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 三次

창천 by Hea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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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경창파 萬頃蒼波 ]

땅 위에 발을 딛는 자는 물론 수중에서 호흡하는 이들도 감히 닿을 수 없는 창해의 밑바닥에서 태어나 물을 먹고 사는 존재. 허나 육지를 향유하는 법을 깨닫자 스스로 연옥 삼던 해저 동굴을 벗어나고…

그는 마침내 만 이랑의 푸른 물결을 걷는 자가 된다.

인두겁을 뒤집어쓴 채로 뭍의 삶에 끼어든 태곳적 요괴는 안온한 삶을 꿈꿨다. 이제 잃을 만한 것도 없으니 더욱 절실해진다.

나의 해역을 보금자리로 삼아 살아가는 수백 수천의 생령들을 아끼는 자로써 어찌 살아 있는 것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내게 있어선 그저 가여울 뿐이야.

제 목숨을 먼지 한 톨보다 하찮게 여기는 이들이 허상에 삶을 갈아넣는다는 사실은.

반야 反夜 |

성씨도, 본관도 없이 이름만 덩그러니. 성명의 출처는 유년 시절 주워들은 반야바라밀般若波羅密에서의 반야般若였지만, 이제는 되돌릴 반 자에 밤 야 자를 써서 반야. 성년을 맞은 날 직접 붓을 들고 한자 뜻을 새로이 지었다.

  • 요괴, 거대하.

거대한 새우. 새가 하루종일 날아도 더듬이 사이밖에 못 오간다, 는 말은 진실이다. 바다 깊은 곳에서 태어나 제 부모의 이름도 태생도 모르고 자란 아이 스스로의 정체를 깨달을 때 까지 오 년이 걸렸다. 재채기를 하면 해일이 일었고 다리를 펴면 땅이 갈라졌기 때문에 오랜 시간을 잠들어 지냈지만, 이제는 육지 전역을 영위하며 산다. 인간과 다를 것이 없는 외양을 하고 있기에 요괴임 깨닫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몇몇 둔감한 이들은 차라리 귀신이라고 오해하는 편이다.

[ 창매파 ]

인간과 요괴 둘 중 하나만을 극단적으로 추앙하는 어느 세력도 지지하지 않으나 동향인 바다 친우들의 안위가 위협당하자 창매파에 반 정도 발을 걸치고 있다. 허나 적극적인 활동은 않고, 이름만 올려놓은 정도. 사태가 이리 변한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권력욕이나 물욕 같은 건 처음부터 없었기에 저와 제 친우 몇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의 뜻에는 딱히 관심이 없다. 창매파의 몇 요괴들이 인간을 배척하는 행위를 좋아하지 않는다. 동시에 여전히 인간을 증오하지 지만 제 해역을 뒤집어엎고 간 몇 사람 정도 뇌리에 두고 있. 어쩌면 누구보다 사익을 추구하는 자.

넢적다리까지 닿는 칠흑색 곱슬머리. 비녀를 꽂아 정리하고, 늘어뜨린 부분은 땋아내렸다. 제법 깔끔하고 미학적으로도 나아진 모습. 눈을 가리던 머리칼도 정리하여 얼굴을 드러낸다. 손으로 빗어내리면 방금 건조된 머리카락처럼, 시원하고 살짝 촉촉한 느낌이라고. 바람이 불면 바다 향내가 풍긴다. 먹물을 풀어놓은 것처럼 아득한 흑색 눈동자. 여전히 창백하고 핏기 없는 피부에, 얼굴 왼편으로 세 갈래 흉터가 지나가고 그 아래 빛 바랜 눈동자가 있다. 고저 없는 눈빛이라곤 하지만 과거에 비해 많은 감정을 담았고, 입꼬리 당기는 횟수도 늘었는지 어린 시절보다는 부드러운 인상이 되었다. 여전히 호감상이 되기에는 멀었지만, 그래도…

길고 가느다란 속눈썹이 창백한 뺨에 림자를 드리운다. 외양이 미학적으로 괜찮다거나, 혹은 나쁘지 않다거나, 그런 평을 받아 괜찮을 만큼 성장한 사내의 이목구비는 여전히 새벽 바다의 북풍보다 서늘한 분위기 시린 표정만을 내비치지만서도. 깊이 가라앉은 눈동자가 종종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성숙한 미소를 흘린다. 앳된 20대 청년의 얼굴에, 노인이나 지 법한 표정의 찰나가 스친다. 무표정일 때는 음울하고 예민한 인상이라 해도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거나, 가볍게 웃거나, 할 땐 누그러진다는 소수의 평이 있다.

