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비가 오는 날에는 커피가 좋아

[OC] 에테르 | 에밀, 데일리, 루미, 오로라, 코인

by 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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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테르는 평소보다 일찍 카페에 도착했다. 세 시간 정도 시간을 내서 창문을 닦을 생각이었다. 준비물은 카페 내부에 있는 창고에서 전부 가져왔다. 이참에 대청소라도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랬다가는 오픈 시간을 못 맞출 수도 있었음으로 창문만 열심히 닦아두기로 했다. 이래저래 창문들을 닦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한 두 시간 정도. 그렇게 집중해서 카페의 창문을 닦던 도중 에테르는 수상한 것을 발견했다. 창문에 묻은 물방울. 분명히 아까 꼼꼼하게 닦았던 부분인데. 설마.

카페의 팻말이 CLOSE에서 OPEN으로 돌아갔다.

가게 밖에서는 비가 잔뜩 내리고 있었다. 에테르는 카운터 자리에 앉아서 한숨을 내뱉었다. 카운터 위에 책 한 권이 올려져 있었다. 그 고생을 하며 닦아뒀던 창문에는 빗방울이 가득 묻었다. 오늘 세 시간이나 일찍 출근한 이유도 보람도 그대로 사라졌다. 다시 창 밖은 흐려졌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비가 오는지 빗소리는 귀를 찔렀다. 에테르는 카페 내부 음악 음량을 조절하고 한숨을 내뱉었다. 곧 예쁜 디자인과 문양이 있는 백색 정장을 입은… 어제의 손님, 에밀이 들어섰다. 그 날에 선택받은 이들만 카페에 발을 들일 수 있다고 누군가에게 들은 기억이 있었다. 이 사람은 어제와 오늘 동시에 자격을 얻은 건가? 에밀은 우산을 접어 우산꽂이에 넣고 에테르에게 다가갔다.

“아이스티와 소금빵 두 개요.”

뭔가 놀란 표정이네요? 에밀이 히죽 웃었다. 아무래도 그럴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에밀은 카운터 위에 유리병을 내려두었다. 에테르는 에밀이 주문한 아이스티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에밀은 자리로 돌아가지 않고 카운터 앞에서 주절거렸다. 저는 사신이거든요. ‘처리한 분’ 이 우연히 방문 자격을 가지고 있었지 뭐에요! 사신이 사람을 처리한다는 건 도대체 뭔 이야기지. 물론 수많은 가능성들 중에 사람을 죽이는 사신이 없을 이유는 없었다. 에테르는 소금빵 두 개를 꺼내 전자레인지에 넣었다. 가능성이라는 건 불가능도 가능으로 만드는 힘이었다. 에테르가 이곳에서 일하는 이상 에테르가 아는 상식은 거의 통하지 않았다.

에테르는 소금빵과 아이스티를 트레이 위에 올려두었다. 에밀은 직접 그것을 가져갔다. 그가 향한 곳은 어제 그가 앉았던 소파 자리였다. 에밀은 그걸 내려두고 소금빵 하나만 들어 에테르의 곁으로 돌아갔다. 에테르는 눈을 깜빡이며 에밀을 바라보았다. 에밀은 단 둘이서 얘기하고 싶은게 많다면서 에테르를 바라보았다. 예를 들어, 피아노 카페의 비밀이라던가. 에테르는 어깨를 으쓱였다. 에테르도 피아노 카페에 대해서는 많이 알지 못해서 답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에밀은 에테르의 반응을 지켜보다가 히죽 웃었다. 당신은 여기 점원인데 정말 아무것도 몰라요? 그럼 당신은 어디에서 온 거예요? 에밀의 물음에 에테르는 생각했다. 에테르는 집과 이곳을 거치며 늘 출근했다. 그런데 내 집은 어디에 있었지? 내 집은 어떤 풍경이었고, 나는 어떻게 이곳과 집을 오가는 거지? 에테르는 멍하니 생각했다. 빗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구나. 당신도 규정할 수 없군요. 에밀의 목소리가 잡념을 끊었다. 여긴 정말 웃긴 곳이에요. 정말로…. 에밀은 그리 중얼거리며 제 자리로 돌아갔다. 에테르는 그런 에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피아노 카페. 에테르는 이곳의 점원이지만 이 카페에 대해서는 정말 하나도 몰랐다. 정말 단 하나도.

곧 따뜻한 옷을 입은 손님, 데일리가 들어왔다. 데일리는 하품을 하며 제 모자를 벗었다. 그는 고심하고 있는 에테르를 보다가 이야기했다.

