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de by side

내 이름, 네 이름

2024 드림 2세 합작 시즌 10 참가

Believe in you by 유네
4
0
0

 

“엄마, 엄마아.”

“응?”

“내 이름은 왜 유우토야?”

“이름?”

“응!”

이미 모습을 감춘 지 십 몇 년이 지난 그 아이돌과 꼭 닮은 미소로 해맑게 웃는 아들을 바라본 유네는, 동화책을 넘기던 손을 멈추고 궁금한 건 못 참는 4살 배기에게 난처하게 웃어보였다.

“아빠가 지어준 이름이야. 엄마 이름의 ‘유’랑 아빠 이름의 ‘토’를 따온 건데, 궁금한 게 생겼어?”

유우토는 그게 아니라는 듯 천천히 좌우로 흔들었다. 그러더니 손을 조금 꼼질대며 말하기를 주저하다, 아주 작은 소리에 눈을 반짝였다.

“아빠다!”

“···유우토도 자라면 절대음감은 확정이네.”

자신은 이미 오랜 시간 들어 익숙해진 발소리지만, 고작 4살 아이가 그런 소음마저 일일이 다 구분할 수 있을 줄이야. 쓰게 웃는 유네를 뒤로하고 소파에서 폴짝 뛰어내린 유우토는 현관으로 날쌔게 달려갔다.

“유우, 그렇게 뛰면 다쳐!”

“안 넘어졌어!”

“다녀왔습니다, 유우토. 엄마 말은 잘 들어야죠? 유네, 당신도. 자주 넘어지면서 그렇게 뛰어오면 어떡해요.”

도도도, 발소리를 내며 달려간 유우토는 문을 열고 들어온 토키야의 다리에 안기듯이 매달렸고, 그 뒤를 걱정된다는 듯 유네가 종종걸음으로 따라나왔다. 다녀왔어요, 수고했어. 간단한 인사를 남기고 대화 주제는 다시 아이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걱정되니까 그렇지. 뛰다가 현관 턱에 걸려서 엎어질라.”

“고된 일을 끝마치고 돌아온 남편을 다정하게 맞아주려던 게 아니고?”

“그걸로 끝낼 수 있어? 애 보는 앞에서?”

“안될 건 또 뭐가 있어요? 부모가 사이가 좋으면 아이들도 좋은 영향 받고 자라는 건데.”

“무슨 말을 못해요···”

다가간 유네가 토키야의 들고 있던 가방을 맡고는 그 다리에 매달려 있던 유우토를 들어올려 토키야에게 안겨줬다. 토키야의 품에 안긴 유우토가 제 아빠를 빤히 바라보더니, 대뜸 이렇게 물어보는 것이었다.

“아빠아, 내 이름은 왜 ‘하야토’가 아니고 ‘유우토’라고 지었어?”

“뭣···!”

“푸흡,”

전혀 예상치 못한 아이의 기습 공격에 토키야가 당황하고, 그걸 들은 유네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꾹 참았다. 아, 아까 물어 보려고 했던 게 그거였어? 인상까지 쓰며 당황하는 토키야 앞에서 차마 대놓고 웃을 순 없어서, 입을 가리고 고개를 돌린 유네의 어깨가 부들부들 떨렸다. 그 모습을 본 남편은 아내에게 타박하듯 따졌다.

“유네, 유우토한테 또 뭘 보여준 거에요!”

“아니, 아니. 나는 아무것도 안했어! 나도 아까 갑자기 유우가 이름 가지고 얘기를 꺼내길래 무슨 일인가 싶기만 했지.”

“정말···”

한숨을 푹 내쉰 토키야가, 품에 안겨서 자신을 애처롭게 바라보는 아들과 시선을 맞췄다.

“······유우, 갑자기 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으응, 그게. 아빠가 예전에 활동했던 아이돌의 이름이 ‘하야토’ 였던 건, 아는데, 유치원 친구네 엄마랑 엄마가 그런 얘기를 해서···”

“아, 아까 집에 오기 전에 치아키 군 네 엄마가 했던 얘기?”

“응!”

