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동사 by 은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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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니 우드는 식탁 하나를 두고 앉았다. 새하얀 식탁보는 티 없이 깨끗해서, 고급 양식점처럼도 보였다. 그럼에도 영, 피어니의 관심을 끌지는 못 한 모양이었다. 식탁의 정중앙, 촛대에 꽂힌 양초가 거불거불 타오르는 것만을 물끄럼 바라보고 있는 피어니였으니까.

피어니.

귀에 익은 성음에 피어니는 그제야 싱거이 웃었다. 내심 그 부름을 기다렸는지도 몰랐다. 루스으, 하며 말꼬리를 늘인 답. 루스라고 불린 남자가 피어니의 앞에 음식이 담긴 접시를 내려놓은 것은 그 다음의 일이었다. 정갈한 식탁보와 마찬가지로 깨끗한 접시에 담긴 음식... ... 피어니는 단박에 감자 수프임을 알아챘다. 먹음직한 감자 수프는 피어니가 좋아하는 메뉴였으니까. 따끈한 수프에선 좋은 냄새가 났다.

이어 남자가 와인잔을 내온다. 잔에 담긴 것은 무색무취의 액체. 아무래도 식수인 모양이라고, 피어니는 어림짐작했다.

모쪼록 입맛에 맞았으면 좋겠군.

물론이지이, 루스. 네게 이렇게 접대받고 말이야.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수프. 피어니는 숟가락을 들었다. 적당히 끓여 연해진 감자 건더기가 입맛에 맞았다. 가히 예상이 가는 맛이었지만, 그럼에도.

피어니는 천천히 그릇을 비워 나갔다. 은식기가 부딪는 소리만이 적막한 공간을 채웠다. 오늘따라 말이 없네에, 루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야? 잠시 답을 기다린다. 그러나 되돌아오지 않는 답에 고개를 들어 보면, 어째 인영조차 비치지 않는다. 오직 일 인분의 요리만이 식탁 위 놓여 있을 뿐. 절반 이상 비운 접시, 은식기, 냅킨, 하얀 식탁보, 그리고 자리마저. 모든 게 일 인분치 있었다. 애시당초 둘을 위한 식사가 아니었다. 식사를 끝마친 피어니가 의자를 끌었다. 잘 먹었다는 인사를 도통 누구에게 해야 할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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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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