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pinus Paradisus

2. 문우드 포레스트 (1)

Lupinus Paradisus | Chapter 1. 녹음의 기적

* 앤컾의 원작 서사가 보고 싶어서 쓰는 글.

* 친세대의 시온 포레스트가, 헤이즐 포스터와 해리 포터가 있는 현세대로 트립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룹니다.

* 원작 소설의 흐름을 따라가되, 헤즐시온(앤컾)의 서사에 큰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원작 파괴…)

* 하오니 스토리 흐름에 따른, 원작 스포일러에 주의하세요.

* 원작 파괴 주의. 캐붕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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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pinus Paradisus

늑대의 낙원

Chapter 1. 녹음의 기적

2. 문우드 포레스트 (1)

ⓒ유엘쓰(@Scarlet_Express)

촘촘히 들어선 상가들을 지나쳐 호그스미드로 향하는 길목을 찾았다. 해리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마을이 보였다. 시온은 마법사들의 마을이라고 설명하며 계속 걸었다. 호그스미드까지 지나쳐 향한 곳은 숲이었다. 숲 입구에 있는 표지판의 글씨는 다 낡아 알아보기가 어려워 시온이 알려주었다.

문우드 포레스트Moonwood Forest. 문우드란 달이 뜨는 밤에만 자라는 나무를 일컫는 말이었다. 이 숲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걸으면 시온이 살던 집이 보였다. 포레스트 가문 소유의 별장으로 숲을 이룬 문우드로 만들어졌다. 시온이 담벼락의 철문을 열면 에이치가 익숙한 걸음으로 마당을 가로질렀다. 그 뒤를 따라가며 해리가 신기한 듯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큰 숲을 낀 이 별장은 지금껏 해리가 봐 온 집들 중에서 제일 컸다. 그제야 시온이 돈이 많다고 걱정 말라던 말이 사실임을 알 수 있었다. 철문과 이어진 마당은 정원이라기엔 소박했지만 충분히 널었고 곳곳에 위치한 화단 덕분에 화사해보였다. 시온은 그것이 자넷의 취향이라고 설명했다.

“자넷이요? 자넷이… 누군데요?”

“응? 아, 자넷은 내―”

그 때 별장 쪽에서 큰 소리가 들리자 해리가 깜짝 놀라 그곳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사람의 비명소리와 닮아있었다. 그에 시온도 놀라서 그곳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이 별장에 사람이 있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있다고 해도 그건 사람이 아니라 집요정일 텐데….

무심코 생각하던 시온은 설마하는 마음으로 별장 입구로 향했다. 그곳에는 마당에서 들리는 소리에 나와보던 작은 집요정과 익숙한 얼굴의 사람이 있었다. 명석한 에이치가 반가워서 왈왈 짖을 만큼, 시온에게 중요한 사람이. 시온의 은회안이 싱그러운 녹안과 마주치는 순간. 자넷―. 상대를 부르던 시온의 소리가 품에 묻혔다.

아, 이런. 시온이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며 제 품으로 달려든 여인을 마주 끌어안았다. 무슨 일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하며 홀로 어색해하는 해리에게 손짓하며. 해리는 일단 시온의 뜻에 따라 에이치의 옆으로 다가갔다. 해리를 지켜보던 시온은 그제야 저를 끌어안은 여인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었다.

“진짜, 진짜 시온 오빠지? 그런 거지?”

“폴리주스도 이만큼은 못해내지 않을까…”

애초에 머글 세계로 튀어버린 양반의 머리카락을 어떻게 구한단 말인가. 물론 시온이 그 저주를 받았던 그 순간이라면 가능성이 없지 않겠으나, 지금 시온은 살아있고 또 11년의 세월을 뛰어넘었으니 불가능한 것이다. 시온은 끊임없이 확인하려고 드는 여인을 진정시키며 이름을 불렀다.

“자넷.”

“…진짜, 진짜 시온 오빠네.”

갈색 머리의 여인, 자넷은 그렇게 말하며 결국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의 원인이 철저히 자신에게 있는지라 시온은 별 말 않고 다시 자넷을 안아주었다. 그녀의 이름을 이리 다정히 불러주는 건 부모님 제외, 시온 밖에 없었으므로 그녀는 시온이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울었다. 아무래도 11년을 뛰어넘은 사이, 그는 진짜 죽은 사람이 되어있는 모양이었다.

“…음. 자넷. 이제 일어나줄래? 나 무거워.”

