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슷따의 감정 자각과 그걸 지켜보는 1st서번트들이라던가

1번최애 관련 드림

"마스터 군, 자네는 사람이 너무 좋아."

"응엉이 엉응에?"

"그래, 말을 정정하JI."

관을 닮은 무기에 손을 얹는가 싶더니 무게를 싣고 기대선 이는 샌드위치를 먹으며 휴식을 취하는 제 마스터와, 그 옆에서 함께 샌드위치를 베어물며 모자 챙 너머로 저를 꽤나 고깝게 올려다보는 서번트를 내려다보았다. 믿음직스러운 전열의 선임 서번트들이 정찰을 한다며 자리를 비웠다고 그걸 휴식으로 치부하며 도시락을 까먹는 마스터라. 보초 격으로 제가 있다지만 무방비하지 않은가-싶다가도 총잡이의 시선이 서늘한 것에 그 말은 일단 넣어두기로 했다.

"자네는,"

"마스터, 빵 부스러기 좀 털면서 먹어."

"어엉."

검회색빛의 시선이 이번에 새로 합류한 그를 스쳤다가 다시 마스터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유독 내게 무르단 말일SE."

"응? 응."

타다닥, 손으로 입을 때리는지 입에 묻은 부스러기를 털어내는지 모를 정도로 빠르게 손을 움직여 제 입을 털어낸 그녀가 영혼이라고는 하나도 담기지 않은 목소리로 긍정했다. 빌리는 그 모습을 보다가도 제 손에 들려있던 샌드위치를 한 입 더 베어물었다.

"아무래도 첫 번째 5성 아처기도 하고, 취향도 취향이라."

그게 자랑이 될 만 하던가, 싶을 정도로 웃는 이를 보며 뭐라 할 말은 없었기에 결국 그 대화는 그런가, 하는 것으로 끝났다. 이후로는 정찰을 다녀온 서번트들이 다시 합류해서 멋대로 도시락을 까먹은 마스터와 그걸 말리긴 커녕 같이 먹고 있었냐며 빌리가 함께 혼났고, 신입으로 들어온 제임스 모리어티 또한 방관한 죄로 소환된 이래로 처음 꾸중이란 것을 들어봤더란다.

…-그땐 그랬지. 한 번 듣게 되면 문득문득 생각이 나버리는 것이다. 마스터는 타오르는 모닥불을 중심에 두고, 둥글게 둘러앉아 간만에 모여 앉은 1st 서번트들을 한 번 봤다가 모닥불을 봤다가, 잠시 어두운 수풀이나 나무 너머를 봤다가 하며 주변을 관찰함과 동시에 상념이 튀어나가지 않도록 주의했다.

아무래도 오를레앙에서 심장이 반응했던 님보다 먼저 오기도 했고, 든든하기도 하고, 취향인 건 맞고, 이런저런 여건이 모여서 다 지금은 최애가 되었다 이거다. 최애면 뭐, 편애도 한 번씩 해주고, 유독 좀 무르게 대하기도 하고 그런 거 아닌가. 그게 뭐 어때서 그때 그렇게 걱정스럽게 말했던 건지.

"마스터, 뭐해?"

"흙장난."

옆자리에 앉아있던 다윗이 잠시 웃는 낯으로 그녀의 옆얼굴을 바라보다가도 슬그머니 제 지팡이를 쥐고 마스터가 발로 쌓아올린 흙벽을 무너뜨렸다. "아-, 다위잇-." 길게 늘이는 호명에 그는 산뜻한 미소를 띄워올렸다.

"품위 없다고 메이든이 떨어지는 것보단 낫지?"

"……어, 그건 그래."

무너진 흙벽을 보던 마스터는 다시금 상념에 빠져들었다. 이것, 저것, 최애와 관련된 것을 돌이켜보고 의견을 좀 넣어볼 수록 최애면 그럴 수 있지 않나? 싶은 심정이 계속 고개를 들었다가 숙이길 반복했다. 캠핑 끝나고 칼데아 돌아가면 오타쿠 친구 맺은 티치에게 물어보면 될 터다.

애초에 최애니까 뭘 해도 좋은 건데 모리어티는 왜 그걸 이해 못 한담. 대부분은 문제가 없어보이듯 하다가도 한 번씩은 꼭 걱정스럽기 그지 없다는 표정을 짓거나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저를 봐도 좋은 건 좋은 거니까 어쩔 수 없지만. 푸른 눈도, 길고 가는 손가락도 좋다. 장난스럽게 한 번씩 파파나, 마테리얼에 있는 Mr.댄디 같은 거로 부르면 마이 걸 하고 맞장구도 잘 쳐주는 목소리도 좋다.

"이제 잘 구워졌네! 자, 마스터부터."

"부디카님 최고!"

"먹을 거 하나에 아직도 저렇게 넘어가서 어떡하면 좋을지…."

"에헤이, 아마쿠사 지금 나를 5살로 아는 모양인데 님들 한정! 님들 한정!"

"그런 거로 치죠."

모닥불에 잘 구워진 꼬치를 쥔 채 그녀는 열심히 제 입을 움직였다.

