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불의기사] 자물쇠
그 작은 집엔 무언가를 몰래 숨길만한 공간이 마땅히 없었다. 사실 숨기고 싶은 물건이 있을 만큼 섬세한 이도 없었지만.
태어나는 순간부터 함께였던 쌍둥이 형제와 모든 일에 무던하고 어딘가 모자란 객식구 한 명. 이들에게 비밀이란, 단 한 번도 형태를 갖춰본 적 없는 추상적인 개념일 뿐이었다.
어느 날, 나진이 자물쇠 달린 상자를 품에 안고 들어오기 전까진.
"진아, 그건 뭐야?"
"안 알려줘."
나견이 질문을 해도 같은 답이 돌아오자, 준은 그제야 그렇구나, 하고 넘겼다. 누구에게나 밉살스레 굴어도 제 형만은 기꺼이 여기는 나진이 나견에게 마저 알려주지 않는다면 답을 알 방법은 요원했다. 물론 힘으로 부수지 못할 것은 없다만... 그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다.
그렇게 집안 한 구석엔 자물쇠로 잠긴 작은 상자가 언제나 자리했다. 라우준은 어째선지 그게 늘 마음속에 걸렸다. 상자가 놓인 위치나 자물쇠의 상태를 보건대, 아마 나진은 준이 없을 때 종종 그것을 열고닫는 모양이었다. 나중에 나견에게 슬쩍 물어보니 그는 난감한 표정을 보이며 자세한 답을 꺼렸다.
나진이 제 형에겐 그것의 정체를 알려주었다는 걸 깨달은 라우준은...
"견이 네가 넘어가는 걸 보니 별로 위험한 건 아닌가봐. 그렇다면 다행이야."
하고 다시는 상자에 대해 묻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뒤, 라우준은 형제의 집에서 독립하기로 했다.
겨울이 지나가 날이 따뜻해지기 시작했고, 마침 산 입구 근방에 있는 집이 비어 그리 어려운 일은 없었다. 몇 년이나 눈에 익은 마을 사람들은 준에게 야박하지 않았고, 또래 친구들도 이제야 제대로 눌러앉는 거냐며 내심 기뻐하는 눈치였다.
"이렇게 일사천리로 해결될 줄 알았으면 진작 내보냈을 텐데."
"하하... 너무 오랫동안 신세를 져서 미안했어."
"진이도 말이 이래서 그렇지 네가 나가서 아쉬울거야."
형제의 집에 남아있던 짐을 챙기던 라우준이 여전히 상자를 단단히 물고 있는 자물쇠를 보며 머뭇거렸다.
"왜? 뭐 안 챙겼어?"
"그런 건 아니고, ...역시 좀 아쉬운가봐. 나 그냥 다시 여기서 살까?"
그 말에 돌아온 비난과 격려를 끝으로, 라우준은 형제의 집에서 완전히 나왔다. 그리고 해야할 것들을 떠올리며 산을 내려갔다.
"모포를 두어장 정도 더 사고, 문에 달 자물쇠도 손봐야 하고…"
"..."
"별거 아닐지도 몰라. 몰래 모아둔 육포라던가. 예쁜 돌멩이들일 수도 있지."
사실 내용물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저,
그저…
"응, 그래도 언젠간 다시 물어봐야지."
라우준은 아직 차가운 공기에 입김을 후, 내뿜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형제의 집에서 멀어지는 발자국이 점점이 이어진다.
https://x.com/Fudadadac/status/1748251942223298755?s=20
연성 주제 랜덤 어쩌구 돌려서 나온 진견준 주제.
420자 글연성 하랬지만 뭐,, 당연히 길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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