지 긍정적인 검토 같은 걸 바라는 유하민의 초롱초롱 빛나는 눈동자를 바라보다가, 봉구는 작은 한숨과 함께 유하민을 끌어당겼다. 그리고는 스친 줄도 모르게, 아주 짧은 뽀뽀를 일 자로 다물린 입술에다가 찍고 떨어졌다. 툭. 하민이 든 붕어빵이 차가운 맨바닥괴 마찰하는 소리와 함께, 여러가지 사유로 뺨을 발갛게 물들인 봉구가 소리 내어 웃었다.

"형…… 지금 뭐한 거예요?"

"의식할 거면 이 정도는 해야지."

"아니. 뭐한 거냐고 물었잖아요."

"그, 뭐…… 초고속 후다닥 뽀뽀? 이런 걸 했지."

"제가 바라던 대답은 아니긴 한데 그렇게 해석해도 되는 뽀뽀인 거예요?"

"어…."

"형, 대답."

"했잖아. 어, 라고. 나는 진짜,"

각오도 했단 말이다. 첫 뽀뽀가 붕어빵 맛일 것도.

안타깝게도 말을 잇기 전에 하민이 봉구의 머리통을 한아름 품에 끌어안았다. 붕어빵 두 마리가 맨 바닥에 버려지는 소리와 몇 갈래의 웃음소리가 뒤섞여 흩어진다. 느리게 점멸하던 센서등이 미동 없는 두 사람을 인식하지 못하고 암전될 때에 필담 같은 대화가 비밀스레 오고 갔다.

이제 형 나 맨날 의식하겠다, 그쵸.

그러겠지. 사… 사귀는 거니까.

그럼 한 번 더 해주면 안 돼요? 초고속 후다닥 뽀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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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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