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켄

흘림

두고 온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무심하게 내던져 둔 초고, 내리지 않는 비, 끊어진 서체의 기둥.

상록 by 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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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눈 앞에서 문이 단단히 닫힌다. 찰칵, 그것보다 작은 소리가 은빛으로 문 틈을 튕긴다. 분명 잠에서 깬 것은 몇 시간 전일 터인데 여즉 꿈에 의식을 푹 담가 놓은 듯 정신이 눅눅하다. 나무 냄새가 물씬 풍기는 거실에 홀로 남는 게 되는 것은 모든 것이 시작된 것만큼이나 순식간이었다. 시선이 순식간에 가라앉으며 앞뒤로 삐걱인다. 등 뒤의 안락의자는 몸에 꼭 맞아 편안했으나 지금은 그 진자운동이 있지도 않은 심장을 잡고 흔드는 것만 같았다……. 가슴팍에 손을 얹었다 떼고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제자리를 찾아가지 못한 머리카락을 쓸어내려 보았다. 평소와는 다른 향이 끼친다. 발을 딛은 곳이 무의식이 아님을 인식하는 순간 의식은 다시 한 번 소리 없이 추락했다. 정적을 메우는 것은 나무 타는 소리와 초침 소리, 아침의 색 뿐이다. 몸을 웅크렸다.

타들어가는 장작은 탁, 탁, 새빨갛게 반짝이는 소리를 내며 감은 시야의 흑야를 방해한다. 차라리 정말 잠에라도 들면 모든 것이 꿈이었던 양 사라질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손에 든 종이로 눈을 가리나 무용했다. 꼭 어렸을 적 아카데미에서 처음으로 손에 쥐어 보았던 스파클라처럼, 가벼이 목구멍 너머로 넘겼던 탄산처럼, 가짜 하늘에 박혀 있던 이름 모를 별처럼, 좁은 눈꺼풀 아래에서 피어나는 것들은 음계조차 되지 못할 단조로부터 기인해 잠을 방해했다. 와류와 같은 숨을 내뱉으니 차가운 숨이 비강을 달구는 듯 해 속이 탔다. 몇 해는 비를 맞지 못한 이끼라도 된 기분이 들어 바스라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감당하기 어려운 흐름이었다.

눈꺼풀에 힘을 주어 눈을 뜨고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몸의 주변을 감싸고 있는 나무의 결조차 차마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 무엇을 곁에 두어도 편치 못할 것만 같았다. 삐걱, 발에 닿는 오두막의 나무 바닥이 작게 신음한다. 한 걸음을 내딛을 적마다 온 세상이 저마다의 한 마디를 덧붙이니 메아리와 한 방에 갇혀 있는 꼴이었다. 인사를 뱉기에는 소란스러운 공간이었다. 도망치듯 발을 놀려 땅을 밟았다. 발 아래에 보이는 것은 녹빛이다. 이르기를 녹빛이라 하나, 제가 기르던 것의 녹이 아닌 오래 묵은 쇠의 그 색이 복잡한 형태를 갖추며 땅을 찢기에 그것으로부터 또 도피하듯 몸을 휘청이며 달렸다.

오두막으로부터 온실의 문에 이르기까지의 길은 의식조차 하지 않아도 될 법할 정도로 몸에 익었다. 식물의 몸은 쉽게 숨이 차오르지 않았으니 그것은 또 편리하다는 잡념이 한 번, 유리벽으로부터 전도되어 오는 온기를 온 손바닥으로 느끼고 나면 그 속의 공기가 뜨거운 숨으로 제 주인을 맞는다. 그 붉은 빛의 안개를 함뿍 품에 안고서야 꿈에서 깨었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역설적으로 그 각성의 상태는 지나왔던 모든 것이 현실임을 증명하므로, 몸에 들어서 있던 모든 힘이 증발하듯 사라지는 것을 느낀다. 그저 오래 달려왔기에 그러할 뿐이라 되뇌이며 풀밭이 자신을 끌어안도록 두었다. 축축한 습기를 머금은 땅에 얼굴을 처박고 누워 있자면 그 습기가 대지의 것인지 제 것인지조차 알기가 어렵다. 기어오르는 열기가 제 몸 속의 것인지, 호흡을 참고 있던 반구형의 공간의 것인지도, 손 안에 느껴지는 종이의 존재가 무엇인지도…….

‘안락’이라는 단어가 붙지 않은 땅 위에 닿은 뒤 비로소 그는 눈을 감을 수 있었다. 어쩌면 앞으로 영영 눈을 뜨지 못하기를 바랐던 것도 같다. 흉곽이 눌리는 감각이 불편했음에도 가위라도 눌린 듯 손 끝 하나 깜짝 할 수 없었다.

