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311] 태극전기AU 야고라이
1일1최애CP. 옥족의 본능적인 집착에 대해서
- 태극전기 AU(옥족 후운지 + 인족 라크로와)
“…….”
침대 위에서 라이죠가 자고 있었기 때문에, 야고는 눈을 길게 감았다 떠 보았다. 그렇게 해도 라이죠의 모습은 사라지지 않았으니, 제가 잘못 본 것은 아니었다. 업고 있던 사쿠라도 뀻, 하고 반가운 목소리로 울었으니 아무래도 진짜인 것 같다.
그렇다면 제가 방을 잘못 들어온 걸까. 하지만 침대 이외의 가구는 없는, 히사모리의 말을 빌리자면 황량하기 짝이 없는 이 방은 분명 야고의 방이다.
…얘 왜 내 방에서 자고 있냐.
야고가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한숨을 흘려도 라이죠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꽤 깊게 잠든 건지 깰 기색도 보이지 않는다. 라이죠의 무릎 근처에서 몸을 말고 자는 요자쿠라도 마찬가지다.
요자쿠라의 위치도 그렇지만, 다리를 침대 밖으로 걸친 걸 보아 아무래도 라이죠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있었다가 그대로 잠들어 쓰러진 것 같다. 옷도 그 찻집 점원 차림새 그대로에, 머리도 묶은 채인 걸 보아 잘 생각은 전혀 없었을 거다. 눈을 뜨면 꽤 분한 표정을 짓겠구나 싶어져, 야고는 피식 웃었다.
“하, 태평한 얼굴.”
바로 앞에 야고가 있는데도 경계심 한 점 없이 푹 잠든 얼굴은 10년 전과 그리 다르지 않아서, 묘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10년이라는, 인간에게는 길다고 하지만 옥족에게는 그렇지도 않은 세월을 지나 라이죠는 변했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키는 훌쩍 자란 데다가(히사모리는 인족이라 당연한 거라느니 뭐라느니 했지만 딱히 야고가 알 바는 아니다), 왠지 수상쩍은 미소를 짓게 되었다. 그걸로도 모자라, 그 한쪽 눈은 금색이 되어 있었다. 야고는 전혀 변하지 않았는데, 이 녀석은 너무나도 변해버렸다. 그게 제법 마음에 들지 않아서, 라이죠가 계약을 요구하는 걸 무시했다.
여전히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는 그 시선의 선명함이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걸 눈치채지 않았더라면, 야고는 끝까지 모르는 체를 했을 거다.
“후아암….”
자는 얼굴을 보고 있으니 잠이 온다.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야고는 등의 사쿠라를 떼어내 라이죠의 머리 근처에 눕혔다. 사쿠라는 어정쩡한 자세로 멀뚱히 야고를 바라보다가, 야고가 푹 잠든 요자쿠라도 들어서 사쿠라의 근처에 내려놓으니 바로 몸을 뒤집어 편하게 누웠다. 하여간 누구와는 다르게 참 똑똑한 녀석이라 생각하며, 야고는 침대 안쪽의 빈자리에 누웠다. 그리 크지 않은 침대는 그것만으로 꽉 찬다.
야고는 좁은 공간에서 몸을 옆으로 뒤척여 돌리고, 팔을 뻗어 라이죠의 배를 끌어안아 당겼다. 잠들어 힘이 빠진 몸은 그것만으로도 가볍게 끌려온다. 그리 좋아하진 않는 부자연스러운 꽃 냄새가 훅 가까워져, 야고는 라이죠의 목덜미 근처에 코를 박았다. 그러면 다른 냄새보다 라이죠의 체취가 강해지고, 야고는 이쪽을 더 좋아한다.
“…뭔가, 크네.”
이전보다 훨씬 커진 거야 봐서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품에 넣어보니 더 실감이 난다. 이전 안았을 때의 라이죠는 품에 쏙 들어올 정도로 작았고, 자칫하면 으스러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여리고 부드러웠다. 물론 지금의 라이죠도 야고가 세게 안는다면 으스러지기야 하겠지만, 10년 전처럼 작지도 않고 그저 부드럽지도 않다. 하지만 이것도 그리 나쁘진 않다. 작았을 때보다 안정감이 있어서 그런 건가 싶다. 따뜻한 건 또 그때와 그리 다르지 않기도 하고 말이다.
싫지 않은 울렁거림이 뱃속을 간지럽힌다. 그건 10년 전, 내버려둬도 좋았을 것을 변덕을 부려 구했을 때 느꼈던 것과 같았다. 강한 녀석과 싸울 때의 고양감과는 다른, 묘한 충족감이 섞인 무언가다. 10년 전 처음 느꼈던 그 감각은, 이걸 품에서 놓았을 때 그대로 식어서 부스러졌더라. 그 이후로 이걸 다시 느낄 날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는 정말로 내 거야.”
제가 그리 중얼거렸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야고는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야고!!! 이 바보!!! 적당히 일어나!!! 네 방에서 잠든 건 물론 내 실책이지만, 나는 어디까지나 네게 전달할 게 있어서 왔을 뿐이야…. 아직 일이 남았단 말이다…!!! 근데 너는 그 사이에 사람을 멋대로 탕파처럼…!!! 큭, 안 풀려… 이 괴력 바보가…!!!”
뒤늦게 잠에서 깬 라이죠가 상황을 파악한 건 10분 정도 지나서였지만, 야고의 팔에서 해방되기까지는 1시간 정도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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