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鬼 : 본디 바다에서 온 것은 바다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모양이 동그랗게 잘 빚어진 주먹밥을 야무지게 한입 베어 먹은 카츠라는 은근하게 가자미눈을 뜨며 콧김을 내쉬었다. 입안에 가득 찬 쌀밥을 꼭꼭 씹어 먹더니 어느새 꿀떡 삼켜버린 그가 다시 한번 말을 이었다. 타카스기, 사람이 말을 할 때는 되묻는 건 예의가 아니니까 한 번에 알아들을
휘영청 달 밝은 하늘 아래에 샤미센 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 사내가 손에 잡은 바치撥로 악기 현을 연주하자, 제법 경쾌하고 부드러운 소리가 났다. 창가에 아슬아슬하게 걸터앉은 모습은 보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었지만 정작 본인은 매우 편안하다는 듯 흔들림 하나 없는 시○스 위에 앉은 마냥 안정적으로 현을 키고 있었다. 달빛을 맞으며 둥그런 모양의 창문
사카타 긴파치는 눈이 좋다. 츳코미 캐릭터의 상징이라고나 할 수 있는 안경이나 쓰는 주제에 무슨 눈이 좋으냐고 할 수 있겠느냐만, 단순히 시력이 좋다는 말이 아니다. 왜, 다들 눈이 좋다고 하면 한 번씩은 떠올려보지 않는가. 엠페러 아이라든지 사륜안이라든지 눈동자에 육도 문자가 새겨져 있다든지. 아무튼 헛소리처럼 보이겠지만 어느 정도는 비슷한 뉘앙스라고는
태평양에서 생성된 태풍이 올라오고 있다는 뉴스를 보았다. 내일 저녁이면 에도에 도착한다는 안내가 있었다. 데이트는 힘들겠군. 그 녀석 집에서 놀까. 타카스기는 내일의 일정을 생각하다 시계를 확인하고는, 텔레비전의 전원을 끄고 자신의 가방을 챙겼다. 학교 갈 시간이다. 타카스기는 집에서 나와 옆집 문을 두드렸다. 최근에 이 집으로 이사 온 녀석은 우연히
우당탕탕! 책상이 뒤집어졌다. 그 위에 쌓여 있던 서적 두어 권이 덩달아 바닥에 떨어졌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긴토키의 귀와 꼬리가 성게처럼 돋아났다. 얼굴을 한껏 구긴 채 비명도 지르지 못하는 걸 보니 여간 아픈 게 아니었나 보다. 당장이라도 떨어질 거 같은 눈물방울을 글썽이며 그대로 쪼그려앉아 입김을 불어가며 제 발을 이리저리 문질 거리는 모습이 퍽
흐리다. 햇빛 한 줄기 새어 나올 틈도 없을 만큼의 구름이 하늘을 뒤덮었다. 간간이 천둥소리가 들려오지만 비는 내리지 않을 성싶다. 잔잔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겨울 칼바람마냥 뺨을 베고 지나갔다. 따뜻함을 품은 눈송이가 맺힌 줄기들이 이리저리 흔들린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마치 설원의 한가운데에 홀로 서있는 기분이다. 영 산책을 길게 끌 날
‘귀병대’가 패배했다. 그들이 이길 수 있는 싸움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들의 패배를 예상하지 못했다. 귀병대는 늘 이길 수 없는 싸움에 달려들어 승리를 가지고 돌아오는 조직이었으니까. 그런데 졌다. 조직은 반파되었고, 두 보스도 반으로 갈라져야 할 상황이 오게 되었다. ‘두 보스 중 하나의 목을 가져와라. 그렇다면 남은 보스와 조직원들의 목
에서 계속됩니다. 제가 토해놓고도 황당해 벙 쪄서 바라보던 긴토키가 카츠라를 불렀다. “……즈라?” “즈라가 아니라, 카ㅊ…. 영령지사 Z다!” 카츠라는 평소처럼 답하려다 자신이 이곳에 온 목적을 떠올리고는 빠르게 말을 바꿨다. 그는 자기가 흘린 복면까지 찾아서 얼굴까지 가렸지만, 그것에 속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충격에 빠진 사람들 사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