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S2B] 다시 만나요
2023.08.27 본편 및 소설 등 스포일러 포함. 사망네타. 안티노미 감상에 가까운 글.
완전히 시각센서가 고장난 모양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고통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자꾸만 눈꺼풀이 감기고, 점점 차갑게 가라앉아가는 듯한 안드로이드에게는 낯선 감각만이 남았다. 매달리듯 잡은 채 떨리는 손만이 잠이라는 심해에 가라앉지 않도록 붙잡고 있었다. 이제 놓아도 괜찮아요, 2B. 이제 돌아가도 괜찮아요. 그렇게 말해줘야하는데 손의 온기가 너무 따뜻했다.
"……9S."
네, 2B, 듣고 있어요.
안드로이드는 울지 않는다. 요르하부대는 울 수 없다. 그런데도 한 번도 본적 없는 눈물을 떠올린다. 이상한 일이다. "9S, 9S……." 첫 인상은 차가운 사람. '요르하 부대 다운' 늠름하고 시린 목소리의 아름다운 사람. 춤을 추듯 경쾌하게 움직이던 다리, 날카로운 궤적을 그리며 반짝이던 검, 내가 필요없는 강한 사람. 그렇게 생각하며 조금은 불안해했던 과거가 어리석게 느껴질 정도로 그 목소리는 물기를 머금고 있었다. 그 사실아 아프고 기뻤다.
"가지 말아줘……."
대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직 좀더 2B와 함께하고 싶었다. 아니, 사실은 계속 2B와 함께하고 싶었다. '2B'의 곁에 있는 게 자신이기를 바랐다. 다른 사람도, 다른 '나'도 아닌, 지금의 나. 할 수만 있다면 '나'에게도 양보하고 싶지 않아. '목숨을 이용해서라도 성공해야하는 작전을 수행하는 것은 우리의 역할.' 백업할 수 없는 나를 폐기하고, 백업한 데이터로 벙커에서 눈을 뜨면 그것뿐인 이야기. 그럼에도 2B가 내 곁에 있겠다 선택해주었을 때는 충족되는 기분이 들었다. '요르하 부대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이 '사고'는 다양성 확보를 위한 프로그램의 부산물. 그러니 마치 인간처럼 감정에 휘둘려 정답을 뒤로하고 있는 우리의 프로그램은 오류투성이겠지.
그래도 이 오류를 나는.
있잖아, 2B, 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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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9S는 백업할 수 없는 방식으로 망가지고, 2B는 데이터를 백업하고 기체를 폐기해 벙커에서 눈을 뜨면 임무를 재개할 수 있으니 9S를 폐기하고 벙커로 '돌아'가면 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9S가 완전정지할 때까지 곁을 지키기로 결정해 정지할 때까지의...같은 느낌의 조각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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