상고 시대에나 입었을 법한 복식을 하고 있는데, 특수한 처리를 한 건지 물에 젖지 않는다. 바다와 태생부터 운명이 지어진 종족답게 물결이 넘실대는 듯한 모습. 발목까지 올라오는 목화를 신고 중수골을 덮는 검은색 반장갑을 착용했다. 마찬가지로 옛것처럼 보이는 금제 귀걸이. 목과 얼굴, 손가락 이외엔 맨살 보이지 않도록 꽉 껴입은 복식는 사계절 내내 특별한 차가 없.

202/93. 멀리도 눈에 띌 법한 장신. 아무리 외양은 인간의 모습과 다를 바 하나 없다고 해도 이쯤 되니 사람 같지가 않다. 흑백의 기다란 귀신 같은 느낌…. 거대하 이름값을 하는지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더니 약관에야 간신히 성장이 멈췄다. 인파가 많은 곳에서 그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으니, 새까만 머리통이 비죽 올라온 것을 보면 반야임에 틀림없다. 여전히 훤칠하고 호리호리한 체형이지만, 학창 시절보다는 조금 낫다.

물론 거대하인 만큼 본존의 모습은 다르다. 허나 당신이 볼 모습은 위에서 서술한 바와 같은 인형人形으로, 그가 뭍의 존재들과 어울리기 위해 선택한 수단니 받아들이도록 하자.

난세에, 뜻을 쫓는 이들은 고개 치켜든 그 누구도 내버려둘 생각이 없어 보이니까…. 그러니 너는 부디 어리석은 짓만 하지 마.

내가 무슨 말 하는지 알고 있지. (옅은 바다 내음 스친다. 멸시, 피로감, 걱정, 그런 감정들이 진득히 내려앉은 눈빛의 얼굴에는 이렇다할 표정이 없고. 건조한 목소리지만….)

나는 네가 죽기를 원하지 않아. 오래 살았으면 좋겠어. 너의 수명을 모두 태워 안락한 죽음이 찾아올 때까지 짧은 생을 힘차게 영위하길 바라고 있어. 그러니 죽지 말아.

[ 성격 ]

이제 더 이상 의 존재감 무시할 수 없다. 장신의 새까만 사는 어딜 가나 눈에 띄고, 딱히 좋지 않은 쪽으로 존재감이 커져 마음먹고 은신하지 않을 때는 언제나 시야 바깥에 두게 된다. 여전히 과묵하고 시끄럽게 어울리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다만 소년 시절엔 피해다녔고, 졸업생 때는 꺼리는 정도였다면, 이제는 필요에 따라 찾지 않는 쪽에 가까운. 여전히 인간관계는 좁다. 창매파 일원들과도 좋은 관계 유지하는 것은 아닌 듯 하다.

성질은 점점 누그러지나 나이를 먹을수록 날이 선 듯 예민한 기질이 강해진다. 그저 사교성이 좋지 않은 이처럼 필요한 답, 제 할 말만을 늘어놓다가 어느 순간 날카로운 기색을 보인다. 그래도 여전히 자주, 말문을 막히게 하는 상대 앞에선 전의를 버리고 한숨을 쉬고. 보통의 상식 선에서 사람들을 대하려 하지만 잘 안 되는 모양이다. 음울하고 창백한 안색은 조금 펴져 제법 번듯한 사내의 모양을 하지만 분위기 여전히 곱지 않기에 달가운 이가 아닌 것은 구태의연하다.

학창시절 의 무기력한 태도는 이제 찾아볼 수 없다. 허나 여전히 제 관심사 밖의 일엔 딱히 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어 무언가를 시킬 생각은 일찍 포기하는 게 나을 듯 싶다. 제 필요 따라서만 빠릿하게 움직인다는 소리다. 냉소적인 태도 종종 보인다. 세상살이에 강한 환멸을 느끼는 듯 하며 특히 갈등과 싸움을 일삼는 족속들에 대한 멸시를 은연중에 엿볼 수 있다. 본인 또한 사익을 위해 이 짓거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모소를 자주 일삼는. 차라리 바다의 침전하는 쓰레기들이 덜 역겨울 듯 싶다는 듯 경멸을 느끼는 표정이 종종 드러난다.