“대체 어떻게 하고 지냈길래, 이리 야윈 거야!”

나랑, 문이 얼마나 걱정했는데! 자넷의 외침에 시온은 잊고 있던 것을 떠올리고 몸을 일으켰다. 음, 자넷의 궁금증은 일단 미뤄두고. 그는 여전히 입구에 서서 굳어있는 집요정을 불렀다. 문. 이 세상에 집요정을 이리 다정히 부를 사람이 또 누가 있을까. 그것도 연녹빛의 머리칼을 가진 사람이 또 어디 있을까.

“…시온 도련님.”

“응. 문. 나 다녀왔어.”

시온의 인사에 집요정, 문도. 자넷도 다시 울음을 터트렸다. 없어진 11년 새에 시온은 사람을 울리는 법을 더 배워온 모양이었다. 그 말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시온은 알까. 아마 알 것이다. 그런 면에선 늘 눈치가 빠삭하던 사람이니까. 시온은 말없이 자넷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어색히 서있는 해리에게 다가갔다.

문도 자넷도. 그제야 시온이 에이치 뿐 만 아니라 어린 아이 하나도 같이 데려왔다는 사실을 깨닫고 급히 눈물을 닦았다. 역시 울지 말라는, 말 뿐인 위로보다는 이런 것이 더 효과가 좋았다. 시온이 자연스레 해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에게 물었다. 해리, 준비됐니?

“무슨 준비요?”

“인사할 준비. 사람은 역시 첫인상이 중요하거든.”

그렇게 시온이 해리의 긴장을 풀어주는 사이, 해리의 얼굴을 알아본 자넷이 크게 놀랐다. 저건 누가 보더라도 제임스 포터 판박이 아닌가. 그러나 녹색 눈은 릴리 에반스를 닮아있었다. 그치만 두 사람은 오래 전에 죽었는데. 설마… 저 아이가ㅡ

“…해리 포터?”

“응. 역시 자넷은 알아보는구나.”

시온이 칭찬하 듯이 말했다. 그것은 시온의 버릇이었다. 처음엔 어리게만 보는 줄 알고 마냥 서운했으나 이제는 그마저도 좋았다. 저건 시온이 돌아왔다는 증거였으니까. 이름을 듣고 누군지 알아본 문도 놀라운 얼굴을 했다. 살아남은 아이. 그 아이가 왜 도련님과? 말하지 않아도 시온은 그 질문이 날아들 것을 알았고 그래서 그 전에 소개를 했다.

“해리. 저 누나가 아까 물어본 자넷이야. 내 동생.”

“시온의 동생이요?”

“그래. 내 자랑스러운 동생이지.”

그렇게 말하며 시온이 눈부시게 웃었다. 정말 눈부시게. 그 표정이 자넷은 너무 그리웠다. 그래서 시온이 졸업한 이후로 줄곧 시온이 살던 이 별장에 찾아와서 시온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시온이 돌아오리라 굳게 믿으면서. 그리고 그것은 문도 마찬가지였다.

시온의 웃음에 해리 또 한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생각했다. 누군가를 자랑스러이 여기는 사람은 이리도 눈부시구나, 생각하면서. 그러며 언젠가 자신도 시온의 자랑스러운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안녕하세요. 해리 포터에요.”

“…그래, 안녕. 포, 아니 해리. 들었 듯이 난 시온의 동생인 자넷이야. 자넷 포레스트.”

그냥 자넷이라고 불러. 자넷의 말에 해리가 시온의 눈치를 살폈다. 시온은 괜찮다고 웃었다. 이런 점이 시온이 좋아하는 것 중 하나였다. 자넷은 쿨한 아이니까.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 위계 질서에 크게 연연하지도 않았다. 음, 그건 포레스트 가문 대부분이 그렇긴 하지만. 시온의 웃음에 용기를 얻은 해리가 대답했다. 네, 자넷.

그 다음은 문이었다. 문을 소개하기 앞서, 시온은 먼저 집요정이 무엇인지 설명했다. 그 광경에 의아해하는 자넷에게 나중에, 라는 눈빛을 보내면서. 문은, 포레스트 가문에 소속된 집요정이었다. 그리고 시온이 포레스트 가문에 입양되었을 때부터 함께했다. 시온에겐 첫 번째 스승이자 친구였다.

“앞으로도 계속 문이 우릴 도와줄 거야. 그래줄 거지, 문?”

