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엔드 히어로즈

[240305] 태극전기AU 야고라이

1일1최애CP

- 태극전기 AU(옥족 후운지 + 인족 라크로와)


“이 아이들에게 어떤 이름을 붙이면 좋을까?”

사람을 마구 흔들고 때리며 큰 소리를 내어 어떻게든 깨운 녀석이 입에 담은 말에, 야고는 대답하지 않고 미간을 힘껏 구겼다. 평범한 인족이나 힘이 약한 옥족이 마주했다면 겁먹고 물러났을 험악한 표정이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 야고의 눈앞에 있는 건 그걸 전혀 위협으로 느끼지 않는 라이죠다.

태연한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는 라이죠의 품에는 사사쿠마가 하나 안겨 있다. 다른 하나는 야고의 배를 베개 삼아 자고 있다. 겉보기에는 어린 판다로밖에 보이지 않지만, 자신과 라이죠의 영혼에서 태어난 존재라 한다. 계약의 부산물이라고 라이죠는 설명했지만, 절반 정도 흘려들어서 별로 기억나지 않는다.

“안 들리나? 이 아이들에게 어떤 이름을 붙이면 좋을지를 물어봤다만.”

“…필요해?”

“너는 이 아이들을 계속 야, 라고 부를 생각인가?”

“사사쿠마로 충분하잖아.”

“둘이나 있고, 메구루가 히사모리와 계약하면 곧 넷이 될 거다. 이름을 붙여 주지 않으면 헷갈릴 거야.”

“귀찮게….”

야고가 상체를 일으키자, 배를 베고 있던 사사쿠마가 미끄러져 바닥에 엎어졌다. 께느른하게 기지개를 켠 후, 야고는 사사쿠마를 집어서 다시 제 배에 올렸다. 적당히 따끈따끈하고 말랑해서, 조금 쌀쌀한 공기에 딱 좋다. 사사쿠마도 기분이 좋은 듯 뀨, 하고 높은 목소리로 울었다.

“그새 너희도 사이가 좋아졌구나.”

라이죠가 후후 웃었다. 사랑스러운 것을 바라보는 듯한 그 온화한 얼굴은 제가 아니라 사사쿠마를 향한 거겠지만, 그걸 알아도 왠지 근질근질한 기분이 드는 건 어째서인지 모르겠다.

“…모르겠는데.”

“그런 태도로는 설득력이 없네. 아무튼 이름이 생긴다면 이 아이들도 좋아하겠지. 생각해 둔 건 있나?”

“…….”

“나도 이것저것 생각은 해 뒀지만, 이거다 싶은 건 아직 없어서… 우왓.”

갑자기 강한 바람이 불었다. 싸늘한 공기가 닿은 것에 놀란 듯 사사쿠마가 몸을 움츠리며 야고의 품에 파고들었다. 라이죠가 안고 있던 사사쿠마도 마찬가지였다. 분홍색 꽃잎이 하얀 털 위에 살랑살랑 떨어져서, 야고는 그제야 제가 벚나무 아래에서 자고 있었던 걸 알아챘다.

“갑작스러운 돌풍이군. 따뜻해졌다고는 하지만 바람이 부니 서늘하네. 역시 당분간은 몸이 차가워지지 않게….”

라이죠의 혼잣말을 한 귀로 흘리며, 야고는 위를 올려다보았다. 푸르게 갠 낮의 하늘과, 분홍의 벚꽃. 계약을 마치고 라이죠에게 부적을 받아, 처음 태양이 뜬 땅에 발을 딛었을 때 보았던 것과 같은 풍경.

「여기의 벚꽃은 밤에도 아름답구나.」

10년 전의 그때는 밤이었지만, 그때도 벚꽃이 피어 있었더라.

“……사쿠라(桜).”

“사쿠라?”

“이 녀석의 이름.”

“…그건 제법 사랑스러운 이름이네.”

“불만 있어?”

“전혀. 그 아이에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좋아하는 것 같고.”

그 말대로, 배 위의 사사쿠마는 웃는 것처럼 입을 벌리고 제 양손을 손뼉 치듯 두드리고 있다. 그렇게까지 마음에 들어 할 일인가 싶어 야고는 겸연쩍게 제 머리를 긁었다. 빙긋이 미소 지은 라이죠가, 안고 있던 사사쿠마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을 건다.

“그렇다면 나는 네게 요자쿠라(夜桜)라는 이름을 붙여 주고 싶어. 괜찮을까?”

“뀻.”

“후훗, 너도 마음에 드는 모양이네.”

즐거운 듯한 소리를 내며 우는 사사쿠마를 꼭 끌어안는 라이죠를 가만히 보고 있으니, 야고의 시선을 눈치챈 라이죠도 이쪽으로 얼굴을 향했다.

“뭔가 묻고 싶은 거라도 있나?”

“…요자쿠라.”

“응, 이 아이의 이름이다. 네가 붙인 이름에 맞춘 거기도 하지만, 너와 처음 만났던 밤에 벚꽃이 피어 있던 게 떠올라서 말이야.”

“…….”

화려하게 피었던 밤벚꽃 밑에서, 피를 뒤집어쓴 채 떨고 있던 작은 인족. 잔뜩 겁먹은 주제에 이쪽을 똑바로 바라보던 눈이 밤의 어둠 속에서도 푸르게 빛나고 있어서, 변덕을 부렸던 자신.

지금도 선명히 떠올릴 수 있는 그 풍경에서, 변하지 않은 건 자신뿐이라고 생각했는데.

“……기억 안 나.”

“뭣… 하여간 매정한 녀석.”

라이죠에게 그렇게 말할 생각은 들지 않아서, 야고는 모른 체를 한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네가 근거지로 삼았던 동굴 근처에도 벚꽃이 피어 있었지. 너와의 싸움을 우선하느라 느긋하게 볼 여유가 없었던 게 조금 아쉽네. 나중에 시간이 된다면 보러 갈까?”

“…너 진짜 혼자서도 잘 떠드는구나.”

“흠. 칭찬으로 받아들이지.”

“칭찬일 리가 없잖냐….”

이후 계약을 마치고 제 사사쿠마들에게 대충 이름을 붙인 히사모리가 “엣, 그거 야고 씨의 사사쿠마 이름이에요? 생각한 것보다 훨씬 멀쩡한 작명이다… 우와, 나도 좀 더 생각하고 지을 걸….”이라고 상당히 실례되는 소리를 한다는 걸 야고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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