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크주인] 경애
아쿠네코 나크x주인♀️
- 해당 글은 나크 발렌타인 카드 스토리 이야기와 이어집니다. 열람시 주의해주세요.
나크는 조심스럽게 주인의 손등에 입을 맞춘다. 항상 고고하던 당신의 눈동자가 당황스러움으로 번지는 모습을 목격했을 때, 죄송스럽기보단 너무 사랑스러워서 되려 반응을 더 지켜보고 싶었노라 고백하면 과연 어떤 눈으로 바라볼까. 그러나 그처럼 죄 많은 인간이 감히 고귀한 주인을 사모한단 말을 입에 담았다가 대가로 그녀를 독차지한 시간을 잃을까 두려워, 결국 나크는 내몰리듯 사랑 대신 다른 단어를 골라 뱉었다.
"... 슈타인 가문에서 손등에 하는 키스는 최상의 경애를 뜻합니다."
경애라, 나크는 자신이 말하고도 어이없었는지 자조 섞인 웃음을 흘렸다. 목숨을 걸고 반드시 지키겠다는 맹세. 평생 단 한 명에게만 바칠 수 있는 특별한 행위가 경애로 끝날 일 있나. 인간 병기로서 길러져 감정도 삶의 의미도 잃은 채 사냥감의 꽁무니만을 쫓는 저주받은 슈타인 가문의 인간에게 손등의 키스란 상대의 인생을 독점하겠노라는 최악의 족쇄이자, 절대로 자신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을 거란 선전 포고였다.
기억도 나지 않을 먼 옛날, 자신의 아버지가 어린 자신에게 어머니를 취한 이야기를 들려줄 때 자신은 어떤 표정을 지었더라. 마치 입 안에서 모래를 씹듯 불쾌한 감각과, 자신이 누군가에게 그런 낙인을 찍을 일이 평생 없을 거라 다짐했던 순간이 아직도 어렴풋이 기억 한구석에 남아있었다.
설마 주인과의 만남이 비틀린 줄만 알았던 아버지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줄은. 철인의 살인귀였던 그의 아버지도 가문의 전통이란 웃기지도 않는 미사여구를 덧붙여가며 누군가의 마음을 사고자 강렬한 열망을 품은 한 명의 남성이었다.
"저는 당신에게 충성을 맹세합니다. 제 마음을…. 받아주시겠습니까."
충성이라 잘 포장하여 바쳐진 말속에 진득한 욕망이 섞여 들어있단 사실을 깨닫는다면 당신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당신의 손가락 마디마디마다 사랑스럽게 키스하며 당신의 살결을 음미하고 싶은 욕망을 가까스로 억누르고 있단 사실을 알고 있을까.
나크는 애달프게 자기 주인을 올려다보려다 보며 그녀의 손을 꼭 맞잡았다. 이렇게라도 충성이란 명분을 내세워 당신의 곁에 있고 싶어. 저택의 열댓 명이나 되는 집사들 가운데서 어떻게든 당신의 눈에 띄고 싶어. 당신에게 닿기 위해, 이 나크 슈타인이 이렇게나 최선을 다하고 있단 사실을 알아주시면 좋으련만.
주인의 눈동자가 나크의 선명한 이목구비를 따라 훑고 내려간다. 마치 그의 음험한 속을 꿰뚫어 보듯, 자신을 날카롭게 바라보는 주인의 시선에 나크는 저도 모르게 바싹 마른 입술을 혀로 훑으며 숨을 죽였다.
"싫어."
주인의 입가에서 차갑게 내뱉어진 거절의 한마디. 예상치 못한 상황인지라 할 말을 찾지 못한 나크의 입술이 달싹였다. 분명 분위기도, 장소도, 대사도, 모든 것이 완벽할 터였던데. 어째서 거절당한 걸까. 나크의 머리가 새하얗게 번져가던 찰나, 주인이 말을 이어 나갔다.
"난 충성보다 더 위에 있는 걸 원해, 나크."
최상의 경애 그 위에 있는 것을 원해. 공경이니 경의니, 지루한 말 따윈 집어치우고. 주인은 자신을 잡고 있던 나크의 손에 힘을 실어 그의 상체를 자신의 눈높이까지 끌어당겼다. 대체 그 가녀린 몸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온 건지. 나크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주인을 마주 보았다.
"마음을 받아주겠냐고 물었니."
인제 와서 그 말을 물리기엔 늦었단 사실을 깨달으면 좋으련만. 주인의 입꼬리가 안쓰럽다는 듯 비틀려 올라간다. 나크, 내 사랑스러운 집사. 네 마음은 하나도 남김없이 받아 갈 생각이란다. 다른 누군가에게 줄 여유 하나 없이, 전부 빠짐없이 소유할 거야. 부디 네 충성에 그 정도 각오가 있으면 좋으련만.
"슈타인 가문의 이름을 걸고 한 맹세의 각오를, 이곳에 키스해서 확실히 증명해 주지 않겠니, 나크 슈타인."
주인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앵두같이 붉은 그녀의 입술이었다. 마치 나를 삼키라는 듯 속삭이는 유혹에, 나크는 주인에게 홀린 듯 서서히 다가갔다.
"그게 당신의 명령이라면."
슈타인 가문의 이름을 걸고 당신에게 모든 것을 바치겠노라고 맹세했으니까요. 그리 말하며, 나크는 제게 내밀어진 달콤한 과실을 깨물었다.
* 밑의 결제선은 채널에 문제가 생기거나 사라지더라도 작품을 영구 소장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만들어진 결제란입니다. 아래엔 아무것도 없습니다. 소장본의 금액은 글자수에 맞춰 책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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