정리하자면 그랬다. 유우토의 유치원 친구의 학부모가 토키야의 ‘HAYATO’ 시절을 알고 있었고, 유치원에 마중 나왔던 유네와 치아키네 어머니가 지나가다가 그런 얘기를 꺼낸 걸 유우토가 듣고 있었다는 것이다.

‘SNS에서도 유명했잖아요, 이치노세 토키야가 아들이 생기면 이름은 무조건 하야토로 지을 거다~ 하고.’

‘아, 저도 알아요. 출산 발표 했을 때 한참 얘기 돌았잖아요? 거의 확정 난 것처럼.’

‘맞아요, 맞아요. 그랬는데 설마 하야토가 아니라니, 보자마자 저도 깜짝 놀랐어요.’

‘남편이 그건 또 워낙 고집이 세서···’

‘아하하, 그래 보이시던데요?’

공원에서 뛰놀던 유우토는 그걸 또 다 듣고 있었다는 얘기다.

‘나도 알아, 유우토네 아빠가 예전에 다른 아이돌이었다는 거.’

‘치 군, 어떻게 알아? 우리 아빠도 잘 안 알려줘서, 엄마가 가끔 비디오 틀어주는데.’

‘나도, 엄마가 가끔 보여주거나 엄마가 보는 옆에서 같이 봐.’

‘그으렇구나~’

아이들끼리도 토키야에 관한 이야기는 늘 화젯거리가 되는 모양이었다. 그 즈음엔 최근 토키야가 주연 캐스팅 된 영화에 대한 이야기로 대화를 옮겨갔지만, 부전자전은 부전자전. 아무래도 기억력 하나는 토키야에게서 물려받은 모양이었다.

“그래서, 유우도 궁금했어. 나도, ‘하야토’ 라는 이름이 좋아!”

난감한 듯한 표정으로 유우토를 바라보던 토키야를 유네가 짓궂게 웃으며 바라보았다. 거봐, 그러니까 그냥 하야토로 하자고 했잖아.

“···그건 말이지, 아빠가-”

“유네! 괜한 얘기는 꺼내지 말아요,”

“에~ 그치만 사실이잖아,”

“사실이어도!”

가볍게 토키야를 놀리던 유네는 알겠어, 알겠어. 하고 작게 웃고는 토키야의 품에서 유우토를 다시 안아 올렸다.

“유우토는, ‘하야토’라는 이름이 좋아?”

“응!”

“그렇구나, 그럼 그 이름이 어떻게 마음에 들었을까?”

“아빠가 썼던 이름이잖아! 멋있어!”

“···그건 그렇긴 한데-”

유네는 아이를 안고 살랑살랑 복도를 지나 거실로 들어가며 차분히 말을 들었고, 복잡해진 마음에 멍하니 현관에서 신발도 벗지 못한 채 서있던 토키야도 뒤늦게 그 뒤를 따라갔다.

“그치만, ‘유우토’도 아빠가 엄청 고민하고 고민해서 지어준 이름인데?”

“그래도! 그래도 ‘하야토’가 좋아!”

“으~음···”

이렇게까지 응석을 부리는 일이 잘 없어서, 토키야도, 유네도 난처해졌다. 두 사람에게서 답이 돌아오지 않자, 유우토는 결국 큰 소리로 떼를 쓰기 시작했다.

“나도, 나도 오늘부터 ‘이치노세 하야토’ 할거야!”

또 고집은 센 두 사람의 아이다. 그냥 지나가는 말로 끝나지 않을 것을 직감하며, 부부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 ◈ ◈

 

“유우~”

“······”

“유우토~?”

“······”

“···하야토? 얼른 와서 꿈나라에 가야지?”

“네~에!”

아무리 생각해도 약았어. 부전자전이라는 말만큼 이 상황에 들어맞는 게 없는 것 같아서, 얌전히 읽고 있던 동화책을 치우고 스스로 제 방의 침대에 정갈하게 이불을 덮고 눕는 아들을 보며 유네는 쓴웃음을 지었다. 요 며칠 계속 이 상태였다. ‘하야토’라고 불러야만 반응을 해주질 않나. 그 문제로 토키야에게 여러번 잔소리를 들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아이는 하야토가 되길 원했다.

