뭍에 올라온 대가가 물거품이라 하여도.
나는 너를, 너희들은 다시 마주하길 잘했다고...
여전히 좁혀지지 않는 거리에 계속···. (클릭시 유튜브로 이동합니다.)
이도윤, 네 첫인상이 어땠더라. 친근감 있는 네 목소리에 불려 오는 내 이름. 고개를 돌려 마주한다면, 교복을 다 갖춰 입는 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단정한 차림새. 머리칼이며 눈이며 봄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성격도 그러했지, 아마. 늘 타인을 배려해 주고 친절하지만, 그렇다고 저 자신을 묵살하지 않는, 그러한 사람. 봄…. 이란 계절은 그러한 널 닮았다. 나긋한 볕이 들판을 깔고, 제 존재를 증명을 위해 만개하는 꽃들. 자신을 알리는 온갖 풀 내음. 솔직히 네가 부러웠다, 자신을 죽이지 않는다는 점이. 자연스레 타인들과 녹아들 수 있다는 점이. 의미 없는 짓인 걸 아니, 그에 대한 유감은 없었다만.
아…. 그래, 연락해야지. 해야 하는데. 잊고 있었구나. 3년 전에 도서관 여행 가기로 했잖아, 우리. 추천한 책들 읽게 해서 독후감까지 받아야 하는데. ......정말 일방적인 관계여도 괜찮은 거니, 이도윤. 나는 잠시 고개를 돌리고 보면 우리의 거리가 한 뼘밖에 안 될 것 같다는 사실이 너무 무서워서. 좁혀진 거리로 인해 나나 너나, 상처받지 않길 바라서. 그러면서도 옆에 있고 싶어서. 그래서 계속 뒤에만 있었어. 같잖은 핑계인 건 알아, 나도. 하지만 겉으로 포장해서 사람 좋은 척이나 했고, 무섭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선을 그은 내가 너를, 너희를 ...친구라 부르면 안 되는 거잖아. 네가 그런 웃음을 지을 때마다 마음이 안 좋은데. 근데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없고. 그냥, 네가 전처럼 평범하게 웃으면서 장난이나 쳤으면 좋겠는데. 주제넘은 바람일까. 후회… 그리고 또 후회. 내가 조금이라도 솔직했으면, 겁이 조금이라도 없었으면 뭐가 달라졌을까. 하지만 누군가에게 말했듯, 그리움, 후회, 미련… 그 어떠한 감정을 가져도 내게 밀려오는 건 파도의 포말뿐이라.
알잖아, 우리 애들. 성격은 그래도 정 많다는 거. 우리가 우리 아님 누굴 믿니? 그리고…. 반드시 누군가의 믿음에 보답해야 하는 법은 없으니까. 내가 너에게 받은 친절이, 믿음이 과분한데. 뭐가 미안하다는 거야. 이런 목소리도 낼 줄 아는 사람이었구나? 눈 느릿하게 감고 다시 너와 마주했다.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물어봤지. …그냥, 네가 살아갔으면 좋겠어. 어떠한 삶이든. 누가 그러더라, 삶의 방식에 정답은 없다고. 그러니까, 네가 백지상태여도, 방향성을 잃었다 하여도, 계속 살아갔으면 좋겠어. 어떠한 형태로든 삶은 흐를테니까, 그러다 보면 삶이 한없이 따뜻해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적어도 나는 네가, 너희가 그러길 바라는데. 알아. 우리가, 네가 살고 있는 삶이라는 건 파도처럼 거칠어서. 잘못 쓰여진 문장을 지우개로 지울 수도 없고, 읽던 내용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하여 다른 책을 고를 수도 없지만. 그럼에도 네 삶이 잠시라도 동화처럼 행복하길. 그 정도는 바라고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너는 늘 타인을 배려해 주면서 동시에 우선순위는 자신이었지. 그게 당연한 거잖아. 타인보다 자신이 중요하고 우선인 거. 그렇다고 네가 했던 행동이…. 뭐 안 좋은 말들은 여기까지만 할까. 하하, 나가서 네게 콩밥 맥여야 하는데. 아쉽게 됐네. …그건 어려운 질문인데, 대화 상대를 잘못 고른 것 같네. 결이 조금 다르려나. 적어도 3년 전의 나는 그런 줄 알았어. 그래서, 선청에 왔고. 내 손으로 인과응보를 만들어 내고 싶었어. 평생을 그렇게 살았는데, 퍽 좋은 생각은 아닌 것 같더라.
@mulgogumalove 커미션
그리고, 이상적인 결말은 없다고 한들 그에 가까운 결말이 존재하지 않을까. 원하는 결말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루었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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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타
그리움, 후회, 미련···. 어떠한 감정을 가진다해도 밀려오는 건 파도의 포말뿐이라.
그러니 너는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어, 괜히 나처럼 되진 말고.
가장 빠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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