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 二次

창천 by Hea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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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원海原의 공동空洞 ]

땅 위에 발을 딛는 자는 물론 수중에서 호흡하는 이들도 감히 닿을 수 없는 창해의 밑바닥에서 태어나 물을 먹고 사는 존재. 빛 한 점 들지 않는 해저 동굴을 집이자 연옥으로 삼아온 새우.

그는 마침내 만 이랑의 푸른 물결을 걷는 자가 된다.

인두겁을 뒤집어쓴 채로 뭍의 삶에 끼어든 태곳적 요괴는 안온한 삶을 꿈꿨다. 잃을 만한 것도 없었기에 그렇다고 믿었다.

내게 무슨 말을 기대하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군.

원하는 게 있으면 돌리지 말고 얘기를 해. (잠시 뜸 들였다가, 한숨처럼 내뱉는다.) 아무 일 아니라고. 절벽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나뭇가지에 긁혔다고 했잖아. 계속 귀찮게 할 셈인가? … 아프지도 않고 아깝지도 않다니까. 지나간 일 되새겨 봤자 얻을 게 없으니 너도 잊어.

https://www.youtube.com/watch?v=YS_-XYQSthA 심규선 - 밤의 정원

반야 般若 |

성씨도, 본관도 없이 이름만 덩그러니. 성명의 출처인 반야바라밀般若波羅密에서 반야般若는 ‘지혜’를 가리킨다. 어울리지도 않는 이름 두 글자는 주워들은 낱말로 뜻도 모른 채 스스로 갖다붙였다. 이제는 이름 불리는 것이 제법 익숙하여 통성명에도 거리낌이 없다.

  • 요괴, 거대하.

거대한 새우. 새가 하루종일 날아도 더듬이 사이밖에 못 오간다, 는 말이 있지만 진실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른다. 바다 깊은 곳에서 태어나 제 부모의 이름도 태생도 모르고 자란 아이는 스스로의 정체를 깨달을 때 까지 오 년이 걸렸다. 하품을 하면 해일이 일었고 다리를 펴면 땅이 갈라졌기 때문에 오랜 시간을 잠들어 지냈다. 인간과 다를 것이 없는 외양을 하고 있기에 요괴임을 깨닫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한 갈래로 땋아내린 긴 칠흑색 곱슬머리. 이제는 무릎 즈음까지 닿는 것을 보아, 머리 정리하는 법을 깨우친 모양이다. 본인 기준 얼굴 왼편을 덮은 앞머리는 여전히 방도 없이 곱슬거리고. 몇 갈래 흘러내린 가닥을 자주 만지작거린다. 마찬가지로 먹물만큼 짙은 흑색 눈동자와, 무거운 눈꺼풀에 내려간 눈꼬리. 허나 머리칼에 가려진 왼쪽 얼굴을 가로지르는 긴 상흔와, 흑요석 같았던 빛을 잃어버린 좌안은 바람이 불 때면 여과없이 드러난다. 과거에 비해 덜 피로해보이는 얼굴로 성장하였으나 여전히 무감정한 눈동자. 길고 가느다란 속눈썹은 창백한 뺨에 종종 그림자를 드내리고. 이제 소년보다는 청년이라 칭할 만한 모습. 분명 미학적으로 괜찮거나, 혹은 나쁘지 않다거나, 그런 느낌을 줄 수 있는 진한 이목구비를 지녔지만 기분 나쁜 분위기 때문에 도루묵이 된다.

대체로 무표정. 가끔 미소를 지었으나 좋은 의미로 보이지는 않았다. 진심으로 입꼬리 올리는 경우는 보통 동물 한정으로, 대부분 어류 등 바닷 생물들에게다. 한참 활기찰 나이에 꾹 다문 입술이나 짙게 내려앉은 눈빛 따위는, 여전히 그 나이 또래 학생처럼 보이지 않았고… 몇 년 새 손에 흉터가 늘었다. 거슬리지 않으려 중수골까지 덮는 검은색 반장갑을 주로 착용한다. 제 멋대로 껴입는 교복 습관도 달라진 바가 없다. 종종 모양이 달라지던 귀걸이는 어느새부턴지 변하지 않는다.

