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멤버들이 이상하다

청우문대

우리 멤버들이 이상하다

포타에 올렸던 글 재업

 

"형, 잘 부탁드려요."

"제가 잘 부탁드려야죠, 형"

류청우가 요즘 박문대한테 종종 형이라고 부른다. 물론 박문대가 원래는 류건우...였다고 하니까 틀린 건 아니지만 지금은 박문대 몸 아닌가. 아니, 내용물은 류건우...니까 형이라고 부르는 게 맞나? 그럼 나도 박문대한테 형이라고 불러야 하나.

 

"세진 형? 왜 그러세요?"

"어, 어? 아무 것도 아니야. 큼큼" 

멍 때리고 있는 사이 류청우는 밖으로 나가서 보이지 않았다. 멀찍이 서서 쳐다보고 있어 이상하게 보였나. 자연스럽게 부엌으로 가서 물을 한 잔 마셨다.

 

 

 *

 

오랜 만에 스케줄이 없는 하루. 점심을 먹고 낮잠을 조금 자다가 밖에서 들리는 나직나직한 말소리에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아아- 여름인데도 건조하네.

침대 옆 작은 탁자에 놔두었던 텀블러를 들어보았지만 텀블러 안은 텅 비어있었다. 잠들기 전에 귀찮아서 그냥 안 채워놨던 게 떠올랐다. 밖에 누구지. 류청우는 회사 미팅, 선아현이랑 김래빈은 아침부터 둘이 나간다고 했고, 이세진은 촬영이 있었던 것 같고. 그럼 거실에 박문대랑 차유진이겠네.

예상과 달리 방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넓은 소파에 류청우와 박문대가 나란히 붙어 앉아있는 꼴을 목격했다. 스마트폰 하나에 열중하고 있었다. 박문대의 노란 강아지 그림의 케이스를 씌운 스마트폰이었다. 내가 나오자마자 고개를 들고 동시에 말을 거는데 기분이 묘했다.

 

"세진아, 물 마시려고?" "세진 형, 일어나셨어요?"

"어.."

 

류청우와 박문대는 나를 보며 싱긋 웃었다. 이렇게 보니까 둘이 좀 닮은 것도 같다.

"류청우, 오늘 회사랑 앨범 관련 미팅 있다고 하지 않았어?" 

"아- 그거. 이따 4시까지야. 그래서 지금 앨범 반응 정리한 거 보고 있었어."

"…그래."

원래도 그런 일은 둘이서 곧잘 했으니까, 고개를 끄덕였다. 발걸음을 돌리려는 찰나 뒤에서 박문대가 내게 말했다.

"세진 형, 간식 냉장고에 넣어놨어요. 드세요." 

"아까 토스트 맛있었는데, 고마워요 형."

마지막 말은 류청우 입에서 나왔다. 이제 형이라는 말이 입에 붙은 것 같다. 형 못 불러서 죽은 귀신도 아니고 형, 형...

 

"항상 챙겨줘서 고마워, 박문대. 잘 먹을게. ...근데 류청우, 너 이제는 박문대한테 형이라고 부르는 게 자연스럽다?" 

"형 몰랐어요? 둘이 사귀잖아요. 청우 형이 문대문대한테 애교라도 부리고 싶은가봐요~"

이세진이 튀어나왔다. 엄청난 발언을 한 주제에 하품을 하면서. 이세진 때문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다시 소파 쪽을 돌아보았다.

 

"...맞아, 우리 사귀기로 했어 세진아. 하하- 이제 말해서 미안. 동생들한텐 비밀로 해줘."

이세진에 이어서 류청우도 엄청난 발언을 했다. 심지어 저 말을 한 류청우는 박문대의 허리에 한 손을 감고 요망하게 박문대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있었다. 공개가 합의되지는 않은 건지 박문대는 당황한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그러다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뻐끔뻐끔 거리는데 아무 말도 안 들렸다.

 

너무 놀라서 방까지 어떻게 들어왔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그래도 용케 텀블러에 물을 채워왔다. 토스트도 챙겨왔다. 문밖에서 박문대가 누군가의 등짝을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세진이든 류청우든 둘 중 하나겠지. 그나저나 이세진도 숙소에 있었네. 

그 뒤로, 그러니까 나한테 들킨 뒤로 류청우랑 박문대가 이상해졌다. 뭐랄까, 더 대담해졌다고 해야하나. 거실 소파에서 저번처럼 류청우가 박문대 허리를 감고 있다가 내가 나오니까 박문대 허벅지를 만지지 않나, 부엌에서 박문대가 닭볶음탕을 요리하다가 류청우에게 먹여주질 않나. 심지어 류청우와 박문대 방문을 열었더니 박문대 침대에 류청우가 같이 있었다. 물론 자기들 방이고 노크를 안 하고 들어간 내 잘못이기도 하지만! 숙소인데 너무 조심성 없는 거 아니야? 차유진 같은 애한테 들키면 어쩌려고. 

