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카페에서의 독서를 추천합니다

[OC] 에테르 | 미코, 레벤, 시안, 아첼레란도, 허브

by 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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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테르는 오늘도 어김없이 팻말을 OPEN으로 돌려두었다. 그러고 앞치마를 둘러매었다. 오늘은 책을 제대로 챙겨왔다. 시집. 학습서 같은 게 아닌 시집! 책갈피는 어제의 루미에게 받은 것을 사용하기로 했다. 먼저 에테르는 카페 내부 음악 음량을 조절했다. 오늘은 쓸데없이 카페를 캐내는 사람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에테르는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어제’ 는 상당히 거슬렸다. 대놓고 카페의 진실을 캐내려던 사람과 카페의 상식을 이해하지 못했던 사람. 에테르는 어제 붙잡힌 손목을 어루만졌다. 그렇게 아프진 않았다.

시간이 좀 흘렀다. 손님은 아직 오지 않았다. 덕분에 에테르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과 함께 시집을 읽을 시간을 낼 수 있었다. 원래는 영업이 끝날 때 즈음에 음료를 마셨었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한적하니까. 생각해보니까 어제는 안 마셨었다. 별로 대단한 일이 있는 건 아니고 그냥 까먹은 거였다. 에테르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시를 한 편 한 편 차분히 읽어가는 에테르에게 의구심이 하나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너무 안 오는 거 아닌가…. 그리 생각한 직후 풍경이 울렸다. 교복 차림의 미코가 카페로 들어왔다. 미코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에테르도 책을 덮어두고 손님을 맞이했다.

“아이스 바닐라 라떼요. 초콜릿 케이크도 하나만 주세요.”

그러고 미코는 수첩 하나를 내려두었다. 이내 그가 향한 방향은 창가 자리였다. 자리에 도착한 미코는 노트와 필기구 따위를 꺼내었다. 옷도 교복을 입은 걸 보니 단순히 공부를 하러 온 학생이구나 싶었다. 중학생인지 고등학생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그런 걸 판단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도 아니긴 했다. 에테르는 진열대에서 초콜릿 케이크를 꺼내어 트레이 위에 올려두었다. 아이스 바닐라 라떼는 진작에 올려뒀지. 에테르는 트레이를 들고 미코에게 향했다. 주문하신 아이스 바닐라 라떼와 초콜릿 케이크입니다. 미코가 고개를 가벼이 꾸벅였다. 에테르는 미코가 무엇을 공부하는지 힐긋 확인했다. 수학 문제를 본 것 같기도 했다.

에테르는 다시 카운터 자리로 돌아가 제 책을 펼쳤다. 여유롭다. 이상할 정도로 여유로웠다. 사실 이게 카페의 본분이자, 카페의 의미이기도 하니까. 카페는 쉬었다 가는 곳일 뿐이다. 뭔가를 캐내기 위해 존재하는 곳은 아니었다. 에테르는 어제의 일이 다시 새록새록 떠올랐다. 잊기로 했다.

오늘은 이상할 정도로 카페가 한적했다. 원래 이렇게 사람이 적었던가. 그래도 하루에 5명 정도는 왔는데. 넓지는 않지만 좁지도 않은 카페에서 미코와 에테르는 제 할 일만 하고 있었다. 시집을 읽고, 공부를 하고. 이렇게까지 평화로워도 되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의 평화. 물론 당연히 평화가 싫은 건 아니었다. 에테르는 이런 평화가 좋았다. 그야, 유유자적하지 않은가. 에테르는 흥얼거렸다. 카페 음악에 맞추어, 흥얼흥얼.

그렇게 고요함이 오가다 풍경 소리가 울렸다. 새하얀 천을 쓰고 있는 유령, 세 명의 아이들이 들어왔다. 단체 손님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태까지 왔던 손님들이 아니었다. 새로운 손님들이었다.

레벤은 메뉴판을 보며 고민했다. 시안과 아첼레란도도 고민하는 듯 보였다. 시안의 고민은 오래 가지 않았다.

“아이스티.”

“그럼 난 초코라떼! 시원한 걸로.”

“아이스 아메리카노요.”

시안이 대표로 열쇠고리 3개를 올려두었다. 에테르는 디저트는 필요 없냐 물었다. 그러자 레벤은 허니브레드를 두 개 부탁한다 했고, 그 대가로 포크 하나를 추가로 지불했다. 유령들은 피아노 쪽으로 향했다. 피아노에 흥미가 있는 건가? 에테르가 그들을 잠시 바라보았다. 음료와 음식을 준비해야하니 이 이상 신경쓰지 않고 우선 시선을 돌렸다.

