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ㅁㅇㅈㅎ 네가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아
아.. 아니 왜캐 못썼지ㅅㅂ 수위없는데 너무 부끄러워서 비번 검
개부끄러워 언제 쓴건지 기억도 안나 근데 이것도 백업해야돼……………………… 포타에 쓴거 그대로 옮김
🐾 그 애는 마지막에 ────────────────── 차정학님은 조금 슬퍼 보이는 얼굴로 말했습니다. 네가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아.
무영정학
깊게 잠들지 못한 탓에 쿡쿡 쑤시며 아픈 머리를 무시하고 운전대를 잡았다. 예정했던 출발 시간보다 조금 늦어져 마음이 급했지만 다행히 길은 막히지 않아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막상 건물 안에 들어서는 잠시 그 자리에 멈춰서야만 했다. 미리 와보지 못해 구조를 미처 파악하지 못한 탓이었다. 다행히 벽에는 각 층 별 구조가 자세하게 적힌 표지가 있었고, 정학은 어렵지 않게 가야 할 곳을 찾을 수 있었다.
계단을 걸어올라간 정학은 복도 한 쪽에 있는 문 앞에 잠시 멈춰섰다. 문고리를 쥐고 가만히 생각에 잠겨있던 정학의 시선은 문 위에 적힌 표지판으로 옮겨갔고, 이내 그의 손은 망설임없이 문을 열었다.
"정학아! 왔어?"
"어, 예상보다 좀 늦었네. 미안하다. 내가 도와준다고 해놓고선..."
"됐어. 그동안 매일 도와줘서 이제 더 신경 쓸 부분도 없고, 와 줬으면 된거지. 고맙다."
"왜 내가 안 왔을 것처럼 말하냐, 당연히 와야지... 어, 축하해."
"너한테 축하한단 말만 백번은 들은 것 같다. 더 안 말해도 돼."
웃고있는 입 안이 썼다. 마음과는 다른 말을 하는 입을 틀어막고 싶었다. 문득 어딘가에서 본 글이 생각났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입을 가리고 싶어한다는 내용의 기사였던가. 입을 막는것 뿐 아니라 쓸데없이 머리를 만진다거나, 손을 가만히 두지 못한다거나 하는 식의 이야기도 함께 보았던 것 같았다. 아니, 사실 그 기사가 정말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지금의 정학에게는 필요할 내용이었다.
강무영은 특이한 놈이었다. 정학처럼 꽉 막힌 철밥통 경호원들 사이에서 항상 눈에 띄었고, 그럼에도 누구와 비교해도 지지않을 만큼 특출났다. 하지만 다른 것보다도 차정학이 강무영을 남다르게 생각했던건 다른 곳에 있었다. 눈치가 워낙 빨라서인지, 간혹 그와 눈을 마주하면 문득 정학은 무영이 자신의 속을 꿰뚫어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곤 했다. 정말 그런지 물론 정학은 알 수 없다. 그저 착각이기를 바랄뿐이다.
그리고 뭐 어쩌겠는가. 설령 그렇다하더라도 정학에게 거부할 힘은 처음부터 없었다. 적어도 무영과 그녀에 관해서는. 그 두 사람이 없었다면 지금의 정학도 없었을거고, 어느 한명도 빼놓을 수 없을만큼 둘 다 정학에게 소중한 사람들이 되어있었기에.
잠시 조용했던 문 밖이 다시 시끌벅적해졌다. 사람들이 문을 여는 소리를 들으며 정학은 무영에게 말했다. 먼저 가 있을게, 긴장하지 말고. 자신을 배웅하는 그의 표정을 온전히 보지못한 채로 정학은 방을 나섰다. 그리고 문 위쪽 명패에 붙은 [신랑 대기실] 이라는 글자를 다시금 올려다보며, 이미 수백번은 건냈을 인사를 입 안으로 조용하게 되뇌었다.
