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225
Hello, Mr. my christmas !
즐거운 성탄절이 끝나 가고 있다. 엊그저께까지만 해도 추워서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던 날씨도 어제를 기점으로 살짝은 풀렸다. 눈까지 내려서 그렇지 않아도 아름다운 날인 오늘은 정말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작은 문제라면, 내일부터는 다시 오늘까지의 날들이 마치 없었던 것처럼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충분히 즐겼고 충분히 행복했다면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나에게는 딱히 돌아갈 일상이 아직은 없다는 것이 약간은 문제일지도 모른다.
나는 백수다. 여기저기 이력서를 적어서 내 보고 있기도 하고, 나름 준비하고 있는 것도 있기는 하지만 당장은 주된 수입원이 없으니 백수다. 지금은 공무원을 준비한다는 명목으로 부모님께 용돈을 타 쓰고 있고, 그럼에도 어떻게 생각하면 뻔뻔도 하게 여자친구와 함께 살고 있다. 사실, 이게 맞는 건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나를 향한 여자친구의 마음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다만 내가 이 정도 마음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맞는지, 또 이 마음의 빚을 잊지 않고 나아가 결국에는 갚을 수 있을까? 백방으로 생각해봐도 모르겠다.
현실은 냉랭한 것 같다. 내가 무슨 일을 해 왔는지에서 내가 뽑아내야 할 것은 내가 그것에서 무엇을 얻었는지가 아닌 것 같다. "그것을 통해서 내가 얻은 숫자가 몇인지." 그게 훨씬 더 중요해 보인다. 잘못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합리적이다. 회사는 돈을 벌려고 있는 것이고, 그렇다면 다른 게 아니라 돈 벌어다 줄 사람이 필요한 것일 테니까. 여기까지도 이해한다. 물론 이것이 내 이해를 필요로 하는 구조는 아니지만. 과연 그렇다면, 나는 이 사람들의 숫자를 뭐가 됐건 늘려줄 수 있는 사람인가? 백방으로 생각해 봐도 모르겠다.
지난 21일은 내 생일이었다. 수많은 친구들이 내 생일을 축하해 주었고, 나는 그 수많은 친구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여자친구는 내게 작고 귀여운 롤케이크와 조화를 선물해 주었다. "지금은 조화밖에 줄 수 없지만, 언젠가는 정말 예쁜 생화를 줄 수 있도록 노력해 볼게." 웃겼다. 보통은 여자친구가 꽃을 받는 입장이니까. 그러면서도 고마웠다. 어떻게든 나를 생각해 주고 있다는 뜻일 테니까. 그리고, 미안했다. 지금 당장 내가 해줄 수 있는 것도 별로 없고, 우리의 기념일이 다가와도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는 것은 별 차이는 없을 테니까.
이제 와서 여자친구의 말을 곱씹게 된다. 물론 생화도 예쁘다. 하지만 그렇다고 조화가 그에 못 미치냐면 난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여자친구는 조화를 주며 미안하다고 했다. 분명 나는 감동받았지만, 동시에 의문을 품기도 했다. 나에게는 이 조화도 너무나도 예쁘고 이것마저도 너무나도 고마운데. 참 웃기게도 이 조화를 보는 내 기분은 마치 거울을 볼 때의 그것과 한없이 닮았다.
조화는 생화와 닮았다. 그렇게 만들어졌으니까.
나도 다행히도 여타 성공한 사람들과 형태는 유사하다. 신체 건강하고 사지 멀쩡하고, 머리로 생각하고 입으로 말한다. 그렇게 태어났으니까.
조화에게 필요한 것은 생화가 되고자 하는 노력일까, 아니면 지금의 모습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것에 대한 증명일까.
나에게 필요한 것은 성공한 사람을 따라잡고자 하는 노력일까, 아니면 지금의 내 모습을 살피고 이를 가다듬는 자연스러운 향기의 발산일까.
백방으로 생각해봐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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