머리카락 사이로 따뜻한 바람이 스치는 것도 같다. 퍽 부드럽게 이어지는 흐름이었다. 모닥불의 온열이나 열대야의 바람이 형체라도 가진 것이리라 여겼다.이윽고 목덜미 뒤로 푸석한 것이 닿아 온다. 확실한 촉각을 지각할 수 있는 살갗은 당신께 닿은 것이 결코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이르며 망상체를 강하게 쥐었다 편다. 척수에 저릿함이 타고 내리기도 전 뚜렷한 체온이 물관 속의 투명한 혈을 가로막듯 군다. 다섯 갈래의 가지를 가진 것이 이는 필시 인간의 말단이다. 독을 마신 양 손 끄트머리가 굳었다. 의식이 빠르게 수면 위로 고개를 내미나 눈을 뜨지는 않았다-목을 감싸쥐고 있는 손의 주인을 알기 때문이었던가. 그렇다면 왜 그 순간 잠을 가장하며 회피하기를 택했나. 의문이 머리의 마루를 치고 가라앉는다.

퍽 거대한 타인의 수중은 목 하나를 감싸쥐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두 손이 올려졌다는 감각조차 없거늘, 수많은 주저와 거리낌을 쥔 채 다가온 손은 제 작은 목 하나를 그러쥐지 못한다는 듯 목덜미에 내리앉은 채 한 마디 말이 없다. 경동맥이 자리하고 있는 곳 즈음에서 무엇인가 맥동한다. 그 불안한 뜀박질이 제가 아닌 당신의 것임을 알았다. 엄지와 검지가 자리한 곳 사이, 두터운 살가죽이 그나마의 엷음을 띈 곳에서부터 굵직한 혈관이 움찔거린다. 무엇이라 생각하였더라, 아, 그리도 죽이고 싶다 이르더니 드디어 그 기회를 노리는구나-즈음의 것이었나! 그렇다면 두려움을 느껴야 할 것은 제 쪽이며 증오에 이기지 못해 분을 삭히고 있는 당신은 한 치의 망설임조차 없이 그 목을 꺾음이 옳다-당신 즈음의 힘을 가진 자라면 제 작은 목을 쉽게 꺾을 수 있을테니. 그 즈음 숨이 옅어졌던 것도 같다. 다시 한 번의 마지막은 어떤 기분일까, 그것을 회고할 기회는 있을까, 한 번 뿐인 그 인생에 다시는 필요치 않다 이야기했던 당신이 제 ‘다시’를 또 한 번 마주하게 된다면 그 때의 저는 정녕 시체가 되는 것일까…….

목에서 급히 손이 떨어진다. 그 순간 숨을 멈추었다. 뜨거운 체온이 사라진 자리가 서늘해 몸을 움츠렸다.

공황에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역류하는 숨소리가 들려온다. 시야가 혼탁해져 미간을 작게 찌푸렸다. 언제까지고 잠에 든 척을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무서워. 내가 너를…….” 그 한 마디만큼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답이라 여겼다. 문법이 이리저리 뒤섞인 문장이었으나 당신이 저를 두려이 여긴다는 사실 즈음은 진즉 알고 있었으니! 다시 편히 몸을 뒤척이며 잠꼬대라도 하는 듯 굴면 모든 것은 한 사람의 방백만으로 끝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 다음에 떨어진 말에는 다시 한 번 숨이 멈추었지만-“좋아하니까.”

한 줄기 불길이 무력한 몸 앞에 들어서는 감각은 순식간이다. 칼날이 몸을 예리하게 관통했다가 뽑혀져 나간 것처럼 의식이 끌려 올라온다. 무엇인가 토해낸 것도 같았으나 그것에는 형체가 없다. 흐린 시야 앞으로 새벽녘의 빛을 받으면서도 홀로 흐린 날의 밤에 갇혀 있는 당신이 형체를 갖춘다. 소리 없는 기침이 가슴 속을 메우고 깜박이는 법을 잊은 눈이 위만을 응시한다. 분명 내려다 보는 시선일 터인데 그 높이가 위가 아닌 곳에 있다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초라한 흑과 갈으로 이루어진 것이 수많은 말으로 그 이후를 치장한다. 그 중 어떤 것에도 금빛은 없었다. 누더기를 두르고, 낡은 커튼을 뒤집어쓰고, 미투리로 엮은 헤진 밧줄로 스스로를 묶었다가 놓는가 하면, 씨앗을 닮은 무엇인가를 쥐었다 펴는 것 같기도, 붉은 물을 뚝뚝 흘리다가 또 언젠가는 낙엽에 구른 꼴으로 의태한다. 한 마디로 함축해 엉망이었다. 소원이라는 단어가 흘렀던 것도 같은데, 당신이 이야기한 것의 태반은 귓가를 제대로 울리지 못한 채 빗물처럼 투명하게 낙하해 저를 적실 뿐 그 원형을 알리지 않는 듯 굴었다. 투명한 것이 비인지, 눈물인지, 끓였다 식힌 또 무언가의 물일지, 혈액일지, 또 다른 무색무취의 독극물일지 알 수 없었으나 단 한 가지만은 확실했다-아직 흐려.