“우리 아들은···”

“으응?”

“···진짜 커서 뭐가 되려고 벌써부터 이럴까? 응?”

그러나, 그것 또한 사랑스러워서 어쩔 수 없다는 웃음을 지으며 아이에게 팔베개를 해주고 같이 누운 유네는 장난스레 웃으며 말캉하고 보드라운 볼을 아프지 않게 손으로 톡톡 건드렸다. 간지러운 듯 까르르 웃은 아이는 곧 힘차게 대답했다.

“으응, 아빠처럼 멋있고 반짝반짝한 아이돌이 될거야!”

“유우토는 아빠 같은 아이돌이 되는 게 꿈이야?”

“하야토!”

“···그래, 하야토?”

일일이 세세하게 지적하는 것마저 그 아빠에 그 아들이었다. 단정하고 푸른 빛이 도는 검은 머리칼이 그 증거였다. 긴 속눈썹도, 눈매도, 보드라운 피부도. 지기 싫어하고, 질투도 많고, 납득하지 않는 이상 끝까지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밀고 나가려는 저 심성까지. 사실 상 얼굴만 봐도 그 ‘아이돌 이치노세 토키야의 아들’ 이라는 것은 명확했지만, 그 속에도 자신의 흔적 또한 조금씩 모습을 내비치고 있었다. 밝은 연둣빛의 눈동자라던가, 밝고 해맑은데다, 조금 주변에 이리저리 참견하고 다니는 저 성향. 틀림없이 어릴 적의 저를 데려다가 놓은 느낌이었다.

“아빠, 오늘은 늦어?”

“응, 오늘은 세실 형이랑 쇼 형이랑 밤늦게 촬영이 있대.”

“무슨 촬영?”

“그러게, 그래도 오래 걸리는 건 아니라서 금방 올거래.”

“그러면 아빠 올 때까지 유··· ······내가 엄마 독차지 해야지!”

아, 방금 이름 말하려다 만 거지? 속으로만 태클을 걸며 품에 꼭 안겨오는 아이를 같이 껴안아주며 등을 토닥였다. 시각은 벌써 9시, 졸릴 때도 되었다. 포근한 아이의 체온을 느끼며 저도 아주 살짝 졸음이 찾아올 때 즈음,

“미안하지만, 엄마는 원래 아빠 거에요.”

아이의 방문을 조용히 열고, 이미 귀가한 토키야가 장난스레 웃으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길로 잠에서 확 깬 유우토는, 평소 같았으면 벌떡 일어나서 토키야에게 안아달라 보챘을만도 한데, 되려 유네의 목에 팔까지 두르고는 떨어지지 않으려 하는 것이었다.

“토키야, 일찍 왔네?”

“장비에 트러블이 생겨서요, 촬영이 뒤로 밀렸어요.”

“엄마는 유우의 엄마야!”

“그 전에 엄마는 원래 아빠랑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거든요.”

“애한테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아뇨? 원래 이런 건 확실하게 해두는 거에요. 그리고, 이제 이름은 괜찮은 거에요? 하, 야, 토?”

“정말, 토키야···!”

이미 잔뜩 심통이 난 데다, 잊고 있던 이름까지 지적당하자 유우토가 볼을 크게 부풀리고는 토키야를 째려보더니, ‘아빠 미워!’ 하고는 다시 유네의 품에 얼굴을 묻어버렸다.

“이런, 장난이 조금 심했나요?”

“몰라! 아빠 저리 가!”

“정말, 사이에 낀 나도 봐달라고~”

분한 마음에 조금 훌쩍이는 소리가 들리자 난감한 듯 한숨을 내쉰 유네가 아이의 등을 도닥였다. 토키야는 그저 여전히, 장난스레 웃으면서 두 사람을 잠시 바라보더니 씻고 올게요, 하고 안방 쪽으로 들어가 버렸다.

“······오늘은 엄마랑 같이 잘거야.”