“코코아랑 허니브레드요.”

그제야 에테르가 정신을 차리고 데일리를 바라보았다. 데일리는 리본을 카운터 위에 올려두었다. 에밀 덕분에 머리가 꽤 멍해지긴 했지만 할 일은 해야 하니까. 바깥의 빗소리가 귀를 때렸다. 데일리가 이야기했다. 여긴 비가 오네요. 그러고보니 데일리는 우산을 쓰고 있지 않았다. 데일리는 비가 오지 않는 곳에서 온 건가?

에테르는 이 카페에 오는 사람들이 ‘가능성’ 의 존재들임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수많은 가능성 사이에서 온 한 사람. 내일 오는 데일리가 오늘의 데일리와 다른 사람일 수도 있었다. 그럴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틀 연속으로 같은 가능성이 방문할 수 있는 확률도 존재하긴 했지만 에테르의 눈으로 보는 건 처음이었다. 데일리는 주문을 하고 에밀의 근처 소파 자리로 향했다. 에밀과 데일리는 가볍게 인사했다. 아는 사이처럼 보이진 않았다. 에테르는 허니브레드를 준비했다. 이 곳을 알려고 노력하는 만큼 의문이 생겼다. 에밀은 그걸 자극하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에테르는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이곳을 알지 못하는 것이 죄는 아니다.

데일리와 에밀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무슨 대화인지는 에테르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에테르는 책을 집어들었다. 드디어 간만에 책을 좀 읽으려나. 그런 생각을 하며 에테르는 페이지를 펼쳤다. 책갈피를 찾으려고 주위를 둘러보던 에테르는 무언가 생각났다. 어제 책갈피 잃어버렸구나. 갑자기 묘하게 우울해졌다. 책갈피 대용으로 쓸만한 것이 없나 에테르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혹은 상자 안에 쓸만한 것이 있을지도 몰랐다. 에테르는 상자를 바라보았다. 어쩌면 이 안에 책갈피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에테르는 상자를 뒤적거렸다. 곧 에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뭘 그렇게 뒤적거리고 계세요?

“쇼트케이크 하나만 더 주실래요?”

에밀은 태연히 웃었다. 그러고 단추 하나를 내려놓았다. 에테르는 에밀을 바라보다가 단추를 받아 상자 안에 넣어두었다. 태연히 웃는 에밀의 얼굴을 보던 에테르는 묵묵히 진열장으로 향했다. 저런 정장을 입은 에밀이라는 손님은 대하기가 힘들었다. 진열장에서 쇼트케이크를 꺼내 그릇 위에 잘 둔 다음 에테르는 그것을 에밀에게 건넸다. 에밀은 빙긋 웃으며 그릇을 받아 가져갔다. 에테르는 에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는 데일리와 다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어쨌든 에테르는 다시 책갈피를 찾아보기로 했다. 이 상자 안에 책갈피 하나조차도 없을 리는 없겠지. 하나만 나오면 되는데, 하나만. 그런 생각으로 상자를 뒤적거렸지만 잡다한 것들이 너무 많아 어지럽기만 했다. 여기서 책갈피를 찾는 건 무리인가…. 에테르가 몸을 일으켰을 때 딸랑, 하고 풍경 소리가 들려왔다. 새로운 손님이 카페로 들어왔다. 가면을 쓴 소년, 루미가 카페에 발을 들였다. 에테르는 그제의 루미가 오늘의 루미와 다른 루미라는 것을 인지했다. 어제와 오늘과 내일은 달랐다. 같을 수 없었다.

루미는 에테르를 바라보다가 작게 중얼거렸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샷 한 번 추가. 그나저나, 뭘 찾고 계십니까?”

“아, 책갈피로 쓸만한 것이 있나 싶어서요.”

“그렇다면 이걸 쓰십시요.”

루미는 값으로 책갈피를 건넸다. 소소한 디자인이었지만, 에테르에게는 충분히 기쁘고 감사한 선물이었다. 에테르는 금방 준비해드리겠다면서 웃었다. 받은 책갈피를 책 위에 올려두고 에테르는 컵을 찾았다. 루미는 고개를 돌려 에밀과 데일리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태연히 루미에게 인사했고 루미는 두 사람의 방향으로 걸어갔다. 오늘의 손님들은 묘하게 뭉치는 것 같았다. 서로에게 우호적인지 적대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샷 추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트레이 위에 올려두고, 에테르는 세 손님들에게 다가갔다. 에밀과 루미는 어째서인가 서로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고, 데일리는 그러든 말든 허니브레드를 먹고 있었다. 에테르가 루미의 앞에 트레이를 내려두면 데일리가 에테르를 불렀다. 데일리는 에테르에게 배지 하나를 건네며 이야기했다.