당신은 눈을 감는다. 저 역시 뻑뻑한 눈을 감았다 떴다. 눈 안에 지푸라기라도 든 듯 눈을 뜨고 있는 것마저 버거웠다. 오두막 안에 있어서는 안 될 것들이 바닥을 구르고 있다. 정리해야만 했다. 그리 상념에 빠져 있자면, 은빛의 소리가 셔터음처럼 한 순간을 영원히 기록한다…….

몸을 퍼득이며 눈을 뜬다.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면 다행스럽게도 등을 받치고 있는 것은 의자가 아닌 잔디이나 꿈자리가 영 사나워 곧장 몸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목 뒤를 만져 보면 밤중의 습기가 식은땀으로 의태하여 몸의 존재하지도 않는 열기를 식히고 있었으니 괜스레 느껴질 리 없는 한기가 들어 몸을 한껏 접었다. 수많은 것들이 사그라들었던 것 이래로 이 온실 속에서 제가 이토록 초라해 보였던 것은 또 처음이라 고개를 숙였다. 손 안에 쥐어진 종이가 구겨지는 느낌이 들 때까지 손을 쥐었다가, 얇은 종잇장이 버스럭 하는 소리를 내며 그 존재를 알리면 다시 한 번 몸을 잘게 떨었다. 두려운 것은 아니었다. 예민하게 돋구어진 신경이 작은 소리마저도 구체화해 눈 앞에 들이미는 탓이었다. 그리 합리화하며 다리에 힘을 주어 일어났다. 언제까지고 진창에 빠져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곧장 집으로 향해 문을 닫았다. 한동안 온실에 찾아오게 될 방문자는 없었음에도 문을 단단히 걸어잠갔다. 식탁 앞에 앉아 종이를 대강 흩어 둔 채 이틀 간 습기를 먹어 눅눅해진 크래커를 입 안에 욱여넣었다. 생각을 떨쳐내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목을 그었던 용자와 같은 일,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한 일도! 아아, 쥐어짜낸 탄식과 함께 탁자에 콱, 머리를 한 번 내리박았다. 통증과 함께 즉각적인 후회가 몰려온다. 이 미친 것, 왜 그랬지? 그 중얼거림은 모든 것을 아우르는 대명제가 되어, 생각의 거품을 끓어오르게 하는 정촉매로 자리한다. 허튼 웃음이 터져나온다.

“아, 하, 하하! 하! ……. 그러게, 왜 그랬지.”

긁히듯 흘러나오는 목소리에서 쇠 맛이 느껴지는 것도 같았다. 코를 감싸쥐고는 초점 없는 눈으로 탁자 위를 더듬었다. 해야 할 일이 산더미였는데 지금은 무엇도 손에 잡히지 않아 역설적으로 손에 무엇이라도 쥐어야 눈 앞에 일렁이는 음성을 쫓아낼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애석하게도 손에 잡히는 것이라고는 빈 화병이 먼저였다가, 빈 크래커 포장지, 푸석한 부스러기-이것이 손 끝에 짓눌릴 때 즈음에는 포장지 안에 그것을 털어넣었으나 엇나갔다. 마음대로 흐르는 것이 없었다-그리고 끝내는 종이가 마지막이었다. 종이에 잠시 눈길을 주었다가 그것이 여섯 자 이름을 가진 누구라도 되는 양 외면하며 길쭉한 포장지로 꼼지락꼼지락 무언가를 만들어보려 하다가도, 10초도 되지 않아 작고 동그란 다육식물 비슷한 형태를 만들어내고 만다. 제길! 짤막한 욕 한 마디, 못 이기는 척 종잇장을 들어올렸다. 가끔은 집보다도 익숙하게 느껴지는 오두막의 냄새가 종이에 묻어 있었다. 울음이라도 터뜨리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눈물이 나오지 않아 괜스레 눈살만 한 번 찌푸렸다.