저로 인해 선을 알게 된 제임스 모리어티가 제게는 꾸준히 선을 관철하라면서 본인은 악당 미소를 지으며 한 번씩 뭔가 꿍꿍이가 보이는 것도 좋다. 뭐, 가끔 그게 사건사고가 되긴 하지마는.

꼬치에서 한 덩이를 더 빼내 먹은 마스터는 멧돼지 고기를 구워 먹는 에릭과 일부러 그쪽은 쳐다보지 않으려는 디어뮈드를 바라봤다가- 새로운 구이용 꼬치를 다시 만드는 부디카와 머리에 혹 하나를 달고 함께 작업하는 메피스토를 시야에 담았다. 대놓고 놀려주지 못해 조금 아쉬울 따름이다.

"아까부터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해?"

"그냥 실없는 생각?"

"흐-응?"

닿아오는 시선에 웃음으로 얼버무린 그녀가 카밀라의 어깨에 슬쩍 제 머리를 기댔다.

"물론 카밀라님 생각도 하지. 우리 칼데아 개국공신 아니야, 그치?"

"아첨은."

싫진 않은 듯 부드럽게 짓는 미소는 그야말로 미인의 광채가 드러나는 것이라, 마스터는 잠시 꼬치에 있던 고기 한 덩이를 새로 빼먹지도 못하고 두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또 눈이 부신 거냐며 기분 좋은 듯한 웃음소리가 들려오고, 그녀는 거기에 동의하는 것이 언제나의 패턴이었다.

그러네, 언제나의 패턴이라고 하면 모리어티도 뭐, 비슷하긴 하다. 아무래도 다른 라인의 칼데아들과는 이것저것 좀 달라서 서번트가 많이 없는 탓에 회(会)같은 건 없는 것 같지만 가만 보면 여기저기 잘 보인다고 할까. 그와중에도 저랑 눈이 마주치면 그 파란 눈동자가 저를 담았다가 조금 반가운 듯 휘어져서는 마이 걸, 같은 호칭을 담는다던가. 그러면 저는 거기에 대고 그의 별칭같은 걸 부르면서 다가가는 것이 일종의 패턴이렸다. …맞나? 맞겠지.

회상과 상념을 반복해서 거듭하고 머릿속에 그리던 그녀가 순간 얼굴에서 웃음기를 지워냈다.

굳어버린 표정이 마침 마주보던 방향에 있던 마슈와 지크프리트 측에서 잘 보였던지, 친절한 용살자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 바로 제 마스터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이냐 묻는 질문 뒤에 이어지는 건 꼬치라도 부러뜨려서 입안에서 씹었느냐 따위의 하찮기 그지없는 질문이었으나 이내 그 또한 그녀의 표정을 내려다보며 제 질문의 방향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방금 전까지만해도 분위기와 술에 취해 웃음기만 머금던 노을빛 눈동자에 삽시간에 물드는 감정은 사랑의 서사를 가졌던 서번트라면 모를 수 없는 것이라, 그는 제 마스터의 표정이 변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굳었던 표정이 서서히 풀리는가 싶더니 크게 뜨였던 동공이 잠시 길을 헤매고, 감겼다 뜨였나 싶더니 이 자리에 함께한, 지크프리트를 포함한 다른 서번트들을 훑었다.

"마스터?"

빼꼼, 지크프리트의 어깨 뒤로 다윗이 고개를 내밀고 카밀라가 팔을 움직여 그녀를 바로 앉혔다.

무엇이 그리도 당혹스러운지 귀 끝이 붉어진 그녀는 얼마 안가 목도 붉힌 채 입술을 벌리고 뻐끔거렸다. 마스터가 빨갛다며 어눌한 말솜씨로 웃던 에릭의 문장이 끝나자마자 마스터는 제 손을 움직여 하관을 가렸다가 다시 손을 내렸다. 모닥불의 열기와 색채를 고스란히 반사하듯이 그 짧은 시간동안 마스터의 얼굴은 새빨간 과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나 아무래도 진짜 좋아하나봐."

두서없이 던져진 문장 하나에 짧은 정적이 내려앉았다-가도 얼마 안가 거품이 터지듯, 청량한 웃음소리가 등장하니 멋대로 내려앉았던 불청객은 힘없이 물러갔다.

그 웃음소리에 대한 평소 반응은 무엇이 그리 재미있느냐는 마스터의 질문이 당연했음에도, 그 질문을 했어야 할 당사자는 여전히 길을 잃은 것처럼 두 눈에 품은 노을빛을 흔들고 있었다. 당혹스러운 듯한 시선처리가, 본인이 자각했음에도 본인이 느끼는 감정을 어쩔 줄 몰라 붉어진 피부가, 어두운 하늘 아래에서도 모닥불의 빛을 받아 울 것처럼 그렁거리듯 보이는 눈이 퍽이나 귀여웠기에 한 번 터진 웃음소리에 이어 다른 거품들이 터지며 몇몇 작은 웃음들이 합쳐졌다.

아-, 마스터라는 이가 순간까지도 온갖 경험을 다 해놓고서는 모든 여행이 끝나갈 무렵이 다가와서, 가장 길게 품고 갈 경험을 이제서야 하면 어찌하나. 옆에서 앞으로 얼마나 머물 수 잇을지도 모르는데 이걸 어쩌면 좋나, 하고 초장부터 함께했던 이들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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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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