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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이치, 히게키리

🦊 b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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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눈을 살짝 감았다가 뜨며 나의 앞에 있는 너를 직시한다.

올곧은 자세로 앞을 바라보는 너는 뒤를 보는 방법을 잊은 듯하다. 언젠가 그런 너를 보며 ‘말이 친구를 구한다면 네가 어울릴 거야.’ 라는 말을 했을 때가 있었지.

“그때 네 모습이 퍽이나…”

‘퍽이나’ 그 뒤에 무슨 말을 이어야 할까? ‘너 답다’ ‘한결같다… 온갖 단어들이 머릿속을 흩뜨려놓고 정작 나에게 원하는 말을 주지 않는다.

“으-음… 좀 더 명백한 표현이 있을 텐데.”

“아까부터 부산스럽군 히게키리.”

“이야-. 생각 날 듯 안나는 단어가 있어서 말이야.”

“고작 그런걸로 그렇게 부산스럽게 한건가?”

어이가 없는듯 고개를 젓고는 다시 앞을 바라본다. 저 앞에는 뭐가 있길래 그렇게 열중해서 보는지 알 수는 없지만 나도 너의 풍경이 궁금하기에 시선을 겹쳐본다.

“다른 곳에 비하면 변화가 적군.”

“그래서 보고 있었던 거니?”

“그것도 모르고 같이 보고 있던 건가?”

“주인이 보길래 본 것일 뿐. 큰 의미는 없네.”

“허… 나를 놀리는 건가 히게키리?”

“내가 주인을? 그런 일을 할 리가 없지 않겠니?”

살며시 웃어 보이는 웃음 뒤로 오는 미간을 찌뿌린 너의 표정이 답을 보내는 듯한다.

그런 표정도 나쁘지는 않지만, ‘더 좋은 표정이 있을 텐데.’ 하고 생각하며 너를 찬찬히 살펴본다.

“이제서야 나를 봐주는구나”

뭔 소리를 하고 있냐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너에게 또 미소를 던진다.

“오늘따라 이상하군.”

“그런 말로 하면 나는 늘 이상한 상태일텐데?”

“오늘따라 더 이상하다는 뜻이었다.”

“주인 히…음 동생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것이 그것 아닌가? 하하하”

“히게키리 너란- 하아.”

“언제는 말을 참았다고 그러니 주인?”

서늘하고 올라간 눈이 나의 눈을 피하지 않고 싸울 듯 쳐다본다.

섬뜩하고 날카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퍽이나 마음에 들었다. ‘이래야 내 주인이지.’

“오늘따라 지나치다고 계속 말 하고있을 텐데 히게키리. 불만이 있다면 시간을 끌지 말고 말해.”

“내가 주인에게 불만을 가질 리가 없잖니? 꽤나 섭섭한 말을 하는구나 주인은.”

“그럼 내 말에 토를 다는걸 그만 두길 바란다 히게키리.”

“나는 대화를 하는 것 뿐 이었단다.”

“대화하는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은 안 하나?”

“내가 틀렸다면 너도 틀린 것 아니겠니 주인? 내가 말하는 방식은 너에게 온거잖니.”

“헛소리는 그 정도로 끝내.”

“하하하. 주인이 원한다면.”

혀를 차는 소리가 메아리 치듯 산 전체에 울려 퍼진다. ‘장관이네.’ 그렇게 생각했다. 무엇이 장관이냐고 묻는다면 울려퍼지는 너의 목소리가 장관이겠지.

“시간이다.”

잔잔한 풍경위로 작은 먹구름이 드리운다. 타이밍이 좋다고 해야할지 나쁘다고 해야할지 ‘뭐 상관없나’ 그렇게 생각하고 자세를 고쳐잡는다.

“오니를 퇴치할 시간이군.”

 


 

“그래서 그때 무슨 불만이 있었던 것 이지?”

“주인 무슨 일이 있었니?”

“그렇게 불만있는 말투로 말을 했지 않았나 히게키리?”

“그랬었나…? 미안 주인 잊어버린 것 같네.”

거짓말이다. 사실 다 기억이 난다. 그날 품은 의문도 뒤죽박죽한 감정도 ‘잊어버렸을 리가 없지 않겠니 주인?’ 그렇지만 ‘잊어버렸다’ 라는 말속에 숨어 잠시 너를 바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이라고 생각 때문에 나는 ‘잊었다고’ 한 것일 뿐 거짓은 없다.

“나를 속이려 들지마라.”

“속이다니 주인. 그럴 리 없지 않니?”

“덧 없는 말을. 그런건 네 표정을 보면 금방이라도 알 수 있다.”

옅은 미소로 너를 바라본다. 꽤나 장관인 표정을 하고 있구나, 너는

“사람은 좋아하는 상대에게 장난을 치고 싶다고 한다고 하네, 주인은 알았니?”

“좋아하는 사..? 당신이 저를?”

“아라. 몰랐니?”

열이 오른건지 아니면… 알 수 없는 이유로 얼굴이 붉어지며 그 어느때보다 눈을 치켜뜬 네가 나를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본다.

“장난은-“

“좋아하는 사람이기에.”

응 ‘좋아하는 사람’ 이기에. 너와 말을 끝내고 싶지 않은 것이고 말의 끝을 잡아서라도 너와 더 대화를 하고 싶으며 이런 빗나간 어리광은 너에게만 보여줄 수 있는 것 이기에.

“꽤나 우스운 표정을 하고 있구나 주인.”

등을 돌려 나를 마주하지 않은 채로 입을 천천히 연다.

“누구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거지? 질 나쁜 농담은 여기까지 하는 걸로 하지 히게키리.”

“하하하. 진심인데 주인?”

너의 등 뒤에 서서 지긋하게 너를 바라본다. 미세한 떨림 하나 표정 하나 그것을 보여주는 것이 나의 기쁨.

“더 이상 못 들어주겠군.”

“어라 가는거니 주인?”

고개를 젓고 발을 때고 가는 너를 느긋하게 쫓아간다. 어떻게든 무게를 넣어 걸으려 하는 너를 보며 따라가는 일은 ‘나쁘지 않아.’ 그렇게 생각했다.

“따라오지 말았으면 좋겠군

“그건 불가능하지 않겠니 주인.”

“왜-“

꺼내는 말을 삼켜버리며 입을 연다.

“왜냐면 나는 너의 검이니까.

“……”

“오랜 시간동안 너의 검이었으니까 말이야 주인. 그러니 너를 따라가지 않는 일은 불가능하지 않겠니?”

“…그렇지.”

그 말을 뒤로 입을 다물고 계속 발길을 옮기는 너에게 눈을 때지 않는다. 그때와 같은 올곧은 자세로 앞을 바라보면서 걷는 너는.

“그때 네 모습이 퍽이나 –“

‘아름답다고’ 그래 ‘너 답다’ ‘한결같다…’ 그런것도 맞지만, 더 적합한 말이 있었다. 흔들리지 않는 눈으로 앞을 바라보는 너는 ‘아름다웠다.’ 그것이 나의 주인인 너 인 것이다.

 

‘너의 남은 여생의 기로에 늘 나라는 검이 존재 할거란다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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