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과 농장 정상 영업중입니다. -1
1년차 여름의 어느 날
네로 커티스는 여름이 왔을 적 창문 밖으로 매미가 맴- 맴 하고 울며 소리 내는 걸 들어본 경험이 적다. 그건 그가 살아온 환경이 습하고 온도가 낮을 뿐더러, 자의지 있게 고함 치는 생명체라 할 것이 인간말곤 몇 없었던 탓이다. 구구절절 이어질 변명을 잘라내고 말을 하자면 이렇다. 네로 커티스는 이 농장의 여름이 낯설었다.
사람들이랍시고 득실거리는 마을에 가면 가끔 술집 시끄러워서 패스, 마니네 목장 가는 길엔 재스니 뭐니 하는 아이들 두 명이서 졸졸 선생님 따라가길래 그나마 합격점. 잉걸불 수액인가 수웩인가 (이해하자. 네로 커티스는 아직 에스페란토어를 제외한 언어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는 곳에는 온통 사람 없이 자연 뿐이라 압도적인 호. 그러나 길을 잃거나 영영 돌아오지 않게 될 수도 있으니 주의 요망. 그래도 나돌아다니다 보면 루스가 어디선가 나타나 한 아름 꺾어둔 꽃을 준다던가, 나무 가지치기 하는 소릴 내다 눈 마주친다던가 하여 집이라는 곳으로 돌아간단 감각 복기할 수 있으니 총평 : 괜찮을 지도 모름.
네로 커티스는 반복적으로 식물에게 물을 주는 삶이 좋았다. 별 다른 계획을 짜두지 않는다 하더라도 몸이 알아서 움직였으며, 챙기고 키울 식구가 있는 한 신체는 알아서 움직였다. 바로 그 점이 좋았다. 이 모든 농촌 생활에서는 사람이 쓰일 곳이 있으며, 네로 커티스는 자신이 도구로 쓰이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되려 기원하다 못해 강렬히 염원하는 사람이었다. 때가 오면 작물이 자라날 것이다. 수확하면 된다. 그 빈 자리가 있다면 피에르네 상점 가게에 들러 -오, 그 옆의 조자마트라는 곳은 운영 시간이 더 길었지만 씨앗의 가격이 더 비쌌다. 대기업이란 다 그런 식이다. 어차피 강 한 번 건너가야 할 정도로 먼 곳에 있으니 관심은 자연스레 떨어진다. 그곳에서 일을 하고 있던 셰인이라는 청년, 보아하니 담배랑 술 찌든 냄새가 강했던 것 같은데. 마니네 집에서 살지 않던가. 백량금의 알맹이를 우르르 털어 입에 넣고 씹는다. 무슨 맛이었더라… 기억은 잘 안 난다.
최근 구조과-그것도 다섯 중 둘 밖에 없는 이 단촐한 농장에서의 가장 큰 이야깃 거리는 당연하게도 자라나는 식물에 관한 이야기다. 조금씩 심어서 키우자니 돈이 안 된다 하지만, 우리가 각자의 살림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벌어 살아간다면 되는 일 아니겠는가. 그러니 늘 루이스가 와서 뭐라 잔소릴 하고 드미트리우스가 적당한 식물을 심고 있냐 꼬치꼬치 물어도- 각자가 각자의 페이스에 맞춰 살아가면 되는 일이다. 갓 자란 고추를 깔끔하게 따고, 멜론 한 통은 꼭지 작은 걸로 골라 반을 가른다. 그릇 위에 한 입 크기로 알맞게 썰어둔 뒤에는 피에르네 뒷쪽 창고에서 사온 얼음 조각을 꺼내 사이사이에 끼워둔다.
그래. 딱 이 정도의 삶이면 좋다. 타인과 깊이 엮일 생각 하지도 않고, 남과 과하게 교류하며 자기 자신을 소모할 필요도 없고! 아, 물론 샘인지 알렉스인지 누구인지 하는 청년이 계속해서 무례한 말을 하지만 그 외의 어른들은 친근하다. 뭐, 걔네는 어리니까. 그러고보니 루스가 몇 살이었더라. 비슷했던 것 같기도 하고. 아삭, 더위 아래에 발 뻗은 채로 땅을 긁는다. 웬 검은 고양이가 소리 내며 옆의 서늘한 자리를 차지한다. 그 녀석의 뒷덜미를 손등으로 긁으며 중얼인다. 낚시 하러 갔다가 기력 없어서 물에 빠졌나… 객식구 한 명이 돌아오길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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