“허니브레드 하나 더요.”

에테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데일리는 에밀과 루미가 서로를 빤히 바라보던 어쨌던 전혀 신경쓰는 눈치가 아니었다. 에테르는 그런 무감함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제 자리로 돌아갔다. 데일리에게 허니브레드를 가져다준 다음 에테르도 여유을 즐기기로 했다.

책도 있고 책갈피도 있다. 남은 건 책을 읽는 것 뿐. 근데 나 오늘 무슨 책 가져왔더라. 아마도 에테르가 가져온 책은 시집이었다. 최근에 구매한 낭만적인 시집. 처음 보는 작가의 시집이었지만 그래서 더 기대가 되었다. 카운터 위에 올려진 책은 학습서였다. 에테르는 한참 학습서를 바라보았다. 마음이 아팠다….

에테르의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딸랑, 하고 다음 손님이 들어왔다. 흑색 정장에 흑색 선글라스를 쓰고, 철제 가방을 든 오로라가 카페로 들어왔다. 오로라는 태연히 카운터로 걸어왔다. 그리고 탄환 하나를 에테르에게 건네주었다.

“에스프레소 한 잔.”

오로라는 그러고 유유히 창가 자리로 향했다. 세 사람이 오로라를 보는 시선이 심상치 않았다. 에밀은 어디 영화에 나올 것 같다고 하고 있었고, 데일리는 철제 가방에 맛있는 걸 담고 다니는 걸까 의심했으며, 루미는 안전상의 문제를 걱정했다. 에테르는 솔직히 신경쓰지 않고 있었지만. 에테르의 관심사는 그것보다도 에스프레소는 쓴데 괜찮은걸까? 였다. 그래도 직접 선택하신 거니까 상관없겠지…. 그런 잡생각을 하며 에테르는 에스프레소를 담은 잔을 트레이 위에 올렸다.

곧 트레이가 오로라의 앞에 도착했다. 에테르는 싱긋 웃으며 가벼이 고개를 꾸벅였다. 그때 문득 오로라가 에테르를 보며 물었다. 혹시 저 피아노는 무슨 용도냐고. 에테르는 그냥 연주하는 용도라면서 어깨를 으쓱였다. 그냥? 오로라가 고개를 기울이면 에테르는 정말로 그게 용도의 전부라면서 조심히 오로라의 곁을 떠났다. 그런 에테르의 손목을 오로라가 콱 붙들었다. 보통 힘이 센 게 아니었다. 에테르가 고개를 돌리면 오로라가 손목을 놓아주었다. 아직도 손목이 욱신거렸다. 이거 꺾인 건 아니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에테르는 제 손목을 바라보았다. 오로라는 에테르를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정말, 아무런 시스템도 없는 겁니까? 에테르가 고개를 끄덕이면 그 사이에 문득 끼어든 건 에밀이었다.

아무것도 아니라잖아요? 에밀은 빙긋 웃으며 오로라를 바라보았다. 애꿎은 점원님 괴롭히시고, 뭐 하십니까? 에밀은 살벌하게 웃었다. 루미가 대화를 나누는 세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든 말든 데일리는 허니브레드에 집중하고 있었지만. 에밀은 오로라를 한참 내려다보다 이야기했다. 이곳의 룰도 모릅니까? 이곳에서 당신 세계의 룰은 통하지 않아요. 오로라는 에밀을 바라보다가 묵묵히 고개를 돌렸다. 에밀은 이제 카운터로 돌아가자면서 에테르에게 웃어보였다. 마침 추가로 시키는 것도 있다고 하고.

“허니브레드, 무척 맛있게 먹더라구요. 저도 하나 주세요.”

에밀이 건네준 건 겨울 장갑이었다. 에테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놀라신 건 아니죠? 에밀의 물음에 에테르는 제 손목을 쓸었다. 에밀은 피아노 카페의 점원으로서 겪게 될 다양한 이야기 중 하나일 거라면서 웃었다. 그렇다는 건 에밀도 에테르 이전의 점원을 알고 있다는 걸까. 어제의 우산을 쓰고 온 손님마냥. 카운터로 돌아와 에테르는 허니브레드를 준비했다. 에밀은 카운터 건너편에서 에테르를 보고 있었다. 싱글벙글 웃으면서.