며칠 전 저녁 식사 자리에서 당신은 무슨 일로 글이 잘 쓰이지 않는다는 푸념을 내뱉었다. 물론 그 뒤에는 ‘아니다, 내 글이 별로인 적은 없었어. 신경 끄게.’라는 말이 덧붙었으나 신경질적으로 좌우를 훑는 홍채만은 그 뒷말이 거짓임을 시인하고 있었다. 과연, 슬럼프에 빠진 작가의 글은 검게 탄 솜뭉치에 반으로 쪼갠 이쑤시개 몇 개를 꽂아 두고 그것을 고슴도치라 이르는 것 만큼이나 엉성했다! 인간의 모습으로 의태한 괴물 하며, 정원의 존재, 보이지 않는 식물이라 이르는 것들은 퍽 노골적으로 무엇인가를 드러내려는 듯 굴었으니 ‘라이켄에게’라는 제목으로 쓰여졌던 소설을 빙자한 편지보다도 이 소설의 쪽이 더욱 편지-내지는 고해-에 가까워 보일 지경이었다. 못에 내리꽂거든 볼품없이 찢어질 종이가 총알과도 같은 가속도로 다시 한 번 현실을 치고 지나갔다. 정신에 구멍이 뚫린다. 목이 막힌 듯 텁텁했다. 이번에는 제 쪽이 종잇장이라도 씹은 낯을 하고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를 괴롭히고 있는 종이를 대하는 것 치고는 퍽 상냥한 손짓으로 종이를 들어올리고는 방으로 향했다. 집에 자신을 제외한 누구도 없어 부산스러운 제 움직임에 대해 물을 이가 없다는 사실이 차라리 다행이라 여겼다.

일단 종이를 벽에 붙여두고 나니 머리가 식으며 흩어졌던 퍼즐이 제 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퍽 의문스러웠던 당신의 행동들이-그 무엇보다도 저를 증오한다 이르면서도 저를 쉬이 잘라내지 못하던 그 꼴부터 시작하여 꾸역꾸역 시간을 끌어가며 제 삶에 침범하려 했던 사소함까지도, 전부, 단 하나도 빠짐 없이-그저 사랑이라는 단촐하면서도 거대한 단어로 포용되는 순간이었다. 뇌의 고랑과 이랑에 맞추어 결을 파내던 갈고리 중 몇이 거두어졌다. 그럼에도 마음은 한 톨 평안을 되찾지 못했다. ‘토 쏠리는’ 고백과 세 개의 소원, 모노폴리, ‘개같은 수작’ 사이에서 정신이 나뒹굴고 있는데 어찌 평온을 논하겠는가! 침대에 몸을 던지고 이불을 끌어와 그것을 품에 안았다. 잠으로 도피하기에는 눈이 감기지 않았으며 현실의 모든 것이 당신을 지시하는 지금 손에 들 수 있는 것은 붉은 펜 뿐이었다. 스스로에 대한 교열과 윤문이 필요한 때였다. 따지자면 또한 당신에 대한, 당신과 제 관계에 대한, 그 정의에 대한 것이기도 한……. 아, 속이 울렁인다. 이불을 입에 물어 어떤 소리도 목구멍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틀어막았다. 온전한 침묵이 필요했다. 그리 입이 마를 때까지의 시간을 보냈다.

새벽이 올 적까지 혼자였다. 그럼에도 머리맡에는 아홉 살의 라이켄이, 열 아홉의 라이켄이, 스물 아홉의 라이켄이, 동시에 그 시간대에 대응하는 ‘산티노 페라리’의 존재가 선명하여 한 자리에 여섯-어쩌면 그 이상의 인물들이 오고 가 소란했다. 정원을 돌보지도, 음악을 듣지도 못한 채 하루를 통으로 날렸는데도 기분이 아주 싫지가 않았다. 당신이 이르기를, 라이켄이라는 작자는 독점하게 해 달라 해서 얌전히 타인의 손에 떨어질 이가 아니라던데 또 그것은 아닌 듯 하여 몸을 늘어뜨리고 있었다. 하루라는 긴 시간이 당신 없이도 당신이었으니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그토록 바라던 독점을 이루어낸 것이 아니었겠는가! 지금 이 순간 앞에 사각형의 게임 판이 놓여 있었으면 당신은 또 한 번의 소원을 얻어 갔으리라는 확신이 스쳤다. 당신은 그 남은 하나의 소원을 무엇에 소비했을까…….