“그럼 안방으로 갈까?”

“싫어! 엄마도 여기서 자!”

“단단히 삐졌네···”

유우토가 말을 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아니, 말을 하기 전에도 계속 이 상태였다. 뭐라고 해도 토키야와 닮은 점을 꼽으라고 하면 이 질투와 독점욕일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토키야가 제 귀여운 아들을 연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아들에게는 경계 대상인 것은 확실했다. 훌쩍이는 소리가 잦아들고, 작고 규칙적으로 호흡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몇 분을 더 있었을까, 아이를 재우며 본인도 졸음이 쏟아질 때쯤, 정신을 차린 유네는 조심스럽게 아이를 제대로 눕히고 침대에서 일어나더니, 소리를 죽이며 방을 나왔다.

“유우토, 잠들었어요?”

“응, 금방 잠들었네.”

침대에 앉아있으니 금방 샤워를 마치고 나온 토키야가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털어내며 물었다. 조용히 대답을 한 유네는 그럼에도 닫힌 아이의 방 문을 멍하니 바라보자, 살짝 심통난 듯 토키야가 뒤에서 아내를 훅 끌어안았다.

“아, 잠깐, 만. 나 아직 안 씻었다고,”

“안 놔줄 거에요, 요 최근에 이렇게 끌어안은 적 없으니까.”

“최근이라니, 3일 전만 해도 이러고 있었잖아···”

“한참 됐네요.”

“너는 정말···”

문득 괘씸하단 생각에 눈을 치켜 뜬 유네는 몸을 돌려 토키야의 양 볼을 아프지 않게 꼬집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아들을 그렇게 놀리면 어떡해? 다른 사람이면 더더욱 안되죠. 논점 흐리지 말고! 투닥거리던 두 사람은 잠깐 서로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 먼저 침묵을 깨고 한숨을 쉰 건 유네 쪽이었다.

“그나저나, 저 개명에 대한 고집은 어떻게 해야하나···”

“개명은 무슨, 내버려두면 알아서 잊어버릴 거에요. 아직 애니까.”

“저번에도 그래놓고 한 달 내내 하야토 무대 보여달라고 졸랐던 거 기억 안 나? 누구 아들인지, 고집이랑 기억력 하나는 알아줘야 한다니까···.”

“······.”

부루퉁해진 표정마저 똑 닮은 그가 유네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이럴 때 보면 남편이랑 아들이 아니라 꼭 아들 둘을 키우는 기분도 들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그냥 하야토로 짓자니까,”

“왜 또 얘기가 거기로 튀어요?”

사실 유우토 임신 중에 아이 이름 가지고 며칠 고민하던 적이 있었다. 여자아이면 유네의 원래 성에서 꽃을 따서 짓고, 남자아이면··· 하고 고민할 즈음, 유네가 하야토로 짓는 건 어떻냐고 제안했다가 절대 안된다며 토키야가 식겁해서는 거부했었다. 결국 출산 전 날까지 고민하고 고민해서 지어낸 게 ‘유우토(湧音)’ 였다.

“그래도 나는 유우토라는 이름에 불만이 있는 건 아니니까. 뜻이 예쁘잖아?”

“당연하죠, 제가 얼마나 심사숙고해서 골랐는데.”

“으이구···.”

유네는 밉지 않게 토키야를 노려보더니 곧 웃음을 터뜨렸다. 그에 휘말려 토키야도 작게 웃음을 터뜨리더니, 곧 부드럽게 유네의 몸을 침대에 눕히며 여기저기에 입을 맞춰왔다.

“아, 토, 키야, 나 아직 안 씻었, 다니까,”

“어차피 다시 씻어야 할텐데요?”

“아니, 그러니까···~~っ!!”

벌써 사랑하는 사이가 된 지 17년, 부부가 된 지 6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이런 행위에 익숙해지지 않는다.

“······소리 내면 안돼요? 유우토가 깨니까.”