197/86. 확실히 평균을 넘어도 한참 넘는 신장. 거대하 이름값을 하는지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더니 7학년 즈음엔 년에 교복 두 개를 갈아치웠다더라. 아직 성장이 멈추지 않아 느리지만 조금씩 키가 큰다. 인파가 많은 곳에서도 그를 찾기 어렵지 않으니, 새까만 머리통이 비죽 올라온 것을 보면 반야임에 틀림없다. 음식 섭취량과 운동량이 여전히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키만 컸지 호리호리한 체형, 하지만 꽉꽉 갖춰입은 교복 탓에 별로 티가 나지 않는다. 물론 거대하인 만큼 본존의 모습은 다르다. 허나 당신이 볼 모습은 위에서 서술한 바와 같은 인형人形으로, 그가 뭍의 존재들과 어울리기 위해 선택한 수단이니 받아들이도록 하자.

[ 성격 ]

존재감이 없는 듯 하지만, 한 번 의식하기 시작하면 무시하기 쉽지 않다. 허나 그 말은 곧 처음부터 알아채지 않으면 그가 자리를 뜨든 하루 종일 머무르든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다는 뜻. 어딜 가나 그림자처럼 스며들고, 누군가 찾지 않으면 무리에 끼어드는 것도 좋아하지 않아 며칠 내내 입을 한번도 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인간관계가 매우 좁지만 딱히 불만 사항은 없는 듯 하다.

성질이 많이 죽었다. 다 포기한 듯 눈을 굴리며 한숨을 내쉬던 모습과는 살짝 다르다. 키가 커지고 능력이 자라니 이제는 모르는 이가 시비를 걸어와도 상대할 생각을 않는다. 더 음울하지만 묘하게 고양된 느낌에 더불어, 사람 속을 은근히 긁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별로 달가운 학우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사실 분위기 자체가 영 곱지도 않고, 생긴 것도 호감상이 아닌데다, 바다에 뚫린 동굴 같은 눈동자를 쳐다보고 있으면 기분이 더러워지는 바람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를 그냥 무시하고, 그에게 무시당한다.

귀찮음이 심해 매사에 행동거지가 느릿느릿하다. 볕이 나는 날이나 비가 오는 날이나 한결같이 돌아다니는 것을 꺼리고 기숙사에 콕 박혀서 잠이나 잘 생각뿐. 나이을 먹고도 신입생 시절과 다르지 않은 것이 있다면 수면 시간. 학업 성취도를 보면 공부를 심히 게을리 하는 것도 아니나 그것을 제외하고는 딱히 의욕을 가지는 분야가 없다. 그저 밥이나 많이 먹고 잠이나 많이 자고. 소화를 시킬 생각도 없는지 밥을 먹고 졸리면 그대로 엎어져 잔다. 신생아처럼.

[ 특징 ]

밥을 아주 아주 아주 많이 먹는다. 창천이 집이요 고향이 창천이니, 이제 체면 차릴 것도 없이 몇 아이들의 간식 주머니를 멋대로 뒤진다. 성장 하면서도 점점 식사량이 늘어나는 듯 하나 여전히 부족하다는 듯 낭창하고 창백한 행색. 본인도 이유를 모르는 듯 하니 몇 없는 친우들은 그를 볼 때마다 주전부리를 내밀고, 반야는 아무 생각 없이 그것들을 주워먹고.

바다 동물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아니, 의사소통이라기엔 일방적 명령 행위에 가깝다. 본인도 이쯤 되니 쌍방향 의사 교류라고 주장하는 것을 포기한 모양이다. 작은 복어 새끼에게 자갈을 쌓게 하는 것부터, 갈치 떼를 멋대로 운전하고 심지어는 미역마저(…) 제 마음대로 자라게 하는 요상한 능력을 지녔다. 본인이 확답은 않았으나 아마 이제 고래와 같은 것들과도 교류가 될 테다.