그러는 사이 세 사람은 피아노를 여기저기 바라보고 있었다. 레벤과 시안이 피아노 뚜껑을 열려고 했지만 피아노 뚜껑은 열리지 않았다. 다만 아첼레란도가 다가가면 자동으로 열렸다. 그걸 본 레벤은 흥미롭다는 듯이 눈을 빛냈다. 에테르는 한참 음료를 준비하다말고 음량을 조절할 준비를 했다. 하지만 아첼레란도는 연주를 할 의향이 없어보였다. 에테르는 잠시 지켜보다가 다시 음료를 준비했다.

신기하네. 레벤은 그리 이야기하면서 피아노의 여기저기를 살펴보았다. 미코는 세 사람이 무슨 대화를 하든 전혀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다.

에테르가 음료와 허니브레드를 전부 준비해 그들에게 향했다. 시안과 아첼레란도는 자리에 앉아있었고 레벤은 피아노를 한창 살펴보고 있었다. 에테르는 두 사람이 앉은 테이블에 트레이를 올려두었다. 레벤이 에테르를 보며 이야기했다. 이거 해체해봐도 되나요? 에테르는 단칼에 답했다. 절대 안됩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레벤은 실망한 것처럼 보였다. 에테르는 당연한 거 아니냐고 태클을 걸고 싶었다. 그 태클은 시안이 대신 걸어주었다. 될 리가 없잖아. 레벤은 정말로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그러니까, 도대체 왜? 아무래도 레벤은 피아노를 정말로 해체해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아첼레란도가 레벤의 머리를 툭 쳤다. 참아. 참으라는 아첼레란도의 말에 레벤은 괜히 칭얼거렸다. 연주해주지도 않을 거면서.

에테르는 세 사람의 화목한 싸움을 지켜보다가 카운터로 돌아갔다. 화목한 손님들이네. 세 유령은 여전히 논쟁을 벌이고 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피아노를 해체할 생각은 없어보였다. 그거면 됐지. 에테르는 괜히 고개를 끄덕였다. 레벤은 차라리 한 번 연주해달라면서 아첼레란도를 재촉했다. 아첼레란도는 전혀 그럴 의향이 없어보였지만. 어쨌든 평화 속에서 에테르는 책을 펼쳤다. 에테르의 귀에 아첼레란도의 한 마디가 꽂혔다. 차라리 공부나 하라고. 독서도 공부인가? 묘한 의문에 빠진 채로 에테르는 페이지를 넘겼다.

세 사람의 대화 소리와 카페의 음악. 미코는 한참 공부하다 말고 에테르 쪽으로 다가왔다. 추가주문인가? 에테르가 미코를 바라보면 미코는 연필 하나를 내려두었다.

“허니브레드 하나요.”

오늘따라 허니브레드가 열풍이었다. 뭔가 허니브레드의 날이라던가 그런 건가. 다음에 온 손님도 허니브레드를 주문한다면 오늘을 허니브레드의 날로 지정해야겠다.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며 에테르는 허니브레드를 준비했다. 미코가 허니브레드를 주문한 걸 본 레벤은 시안과 아첼레란도에게 뭔가 속삭였다. 아첼레란도의 자제하라는 한숨 소리만 들려왔다. 뭘 자제하라는 거지? 에테르는 허니브레드를 준비했다. 그러고 트레이에 올려두어 익숙하게 미코에게 가져다주었다. 그런데 그런 에테르를 어째서인가 레벤이 쫄래쫄래 따라왔다. 미코가 레벤을 바라보았다. 레벤이 미코를 바라보았다.

허니브레드 어떻게 먹는지 알아? 그 물음에 미코는 고개를 기울였다. 에테르는 스르륵 그 자리를 피해 카운터로 돌아갔다. 아무래도 레벤은 미코에게 허니브레드를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런데 허니브레드에 특별히 맛있는 방법이 있나? 그냥 먹으면 그만 아닌가. 에테르는 그런 생각을 하며 눈을 가늘게 떴다. 궁금하다. 허니브레드는 어떻게 맛있게 먹는 걸까? 에테르는 카운터에서 미코와 레벤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이어 그는 미련을 갖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에테르는 허니브레드를 자주 먹지도 않았으니까.

