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엔드 히어로즈

[240306] 형제AU 야고라이

1일1최애CP 메리배드엔딩편

- 3월 6일이 남동생의 날이라기에 영구형제AU


어른이 되지 못하고 죽을 불치병의 장남.

장남 대신 후계자로 삼기 위해 데려온 혼외자식인 차남.

우리의 관계는 그런, 가족이라 부르기에는 썩 적합하지 않을 법한 것이었다.

사용인들은 언제나 당주의 눈치를 보며, 어디에 붙어야 이익을 볼 수 있을지 저울을 재며 우리를 대했다. 평범하고 동등한 태도를 보인 건 토가미나 아사기리 정도였다. 그때는 그 둘을 단순한 괴짜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 보면 어차피 죽일 상대였기 때문에 별다른 감정 없이 대할 수 있었던 거겠지.

“콜록, 콜록…….”

화풀이를 할 기회도 없이 두 사람은 잔해 아래로 사라졌다. 남은 건 피어오르는 흙먼지 탓에 폐가 조여드는 자신뿐이다. 오래 살았다고는 하지만 별다른 애착은 없었기에, 저택이 무너지는 것 자체에는 별다른 감흥은 없다. 다만 호흡이 답답해진 것은 역시 귀찮고, 탐정과 그 조수가 제대로 도망쳤을지도 조금 걱정이 된다.

약이 없어진 시점에서 살아서 돌아갈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이제 와서 나가는 길을 찾을 생각은 없지만, 무너진 길로는 향하지 않았다. 찾아야 할 다른 것이 있으니까.

“유우세이 형!!!”

멀리서 들려오던 목소리가 가까워진 게 느껴진다. 멈추어 기다릴지,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향할지를 잠시 고민하다 발을 옮긴다.

…그래, ‘유우세이 형’이다. 나보다 고작 한 살 어린 너는 나를 꼬박꼬박 형으로서 대했다. 똑똑한 아이었으니, 주변에서 저를 어떤 취급을 하는지 잘 알고 있었을 거다. 그런데도 이상할 정도로 나를 잘 따랐다. 그건 단순히 치기 어린 상냥함만은 아니었을 거라고, 그때도 지금도 생각한다.

너는 언제나 나를 ‘유우세이 형’이라고 불렀고, 나는 그리 불리는 게 싫지만은 않았다.

우리는 진짜로 형제가 되고 싶었던가? 그건 아닐 거다. 그렇다면 열여섯의 내가 여명을 선고받았을 때, 열다섯의 너는 숨이 멎을 것처럼 울지도 않았을 거고, 내게 안아 달라는 말도 하지 않았을 거다. 그리고 나는, 필사적으로 나를 붙잡던 그 손을 뿌리쳤을 거다.

너는 매달렸고, 나는 그 손을 잡았다.

“유우세이 형…!!!”

발을 멈춘다. 눈앞의 너는 안도한 것처럼 웃는다. 흙먼지투성이의 회색 잔해 속에서도 흰 뺨은 어쩔 수 없이 눈에 띄었다.

“시구레.”

“혼자서 가지 말아줘.”

손을 뻗어오는 건 그때와 똑같다. 다른 것은 열다섯의 너는 울었지만, 지금의 너는 웃고 있다는 것뿐이다. 그리고 열여섯의 나에게도, 지금의 나에게도 그 손을 놓는다는 선택지는 없다.

“……그래.”

있잖아, 시구레. 나는 분명 너를 싫어하는 게 옳았을 거야.

그리고 너도 분명 나를 혐오하는 게 나았을 거야.

그러니까 분명히 우리는 서로를 미워하는 쪽이 편했을 거야.

그랬다면 너는 분명 나를 따라오지 않았을 테니까.

정말로 바보 같기 짝이 없는 결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무너지는 세계 속에서 나는 너를 끌어안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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