최근 육지에서 해수를 자체 형성하는 데에 성공했다. 다만 아직 그 실력은 능수능란한 정도는 아니라, 소금물 몇 방울을 친우의 물잔에 몰래 떨어뜨리는 것 만큼만 가능하다.

잠을 많이 잔다. 창천에서 수업을 듣는 공식 일정과 밥 먹는 시간, 이외 최소한의 생활 유지에 관련된 행위를 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모두 잠을 자면서 보낸다. 원래도 그랬지만 이제는 아예 체면 따위 내려놓은 듯 아무 데서나 널부러져 자는 게 일상이다. 보통은 자라날수록 잠이 줄어든다고들 하는데 이 청년은 열 아홉이 된 지금까지도 하루에 여섯 시진을 자지 않으면 생활이 어려운 듯 보인다.

개인 물품이 별로 없다. 방 중앙을 기준으로 룸메이트와 갈라 놓은 선은 이제 지웠대도, 자신의 공간에는 사실 거의 물건이 없다. 검은색의 평범한 침구와 여분의 교복 몇 벌, 금으로 된 귀걸이 한 쌍이 가장 비싼 물건이다. 가끔 전복이나 새끼 문어 따위를 갖다놓고 키우기도 한다. 제 몸 상태에 대해서는 결벽 증세인 놈이 주변 정리는 어려워하는지 종종 먼지가 쌓인다.

수중에서 생활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사실 물속에 있는 것이 더 편안하다고 느낀다. 태생과 고향이 바다인 만큼 당연한 일이다. 건조한 환경을 견디기 어려운 모양인지 종종 물수건을 머리맡에 걸어두는 모습을 보인다. 과히 건조한 시기에는 명태처럼 말라가는 모습을 보이고…. 건어물은 잘 먹는다.

8학년에서 9학년으로 가는 방학을 거치는 동안 좌안을 잃었다. 본존이 아니라고 해도 상당한 불편함이 있을 텐데 딱히 내비치지 않는다. 세 줄의 흉터가 눈두덩이를 길게 가로지른다. 앞은 거의 안 보이고, 오른쪽 눈을 가리면 빛 정도만 간신히 분간이 가능하다고.

인간과 요괴 간의 갈등에도 별 관심이 없다. 그들이 제가 꾀하던 안온한 일상을 해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텍관 ]

배옥연 裵玉燕 | 동실자. 사실 인연은 그것보다 조금 더 옛날의 것. 날것의 모습을 보인 몇 안 되는 이. 처음으로 만난 인간이자 친우라 꼽을 수 있는 극소수 중 하나. 흘깃대는 시선이나 말투에서 묻어나는 익숙함 따위 너머에는 바닷물을 먹고 살아가는 소년의 특별한 친애가 있다. 오래 그어놨던 방 중앙의 선은 지우고, 타인을 아끼는 법도 배우고. 반야가 안위를 염려하며 살아가는 죽마고우에 가까운 이다. 다투는 일은 줄었지만 신뢰는 늘었으니. 세상 천지가 바뀌어도 그들 간의 분위기는 바뀌지 않는다. 적막이 불편할 것 없는 인간과 요괴의 평안한 방. … 네가 나를 걱정하는 게 우습다고 생각되지는 않는 모양이야. 바보같은 짓 하지 말고, 어리석게 굴지 말고.


중장문 선호하나 맞춰갑니다.

대화 끝마침 시 별다른 흔적을 남기지 않으며 이어가길 원하시면 다시 멘션 부탁드려요. 스루에 유감 없습니다.

답멘 심각하게 느립니다!! 캐 성격도 별로입니다. 반야의 언행 제 가치관과는 무관함을 알립니다.

수위표 내 행위는 따로 조율 없이 가능하며 혹 대화 중 필요할 경우 프공방 갠밴으로 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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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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