시안과 아첼레란도는 피아노를 보고 있었다. 직접적으로 해체하려고 했던 위험인물인 레벤은 멀리 있었지만 시안과 아첼레란도도 왠지 조심해야할 것 같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에테르는 피아노 쪽을 돌아보았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설마 해체나 분해에 대한 내용은 아니겠지……. 에테르는 귀를 기울였다. 이 피아노는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 걸까, 그 말이 들리자마자 에테르는 고개를 홱 돌렸다. 다만 정말로 해체하려는 것은 아니고, 단순한 호기심처럼 보였다. 에테르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허니브레드… 허니브레드 먹고 싶다. 아무리 자주 먹는 게 아니라고는 해도 오늘따라 열풍이었으니까. 에테르는 자기 몫의 허니브레드를 준비하기로 했다. 음료는 뭘로 할까. 허니브레드에 어울릴만한 음료가…. 그런 생각을 하며 에테르는 허니브레드를 준비했다. 그는 노래를 흥얼거렸다. 카페에 나오는 음악에 묻히는 작은 목소리로.

마지막으로 카페라떼를 준비했다. 에테르가 고개를 돌리면 시안이 그를 보고 있었다. 무슨 노래였어요? 그걸 어떻게 들은 건가 의문이 생기면서도 에테르는 답해주었다. 자장가에요. 어떻게 기억하고 있고 어떻게 부르는지 에테르 스스로는 몰랐다. 스스로에 대한 것도 너무도 미스터리가 많았다. 시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레벤은 어느 순간 미코와 함께 피아노 근처까지 와 있었다. 역시 분해해보고 싶은데. 그 소리가 들리자마자 에테르의 고개가 홱 돌아갔고 시안은 웃었다. 저렇게 말해도 분해 안 할걸요. 당연히 안 하는게 맞는 겁니다. 에테르는 그 말을 애써 내뱉지 않았다.

허니브레드 드시려고요? 시안의 물음에 에테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안은 잠시 생각하다가 에테르에게 잠깐 같이 먹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생각해보면 어차피 손님이 오기 전까지는 할 일도 없었고, 허니브레드를 맛있게 먹는 방법도 궁금했다. 에테르는 자신의 몫을 트레이에 올려두었다. 자기가 한창 읽고 있던 시집도 함께. 그러고 시안과 함께 세 손님이 떠드는 피아노 근처로 향했다. 에테르를 보자 레벤은 피아노를 가리켰다. 절대 안 됩니다. 에테르는 고개를 저었다. 레벤은 깐깐하다며 투덜거렸고 아첼레란도는 왜 당연한 걸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고민했다. 당연히 이건 카페의 공공재니까 부수면 안 됐다. 미코도 레벤의 발언을 황당해하는 듯 보였다. 레벤은 문득 에테르가 가져온 허니브레드를 보았다. 역시 허니브레드의 매력은 그 누구도 버틸 수 없군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레벤이 더 우쭐거렸다.

카페의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오순도순 대화를 나누었다. 레벤이 전수해준 허니브레드를 맛있게 먹는 방법은 솔직히 평범했다. 당연한 방법이 아닐까 싶기도 했으니까. 그저 주위가 소란스럽고 화목해서 허니브레드가 맛있게 느껴지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서로 나누는 건 좋은 거니까. 이런 공간이나 공기를 미워할 수 있을리가…. 풍경은 울리지 않았다. 에테르는 수다를 들었다.

레벤은 허니브레드의 달콤함에 대해 떠들었다. 시안은 다른 이들의 수다에 답하고 있었고 아첼레란도는 조용히 있다가 한 마디씩 했다. 마지막으로 미코는 그들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몇 가지 질문을 남겼다.

레벤은 이것도 인연인데 공부를 도와주겠다면서 미코를 향해 웃었다. 이래보여도 자신이 엄청나게 똑똑하다는 것을 어필하면서. 레벤은 시안과 아첼레란도도 불렀다. 미코는 이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어보였는지 자신의 공책을 가지러 제 자리로 향했다. 에테르는 허니브레드의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한적했다. 미코가 제 가방을 가지고 돌아왔다. 열정적인 공부 타임이 시작되기 전, 풍경이 울렸다. 딸랑. 손님이 들어온 걸 눈치챈 에테르는 카운터로 빠르게 향했다. 카운터에는 이미 만년필을 카운터 위에 올려둔 손님이 있었다. 흑색 코트를 차려입은 손님 허브가 에테르를 바라보았다. 허브는 피식 웃었다.

