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의 결여

정형적인 삶에 대한 이해

그리고 제 목숨에 대한 통찰

네로 커티스는 아루스 데카루스가 모종의 폭탄과도 동일한 성질을 지니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야, 총장의 멱살까지 잡을 정도로 열성적일 때가 있다가도 한참 가만히 숨 쉬며 상황을 관망하질 않나. 폭탄이라는 것도 그렇다. 기폭제에 자극을 주지 않는 한 아주 가만히, 전자 장치나 불길에 영향 받지 않는 한 입을 꾹 닫은 조개처럼 어떠한 현상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루스 데카루스와 둘 다 분해 및 해체를 통해 조율이 가능하다는 공통점 또한 있으니 네로 커티스는 아루스 데카루스를 폭탄 및 폭발 가능성이 있는 물체라고 보지 못할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지 아니한다.

그렇다 하여 그 사람의 인격적인 부분에서까지의 모독을 하고 싶은 건 아니다.

애초에, 앞선 말은 상당히 '문학적인 표현'의 일부일 뿐이지 그 사람의 전체를 상징하지 않는다.

룸메이트를 해본 결과, 이와 같은 특징을 지니고 있는 인간이라 민감할 때가 있는 폭탄. 아니, 인간인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첫째. 데카루스 아루스는 고아이다. 그런 관계로 당연하게도 가족간의 유대나 주변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 적당한 거리를 가늠하지 못한다. 이로 인하여 타 파트너를 맺는 것에 있어 어려움이 존재한다. 개인이 지닌 재능과 기질과 별도로 말이다.

둘째. 아루스 데카루스는 과하게 예민하다. 홀로 놓여있었으니 안정감을 줄 환경이 없었을테고 그로 인하여 조숙하거나 민감한, 혹은 나이나 철이 드는 것과 무관한 형태를 지니게 된다. (자신이 그러한 특성을 선천적으로 지니고 있는 것 처럼 말이다. 다만 아루스 데카루스는 후천적이다.)

셋째. 루스는 정이 많다. 사람이다. 그래서 규칙에 연연하다가도 그 외의 행동을 저지를 줄 알고 죄책감을 알고 있기에 나설 줄 안다. 그러니까, 트라우마를 지니게 되는 생명체라는 의미이다. 과거에 발이 잡혀 허우적거리는 바보같은 짓을 하게 될 가능성이 89.999823749%나 있단 것이다. (열 일곱번의 계산 결과에 따르면 그렇다.)

그러므로 아루스 데카루스는... 폭탄과 다를 바 없다. 그리고 자신은 그러한 폭탄을 유일하게 처리할 수 있는 폭탄 처리 반이다. 결국 사람이 해야 할 일은 변하지 않는다. 자신은 아루스 데카루스를 '보조'하고 '해체'한다. 그리고 아루스 데카루스는 자신의 보조에 맞춰 '임무'를 실행하고 '폭발' 한다. 그렇다면 모든 것이 종료인 일이다.

정형적인 삶에 대한 이해임과 동시에, 목숨이라는 것에 대한 통찰은 이런 식으로 마무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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