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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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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여기는 다시 와도 험한 곳이야. 안 그래 자기야?”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머리를 매만졌다. 불쾌하다 거나 불안하다 거나 그런 수준을 뛰어넘은 감정이 온 몸을 감쌌다. ‘이런 감정은 오랜만인데.’ 호흡을 가다듬고 앞을 응시하고 있자면, 어깨에 살짝 손을 올리며 상태를 살피는 이나바가 있다.

“…괜찮나?”

“어느 쪽이냐고 물어본다면, 네가 걱정하는 쪽이네 자기야.”

이나바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엷게 웃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것은 알았으나 직접 마주하고 있자니 상상 이상으로 거북한 것이었다.


“-그래서 사니와님이 아직 사니와가 아니었던 시절의 사자나미 하유마를 공격하여…”

“짧게 말하지면 나를 지켜야한다는거지 자기야?”

“그렇습니다.”

“내가 과거로 넘어가야 한다는 거고.”

“말씀드린 대로.”

머리를 쓸어넘기며 눈을 감은 상태에서 떠오른 감정은 ‘거북함’ 과거의 자신을 마주하는 것에 대한 거북함이 아닌 그 시절로 돌아간다는 자체의 거북함이 컸다.

“편성은 어떻게 할까요?”

“자기가 해주면 안 될까?”

“네.”

하는 수 없지. 하고 쓴 출진표를 하세베를 불러 건넸다.

“주인께서 주신 출진표다. 대장 이나바 고우, 대원 토미타고우, 닛카리 아오에, 히자마루, 히게키리, 오니마루 쿠니츠나 이상.”

“이야- 이건 또 새로운 조합이네.”

“아니쟈.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

“무엇을 생각하는지 말 해줬으면 하는데 그렇지 이나바?”

“무엇이라고 할 것도 없다. 오니를 베는 곳 이겠지.”

“귀신도 말이야.”

-짝

경쾌한 박수소리가 각자 이야기를 하고 있는 남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가기 전 하나 말 할 것이 있어 자기들. 콘노스케에게 임무적인 부분은 들어서 알겠지만, 과거의 나를 조우해야하기 때문에 나는 이 여우가면을 쓰고 동행할 거고, 이름은… 뭐가 좋을까.”

“…미리 생각을 안 한건가?”

“원래 즉흥적인 이름이 가장 좋은거야 자기야. 흠…”

머리를 손가락으로 툭툭 치며 고민을 하다가 살짝 웃어보였다.

“*토우마 하는걸로 할까.

*(翔真: 토우마(とうま) - 자유로운 아이, 멀리 나아가는 자)

“너는 늘 자유를 갈망하는 군.”

“사람이란 존재는 늘 자유를 갈망하는 존재니까 말이야.”

길게 웃으며 가면을 착용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가볼까.”

 

 

“도착한건가?”

“지금은 서기 22××년 효고현 고베시 주오구 ××입니다.”

“제대로 도착했나 보네.”

년도를 보아하니 고등학교 입학 무렵, 막 가업과 퇴마사일을 배우기 시작한 때 였다.

“보통은 대장이 지시하지만, 오늘은 내가 맡도록 하지 알겠지 자기들?”

고개를 끄덕이는 남사들을 보며 숨을 가다듬고 웃어 보인다.

“우선 단독행동은 삼가하는 걸로 하고, 이나바 제외 5명은 ××고등학교로 가서 하교해서 집까지 오는 나를 지키는 걸로, 이나바는 나와 뒤를 서포트 하는걸로 하지.”

“호위인가.”

“그런 셈이지. 그리고 혼자 서포트 하기에는 손이 부족하니까.”

이나바의 어깨를 툭툭 두들기고 미소를 짓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일단 준비한 현세 복장으로 갈아입은 후 토미타는 학교에서부터 나를 감시하고, 중간지점에서 히게키리, 히자마루 합류, 마지막 지점에서 닛카리, 오니마루가 합류하는 걸로 하지.”

“혼자지만, 해 볼게.”

“이야, 중간 합류인가, 타이밍은 동생…”

“히자마루다 아니쟈! 타이밍은 내가 보겠다.”

“마지막 지점에서 대기하도록 하지, 이야 엄한게 안 나왔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나온다면, 베어버리면 그만이지 않나?”

“그렇지. 방해된다면 베어버리면 그만이니까.”

말과 함께 머리를 쓸어 넘기며 싱긋 웃어 보이다가 아, 하고 토미타에게 손짓한다.

“과거의 나는 꽤나 거친 아이였으니까, 눈치도 빠르고 그러니 잘 부탁해.”

“그러지.”

그 말을 끝으로 손짓을 하며 남사들에게 신호를 줬다. 고개를 끄덕이며 일제히 움직이는 그들을 보다 시선을 이나바에게 옮겼다.

“갈까.”

 

 

한껏 거북해진 얼굴로 이나바 어깨에 기대고 있던 얼굴을 때고 몰려드는 구름을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뜬다.

“한바탕 쏟아질 것 같네.”

