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226

글을 쓰고 싶다.

나는 어려서부터 항상 창작욕구에 목말라 있었다. 글을 쓰고 싶다. 노래를 하고 싶다. 그림을 그리고 싶다. 영상을 만들고 싶다. 악기를 연주하고 싶다. 춤을 추고 싶다, 등등... 뭐가 됐건 아무튼 창작을 하고 싶었고, 내 마음을 어디로든 발산하고 싶어 했다. 시도를 했던 적도 많다. 음악은 꽤 진지하게 했었고, 악기연주도 한개씩은 꼭 잡았다. 어렸을 땐 플룻, 대학에 들어가선 베이스, 드럼, 그리고 지금은 피아노. 물론 지금까지 계속 연주를 하고 있지는 않는데, 이 지점이 가장 안타까운 지점이다. 가창 또한, 나는 꽤 긴 시간 동안 진심으로 힙합을 하고 싶어 했다. 지금은... 내려 놓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걸로 밥을 벌어먹고 사는 것은 적어도 나는 불가능할 것 같다는 계산 결과가 그 이유이다.

사실 나는 어려서부터 예/체능 쪽으로는 뭘 잘 한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없다. 글을 잘 쓰나? 애초에 글을 잘 읽는 사람이 별로 없는 시대이니 알 수가 없고, 내가 쓰는 글은 읽어 줄 사람도 별로 없다. 그림을 잘 그리나? 눈을 씻고 봐도, 아무리 잘 봐주려 해도 일단 그건 아니다. 미술 실기평가 성적 또한 이를 증명한다. 노래를 잘 하나? 모르겠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소리를 내서 노래를 부르는 것 자체를 거부했다. 노래방을 가서 하게 되는 경우가 많으니 필연적으로 노래는 모두의 앞에서 하는 것인데, 못해버리면 개쪽이니까. 이젠 뭐 어디 가서 내가 굉장히 신나 있다는 것 정도는 표현할 수 있는데, 잘한다고는 차마 못 하겠다. 춤을 잘 추나? 딱히 아닌 것 같다. 악기 연주를 잘 하나? 이것도 사실...

뭐 그렇다. 어쩌면 요즘 내가 자꾸 글을 쓰고 싶어하는 이유 조차도 여타 작가들에게는 굉장히 실례일 수도 있다. 내가 이 작업을 "쉬워 보인다"고 생각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것. 사실 이게 제일 어려울 지도 모른다. 텅 비어 있는 마음은 글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무엇보다, 글감을 찾는 것부터가 일단 난이도가 최악이다. 대체 뭘 써야 하는지 고민하다 몇 시간이 날아간다. 그런데 이건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거지같이 못 해도 좋으니 일단 뭐라도 써(불러, 그려, 춰, 연주해, 만들어) 보라는 말. 그 "뭐라도" 를 28년째 못 정하고 있으니까 내가 지금...

지금도 내 마음은 여기서 크게 다르지 않다. 뭔가 창작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든다. 그러면서 이와 동시에 이것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눠 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다. 물론 이것이 내 뜻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요즘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창작은 동인문화, 즉 2차 창작 본위로 이루어지는데, 나는 딱히 그렇게까지 사랑하는 장르도 없고 그게 생길 것 같지도 않으니까 말이다.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는 넘쳐나는데 정작 표현할 사랑이 없다니, 총기 없이 탄환만 한 무더기 쌓여 있는 탄약고 같다. 유효 기간이 언제까지일지 모르겠지만, 뭐... 상관없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 마음조차도 누군가의 눈에는 역겨운 자아비대, 자기 모에화로 비칠 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나는 창작이 하고 싶다. 뭔가를 사랑하고 싶다. 괜히 텅 비어 있는 것 같은 내 마음을 채우고 싶다.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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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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