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x -
2021 기념일 배경
전등이 불안하게 깜박이는 골목길은 밤이 되면 고양이 한 마리조차 돌아다니지 않는, 이른 바 금지된 구역이라 불렀다. 그나마 상가가 발달한 골목의 바깥길은 눈에 담기에 화려한 조명과 색채가 가득해 활기를 띄웠지만 밝은 빛 아래에는 꼭 그림자가 존재하는 법이었다. 시체가 자주 목격된다거나 쓰러져 움직이지 못하는 이가 다수 발견되는 골목은 이제는 이 동네를 아는 이들이라면 발을 들이지 않는 구역이 되었다.
토라오는 빛도 제대로 들어서지 못하는 곳에서 큰 덩치들에 둘러싸여 밧줄에 묶인 채 옴짝달싹 못 하는 제 모습이 답답해 상황을 파악하려던 차에, 멀리서 들려오는 발걸음에 귀가 먼저 반응했다. 느릿하면서도 좁은 보폭의 발소리는 여유로움을 지니고 있었다. 막무가내로 밀어 붙이던 사내들의 우두머리 격인 녀석일 것이다. 개중에는 어째서인지 익숙한 얼굴이 있어 의문이 쌓인 참이기도 했고, 단서만 잘 주우면 장난감으로 전락해버린 경찰 배지도 소임을 다할 수 있을 터였다.
"안녕하세요, 미도 씨."
여기서 네가 나오지만 않았어도.
검은색의 전통의상 차림이나 부드럽게 늘어진 머리카락 한 올 하나도 변한 곳이 없는데, 만나게 된 장소가 낯선 탓인지 그린 듯한 미소가 유독 시리게 느껴졌다.
자신에 대해 철저히 숨기기에 말하고 싶지 않은 속내가 있겠거니 하며 농담으로 짚어 넘겼던 날이 뇌리를 스쳐갔다. 이런 곳의 주민이라면 누구나 뒤가 구린 일을 하고는 했고, 저 또한 잠입이라는 형태로 숨어든 처지였다. 그에게 따지기도 애매한 까닭은 누구도 되묻지 않았고, 파고들려 하지 않았으니 책임을 넘긴다면 이 상황을 의문으로 품는 저에게 있음을. 토라오는 가라앉은 미나미의 눈빛을 쐬며 자책하는 수밖에 없었다.
"숨는 재능이 없어 보인다고, 언질이라도 해줄 걸 그랬을까요."
"……미나미, 너였군."
"어라, 다 알고 나가려고 하신 것 아니었나요? 특히나 이곳은 치안이 안 좋으니 조심하라는 말을 입 아프게 했을 텐데."
"……."
"당신이 그토록 일망타진하길 바랐던 조직의 우두머리가……, 아무래도 저였던 모양이에요. 안타깝네요."
휘어진 눈썹이 말의 의미 그대로 '안타까움'을 표현하고 있었지만 감정의 온도가 느껴지지 않는 문장에서 희미한 분노를 느꼈다. 따지자면 배신감을 느껴야 할 입장은 나여야 할 상황에 잘못한 아이를 다그치듯 구는 태도가 억울한 마음을 방황하게 만들었다.
너인 걸 알았더라면 조금은 달라진 상황에 마주할 수 있었을까. 일어나지 못한 일을 전제하며 후회를 읊은 토라오는 미나미의 눈빛을 피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이 상황에 상처 입은 건 피차일반이라는 건가. 자신이 아무것도 몰랐거나 알고서도 떠나려 하지 않았다면, 따위의 만약의 상황을 가정해 보았으나 그조차 해결 방법이 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너를 탓하진 않아. 묻지 않은 건 나잖아."
"저도 미도 씨에게 상황에 대한 책임 전가를 하려는 건 아니에요. 도중에 알아버리셨다면 저에게 물었겠죠. '조직에서 나오지 않겠느냐'고. ……그래서 마음에 들어요. 저와는 다르게 비관할 줄 모르는 모습이."
"……대충 예상은 가지만, 앞으로 어떻게 할 거지."
"글쎄, 저도 고민이 돼서. 이런 상황은 처음이거든요. 조금 쑥스럽네요, 어리숙한 모습을 보이는 건."
"어리숙……."
하기야 뒷세계의 이미지가 말하는 그의 모습은 냉혈하고, 가차 없으면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 이였으니 저 또한 개인적인 친분이 없었다면 조금은 들떠 보이는 모습에 의외라고 느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저를 택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걸, 또 알아버리면 화가 날 것 같으니……. 의사는 묻지 않을게요."
'또'? 빛이 사라진 눈동자는 토라오를 지나친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흉흉한 분위기가 더 이상의 말은 내뱉지 않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한 켠에 피어난 의문은 접어두어야 했다. 속을 알 수 없는 웃음 뒤에는 소문에 불과하다지만 몇 년의 공을 들여도 끌어내지 못한 조직의 얼굴이 숨어 있었다. 위기를 기회로 삼으라고들 했던가. 맹수 앞에서는 위기라는 상황을 인식할 새조차 없음을 모르는 이가 지은 말이겠거니, 각오가 덜 된 침을 삼키며 미나미를 올려다보았다.
그의 얼굴에서 표정은 사라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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