붉은 펜은 이미 한 번 그어져 있던 선 위로 다시 한 번의 선분을 그어낸다. 라이켄은 산티노 페라리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관심이 없었더라면 이 따위 질문을 속에서 부글부글 끓이고 있지도 않았겠지. 몸을 뒤집었다. 있지도 않은 펜을 손아귀 안에서 돌리듯 손을 쥐었다 편다. 따뜻한 것이 살갗 아래를 싸고 도는 감각이 없다. 찬 손으로 목을 감싸쥐어 보았다. 스물 네 칸 전의 감각을 복기할 수는 없었다. 그 대신 세 개의 소원을 머릿속에 되새겼다.

하나, 방금의 말으로 위선을 떨 것이라면 집어치우라 하였던가! 체, 하는 웃음소리와 함께 팔짱을 끼고 다시 한 번 뒤척였다. 배려와 책임감이 필요치 않다고 논하기에 이미 한 차례의 유기를 경험한 뒤였으니 차마 들은 것을 듣지 못한 양 내버릴 수는 없었다. 한 번 손에 쥔 이상 그것에 대한 명확한 형태를 갖추기 전까지는 다음을 논할 수도 없었다. 심상의 너머로 흘려보냈던 복합의 조각품을 꺼내와 감은 눈 앞에 두었다. 말도 못 꺼낼 정도의 미감으로 둘둘 싸인 꼴을 한 당신을 무엇으로 거듭나게끔 하고 싶은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아내야만 했다. 두 번째 선분이 그어진다. 라이켄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마음이 없다. 아니, 지금이 아니라면 때를 놓치고 말 것이다. 휩쓸리고 싶지 않다면 두 다리로 땅을 딛어야 할 터이다.

둘, 불편하다고 피하지 말아라. 제 입으로 그 말을 다시 한 번 씹어 보니 그 꼴이 퍽 간절해 보여 또 허투루 웃음을 내뱉고 만다. 결국에는 단절을 바라지 않는다는 것과 동치되는 말이 아닌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죽이고 싶다는 말은 반 즈음 비어 있는 말, 관성적으로 애를 뱉은 뒤 증을 새겨야 안심이 되는 당신의 성정이 지어낸 것에 불과하다 여겼다. 세 번째 선분을 그으려다 만 문장은 이하와 같다: 산티노 페라리는 라이켄을 증오한다. 이 문장에 대해 섣불리 교열을 저지르기에는 그 역시도 확신이 없었다. 여전히 라이켄은 산티노 페라리가 아니었으니, 둘 모두가 진심일지, 혹은 둘 중 하나만이 진실일지를 알지 못했다. 펜의 잉크가 하루아침에 마를 일은 없을 터이니 언젠가 다시 한 번의 기회가 올 것이라 여겼다. 대신 꽤 길다란 문장-세 번째의 소원 자체를 부인하기로 결정하며 정돈한다. 후일 산티노 페라리의 마음이 바뀐다면 진심이 아닐 것이니 무시한다. 그 소원에 깔린 전제에도 주욱, 주욱, 어렵지 않게 선분을 그어내며 고개를 기울였다. 라이켄은 산티노 페라리를 안달나게 하고, 때로는 가지고 놀기도 한다. 무슨 이런 악질적인 해석이 다 있담! 그리 생각할 때 즈음에는 코 끝을 보기 좋게 찌푸리기도 했다. 당신이 보았더라면 분명 어떤 낯이든 재수가 없다고 일렀을 안면이었다.

생각이 그 곳까지 닿으면 저도 모르게 손가락으로 입꼬리를 잡아 내리고 있는 스스로를 마주할 수 있었다. 핀잔을 내뱉을 산티노 페라리는 자리에 없다. 색 없는 초침 소리, 가라앉은 아침의 광채, 서늘한 몸뚱이 하나만이 고요한 침실에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이다. 왜 의식하고 있는 것이지, 있지도 않은 녀석을 마음대로 재생시켜서는. 퉁명스러운 당신을 따라해 보기라도 하듯 한 마디 불평을 내뱉고는 몸을 일으켜 앉았다. 왜 의식하고 있는 것이지! 그 따위의 반문을 다시 한 번 던지면 차마 펜으로 새겨 적을 수 없는 당혹스러운 결론의 일부가 추가된다. 라이켄이 산티노 페라리를 의식하는 이유는…….

“야단 났군!”