로케 출장에 늦은 촬영까지, 육아까지 합해서 제대로 된 둘만의 시간이 없었던 탓일까, 마치 방해받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양 웃는 모습에 이질감이 들어서, 몇 개월만에 펼쳐진 상황에 유네는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 ◈ ◈

 

“유우토 군~ 엄마 오셨어요~”

“······”

“유우 군~”

“···하야토~ 아빠 오늘 일찍 들어온대, 얼른 집에 가자.”

“네~에.”

조금 얼떨떨한, 멍한 기분을 환기시키려 가볍게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못살아, 정말··· 뒤늦게 장난감을 정리하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한숨을 쉬고 있자니, 유치원 선생님께서 말을 걸어왔다.

“저, 어머님··· 혹시 집에서도 최근에 저런가요?”

“네··· 안 그래도 자주 아빠한테 한 소리 듣고 있기도 해요.”

“아하하···”

“정말··· 죄송해요 선생님. 몇 번 말했는데 또 고집은 세서···”

“아니에요. 원래 저 나이에는 어리광도 떼도 쓰니까요. 금방 잊어버리기만 하면 좋겠지만···”

“···남편 닮아서 기억력 하나는 좋거든요···”

“그쵸···”

아하하··· 마주 보며 선생님과 쓰게 웃은 유네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하다 선생님에게 작게 귓속말로 말을 전했다.

“...어머, 축하드려요! 유우 군도 좋아하겠는 걸요?”

“그랬으면 좋겠네요. 그래도, 혹시 몰라서... 나중에라도, 아이가 심통을 부리거나 할까봐 미리 말씀 드리고 싶었어요. 저희도 집에서 잘 달래보긴 하겠지만... 혹시 안된다면 미리 죄송해요.”

“아니에요, 유우 군 또래 아이들도 그런 경우가 빈번해서, 오히려 유치원에서는 즐겁게 잘 지내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러니 너무 마음에 담아두진 마세요. 오히려 유치원에서는 다른 친구들도 곧잘 챙기고는 하거든요.”

“...정말요? 집에서는 전혀...”

“그거야, 두 분에게는 아직 어린 아이니까요.”

아이들이라는 게 그렇게 빠르게 크기도 한답니다. 후후, 다정하게 웃는 선생님을 제치고 쪼르르 달려와 허리춤에 안겨 매달리는 아이를 데리고 선생님께 짧게 인사를 나눈 뒤 집으로 돌아왔다.

“그럼 이제 손 씻고, 저녁 먹을 준비 하고 있을 테니까 옷 갈아입고 있으세요~”

“아빠느은?”

“음, 아까 출발한다고 했으니까 곧 올거야.”

“흐~응...”

심드렁한 반응이 영 마음에 걸렸다. 아직도 삐쳐있는 건가. 토키야도 3주 정도는 본인도 놀린 탓이 있으니 그러려니 했지만, 슬슬 인내심의 한계일 것이다.

“오늘은 아빠한테 제대로 인사하기로 한 거 잊지 않았지?”

“...”

“정말...”

한숨을 쉬며 식탁 위를 정리하고 있을 즈음, 발소리가 들린 듯 아이는 현관 쪽을 쳐다보았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도어락을 누르는 소리가 들리고, 토키야가 현관에서 목소리를 내었다.

“다녀왔습니다.”

“수고했어, 토키야. 식사 준비 슬슬 다 되어가니까 짐 풀고 손 씻고 와~”

“...알겠어요.”

거실로 들어온 토키야는 인사도 안하고 등을 돌려 장난감만 만지작거리는 아이를 한 번 힐끗 보고는, 다시 서재 쪽으로 돌아가 버렸다.

“...유우토, 아빠랑 인사하기로 했잖아. 얼굴도 제대로 안 보여줄거야?”

“...하야토, 라니까.”

“하아...”

못 살아, 정말. 한숨을 푹 쉬며 그릇까지 올려두고는, 앞치마를 풀고 묵묵히 애꿎은 장난감만 손에서 꼼질대는 아이에게 다가가, 곁에 쪼그려 앉으며 말했다.

“...유우토는, 유우토잖아.”

“싫어, 싫어! 내가 하야토야!”

“아직까지 그렇게 고집 부릴거에요?”