“물론이죠, 도련님. 제가 누구보다 그러고 싶어한다는 걸 아시면서.”

그래. 그러면 나머지는 안에 들어가서 할까?

시온의 말에 그제야 모두가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 별장 안은 따스했고 구석구석이 시온을 닮아있었다. 해리는 시온이 그리운 눈빛으로 별장 안을 둘러보는 것을 지켜보다가 시온이 앉자 자신도 옆에 앉았다. 문은 시온이 전해준 해리의 준비물을 들고 사라졌고 자넷이 시온의 맞은편에 앉았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려나. 자신의 사정은 좀 무거우니까 나중에 해리가 잘 때 하기로 결정한 시온은 해리의 동의를 얻어 자신이 아는 것부터 얘기하기 시작했다. 포터 부부의 사망부터 그래서 해리가 머글 세계에 있는 릴리 에반스의 언니 집에서 살게 된 것, 그들이 해리에게 진실을 숨겼고 그래서 해리가 자신이 마법사라는 사실을 모르고 살아온 것, 우연히 시온이 해리와 만나 그 사실들을 알게 되고 해리를 데리고 온 것까지.

일련의 과정을 들려주는 사이, 해리는 자넷이 시온과 무척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단순한 외모적인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야기를 듣는 자넷의 반응이 조금 무심해보여도 시온이 했던 반응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해리가 학대당한 사실을 이야기할 땐 눈빛이 매서워졌고 해그리드의 위협 얘기엔 한숨을 쉬면서도 웃었다. 그리고 그 웃는 얼굴이 시온과 닮았더랬다. 무척이나.

“그래서 해리가 여기 있는 거구나. 이제 알겠어.”

“응. 그렇게 된 거야.”

얘기를 들은 자넷은 실로 시온다운 결정이라 여겼고 그래서 마음이 쓰였다. 해리 포터의 이야기는 시온 포레스트의 과거와 닮아있으니까. 그러나 내색하지 않으며 이제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물었다.

그을쎄… 시온이 말꼬리를 늘리며 잠시 고민에 빠졌다. 우선 해리를 무사히 호그와트에 보내야지 뭔가 윤관이 잡힐 것 같았다. 올리밴더의 얘기도 신경쓰였고 알아볼 게 산더미였으니까. 그런 면에서 시온은 운이 좋다고도 할 수 있었다. 래번클로가 배출해낸, 금세기 최고의 지혜가 그의 동생이었으니까. 게다가 포레스트의 정보력이라면 빠르게 진실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아. 그 전에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사실 이건 해리의 의견도 중요했다. 해리의 인생이니까. 시온은 해리에게 하고 싶은 게 있는지 물었다. 호그와트는 가기 싫어도 가게 될 테니 다른 것은 해리에게 맞춰주고 싶었다. 해리는, 시온의 그런 배려가 좋았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랬다. 해리가 부모님의 죽음을 말했을 때 시온은 자신이 사과를 했다. 시온이 사과할 일이 아니었음에도. 그래서 해리는 ‘시온 포레스트’라는 사람이 궁금했다.

“저는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의 기억이 없어요.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알고 싶어요. 그리고…”

“응? 그리고?”

“…시온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요.”

아. 오늘 탄식을 몇 번 하는지 모르겠다. 해리는 자신이 이상한 걸 물어보는 사람처럼 점차 목소리가 기어들어가더니 이내 아니라고 잊어달라고 말했다. 무어라 말하려던 자넷은 입을 다물고 시온에게 모든 걸 맡겼다.

“…조금 복잡해서, 한 번에는 힘들고 조금씩 해야 할 거 같은데 괜찮니?”

해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나 오래 걸리든 상관없다. 오히려 허락받은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시온은, 해리의 궁금증이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다. 사실을 따져보자면 시온은 해리에게 있어 오늘 처음 본 사람이었다. 따라오기는 했으나 처음 본 사람이니 아는 것이 전혀 없어, 궁금해 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오히려 시온이 일방적으로 아는 사이니 불공평하다고도 할 수 있겠다.

자넷은 솔직히 걱정이 되었으나 말해주겠다고 대답하는 시온의 얼굴이 전처럼 괴로워 보이지 않아서 조금은 안심했다. 어쩌면 해리, 저 아이가 시온에게 조금의 위안을 가져다줄 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으며.

그래도 그의 이야기는 무거우니까 조금씩 천천히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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