‘그게 비든, 그것들이든.’ 지금은 그 어떤 것도 모든 것이 거북하다. 애꿎은 귀걸이를 만지작거리며 눈을 감는다. ‘진정해.’ 그렇게 되뇌었지만 한껏 거북해진 감정은 되돌아오지 않았다. 매일 매일  반복되는 삶, 손에 잡힌 검은 누구를 해하기 위해, ‘인간성’ 이라는 감각이 희미 해지며 불안하던 나날을 마주하는 것은… 그런 감정에 휩싸여 있을 때, 팔이 잡아당겨지며 물고있던 생각의 고리가 끊겼다.

“임무중이다.”

“…안 잊어버려 자기야. 이야- 오늘은 정말 모든 게 엉망진창이네.”

“언제는 안 그랬나?”

그 말이 관통하듯 심장을 찔렀다. ‘아 너란 사람은 정말로.’

“너는 눈치가 빠르네.”

평생을 엉망진창으로 살아왔는데, 거북함의 연장선으로 살아온 삶을 되돌아본다고 한껏 거북해 있었던 나를 너는 ‘언제는 안 그랬나’ 라는 단말마로 돌아오게 한다.

“몇 년을 봐왔다고 생각 한거지?”

“눈만 마주쳐도 아는 그런 느낌? 부부 같네 정말로.”

눈을 살짝 감았다가 뜬다. 그때도 이런 말을 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인간성’이 모자라지 않는 사람이 되었을까…

“오늘 토미타는 쉽지않겠네.”

 


“너. 내가 모른다고 생각하는건가?”

“아아, 눈치가 빠르다고 했지만, 이렇게 빠를 줄이야.”

“적인가 아군인가, 그것만 말해.”

“이분법적으로 나누면 아군 아닐까?”

“그럼 됐어.”

“더 안 물어봐도 되는건가?”

“수틀리면 죽이면 되니까.”

꽤나 무서운 말을 서슴없이 하는 구나 너는, 뭐 그 점은 똑같네 하고 바라보는 것이다.

“집 앞 까지만 동행해도 될까?”

“마음대로 해.”

몰려드는 구름을 바라보며 분위기를 파악하고 내 앞에 있는 작은 너의 손을 잡아채는 척 하고 들쳐맨다.

“잠-이런.”

“집 앞까지도 못 갈 것 같네.”

발버둥치는 너를 무시하고 다른 남사들에게 간략한 신호를 보내고 마을과 떨어진 산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내려. 죽여버리기 전에.”

“그게, 너의 비장의 수? 누군가가 본다면 웃겠네.”

목에 들이밀어진 칼을 신경 쓰지 않고 산 중반쯤 다다랐 을쯤.

“뒤를 봐-”

잡아당겨진 얼굴 옆으로 화살이 스쳐 지나갔다. ‘시작인가.’

“아군이라면서, 활 기척을 눈치채지 못하는 거 실화야? 이럴거면 내려줘. 내가 죽-“

“그건 안돼.”

날아든 부적이 작은 너의 눈을 가리고, 이내 정신을 잃게 했다.

“이럴 거면 가면을 안 썼어도 되었던거 아닐까?”

“혹시 모르니까. 그건 그렇고 들쳐 엎고 온다는 건 생각을 못했는데.”

“이게 더 편하니까.”

“말할 시간이 있다면 베라.”

달려드는 역행군의 얼굴에 칼을 박고 고개를 까딱이는 오니마루를 바라본다.

“꽤나 빨리왔네 자기야.”

“이런이런. 어찌나 빠르던지.”

“이랴~ 저 멀리 있었는데 우리하고 비슷하게 오다니.”

“아니쟈. 그 말은 우리가 늦엇다는 말 하고 다름이 없다.”

“집중해라. 전투다-“

역행군의 발을 묶으며 서포트 하고 있던 찰나. 틈을 타 뒤에서 공격하려는 역행군을 발견함과 동시에 몸을 움직였다.

“이 아이는 안돼.”

나를 감싸고 달려드는 역행군을 칼로 간신히 막고 앞을 본다.

“혼자면 죽었을 텐데, 혼자가 아니라서.”

역행군 등 뒤로 꽂히는 칼 6자루가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렇게 해서- 일단락이 되었지만, 혹시모르는… 주인님? 듣고 계신 가요.”

“듣고있어 자기야“

“그리고 다음부터 주인님 출진은 최소로 할 예정입니다. 왜냐고 말 하시지는 않겠죠? 찔리시는게 많으실 텐데요.”

“나는 잘 모르겠네-자기야“

고개를 까딱거리다가 일어선다.

“그리고 오늘은 여기 까지만 하자.”

창 밖을 넘어 있는 이나바를 발견하고 창문으로 뛰어내린다.

익숙하게 뛰어내린 나를 받아들고 시선을 맞춘다.

“더 말할 게 있었던 게 아닌가?”

“잘 모르겠네, 너한테 말 할건 있었는데.”

“뭐지?”

“사랑한다고.”

어린 나는 마주하기 싫은 것을 해야 하는 삶을 반복하고 살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고리를 어떻게 든 끊어내었고 지금에 도달했다. 물론 지금도 완벽한 삶은 아니지만, ‘뭐 괜찮나’ 하는 삶이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 거북함이 사라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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