몇 년 새 태도가 더 오만해졌다. 제 바다의 생령들을 보살핀다던가, 주위 창해의 해산물들로 삶을 이어가는 몇 너머 소수의 섬마을 주민들을 염려한다던가 뭐 그런 소리를 하며, 진짜로 제가 그곳 바다의 신령이나 왕이라도 된 것 마냥. 한낱 요괴인 삶 주제에 꽤 건방진 태도이지만 실은 아주 틀린 말도 아닌지. 좁더라도 창해는 반야의 영역이요 가까이에 악의를 갖고 접근한다면 그가 좌시하지 않을 것이니…. 그렇대도 뭍에서까지 아주 윗사람 노릇을 하려 드는 것은 아니고, 또 다가오는 배들을 공격한다던가 그런 악행을 저지르는 것도 아니니 누가 무어라 훈수 둘 정돈 못 되는 것이다. 그 덕에 아니꼬운 사람들은 점점 더 기분이 나빠지고.

[ 특징 ]

식사량은 정상화되었다. 그래도 체격이 있으니 보통 성인 남성의 1.5배 가량은 먹고 있지만, 예전처럼 객잔 하나를 거덜낼 만큼 (처)먹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해산물 이외에는 입에 잘 대지 않으며, 특히 달달한 주전부리는 이제 거의 찾지도 않는다. 다만 유자차만큼은 잘 넘어가는지 내어놓으면 거절 없이 마신다. 이밖에도 꺼리지 않는 육지 음식으로는 연꽃밥 정도. 해산물은 못 먹는 것이 없다. (새우를 제외하고. 그건… 기분이 좋지 않다고 한다.) 제일 좋아하는 건 날것의 고등어다. 번외적으로 언급하자면 민물고기는 싫어한다.

수중에서 생활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사실 물속에 있는 것이 더 편안하다고 느낀다. 태생과 고향이 바다인 만큼 당연한 일이다. 과히 덥거나 건조한 시기에는 명태처럼 말라가는 모습을 보이고…. 건어물은 잘 먹는다. 인두겁을 쓴 채로도 물과 뭍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것이 아주 사기가 따로 없다. 다만 본존이 아닌 형태로는 원래 거하던 심해까지 내려가기가 어렵다.

바다 동물들과의 의사소통이 자유로운데, 쌍방양 교류보다는 일방적 명령 행위라고 보는 것이 옳다. 작은 고기 떼부터 고래와 같은 거대 포유류에게도 그 능력은 유효하니 이를 본인은 ‘현응玄應이라 이른다. 심지어 미역이나 김 따위가 자라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현응은 특히 그가 거하는 해역, 창해에서 더욱 강화되는 경향이 있지만 그만큼 감응하던 생물이 죽거나 다쳤을 때의 정신적 위험도 커진다.

해수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다. 자체 형성에는 큰 위력이 없지만 해수와 동일한 조건의 수분이 준비되어 있다면 내륙에서도 바다에서와 비슷한 수준을 보인다. 물론 망망대해에서 물을 가르거나 서역에서 해수를 끌어오는 등의 말도 안 되는 일은 불가능하다. 파랑의 흐름이나 소용돌이 정도는 제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는 소리다.

금박이 세공된 칠흑색 대금 하나 소지한다. 위에 언급했던 현응 등의 위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사용하는 편이다. 선율은 아름다우나 그 음울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데 있어(…) 탁월한 재능을 가졌다. 또한 키만 컸지 육탄전에 뛰어나지는 않다. 도를 사용할 줄은 아나 보통 제 것을 바다 밑바닥에 처박아 둔 채 안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그리고 별로 흥미가 없기 때문에… 일단 천지파와 창매파가 모이는 자리이니만큼 지금은 지니고 있다만. 제 몸과 가까운 친우 하나 정도의 목숨 부지하여 회피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만 가지고 있다. 싸워야 할 상황을 대체로 피해 다니며 난투가 일어나면 최대한 빨리 발을 뺀다. … 애초에 그는 전투를 위해 태어난 피조물이 아니다.