“허니브레드랑 청포도 에이드요.”

역시 오늘은 허니브레드의 날이다.

에테르는 만년필을 받았다. 허브는 에테르에게 저쪽의 아이들은 뭘 하냐고 물었다. 공부 하더라고요. 에테르의 답변에 허브도 흥미가 생겼는지 네 사람 쪽으로 향했다. 오늘 손님들은 다들 공부에 관심이 많네. 그런 생각을 하며 에테르는 허니브레드와 청포도 에이드를 준비했다.

허브는 네 사람이 무엇을 공부하고 있나 힐긋 보았다. 미코가 공부하는 건 화학이었다. 허브는 화학을 보자마자 뒷걸음질쳤다. 화학은 허브의 전문 분야가 아니었다. 그냥 허니브레드와 에이드를 즐기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허브는 그들의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조용한 것 보다는 어느 정도의 소란스러움을 좋아했다.

곧 에테르가 허니브레드와 청포도 에이드가 올려진 트레이를 가지고 왔다. 허브는 에테르에게 가벼이 고개를 꾸벅여 감사를 표했다. 에테르는 카운터로 돌아가지 않았다. 아무래도 자신 몫의 허니브레드, 카페라떼와… 시집이 이곳에 있었으니까. 어차피 오늘은 한적할 것 같기도 했고, 잠깐 쉬는 것 정도야.

미코는 한참 레벤에게 설명을 듣고 있었다. 레벤은 화학에 재능이 있는 것 같았다. 시안과 아첼레란도는 레벤에 비하면 화학을 잘 못 했기에 참견하지 않았다. 레벤이 열심히 설명을 이어가면 허브는 머리가 아픈지 제 머리를 꾹 눌렀다. 역시 화학은 내 분야가 아니야…. 그 중얼거림에 에테르가 피식 웃었다. 에테르는 시집을 펼쳤다. 화학에 관심을 두기 싫었던 허브는 에테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 그 시인 좋아하시나요? 허브의 물음에 에테르의 고개가 그를 향해 돌아갔다.

그 사람 시, 무척 서정적이죠. 라 이야기하면서 허브는 싱글생글 웃었다. 에테르는 시집을 잠시 바라보았다. 확실히 서정적이긴 했다. 하지만 좋아하는 건 아니었다. 처음 보는 작가의 시집이니까. 그냥 끌려서 골랐을 뿐이었다. 에테르는 솔직하게 그 사실을 허브에게 밝혔다. 허브는 조금 아쉬워하는 듯한 기색이었다. 제가 정말로 좋아하는 작가님이시거든요. 허브는 이참에 자기랑 같이 알아보는 건 어떻냐며 눈을 밝혔다. 에테르는 고민해보겠다고 답했다.

미코는 슬슬 가봐야겠다고 이야기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에테르는 창 밖을 바라보았다. 풍경은 보이지 않았다. 왜일까…. 그런 생각도 잠시, 세 명의 유령들도 돌아갈 생각인 듯 보였다. 자기들 몫의 트레이를 정리하는 모습을 보고 에테르는 자기가 정리할 테니 가도 된다고 이야기했다. 네 사람이 감사를 표하고 우르르 카페에서 나갔다. 허브도 슬슬 가봐야겠다고 이야기했다. 허브는 에테르를 도와 트레이를 정리했다. 잔과 그릇들도 함께. 두 사람은 카운터 선반에 그것들을 모두 올려두었다. 허브가 가볍게 손을 흔들며 카페에서 나갔다.

보자, 오늘은…. 에테르는 천천히 물건들을 살폈다. 미코에게 수첩과 연필, 세 명의 유령들에게 열쇠고리 3개, 포크 하나…. 허브에게 만년필. 제대로 계산했나? 에테르는 물건들을 상자에 넣어두었다.

오늘은 퇴근 전에 잠깐 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팻말부터 미리 돌려두자는 생각으로 에테르는 입구로 걸어가 팻말을 돌렸다. OPEN에서 CLOSE로. 에테르는 눈을 깜빡였다. 카페의 불은 아직 켜져 있었다. 문득 에테르는 무언가를 떠올렸다. 3일 전이었던가. 그때 즈음에 왔던 루미가 주었던 그림. 기억 속에 흐릿하게 남은 누군가.

에테르는 그림을 찾아내어 펼쳤다.

언젠가 네가 이곳에 와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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