류청우 박문대보다 더 이상한 것은 나머지 멤버들이다. 숙소에서 대놓고 연애행각을 벌이는데 아무도 모른다! 박문대와 선아현이 스케줄이 있던 날, 류청우가 현관문 앞에서 둘을 배웅해주었다. 그러다 류청우가 박문대 옷깃을 정리해주는데 박문대가 선아현 눈치를 살폈다. 근데 선아현 이미 다 봤다고! 선아현은 봤는데도 모르는 건지, 아님 모르는 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차유진이 있는 앞에서 박문대가 또 류청우한테 김치찌개를 먹여줬다. 차유진은 자기도 달라고 소리 지르는 걸 봐서는 분명 봤다. 아, 김래빈이 있을 때도 애정행각은 끊이지 않았다. 김래빈이 거실에서 곡작업을 하고 있는데 류청우가 박문대를 제 무릎에 앉혀놓고 또 박문대 스마트폰으로 모니터링을 했다. 심지어 김래빈 앞에서는 눈치도 안 본다. 다들 제 정신 아닌 거 아니냐고...

 

-

 

 

어느 스케줄이 없는 오후, 멤버 전체가 다 스케줄이 없어서 거실에 앉아 테스타가 출연했던 자체컨텐츠를 보며 도란도란 떠들고 있었다. 바닥에 앉은 류청우가 머리를 내 허벅지에 기대었다. 류청우가 눈꼬리가 휘게 웃으며 내게 말을 걸었다. 

"저 때 세진이들 진짜 사이 좋아보이지 않아?"

류청우의 말에 이세진과 배세진이 있는 쪽을 흘깃 쳐다보았다. 배세진과 눈이 마주치자 표정이 눈에 띠게 굳어졌다. 배세진이 내게 조심스레 다가오더니 넌지시 속삭였다.

"야, 박문대.. 너희 사귀는 건 알겠는데 조심해야하는 거 아니야? 조심성이 너무 없잖아."

 

배세진의 헛소리에 어처구니가 없어졌다. 이게 뭔 위시즈 재결합 같은 소리야...

"예? 저희 안 사귀는데요?“ 

"...뭐? 저번에...! 저번에 류청우랑 이세진이 너희 둘이 사귄다고!!"

흥분한 배세진 목소리가 갑자기 커져서 시선이 이쪽으로 집중됐다. 그 바람에 다른 멤버들까지 우리 얘기를 들은 것 같다. 김래빈 눈동자가 다 보이는 건 또 오랜만인데.

"하하- 세진아, 당연히 장난이었는데-" 

류청우가 애들 눈치를 보다가 수습해보려고 했다. 하지만 얼빠진 표정을 한 배세진이 갑자기 제 할 말을 속사포처럼 쏟아내기 시작했다.

"침대! 침대는! 전에 너희 방 들어갔을 때 너희 둘이 같이 침대에 누워있었잖아!!"

"그건 그냥 모니터링 한 건데요. 누워있었던 것도 아니었을 거고. 그리고 청우 형 말고도 이세진이랑도 ...침대에서 모니터링 자주 해요. 아마 차유진도 그랬을 거고. 제가 침대 밖에 나가는 게 귀찮아서."

자꾸 침대라고 하니까 어감이 좀 이상한데.

 

"그, 그, 그럼 그 때 소파에서 류청우가 박문대 허벅지 만진건?"

"내가 그랬나?"

"그랬어! 원래 손으로 허리 감고 있다가 나랑 눈 마주치니까 허벅지로 손이 옮겨갔다고!!"

"아- 그거, 균형을 잃어서 그냥 손을 짚은 것 뿐이야 세진아."

"...그럼 부엌에서 저번에 박문대가 요리하다가 류청우한테 먹여주는 건!? 그건 여러 번이었는데."

"형... 그건 그냥 간 봐달라고 부른 건데요."

 

차유진 옆에선 이세진이 숨넘어갈 것처럼 웃었다. 심지어 손으로 바닥을 치며 웃어댔다. 배세진은 저 놈이랑 류청우가 장난 좀 친 걸 곧이곧대로 믿은 모양이었다. 배세진도 사기 안 당하게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그러면 문대는 청우 형이랑 사귀는 게 아닌 거지?"

선아현, 너는 또 갑자기 왜 그러냐. 선아현을 쳐다보자 녀석이 우물쭈물하다가 입을 열었다.

"저번에 대기실에서, 청우 형 무릎에 앉아서 휴대폰, 하길래... 혹시나 해서..."

"맞아맞아~ 문대랑 청우 형이랑 요즘 대기실에서 장난 아니었지~ 청우 형이 문대문대한테 립밤도 발라줬잖아요~"

"아! 그건 저도 봤습니다! 스탭 분들이 두 분 사이가 참 좋아보인다고 하셨었는데 그런 의미였군요."

아니다, 그건 아마 진짜 그룹 사이가 돈독해 보인다고 한 뜻일거다. 그리고 전혀 몰랐다. 류청우를 돌아보니 놈도 기억이 안난다는 표정이다. 우리 둘다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그런 행동을…. 주의해야겠다.

 

"Hmm- 근데 둘이 좋아하는데 왜 안 사겨요? 아~ 저 알아요! 우리 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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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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