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호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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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네가 물었다. “닭이 왜 싫어?” 나는 답했다. “닭이 울면 아침이 오니까.” 그리고 넌 기민하게도 그 짧은 대답에서 나의 두려움을 발견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새까만 닭, 와론 네가. * 아침은 싫다. 안락한 어둠을 몰아낸 빛이 나를 해치려 들 것만 같았기에. 잠에서 깨어난 모든 것이 나를 쫓아 달려오기 때문에. 그래서 아침을
“새까만 닭. 뭔가 의견은?” “....없어.” 평소보다 낮은 와론의 목소리가 음울하게 깔렸다. 차라리 찡찡거리거나 짜증을 냈으면 이렇게까지 공기가 불편하진 않았을 것이다. 다른 기사들은 드물게 새까만 닭의 기분을 살피며, 함부로 그의 심경에 말을 얹지 않았다. '괜찮은 것이냐…' 그런 상투적인 말을 적당히 받아넘겨 줄만한 사람이라 확신하지도 못했을 뿐
그 작은 집엔 무언가를 몰래 숨길만한 공간이 마땅히 없었다. 사실 숨기고 싶은 물건이 있을 만큼 섬세한 이도 없었지만. 태어나는 순간부터 함께였던 쌍둥이 형제와 모든 일에 무던하고 어딘가 모자란 객식구 한 명. 이들에게 비밀이란, 단 한 번도 형태를 갖춰본 적 없는 추상적인 개념일 뿐이었다. 어느 날, 나진이 자물쇠 달린 상자를 품에 안고 들어오기 전까진
기사, 새까만 닭님을 오해하는 당신들은 반드시 읽어보시길 바라요! 새까만 닭, 와론. 사람들이 그 기사님에 대한 악명을 떠들어 댈 때면 나는 진저리치며 부정하곤 했다. 왜냐하면 기사님은 사실 아주아주 다정한 분이시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말을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내가 그분께 받은 친절을 말해줘도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니냐고들 했다. 내가 바보도 아니고
피도란스는 때때로 울적해지곤 했다. 수련이 원하는만큼 풀리지 않아서. 며칠 전부터 가려고 벼르던 식당이 문을 닫아서. 명예와 기사로서의 삶, 그리고 세상에 대한 고찰... 이유는 다양했고, 평범했고, 심각했으며, 어쩔땐 사소하기까지 했다. 평소 살갑고 쾌활한 그의 모습을 익히 아는 이들은 그 이면의 모습을 쉽게 상상하지 못했다. 기사, 푸른 승냥이는 특유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