경계 없이 새겨넣기에는 너무나도 이질적인 단어의 나열이었던지라 그리 내뱉지 않기가 어려웠다. 정말 두 번째 죽음을 맞이하기라도 한 양 숨이 멎은 채 저도 모르게 두 발로 벌떡 일어나 서 있자면 그 자세 자체도 또 하나의 증명으로 거듭났다. 큰일이야. 작게 중얼거리며 마른 이마 위를 쓸었다. 한 방울의 땀도 흐르지 않은 이마 위에는 온실의 습기만이 서려 있었으니 그저 현실에만 남을 뿐이라, 그 순간만큼은 자신에게도 픽션이라 할 것이 허락되기를 간절하게 바랐다. 팔을 감싸안은 채 방 안을 떠돌았다. 퍽 거슬리는 형태가 하필이면 가슴팍에 꽂힌 탓에 그것을 뽑아내면 가시에 엉긴 심장 따위를 함께 긁어내는 꼴이 될 것만 같았다. 무엇도 새어나가지 않게 그 위를 그러쥐었다. 있지도 않은 장기가 뒤틀리는 환상통이다. 그것만은 또 현실이 아닐 터인데 어찌 현존하는 제게 통증을 안겨주는가! 입술을 꽉 깨물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 녀석이 본다면 징그러운 표정 따위 짓지 말라 이르겠군, 아, 역시 그 말은 별로 듣고 싶지 않아……. 억지로 안면을 연신 쓸어내려 표정을 다듬었다.

라이켄이 산티노 페라리를 의식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언제부터 자리하기 시작했던 감정일지도 정의내리지 못한 채이나 숙고 끝에 결론을 내린다. 수십번을 맴돌아도 답안은 애정 뿐이다. 다른 이들에게 쏟고 있는 것과는 또 궤가 다른, 수많은 것들을 사랑하고 품어 왔던 이가 자각하기에도 퍽 다른 형태를 한 것! 다른 모든 것을 제하고 아주 추상적으로 포괄한다면 그 단어가 또 의식을 쿡쿡 찔렀는데, 애써 다듬은 낯이 일그러질 때 즈음에는 필자인 라이켄도 더 이상 그 감각을 회피할 수 없으리라 시인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 착각이 아니다. 이리 속이 뒤집히는 것은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을 느낄 적마다 찾아오는 고질병과 같은 것이니 분명하다. 당신이 저를 원망하고 질타했을 적을 돌아보면 예외조차 없는 듯 선명했다. 그 때에도 전조는 있었던 것인가! 깊어지려는 생각을 붙들고 문을 열었다. 맑은 공기가 필요했다. 닥쳐올 다시 한 번의 흐름을 견딜 힘이, 공포를 잊은 자로서는 입 밖으로 내뱉기도 우스운 용기라는 것이 필요했다.

새벽의 남은 여백은 출근 전보다도 요란했다.

아침의 온실, 개중에서도 집과 가까운 곳의 풍경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흔적이 남아 있다. 흑백의 리본이 풍향계마냥 흩날리고, 작은 오리나무 분재가 문 앞에 놓여 있는가 하면, 그 옆에는 과시적으로 자라난 파키라 한 그루가, 그 위에는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독특한 소리를 내는 기계가, 아직 내어주지 못한 신종의 표본이, 온실에 남아 있기에는 퍽 어색한 소라 고둥 하나가 있다. 커튼처럼 드리운 덩굴을 걷어내고는 꼬박 열여덟 분의 흔적이 남은 작은 정원을 거닐었다. 그리 걷고 있자면 늘 그 사람 만큼의 인사를 받는 듯 하여 홀로 남은 것을 외로이 여기지 않을 수 있었다. 땅을 가볍게 밀어내는 발걸음은 그리 홀가분하지 못한 것이나 익숙한 길을 걸음을 멈추지 않음은 그 끝까지 당도하리라 마음을 먹은 탓이었다. 파키라의 얇은 잎이 유독 투명하고 푸르러 보였다. 저도 모르게 그것에만 유독 애정을 쏟고 있던 것은 아닐까? 뒤를 흘겨보던 시선이 한 번, 이후로는 뵈는 것 없이 걸음을 잇기만 하였다.

한 번 당신의 존재를 의식하고 나면 온실 속의 많은 것들이 또 한 번 동일한 이를 지시한다. 이름과 꼴부터가 당신을 모방하고 있는 산티나무는 말할 것도 없고, 당신을 처음으로 온실 안으로 끌고 들어왔을 적 당신이 유독 오래 눈길을 두었던 신종 식물-당연스럽게도 촉수가 달려 있었다-에도 눈길이 멎는다. 언젠가 온실 주변의 평원에 누워 꽃을 꺾었던 날의 것과 닮은 날씨는 책 사이에서 떨어진 흰 들꽃을 연상시키고, 책갈피를 만드는 법을 알려줄 적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라 이르는 표정을 짓고 있던 낯을 또 떠올리게 한다. 이제 와서 돌이켜 보면 모든 것이 복선과도 느껴지는지라, 답지 않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생각에 목을 죄는 넥타이를 만지작거렸다.

