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304] 태극전기AU 후운지
1일1최애CP라서 야고라이 풍미
- 태극전기 AU(옥족 후운지 + 인족 라크로와)
야고는 눈을 떴다. 그럴 거라고 얼추 예상은 했지만, 하늘의 빛깔이 조금 밝다. 일어나서 기지개를 켜고 있으니, 근처로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진다. 눈치채고도 딱히 경계하지 않은 건 제가 잘 아는 기색이었기 때문이다.
“야고 씨, 또 자고 있었어요?”
짐작한 대로, 제게 말을 걸며 나무 사이에서 얼굴을 내민 건 히사모리였다. 미래시인지 뭔지 하는 재미있는 능력을 가진, 야고가 데리고 다니는 녀석이다. ‘보통 옥족은 혼자 다니는 게 일반적이잖아요?!’라고 히사모리는 자주 불평하지만, 그런 건 야고가 알 바 아니다. 애초에 다이치와 같이 다닌 시절이 제법 긴 야고한테는 오히려 누군가와 있는 게 더 일반적이기도 하고 말이다.
“나 참, 정찰해 달라고 했잖아요. 적어도 일을 부탁했을 때 정도는 좀 깨어 있어 주세요. 뭐, 그래도 해 뜨기 전에 알아서 일어나 주니 다행이지만….”
“시끄러워. 간다.”
“아, 같이 가요!!! 정말이지….”
잔소리를 한 귀로 흘리며 앞서 걸으면, 히사모리가 투덜거리면서 뒤를 따라온다. 잠이 깨었다고 하지만 졸음이 가신 건 아니라, 야고는 길게 하품을 했다.
“애초에 정찰 같은 거 굳이 할 필요 없잖아.”
“…야고 씨, 말했던 거 까먹지 말아 주세요. 요즘 숲 근처의 동태가 이상하다고 분명 말했잖아요. 단순히 마물끼리의 문제라면 우리와는 관련 없을 테니 상관없겠지만, 인족이 엮인 문제면 귀찮아지니까요.”
“네 능력으로 어떻게 안 되냐?”
“하루 세 번 이상은 힘들고, 반나절 이후의 미래는 볼 수 없다고도 말했던 것 같은데요.”
“어찌 되던 쓰러트리면 그만이잖냐.”
“싸우는 건 싫어요. 귀찮단 말이에요.”
“까다로운 녀석.”
“당연한 걸 말하고 있을 뿐인데요?!!”
히사모리는 자주 야고와 다이치를 괴짜라고 부르지만, 야고는 옥족 주제에 싸우는 게 귀찮다고 말하는 히사모리가 더 괴짜가 아닌가 생각한다. 싸움을 피하는 전투종족만큼 이상한 것도 없지 않은가 싶은데 말이다.
“아무튼 내일은 같이 행동하죠. 야고 씨, 혼자 두면 또 잠만 잘 것 같고.”
“귀찮게….”
히사모리의 잔소리에 시달리며, 근거지로 삼은 동굴에 도착한다. 안쪽으로 들어가 다시 잘 만한 장소를 물색하고 있는데, 입구 방향에서 히사모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쪽에 말을 건 게 아니라, 약간 놀라서 저도 모르게 낸 듯한 소리다.
“왜.”
“아, 별건 아닌데요….”
히사모리의 시선은 동굴의 입구 바깥을 향하고 있다. 어느새 해가 떠오른 건지, 그 너머는 밝은 빛이 비친다. 히사모리가 바라보고 있던 건, 동굴 벽에 가려지지 않는 위치에 놓인 나뭇가지다.
“저 나무, 벚나무였네요.”
그 가지에는 꽃망울이 몇 개인가 맺혀 있다. 아직 피지 않은 그 분홍색은, 히사모리의 말대로라면 벚꽃인 것 같다.
“…….”
“여기를 근거지로 삼았을 때는 겨울이었으니까, 전혀 몰랐어요. 벌써 꽃이 필 때가 되었나 보네요.”
“…잘 안 보여.”
벚나무 가지에서 시선을 떼는 일 없이, 왠지 즐거워 보이는 기색으로 재잘재잘 말하던 히사모리는 야고의 말에 멋쩍은 듯 웃었다.
“확실히 여기서는 잘 안 보이네요. 해가 더 높아지면 햇빛도 더 안쪽으로 들어올 테고… 밤에나 제대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별로 상관없지만.”
내뱉은 목소리는 제게도, 평소보다 조금 더 퉁명스럽게 들렸다. 히사모리도 눈치챈 듯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곧 별로 신경 쓰지 않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런 히사모리를 내버려두고, 야고는 다시 동굴 안쪽으로 향했다.
「여기의 벚꽃은 밤에도 아름답구나.」
야고는 무엇보다 화려하게 피었던 밤벚꽃을 안다.
「밤에 보는 건 처음이니까….」
그리고 그 아래에서 보았던 것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걸 떠올릴 때마다, 무언가 잃어버린 것 같은 감각을 느끼고 만다. 야고는 그때도 지금도, 아무것도 잃어버린 게 없는데도.
그래서 야고는 벚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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