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14 하데아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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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사랑하는...”
조용히 해.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도 가차없네. 그게 네 매력이지만. 그것보다, 떠돌던 여행자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어. 위대한 명계의 왕이 죽은 연인이 그리워 지은 심해의 도시가 바로 아모로트라는 가설, 어떻게 생각해.”
웃기는 가설이군, 조목조목 반박할 기운도 없으나 반박하지 않으면 네가 그것을 사실로 여기고 재미있어 할 것 같으니 반박해주겠다. 첫째로, 연인이 그리워 지은 게 아니다. 둘째로, 너와 나는 연인이 아니었다.
“그때는 그랬지. 지금은 어때? 지금도 나와 그냥 친구로만 남고 싶어?”
내게 뭘 바라는 거지? 망령아. 너는 내가 감히 구현해 낸 친구의 환영에 불과해.
“네 감정에 좀더 솔직해져 봐, 하데스.”
그 이름으로 나를 부르지 마라. 너는 아젬도 아니고, 그 애는 더욱더 아니며, 그 비슷한 무엇도 될 수 없을지어다.
“네가 만든 나 정도면 좀 가지고 놀아도 좋잖아? 네가 원하는 대로.”
그것은 툴툴거렸다. 진심으로 속상하다는 듯이.
사람을 가지고 놀 만큼 질 나쁘지 않아, 난.
“이상하네, 분명히 네가 처음 이 도시에 나를 구현했을 때는...”
조용히 하라고 했어.
그는 일부러 목소리로 그 환영을 짓눌렀다. 짙은 목소리에는 더는 만날 수 없는 존재를 멋대로 만들어내 능멸했다는 사실에 대한 치욕과 울분, 그리고 죄책감이 가득 묻어난다.
“...이런, 널 슬프게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어.”
명계의 왕은 말이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조금 재미있어. 나에 관한 새로운 해석을 보는 기분 말야. 게다가 나는 너를 사랑하니까, 이 정도 헛짓거리쯤은 가볍게 눈감아줄 수 있지. 어때? 몇만 년이나 지났으면 조금 받아들여볼 생각 없어? 태양의 사랑을.”
그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침묵 끝에 무거운 입시울이 열린다.
사라져라, 그리고 어지간하면 다신 나타나지 마.
“세상에... 넌 너무 상냥하다니까. 나를 없애거나 영원히 사라지라고 하는 게 아니라? 설마 이 모든 대화가 스스로의 상상력이 구현해낸 아젬의 찌꺼기와의 교류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래서 네가 듣고 싶은 말을 내가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멈출 수 없는 건 아니지?”
근 몇천 년만에 진심으로 울컥한 모 도시의 주인은 천천히 엉덩이를 떼고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하데스.”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몇 번을...
“에메트셀크, 사랑하는 하데스, 내 소중한 친구, 그리고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내 영혼의 반신.”
...
“나 갈게.”
...
“이번에도 작별인사는 하지 않아?”
...그래. 과거에 안 했던 짓은 미래에도 돌이키지 않아.
“고집부리지 말고 한 번만 안아주지 그래. 어차피 여긴 아무도 없잖아...”
그는 마지막으로 딱 한 번, 핀잔을 주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그 자리에 아젬의 환영은 사라지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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