금세 손을 씻고 나온 토키야가 거실로 들어오며 한소리 거들었다. 놀라 토키야를 쳐다본 유우토는, 짜증이 난 듯 인상을 쓰며 팩 고개를 다시 내리깔아버렸다.

“...일단 저녁부터 먹어요. 그 이야기는 나중에...”

“아니, 있어 봐.”

토키야의 인내심의 한계와는 별개로, 유네 본인도 슬슬 나서서 다그칠 때가 되었다. 지금까지는 타이르고 한소리 하면서도 결국은 적당히 아이의 투정을 받아줬지만, 이렇게 길게 억지를 부리도록 놔두는 건 교육 상 좋지 않으니까.

“유우,”

“......”

“...유우토. 제대로 대답해야지.”

“...싫어!”

“자꾸 그렇게 고집 부리면 엄마도 화낼 거야.”

“......”

“...이치노세 유우토.”

낮게 깔린 목소리가 아이의 머리 위에 내려앉았다. 평소에 아이를 혼내거나 잔소리를 하는 건 늘 토키야였고, 훈육 후의 두 사람의 관계 회복은 늘 유네가 아이를 잘 타이르는 편이기 때문에, 사실 상 유네는 거의 이렇다시피 할 훈육이라는 걸 해볼 기회가 자주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드물기도 드문 상황이고, 평소와는 다른 낮은 목소리로, 조용히 아이를 몰아세울만큼 무섭기 때문에, 그만큼 아이에게는 영향력이 컸다.

놀라 자신을 올려다보는 아이와, 뒤에서 당황한 토키야의 시선이 따가웠다. 하지만 여기서 굽히면 안된다. 아이의 눈에 물기가 고였지만,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했다.

“계속 아빠랑 그렇게 제대로 말도 안할 거야?”

“......”

“그럼 엄마도, 유우토한테 화 났으니까 말 걸어도 무시할까?”

“...싫, 어,”

“...아빠도 똑같아. 네가 자꾸 그렇게, 계속 말도 안하고, 무시하고. 유우토도 상처 받잖아. 그렇지?”

“...그치만...”

“유우토가, 원하는 걸 제대로 말했는데도 들어주지 않아서 서운한 건 알아. 하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아빠를 상처 준다고 해서 유우토가 원하는 걸 전부 들어줄 수 있는 건 아니야.”

“......”

다시 고개를 숙이고 시선을 내리깐 아이의 작은 두 손을, 유네는 작게 숨을 내쉬면서 감싸쥐었다.

“...그리고, 유우토. ‘이름’이라는 건, 엄마도, 아빠도 그렇지만, 친구들이나 다른 사람들이 유우토를 알아볼 수 있게 하는 주문이기도 해.”

“...주문?”

“응. 엄마도, 아빠도, 다른 친구들도. ‘유우토’라고 하면 제일 먼저 너를 떠올릴 거야. 지금껏 그렇게 불러왔기도 했고. 그게 유우토만 가질 수 있는 거니까.”

유네의 손 안에서도 손을 꼼질대던 유우토는, 작은 손으로 얇은 그녀의 손가락을 꼭 쥐었다.

“하지만, ‘하야토’라고 하면? 다른 친구들은 그렇다 치지만, 하루카 누나나, 다른 STARSH 형들은, 어떨 거 같아? ...물론, 아빠는 원래부터 ‘토키야’ 였지만, 그래도, ‘하야토’라고 불리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하야토’라고 부르면 다들 유우토가 아니라 아빠를 먼저 떠올리게 될 거야.”

아이한테는 너무한 이야기지만, 솔직히 본인도, 그러지 않을 거라는 자신이 없다. 그건 토키야도 마찬가지일 거고. 하지만, 이 부분은 분명히 해야 했다. 토키야가, 그랬던 것처럼. 온전히 ‘자기 자신’이 아닌 이름으로 살아가거나, 혹여 정말로 아이돌을 꿈꾼다면, 성장 후 아이돌로서의 일상에서도 분명 좋든 싫든, 그 꼬리표가 계속 따라붙을 거라는 걸. 물론, 이미 ‘이치노세 토키야의 아들’이라는 수식어는 항상 존재할 테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이름만큼은 반드시 아이가 자신의 정체성으로 지킬 수 있도록 했으면 하니까.

