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불의기사] 나와 투구를 쓴 기사님 (0)

기사, 새까만 닭님을 오해하는 당신들은 반드시 읽어보시길 바라요!

새까만 닭, 와론.

사람들이 그 기사님에 대한 악명을 떠들어 댈 때면 나는 진저리치며 부정하곤 했다. 왜냐하면 기사님은 사실 아주아주 다정한 분이시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말을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내가 그분께 받은 친절을 말해줘도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니냐고들 했다.

내가 바보도 아니고! 철로 된 투구를 쓰고 혼자서 휙휙 날아다니는 창을 쓰는 기사가 새까만 닭님이 아니면 또 누구야?!

기사님 이야기는 항상 내가 답답함을 견디지 못하고 씩씩대며 자리를 뜨는 걸로 끝났다. 그래서인지 언젠가부턴 다들 내 앞에서 기사님의 이야길 하는 걸 꺼리는 눈치다.

이래서는 안돼. 이러다간 사람들이 정말 기사님을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할지도 몰라.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나와 기사 새까만 닭님의 이야기를 글로 남기기로.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부디 기사님의 다정함을 알아주기를, 부디 그분을 명예롭고 정의로운 기사로 기억해주기를 바란다.

아참, 서론이 너무 길었다! 바로 시작해야겠다! 여기까지 덮지 않아줘서 고마워요! (못난 그림이 그려져있다. 아마 어린 자신과 와론을 그린 걸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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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지?"

여유로이 독서를 하기에 그리 좋은 환경은 아니었으나 읽지 않기에는 너무나도 눈에 밟히는 내용이다. 투구를 쓴 이가 지저분하고 너덜거리는 책을 조심스레 한 장 넘겼다.

"닭! 이리 와보는 게 좋겠어!

저 멀리서 자신을 부르는 다른 기사의 외침을 바쁘다는 말 한마디로 뭉갠 와론이 다시 종이 위의 흐릿한 글자를 찬찬히 살폈다. 밟고 선 삐걱이는 판자는 위태했으나 저 한 몸을 받쳐주지 못할 만큼은 아니었고, 불어오는 바람에 흩날리는 흙먼지가 시야를 가렸지만 기사의 안력이란 그런 것에 고작 한 자 앞의 글씨를 읽어내지 못할만큼 부실하지 않았다. 그저 눈이 조금 가려울 뿐이었다.

지금 기사는 어딘가 눈에 익은 마을… 아니, 폐허의 한가운데 서있다.


와론이 기록된 책을 읽는 와론.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문제는 나도 잘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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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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