"결혼 축하한다."
식이 진행되는 내내 정학은 생각보다 덤덤한 스스로의 모습에 놀랄수밖에 없었다. 억지로 얼굴 근육을 풀어가며 웃으려 노력했던 집에서와는 달리, 행복해보이는 무영과 그녀의 모습에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나왔다. 아무렴 좋은게 좋은거지. 그렇게 생각하며 정학은 주례를 맡은 운영관님의 농담을 흘려들으며 다시금 웃음을 지었다.
무영의 곁에서 함께 웃고있는 그녀가 눈에 들어왔다. 예전에는 우리가 다 같이, 셋이 함께 있었는데. 지금은 둘이 되었네. 잠시 옛날 생각을 하던 정학은 이내 다시 웃으며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행복해보이네. 그래서 정학은 행복했다.
정학은 그 날 아주 오랜만에 꿈을 꾸었다. 마치 무거운 솜이불에 감긴 채 끝없는 심연으로 가라앉는 느낌이다. 잔잔한 호수에 물결이 퍼지듯 귓가에 울리는 진동이 웅웅대며 머릿속 가득 파도를 일으켰다. 문득 이것이 꿈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애써 깨어나려 발버둥치지않았다. 눈 앞을 가득 채운 어둠은 따뜻했고 익숙했으며, 편안했다. 그 어둠에서 정학은 이유모를 안정감까지 느껴졌다.
하지만 그런 안정감도 잠시, 심연 속에서 느껴지는 생경함이 감각을 옭아매어 왔다. 부유하던 몸이 어느 순간 뻣뻣하게 굳으면서 어느 한 곳으로 쏠리는 듯한. 꿈에서 깨어나는 감각은 몇 번을 겪어도 익숙해질 수가 없었다.
오랜만에 꾼 꿈이라도 그것에 낯선 느낌은 없었지만, 꿈에서 깬 후 새벽빛으로 착색된 방안을 들여다볼때면 지금 눈을 감고 있는지, 뜨고있는지도 구분이 되질 않았다. 마치 불을 죄다 꺼놓은 방 안 한가운데처럼, 달빛이 바스러지고 해가 떠오를 때까지 한참동안 멍하니 어둠을 응시하고 있었다. 달 그림자에 잠긴 방 안을 부유하는 먼지들과 시선을 마주하다가, 정학은 비로소 미처 하지 못한 말을 토해냈다. 무영아.
"강무영."
정학은 그를 잊어가고 있고, 잊어야만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막 시작된 이 고해성사의 끝은 빠를수록 좋았다. 정학은 항상 말을 내뱉는 것이 두려웠다. 머릿속에서 부유하다 사라지는 생각과, 입을 통해서 세상 밖으로 태어나는 말은 다른 것이었으니까. 생각이 말이 되는 순간 그것은 실체하며, 존재하게 된다. 설령 그 말을 들은 사람이 자신뿐이라도.
그러니 정학은 생각해야 했다. 오늘이 지나면 정학은 두번 다시 상상 속 강무영을 향해 말을 걸지 않을 것이다. 사실 두사람의 감정을 눈치챘을때부터 진작 감정 정리는 시작되었다. 당연히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정학은 오늘 결혼식을 보고 확신했다. 이제는 이 감정을 놓아도 되겠구나. 그러니 지금이야말로 길고 긴 외사랑을 매듭을 지을 때라는 것을 알았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가 너에게 말할 수 있는 진심.
가장 밑바닥에서 여과없이 토해낸 감정의 잔여물은 초라하기 그지 없는 단 한마디의 문장이었다.
"행복해라."
이것으로 끝났다. 무영도, 그녀도 항상 그 자리에서 둘 다 웃고있다면 정학에게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그랬기 때문에,
네가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아
입가에서 맴도는 마지막 말은 구태여 꺼낼 필요가 없었다. 기억에서 잊혀져 이대로 사라진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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