“...그건, 싫어.”

아이가 도리질을 치며 부정을 표시했다. 거의 다 왔다. 안도의 숨을 천천히 내쉬며, 평소보다는 여전히 조용하지만, 그럼에도 훨씬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재차 아이의 의사를 확인했다.

“...그럼, 어떻게 불리고 싶어? 어떤 이름이 좋아?”

“......”

눈을 느리게 깜빡이던 아이는 고개를 들어올려 토키야를, 유네를 번갈아 보았다. 웃고 있지는 않았지만 유네의 표정은 아까보다는 풀려있었고, 소파에 기대어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던 토키야도 쓰게 웃으며 괜찮으니 천천히 말해보라는 듯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이치노세, 유우토가, 좋아.”

“‘하야토’는, 이제 괜찮아?”

“...응!”

“그래, 유우. 그럼 이제 더 이상 아빠한테 그걸로 심술 부리기 없기다?”

“네에~”

유네가 완전히 표정을 풀고 웃으며 아이와 시선을 맞추자, 회복력은 좋은 듯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아이의 대답에 토키야도 가볍게 웃어보였고, 유네도 화내서 미안하다며 아이를 꼭 끌어안았다.

“이제 그만하고 식사할까요?”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얼른 먹자.”

“나, 밥 먹고 목욕할래!”

“아빠랑 들어갈까요?”

“응!”

끌어안았던 팔을 풀어주니, 아이는 벌떡 일어나 도도도 달려가 토키야의 다리에 꽁 매달렸다. 작게 아빠, 미안해. 하고 사과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잠시 유네와 눈을 맞춘 토키야는 곧 다정하게 웃으며 제 다리에 매달려 안긴 유우토를 완전히 안아 올리고는, 이제 괜찮다며 머리를 쓰다듬고는 부엌으로 향했다.

 

 

◈ ◈ ◈

 

 

“그은데, 엄마는 그럼 왜 성이 바뀐거야?”

먼저 토키야가 아이를 씻긴 뒤 욕조에 앉히고, 가볍게 자신도 샤워를 마치고 목욕물에 들어가 앉았을 때 들은 질문이었다. 토키야는 제 다리 위에 얌전히 앉아 물어보는 아들에게 천천히 설명했다.

“유우토, 그것도 알고 있었어요?”

“응! 엄마도 원래는 ‘하나오카’ 였잖아.”

“지금도 일할 때는 원래 성을 쓰고 있긴 하지만, 그렇죠. 호적 상으로는 ‘이치노세’네요.”

새삼스레 그리 말하니 결혼 전, 직후의 감정이 되살아나는 것 같아서, 욕실의 열기로 상기된 얼굴로 작게 헛기침을 했다.

“호적?”

“음... 쉽게 말해서, 엄마가 아빠의 ‘가족’이 됐다는 표시에요. 유우토도, 성은 ‘이치노세’ 잖아요?”

“근데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유카 누나도 ‘하나오카’인데?”

“응, 그건 맞아요. 그럼에도, ‘유네’라는 이름은 남아 있잖아요.”

“으~응... 잘 모르겠어.”

“...아직 이해하긴 어려웠나요. 그래도, ‘이치노세’라는 성은 제가, 그리고 유네가. 유우토의 엄마, 아빠, 가족이라는 제일 중요한 표시에요.”

물론, 토키야가 성을 바꿀 수도 있었다. 그 증거로 혼인 신고서를 쓰면서 장난스레 유네에게 이치노세 씨, 라는 호칭을 썼지만, 부끄러워 하면서도 토키야가 성을 바꾼다는 생각은 안하는 구나? 하고 장난스럽게 쏘아붙였기 때문이다. 새삼 생각해보니 정말 그랬어서, ‘하나오카 토키아’도 괜찮다며 곱씹다가, 아이돌이 무슨 성을 바꾸냐며 식겁헤서 유네가 뜯어말리긴 했지만.