미래의 저도 이곳에 다시 올 수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능청스레 에밀은 이야기했다. 이 에밀은 미심쩍은 사람이었다, 정말로. 한 가지 확실한 건 피아노 카페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것 정도려나. 어제는 에밀과 똑같은 가능성에서 온 듯한 이도 왔었었다. 그 사람도 피아노 카페에 대한 걸 알고 싶어했던 걸까.

결국 에테르는 물었다. 피아노 카페에 관심이 많으시네요, 하고. 에밀은 눈을 깜빡이다가 이야기했다. 왜냐면 이 공간 자체가 꿈이 아닐까 의심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그런 것도 아닌 것 같고…. 에밀은 제 말에 확신을 지니지 못하는 것 같았다. 에테르는 에밀의 말이 왠지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 듯한 기분이었다. 허니브레드가 완성되면 에밀은 그릇을 가지고 다시 데일리와 루미가 있는 방향으로 갔다. 그리고 딸랑, 풍경이 울렸다.

연미복을 입은 이가 우산을 접으며 카페에 들어왔다. 연미복 차림의 코인은 에테르에게 다가가 카운터에 장미꽃을 내려놓았다.

“시원한 초콜릿 음료요. 샌드위치도 하나만 주세요.”

에테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 자리를 찾기 전 코인이 향한 곳은 피아노 앞이었다. 피아노 뚜껑이 스스로 열리는 걸 본 에테르는 카페 내부 음악 음량을 조절했다. 최근에는 그래도 피아노를 연주하는 손님이 자주 오는 것 같았다. 피아노 소리가 카페에 퍼졌다. 역시나 잔잔한 음색으로. 데일리는 허니브레드를 먹다 말고 피아노를 돌아보았다. 저기 저런 게 있었나, 데일리는 그리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허니브레드 외에는 관심사가 없던 모양이었다.

에테르는 음료와 샌드위치를 준비해 트레이 위에 올린 다음 피아노 인근 자리에 그것들을 내려두었다. 에테르가 카운터로 돌아가면 루미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루미는 편히 쉬다 간다면서 가벼이 고개를 꾸벅였다. 루미가 시킨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양이 조금 남아 있었다. 그가 가게를 나가면, 데일리도 제 트레이를 가져왔다. 데일리도 에테르에게 꾸벅 인사한 다음 카페에서 나갔다. 남은 건 에밀과 오로라, 코인이었다. 코인은 방금 왔으니 금방 나갈 것 가진 않았다. 문득 에테르는 에밀이 오로라에게 다가가는 걸 목격했다. 싸우시는 건 아니겠지? 걱정이 들었다. 다행히 두 사람은 싸우는 것 같진 않았다. 곧 두 사람이 사이좋게 트레이를 가지고 왔다. 나중에 또 뵙고 싶네요. 에밀은 싱긋 웃었다. 오로라는 아무 말도 않고 트레이를 내려둔 다음 떠났다.

다시 고요해졌다. 잠시 멍을 때리던 에테르는 카페 내부 음악 음량을 다시 조절하지 않았다는 걸 깨닫고 급히 그를 조정했다. 에테르는 조정을 마치고 코인 쪽을 돌아보았다. 초콜릿 음료는 그새 반이 비워져 있었고 샌드위치는 따로 먹으면서 갈 생각인지 손에만 들고 있었다. 에테르는 느릿하게 눈을 깜빡였다. 책도 하필 학습서를 가져와버리는 바람에 할 게 없었다. 우선 오늘의 물건들을 상자에 넣어두기로 했다. 에밀이 유리병과 단추, 겨울 장갑…. 데일리가 리본과 배지, 루미가 책갈피, 오로라가 탄환, 코인이 장미꽃. 책갈피는 내가 써야지. 그리 생각하며 에테레는 상자 안에 물건들을 넣어두었다. 그러고 그는 의자에 앉았다.

잠시 멍하니 앉아있다 보면 딸랑. 하는 풍경 소리가 퍼졌다. 들어온 사람이 없는 걸 보니 코인도 집에 간 모양이었다. 빗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벌써 비가 그쳤나?

에테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일은 학습서를 가져오는 실수를 하고 싶지 않았다. OPEN 팻말을 CLOSE로 돌렸다. 피아노 카페의 오늘 영업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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