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방의 어떤 날, 지하 저장고에서
문장 짧게 쳐내기 연습용. 1시간쯤 걸린 것 같음.
2024. 01. 31. 11:42 p.m. / 1415자
포도주 숙성용 오크 통을 지하에 두는 이유는 계절에 따른 온도 변화가 적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자면, 오크 통을 보관하는 지하 저장고는 사시사철 서늘한 곳이라는 뜻도 된다.
그리고 한여름 옷을 입은 채 그곳에 갇힌 사람이 하나.
"......"
블랑이 눈치를 채고 열어줬으면 좋겠는데. 뭔가 사고라도 난 모양인지 위에서는(공방 스테파노티스의 지하 저장고 문은 1층 바닥에 달린 뚜껑 문이다) 우왕좌왕하는 발걸음 소리만 들려올 뿐이다. 문을 올려다보다 한숨을 쉰 티스는 그나마 따듯한 편인 문가 계단에 붙어 앉았다. 옆에 놓인 랜턴의 강하지 않은 빛에 줄지어 선 오크 통들이 어스름하게 보인다. 오크 통의 그림자가 너울거리는 광경은 어딘지 모르게 불안한 느낌을 준다. 익숙한 광경인데도.
아무도 없는 지하 저장고에서 소리가 들려서, 쥐라도 들어왔나 싶어 내려왔는데. 오자마자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턱을 괴고 저장고를 눈으로 훑고 있자니 새삼 추위가 느껴진다. 무릎을 세워 끌어안아도 그다지 도움은 되지 않는다. 언제 나갈 수 있을까. 늦으면 내일 오전 중이려나. 그때까지 버틸 수 있어야 할 텐데.
그리고 다시 소리가 들린다. 낮게 울리는 구룩거리는 소리. 긴장한 티스는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가늠해 봤다. 왼쪽? 조금 위? 돌벽에 소리가 울려서 근원지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뭔가 익숙한데. 어디서 들어본 소리인지 생각해 보던 티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건 아마... 랜턴을 들고 계단을 내려간 티스는 지하 저장고의 대들보 사이를 꼼꼼하게 살폈다. 부츠 굽이 돌바닥에 부딪히는 소음이 들리던 소리를 끊은 뒤다. 하지만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이게 무슨 소리인지 기억해 냈으니까.
"티스! 괜찮아? 요란한 소리가 들리던데! 문 위로 상자가 쓰러져 있어서 늦었어!"
지하 저장고의 문이 벌컥 열린다. 랜턴 불빛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밝은 빛이 쏟아져 들어온다. 티스는 팔과 손아귀에 힘을 주며 있는 대로 미간을 찡그렸다. 계단을 달려 내려온 발소리가 티스 바로 아래에서 멈춘다.
"...거기서 뭐 해?"
대들보에 매달려 있느라 팔이 후들거린다. 문이 열려 주위를 분간할 수 있게 된 티스는 바닥으로 뛰어내렸다. 그리고 블랑을 향해 손에 쥐고 있던 것을 내밀었다.
"어어? 새?"
"산비둘기예요. 왜 여기에 들어온 거지."
비둘기도 지쳤는지, 조금 전에 비하면 훨씬 얌전해졌다.
"아아! 아침에 청소한다고 뒷문이랑 저장고 문을 열어놨었는데, 그때 들어왔나 봐."
비둘기는 잘 걷는 편이니, 그럴 수도 있지. 고개를 끄덕인 티스는 비둘기를 내민 손을 한 번 까딱였다.
"응? 왜?"
"밖에 데려가서 풀어주세요. 전 이 녀석이 여기 어딘가에 실례를 하지 않았나 확인할게요."
블랑이 비둘기를 받아 들고, 티스는 저장고 문에 받침목을 단단히 세웠다. 또 갇히는 건 싫으니까. 공방의 작은 소동이 일단락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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