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317] 태극전기AU 야고라이
1일1최애CP. 인족의 감정적인 집착에 대해서
- 태극전기AU(옥족 후운지 + 인족 라크로와)
소이치로가 옥족과 계약했다. 라이죠가 그리 전달했을 때, 메구루는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소이치로에게 무술을 배우면서 제법 친분을 쌓아 왔으니 자연스러운 반응이긴 했다. 소식을 들었을 때는 라이죠도 적잖게 놀랐고 말이다. 케이고의 사후 소이치로가 언젠가 시라호시를 떠날지도 모른다는 짐작은 했지만, 그 이유 중 하나가 ‘옥족과의 계약’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그건… 솔직히 놀랍네. 토가미 씨에게 그런 상대가 있었을 줄이야. 거짓말이 그리 능숙한 사람도 아닌데 용케 잘 숨겨 왔군.”
“굳이 애써서 숨기고자 한 건 아닐 거야. 다만 시라호시에 몸을 담은 상황에서 말하기는 어려웠겠지. 지금은 시라호시를 떠나, 가케후치에서 지내고 있다는 모양이야.”
“…계약이 뭐야?”
얌전히 듣고 있던 슈가 멀뚱한 얼굴로 그리 물었다. 가르쳐 준 적이 없었던가, 하고 라이죠와 메구루는 잠시 얼굴을 마주했다. 딱히 가르칠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했던가.
“간략하게 말하자면, 인족과 옥족이 서로에게 대가를 주는 것으로 맺는 특수한 술식이야. 종족의 특성상 계약을 맺을 정도로 친밀해지긴 어렵다 보니 아무래도 일반적으로 잘 알려지진 않았지.”
“그런 게 있구나… 그게 토가미 씨가 시라호시를 떠난 거랑 무슨 관계가 있어?”
“계약의 대가로 받을 수 있는 것에는 강한 힘이 포함되니까. 시라호시는 힘의 균형을 위해 계약을 금지하고 있어.”
말은 그렇지만 시라호시의 힘은 이미 호시노 본가의 권력으로 불균형한 상태다. 어디까지나 만에 하나 혈연이 아닌 자가 옥족과의 계약으로 하극상을 일으키는 것을 막기 위한 규칙에 불과하다.
“토오노도 누구와도 계약하지 않았으니까.”
“아무래도… 토오노 소년 본인이 계약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게 다행일지도 모르겠어.”
“…….”
토오노의 이야기가 나오자 슈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토오노의 잔학성 없는 순수함은 슈도 잘 알고 있겠지만, 아직 옥족을 향한 거부감을 완전히 지우지 못한 슈로서는 어쩔 수 없는 반응이리라.
“…소이치로는 거기서도 좋은 동료들을 만났다고 하더군. 마침 그 근처의 상점 지부에 볼일이 있기도 하니까, 근시일 내로 가케후치를 갈까 하는데.”
“나도 동행하지. 명분이라고 하지만 나는 일단 네 호위무사로서 파견된 거니까. 그리고 토가미 씨의 얼굴도 오랜만에 보고 싶군.”
“그러면 나도 갈래.”
라이죠가 던진 제안으로, 이야기의 주제는 가케후치 출장을 위해 일정을 조절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다만 그 조율 중에서도, 라이죠는 계속 계약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그 밤이 밝았을 때, 작고 어린 자신은 쿠가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마을로 돌아갔다. 조금의 망설임은 있었지만, 인족인 ‘라이죠 시구레’로서 해야 할 일이 있던 저는 계속 거기에 있을 수는 없었다.
옥족과의 계약에 대해서 알게 된 건, 그 하룻밤의 꿈으로부터 제법 시간이 지난 이후였다. 비록 그 과정과 조건이 조금 까다롭기는 하지만, 계약한 두 명은 계속 같이 있을 수 있다고 한다. 그때 이걸 알고 있었더라면 조금 달라졌을까?
「야고, 잘 있어.」
마지막을 짐작하고 건넨 인사에 그 등은 돌아보지 않았다. 만약 그때 그 인사 대신 ‘같이 있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담았더라면, 그는 돌아보았을까?
가끔은 그런 미련 섞인, 옛날의 꿈을 꾼다. 그건 라이죠가 지닌 단 하나뿐인 막연한 몽상이었다.
그 몽상을 계속 떠올리게 되는 이유의, 감정의 근원이 무엇인지는 아직도 모른다. 다만 라이죠는 그저, 저를 공격하는 대신 뒤집어쓴 피를 씻겨 주었던 옥족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늦게나마 밤벚꽃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있으니, 그런 저를 기다려주는 것처럼 발을 멈추었던 새까만 눈을 지닌 그 옥족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때는, 어린 제가 몰랐던 제안을 건넬 수 있을까?
그러면 그는 대체 어떤 얼굴을 할까?
하지만 옥족이란 건 잡을 수 없이 자유롭고,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을 듯 표표하다. 언뜻 봐서는 호시노 가에 묶여 있는 듯한 토오노도 그렇다. 소이치로의 묘사대로라면, 소이치로의 파트너 또한 그런 자이리라.
그러니 끝까지 저를 돌아보지 않았던 그에게는, 고작 단 한 번뿐이었던 변덕에 불과할 거다. 하지만 라이죠는 아직도, 그가 변덕으로 뻗은 손의 온기를 잊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동굴 안에서 마주친 옥족이 새까만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았을 때, 나는 이 날을 계속 기다려 왔던 걸지도 모른다고, 그런 착각을 하면서.
“오랜만이로군, 야고 유우세이.”
라이죠는 다시 부를 수 없을 것 같던 그 이름을 입에 담으며 웃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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