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주인장
낙하이론 (落下理論) w. 주인장 《2022 계간꿀른 겨울호 : poem》에 실렸던 동명의 글의 리네이밍 버전입니다. 또 시작이다. 아직 밤인가 싶을 정도로 어두운 새벽에 눈을 뜬 형원은 암만 눌러도 켜질 생각을 않는 난방기에 신경질적으로 주먹을 내리 꽂는다. 물론 세게 쳤다가 고장이라도 난다면 더 곤란해질 게 안 봐도 비디오였기에, 주먹을 날리려
3일간의 기록 w. 주인장 '팟' 하는 부싯돌 부딪히는 소리가 작게 울리고 이내 손톱 만한 불꽃이 인다. 기현은 입에 문 기다란 하얀색 담배 끝에 불을 가져다 대고 깊게 한 모금 빨아들인다. 입 안으로 스멀스멀 퍼지는 매캐한 연기를 속 안으로 삼키고서 남은 희뿌연 연기를 대기 중으로 길게 내뱉는다. 한여름 쏟아지는 뜨거운 햇볕이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광채의 커튼콜 w. 주인장 형원은 싸늘한 초겨울 바람에 패딩 안으로 손을 집어 넣고 캡 모자를 눌러 쓴 고개를 푹 숙이고서는 느릿하게 걸음을 옮기며, 오늘 있었던 경기를 다시금 머릿속으로 되새겨 보려다가, 이내 몰려오는 짜증에 방향을 틀어 골목으로 들어가 담배 한 대를 빼 문다. 안타로 날아온 공을 재빨리 집어서 1루 쪽으로 던졌는데, 못 받은 1루수가
From Zero : 다시 쓰이는 이야기 w. 주인장 형원의 앞으로 버석하게 마른 낙엽이 쓰러지듯이 팔랑이며 떨어진다. 베이지색 트렌치코트를 입은 그의 시야를 채우던 낙엽이 사라지자,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말간 얼굴로 저를 보며 작게 손을 흔드는 남자가 보인다. 형원은 그를 따라 수줍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보인다. 얼마 만에 보는 자신의 연인인가. 낙엽을
물빛의 연인 w. 주인장 * 전래동화 '신데렐라'를 모티브로 작성한 글입니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흔들리는 방문에 기현은 눈을 번쩍 뜨고서 몸을 일으킨다. 지난 몇 년 간, 단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던 일상이었다. 제 한 몸 겨우 누일 만한 방에 깔린 이불을 차곡차곡 개여서 방 한쪽에 놓아 두고 기현은 서둘러 방을 나선다. 서두르지 않으면 또 어떻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