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nights - 체시무에

사랑의 묘약

체시무에

심해 by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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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시 흐미엘이 무에나 니어의 옆얼굴을 돌아보았을 때, 그는 벼락같이 찾아온 깨달음에서 고개를 돌려야 함을 알았다. 그러나 이성은 감정 앞에 꺾이고, 그날따라 아름답게 늘어진 노을빛이 황금을 늘여 빚은 이의 애수 어린 눈동자에 고였을 때, 그때서야 체시는 자신의 감정에 마땅한 이름을 붙일 수 있었다.

그러나 뒤늦은 깨달음은 곧 위태로운 관계에 고하는 종언이다.

머릿속에서 오래 전 읽은 우화 한 편이 스쳐 지나간다. 마녀는 어느 멋진 남자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그러나 그 남자는 마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이윽고 마녀는 남자를 속여 사랑의 묘약을 먹인다. 마녀와 남자는 한동안 함께한다. 그러나, 기만과 갈망은 점점 몸집을 불리고 이윽고 마녀는 ‘진실된 사랑’ 을 얻고 싶다는 욕심에, 혹은 남자가 진실로 자신을 사랑한다는 착각에 묘약을 만들기를 그만둔다. 그러나 남자는 단 한순간도 마녀를 사랑한 적이 없다. 정신을 차린 남자는 마녀를 경멸하고 저주하며 곁을 떠난다.

체시는 이제 마녀의 선택을 이해한다. 사랑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아름답게 반짝이는 것이라 순간을 그르쳐서라도 손에 넣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손에 넣은 기만은 언젠가 그 자신의 목을 조를 것을 알면서도 부정하고 싶은 것이라. 그러나 그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길에 섰기에, 자신이 범한 오류를 돌아보며 망연해진다.

이대로 영원히 사랑하는 그이의 눈을 가리면, 그리고 자신 또한 눈을 감으면 지금의 행복이 지속되리라.

그러나 그럴 수 있는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뜬다. 노을에 빛나는 금빛의 물결은 여즉 아름답기 그지없어, 체시는 자신 또한 언젠가 마녀와 같은 선택을 하리라 예감한다.

아니, 확실한 미래이니 예지라 부름이 마땅하리라.

우화의 끝에, 사랑도 마법도 잃은 마녀를 기다린 것은 파멸뿐이다. 체시는 마녀의 말로를 알고 있기에 마지막 기만을 짜낸다. 그 자신이 여지껏 자아 온 거짓은 이미 사랑받을 수 없을 테니, 아둔한 마녀와 다르게 여전히 사랑하는 그이의 눈을 가린 채로 이별을 고하리라. 우리는 서로에게 사랑까지는 아니었어도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관계로 매듭을 지을 테고, 적어도 나를 경멸하는 너를 보지는 않아도 되리라.

다시 눈을 뜬 체시는 너무 늦게 깨달은 사랑의 옆얼굴이 향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다. 참으로 우연히도, 당신이 그토록 그리던 사람의 마지막 단서가 향한 방향이다.

이별을 고하기 좋은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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