온실의 북문 밖으로 나설 때 즈음에는 풀려 있던 단추 몇을 하나만 남기고 잠그는 저를 마주할 수 있었다. 스스로의 꼴을 비웃듯 하, 하는 웃음소리를 내었다가도 손을 가벼이 털어냈다. 원래 애정이라는 것은 사람을 유치하게 만드는 법이었다. 걷었던 소매를 도로 내리고는 팔에 걸쳐 두기만 했던 자켓을 몸에 둘렀다. 별 일도 아닌 것에 유난을 떠는 것은 확연히 우스웠다. 머리카락이 뻗어 있지는 않을까? 눈을 찌푸린 채 유리 위의 실루엣을 더듬어 보나 갈색으로 치장한 얼룩덜룩한 인영만이 보여 시간을 끄는 짓일랑 그만두기로 하였다. 도착할 때 즈음이 되면 정오가 되어 있을 것 같았다.

“집에 없나, 산티노!”

문을 두들기는 것만 꼭 아홉 번째다. 세 번째 즈음에 창문의 그림자로 커튼이 닫히는 것을 분명히 보았으니, 미이가 무슨 일로 오두막까지 행차한 것이 아니라면 인간의 부재는 전면으로 부정당해 마땅한 가정이었다. 손이 얼얼했다. 비 오는 날 닫힌 온실의 문을 두들겼다는 당신의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될 법도 했다. 머리 위의 볕뉘가 눈부시게 산란하는 것은 또 그 때와는 다른 풍경이니 비할 바는 되지 못할까, 그렇다면 조금 더 끈질기게 구는 것이 옳다. 손바닥에 손가락의 마디를 대고 문질렀다. 따끔거리는 찰과상이 가라앉으면 열 번째의 두드림을 이어가려 마음을 먹은 찰나였다.

문 너머에서 존재감을 숨길 마음이 없는 발걸음이 가까워지고, 이내, 달칵. 하루 하고도 몇 시간만에 오두막의 문이 열린다. 손을 쥐고 있던 것을 아래로 떨구고는 거대한-동시에 퍽 왜소해진 당신을 올려다 보았다. 머리카락이 평소와는 다른 방향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어디 아파?”

“…….”

피곤한 낯이 여과 없이 눈살을 찌푸리며 문을 막아선다. 닫힌 문 바깥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던 날에도 꼭 저런 표정으로 내려다 보고 있었던 것도 같은데, 이번에도 그런 식으로 저를 남겨둔 채 문을 닫게 될까? 아, 뿌리고 온 향수가 영 별로였나, 넥타이 색이 셔츠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한 번 생각의 물꼬를 한 방향으로 트고 나니 자연스레 몸이 굳고 수많은 만약에 압도당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니 이런 감정을 언제부터인가 꼬박꼬박 느끼고 있었다는 것이지, 너는? 소리 없는 물음을 던지고는 말을 이었다.

“들어갈 거야. 나와라.”

“이 집이 내 집이지 자네 집인가? 할 말이 있다면 세 문장 내로 짧게 끝내고 돌아가게.”

“세 줄이라니 박하군! 소설은 절절하게도 몇 장을 써 주었더만…….”

아뿔싸, 뱉고 보니 벌써 두 문장이다. 뇌내에 난무하는 단어의 태반을 잘라내야 하는 상황에 입을 다물었다. 신중하지 못한다면 또 다시 아홉 번 즈음은 문을 두들겨야, 아니, 아흔 아홉 번 정도는 이 짓을 반복해야 할지도 몰랐다. 투명한 피가 멎어 진액처럼 굳은 손의 마디를 손가락으로 쓸었다. 어떻게든 문장을 완성시키기 위해 문장 부호를 밀고 당기기를 거듭한다. 눈 앞의 인물은 질린 표정을 짓기에도 지친 표정-차를 끼얹고 난 직후에도 저런 낯이었던가, 아마-을 한 채 자세를 고치고 있었다.

“제대로 할 말도 없으면 왜 왔나? 약속 가는 길에 마음도 없이 그냥 들린 거면 가던 길이나 마저 가게. 농담 따먹기 할 시간 없…….”

“있다, 할 말, 당장 해야 해.”

