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S2B] 그늘 너머로
2024.07.21 안 쓸 것 같아서 그냥 올리기로. 환생AU.
큰일났다. 욱신거리는 발목을 만지작거리곤 9S는 볼을 긁적였다. '너무 깊게 들어가지 말라고 했을 텐데요.'하는 누나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네에, 네~'하고 기세좋게 대답하고서 이렇게 되었다는 걸 어떻게 생각하려나. 어린 아이를 혼내듯 따끔히 혼낼까? 아니면 질린다는 듯이 이마를 짚을까. 늘 무심한 표정의 누이의 미간이 찌푸려지는 상상은, 음, 미인은 화내는 모습도 아름답겠지만.
옆의 나무를 붙잡고 억지로 몸을 일으킨다. 비탈에서 굴러떨어진 거 치고는 멀쩡한 상태였다, 발목을 제외하면. 부러지진 않았겠지만 다시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도움을 요청하기엔 휴대전화는 산 속이라선지 권역이탈. 어느쪽으로 가면 마을이 나오는지는 알고 있지만…….
지팡이 대신 나뭇가지를 짚고서 하늘을 본다.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다행이 아직 파랗고 맑았다. 걸어온 방향은 기억하고 있으니 전파가 통하는 곳까지만 이동해 전화를 걸자. 불안과 설렘을 안고서 9S는 걸음을 옮겼다.
다정한 손길이었다. '나인...' 방울 방울, 물방울이 떨어진다. 비라도 내리고 있는 걸까? 어렴풋한 시야로, 호수가 일렁이고 있었다. 아, 울고있구나. 나때문에? 부서지는 햇살에 은빛이 반짝거린다. 처음 보는 사람인데, 나를 위해 울어주는 걸까. 어쩐지 마음이 벅차오른다. 괜찮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은데 손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미안해, 조금 피곤해서 그래. 잠깐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테니까.
으슬으슬하다. 온기를 찾아 감싸면, 움찔 굳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업혀있다는 걸 불현듯 깨달았다. 은백색 머리칼이, 눈앞에 가물거린다. "……추워?" 조금만 버텨. 작은 목소리가 낭랑하게 울린다. 괜찮아질거야, 하고. 이젠 울지 않는구나. 약간의 서운함과, 안도속에 나는 까무룩 잠들었다.
환생AU. 9S-21O 남매. A2-2B 사촌. 이사간 시골동네 산을 올랐다가 길을 잃어버린 9S를 도와준 것은 온통 단발의 새하얗고 아름다운 소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신사로, 신관이 그가 앞에 쓰러져있었다고 한다. 하얀 여자아이가 자신을 도와줬다고 말하면 신관은 미묘한 표정으로 그런 사람은 우리 마을에 없다, 고 이야기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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