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미션
오오덴타, 비울
“형제 뭘 보고 있는거야?”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게 말 하면서 눈으로는 투명한 비누방울을 쫓았다. 살랑거리며 다가오는 그것은 손이 닿으면 사라져버린다. 그 아이처럼.
“그것이 한여름 밤의 꿈이라고 해도…”
‘후회하지 않는다.’ 너와 함께한 나날들을 너를 본 그 날들을 왜냐하면 너는…
늘 정해진 시간에 기척없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너는 조금 망설이는 발걸음으로 주위를 둘러보다 구석에 있는 날 발견하고 반갑다는 듯 달려온다.
“…달려오다가 다칠 수 있다고…했을 텐데”
“오덴쨔.”
천천히 옆에 앉는 그 아이는 그렇게 웃고 있었다. 순박한 표정으로 올려다보며 천천히 입을 연다.
“오늘도?”
“…언제나 그렇듯 여기에 있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침묵을 이어간다. 크게 할 말도 물어볼 말도 없지만 거북하지 않는 이 순간이 나에겐 그 어느 순간보다 편하게 느껴진다. ‘처음 봤을 때만 하더라도 내가 다가가면 네가 다치는 것은 아닌지 고민을 했었지…’ 물론 단도와 엇비슷하거나 큰 크기이지만 그래도 작은 몸집이었고, 영력으로 만들어진 존재였기 때문에 내가 접촉함에 따라 비울의 몸에 큰 이상이 생길 수 있었기 때문에 그 아이가 못 들어올 것 같은 곳으로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깊숙이 몸을 숨겨왔었다. ‘그런데 본인 발로 이 곳에 올 줄이야.’ 물론, 처음은 그저 햇빛을 피하러 왔을 뿐이었지만, 지금은 옆에 앉아 침묵과 비슷한 단말마를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예측할 수 없는 일뿐이군.”
“뭐가?”
내가 뱉은 말이 어떤 말인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얼굴의 표정은 궁금하는 물음이 그려졌지만, 그런 얼굴로 말을 하라고 한들 나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였다. 사실을 말하고자 한다면, ‘할 수 없다는 것에 더 가깝겠지만…’ 그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착잡하게 있던 찰나였다.
우르르쾅---!!
하늘을 가르는 듯한 굉음과 함께 엄청난 양의 비가 급작스럽게 내리기 시작했다.
“…흐으…”
갑자기 친 천둥번개에 심히 놀란 듯 귀를 막고 자신의 몸을 깊게 말아 넣는다. 아주 깊숙하게 몸을 말아 넣는다. 그 이상 파고 들 품은 없을 텐데,
“비울.괜찮다.”
그렇게 말 하며 너를 위로하려 가져다 대려고 했던 손을 머뭇거리고 있는 것을 본 네가 천천히 나의 손을 잡아 자신의 팔에 올려두었다. 남을 위로하는 재주 따위 나에게 있을 리 만무하건만, 지금 이 순간 두려움에 떨고 있는 너를 위하였으면 좋겠다 오직 그것만 생각 했다.
“내리는 상태를 보니 그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 같군…”
나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한 듯 숙였던 얼굴을 고쳐 들고 눈을 바라본다. ‘곧 눈물이라도 흘릴 얼굴이군.’ 이런 천둥번개와 궂은 비는 나에게는 익숙하다 못해 가장 기운이 넘치는 날에 해당했지만, 너에게는 해당이 안되는 말이었다.
“비가 그치는 데에 시간이 좀 걸릴 거라는 말이었다.”
귓가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대고 그렇게 속삭였다.
“우…비…”
“……오늘은 여기를 오지 않는 것이 너에게는 더 좋았겠군.”
‘오지 않았다면 이렇게 창고에 박혀 떨고 있는 일도 없었을 터’ 그렇게 생각했다. 나 같은 검과 함꼐 있는 것 보다 다른 검들과 함께하는 것이 너에게 더 편안함과 안정감을 줄 수 있었을 텐데.
“거기엔, 없어.”
“…무엇이 말이지?”
“오덴짜가.”
“…해를 피해서 온 것으로 알고 있다만.”
“처음에… 지금은…”
“…나를 위한 말은 할 필요없다.”
그게 아니라는 듯 나의 팔을 살짝 잡고 고개를 저어 보였다. 바라본 그 눈에는 살짝의 슬픔도 섞여있는 듯했다.
“……방금 한 말에 상처를 입었다면…미안하군. 나에게는…”
‘익숙하지 않고 어울리지 않은 말 이였으니까’ 누군가가 나를 찾는다는 것도 나를 원한다는 것도 있을리가 만무한 말이었다. 너의 말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나에게는 그런 말을 들을 자격이 있을까 그것에 대한 문제이기도 했다.
“오덴쨔, 친절해. 따뜻해.”
듣지 못했던 말들을 꾹꾹 담아 나에게 말한다. 그 말 하나하나가 나에게 닿는다.
“……익숙치 못한 말들이라 그랬다.”
천천히 네가 놀라지 않을 작은 소리로 내가 전한 마음에 보답하듯 말을 눌러 담는다.
“나는……누군가 다가오는 것이 무서웠다. 나의 강한 영력에 해를 입는다면? 그렇다면 나는 영영 드러드러 못하는 것이 아닌지. 그 마음이 쌓이고 쌓여 너의 말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다.”
한번도 들어낸적 없는 말한적 없는 마음을 너에게 전한다.
“미안하다.”
“오덴쨔. 괜찮아.”
늘 봤던 밝은 웃음으로 나에게 괜찮다는 말을 해준다. 그 어떤 열 마디 말보다 큰 그 말은 나를 위하고 빗속에 있던 나를 햇빛속으로 이끌었다.
“아아… 드디어 비가 그쳤군.”
그 말을 들음과 동시에 내 손을 이끌고 밖으로 향한다. 비가 오는 하늘은 지겹도록 봐왔건만, 비가 그친 직후의 하늘은. ‘오랜만인가…아니 처음인가.’ 어떻게 이렇게 푸르고 아름다울 수 있는지.
“마치 너 같군…”
“응?”
“아무것도……아니다.”
너로 인하여 양지로 나오게 된 나는 그 전만큼 음지로 찾아 들어가는 일이 줄어들었다. 그런 수많은 그렇지만 짧은 나날이었다. 지금의 너는 나의 곁에 실체로써 존재하지 않지만 나는 늘 너와 함께 있음을 느낀다. 너를 잊어버리지 않는다. 나에게 빛을 알려준 너를 잊는다면 나는 또 어둠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니까.
“그곳은 비가 안 내렸으면 좋겠군.”
어딘 가에는 네가 존재할 것이라고 믿고 있기에 오늘도 나는 ‘그곳은 맑기를.’ 하고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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