셋. 어순이 엉망으로 엉긴 삼각형의 문장이 불안정하게 땅을 구른다. 문을 닫지 못하게 대뜸 빈 틈에 발을 밀어넣고 문 틀에 몸을 기대었다. 이대로라면 세 문장이라는 룰을 어겨도 멋대로 밀어내거나 문을 닫지는 못할 터, 자신은 판의 바깥에서 발언권을 독점할 기회를 얻는다. 가지를 치듯 쳐냈던 단어 몇 개를 주워 다시 얽었다. 몇 번을 생각해 보아도 역시 언어를 재생시키는 데에는 재주가 없었던지라, 다듬고 다듬어도 투박한 꼴의 초록만을 토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에 약간의 후회가 몰려왔다. ‘산티노에게’로 시작하는 한 장의 글이라도 써 왔더라면 상황이 달랐을까! 속이 답답해 넥타이를 끌어내렸다. 물리적인 압박으로 인한 감각이 아님을 알았음에도 괜스레 정돈된 자신을 흩어 두어야 한다는 추동이 몸을 조종했다. 몸 속의 모든 산소를 내뱉듯 숨을 깊게 내뱉는다. 당당하게 한 마디 뱉어 주려 했더니만, 이제는 몸에 힘이 풀려 고개를 들어 그림자 진 낯을 바라보는 일에도 힘이 들었다.

목구멍을 긁고 튀어나간 한 문장이 담백하고 버석하다.

“좋아해, 나도.”

“……. 내가 아직 잠이 덜 깼나. 이 딴 헛꿈을 꾸다니,”

“허튼 소리 말고 들어라, 잠 안 오잖아. 좋아한다고, 산티노 페라리!”

목소리의 끝이 볼품없이 갈라진다. 그 소리의 끄트머리에서 작게 터진 빛의 스펙트럼에 하하, 하고 허투루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할 말의 핵심은 마무리했으니 계단 밑으로 밀쳐져도 좋았다. 말은 다시 한 번 뿌려졌으니 그에 대한 책임은 또 자신의 것으로 돌아올 것, 산티노 페라리라는 이름에 덧붙여지는 무게가 늘어나 겉잡을 수 없는 중력으로 천천히 자리했다. 말을 할 용기는 내었으나 이후를 바라볼 용기만은 쥐지 못한 이는 천천히 상체를 바로세우고, 얼굴 대신 옷의 익숙한 무늬를 눈에 담기를 택하며, 오두막 안의 정돈되지 않은 꼴에 한 번 눈을 굴리고, 비라도 내리기를 소원하더니, 이제 되었다는 양 계단에 몸을 앉혔다. 등 뒤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지 않기에 기왕 한 번 시작한 방백을 끝까지 뱉어보기로 결심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꼴이거든 당신은 그것을 뭉쳐 모닥불에 던져 넣으면 그만일테니! 으음, 짤막한 침음, 손에 고개를 파묻었다. 새 우는 소리가 그 사이를 채운다. 문장의 호흡이 느려진다.

이후 라이켄은 새, 잎, 등 뒤의 모닥불, 바람, 제 목소리가 뒤섞인 보잘것 없는 것을 이어붙였는데, 그 스스로만이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닌 정글의 틈에까지 전해진 것을 요약하자면 내용은 대강 이러했다: 어제의 하루는 당신 없이도 꼬박 당신 뿐이었는데 그것이 싫지 않다니 제가 드디어 미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천히 과거를 되짚으며 생각해 보니 가능한 답은 이것 뿐이라 정돈하지 않고는 참을 수가 없었고, 현상을 유지하고 싶다 이야기했던 당신에게 또 한 번의 변칙을 안겨주게 된 것만은 확연히 미안하게 여긴다-이 말을 할 때 즈음에는 ‘하지만 너도 내게는 난제였어!’ 라는 불평을 덧붙이기도 했다. 기어이 뒤를 돌아보지 않은 스스로가 용했다. 또한 당신이 그 이상을, 적어도 지금은 바라지 않는다면 자신 역시 남겨 둔 말을 잠시 내려둔 채 지금을 유지할 수는 있을 것이나 그것이 얼마나 오래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는 불확실과, 착실히 얻어낸 소원 셋 중 그 어떤 것도 이루어주기 어렵게 된 것에 대한 사죄, 전부 모아두고 보니 제 탓이 확실하다는 습관적인 내부귀인, 그러니 그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싶다는 염원을 새기고 나면, 아, 글렀다! 불에 던져 넣기에는 퍽 생생한 것이 입을 가리던 손아귀 안에서 흘러내리고 있었다.

말을 뿌리부터 잎까지 뽑아내 남의 땅에 심어 두고 나면 등 뒤를 돌아 볼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입을 틀어막아 내뱉은 것을 집어삼키듯 군다. 정신이 뚜렷하게 윤곽을 보일 때 즈음이 되면 그제서야 몸을 일으켜 걸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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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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