몸에서 떼어놓는 일 없는 대금(위)의 총 길이는 그의 다리 길이 정도로, 무게도 상당하다. 내리치면 사람이 죽을 것 같다. 환두대도(아래) 또한 금박 세공이며 다른 이들이 들기엔 쉽지 않다. 몇 번 사용하지 않은 듯 깨끗하고 날이 잘 벼려진 것이 눈에 띈다.

열 여덟, 좌안을 잃었다. 아마 회복은 되지 않는 모양이다. 본존이 아니라고 해도 상당한 불편함이 있을 텐데 딱히 내비치지 않는다. 세 줄의 흉터가 창백한 눈두덩이를 길게 가로지르며 그 눈동자는 허옇게 멀어있다. 앞은 거의 안 보이고, 오른쪽 눈을 가리면 빛 정도만 간신히 분간이 가능한 것 같다.

글씨가 개발새발이다. 몇 년을 고치려 노력해도 안 되더라. 삐죽거리는 글씨와는 달리 말투엔 고저가 없다.

그의 해역은 창해라 불리는 먼바다로, 그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았으며 작은 군도가 분포한 것 이외엔 인간도 요괴도 잘 찾지 않는 곳이다. 음식으로 사용되는 해산물의 포획 효율이 그리 좋지 않기 때문에 근처 섬마을 주민들 이외엔 접근도 드물다. 주변에 천탄과 소용돌이가 깔려 있고, 중심부는 깊고 어두운 색의 물과 빠른 조류로 으슥하기 때문에 그 누구도 탐내지 않는 바다. 덕분에 영역으로 갈등을 빚은 적은 없으니. 공동처럼 보이는 심해 동굴에 기거한다.

오 년 전, 전쟁이 터지기 이전에 몇 급진주의자들이 창해에 오물과 기름, 어망 등을 풀었다. 심각한 피해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좌시할 수준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가 창매파에 드는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보복이나 대응이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관련자들에게나 소문이 돈 정도고, 크게 파문을 일으킬 만한 사건도 아니었기 때문에 아는 사람들만 아는 일.

행적이 뜨엄뜨엄 이어진다. 사람들 앞에 모습 드러내는 일도 거의 없을 뿐더러 육지에 올라오는 일 자체가 거의 없었다. 전쟁이 터진 이후로는 반 년에 서너 번은 모습 보이지만… 여전히 비겁하게 몸을 사리고, 제 것들을 끌어안은 채 놓지 않으려 애쓰는.

[ 텍관 ]

배옥연 裵玉燕 | 동실자였던 친우. 사실 인연은 그것보다 조금 더 옛날의 것. 날것의 모습을 보인 몇 안 되는 이. 의도치 않은 사고에 가솔을 잃은 배씨 집안 가주와 이제 오해를 풀 길이 없는 창해의 바다 요괴는 파벌이 갈라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등을 돌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야는 아직… 그를 염려하고, 그의 안위를 걱정하고. 옥연과 친우로 보낸 20년 가량의 시절을 제하고 보면 이제 반야의 삶에 여전히 살아있는 친애는 드물다. 그가 인간을 증오하지 못하는 이유 중 남은 유일한 인연이며 마지막까지 아쉬워할 벗. 도대체 전쟁 따위가 무어라고… …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이해할 수가 없어.

해지국 裵玉燕 | 제 손에 쥐어진 생령들의 목숨값을 안온할 권리와 맞바꾸는 것. 모든 모습을 지닌 것은 모두 허망한 것이니


중장문 선호하나 맞춰갑니다. 두 줄 미만의 역극은 최소 권장 횟수를 넘기면 잘 잇지 않습니다. 오너의 역량 문제이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대화 끝마침 시 별다른 흔적을 남기지 않으며 이어가길 원하시면 다시 멘션 부탁드려요. 스루에 유감 없습니다.

답멘 심각하게 느립니다!! 캐 성격도 별로입니다. 반야의 언행 제 가치관과는 무관함을 알립니다.

수위표 내 행위는 따로 조율 없이 가능하며 혹 대화 중 필요할 경우 프공방 갠밴으로 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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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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