“엄마가 이제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유카 씨의 가족이 아니게 된 건 아니에요. 하지만, 아빠랑, 그리고 유우토와 함께 ‘새 가족’을 만들기로 결심해서, ‘이치노세가 된 거에요. 이렇게 말하면, 조금 알겠나요?”

“으응, 아직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도, 엄마도 아빠도 같은 성이라서 좋아.”

“맞아, 바로 그거에요.”

조용히 웃으며 첨벙대며 흐트러진 아이의 머리카락을 넘겨주었다.

“...그것도 그렇고, 엄마가 아빠를 너무 사랑해서 ‘이치노세’가 되겠다고 고집을 부린 것도 있긴...”

“토-키-야-!! 유우토한테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현기증 일으키기 전에 그만 나와~!”

“...이런, 다 듣고 있었나 보네요.”

정말, 애한테 못하는 말이 없어. 하고 투덜거리는 목소리를 듣고는, 어떤 표정일지 자연스럽게 떠올린 토키야와 유우토가 마주보고는 작게 키득거렸다.

“엄마 부끄러워한다.”

“그러게요. 언제쯤 익숙해지려는 지...”

...그래도 이제 슬슬 나갈까요? 응! 나 더워. 여전히 장난스레 웃는 모습은 제 엄마를 똑 닮은 아이를 안아들고는, 토키야도 몸을 일으켜 욕실을 나섰다.

 

 

◈ ◈ ◈

 

 

로션을 꼼꼼히 바르고, 머리를 말리고, 잠옷까지 입힌 후에, 좋아하는 동화책을 몇 개 읽어주고 있으면 벌써 아이가 잘 시간이 다 되어간다. 그만 자자며 아이를 안아 올린 유네를, 장난스레 유우토와 눈을 맞춘 토키야가 아이를 떨어트리지 않게 조심하며 휙 유네를 공주님 안기로 안아 올렸다. 놀란 엄마의 반응에 아이가 즐거운 듯 꺄르르 웃는, 밤 9시의 일이었다.

안방으로 장소를 옮겨 아들과 아내를 침대에 눕히고, 자신도 그 곁에 누우며 이불을 끌어 덮어주었다.

“으음, 역시 아까 밥 먹을 때도, 목욕할 때도 생각해 봤는데, ‘하야토’라는 이름도 좋아.”

“저런, 유우토. 엄마한테 ‘하야토’라고 불릴 수 있는 건 아빠 뿐이에요.”

“토키야,”

이잉, 하고 분한 듯이 토키야를 째려보는 아이와, 다 끝난 일을 다시 꺼내고 싶냐며 핀잔 주는 목소리를 내는 유네를 보며 그저 웃을 뿐이었다.

“대신, 유우토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 있는 것도, 유우토 뿐이니까. 그렇죠?”

“맞아, 엄마도, 아빠도. 다른 친구들도. 유우토라고 부를 수 있는 건 우리 유우밖에 없을 테니까. 그렇지?”

“응!”

아이는 그렇게 힘차게 대답하며, 사랑하는 어른의 체온을 느끼며 배시시 웃었다. 그 모습에 겨우 이 작은 소동이 종료되었다는 심정에 서로 시선을 맞추며, 부부는 작게 웃었다.

“그럼, 엄마도, 아빠도. 노래 불러줘!”

“노래?”

“응!”

“어쩔 수 없네요. 그럼, 푹 잘 수 있게 자장가라도 불러줄까요?”

“오랜만이네, 유우토가 자장가를 보채는 건···”

조금 곤란한 듯이 웃어보였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미소를 짓더니, 유네가 먼저 운을 띄우기 시작했다.

“몇 천개의 수많은 그 어떤 말도~ 이 마음만큼은 표현하지 못했어~”

하지만 너에게 받은 한 글자는 너와 보낸 찰나도, 영원도~ 그 전부를 그려내어, 나를 구해줬어~ 까지 노래하고 나서야 유네는 흥얼거리며 감았던 눈을 조심스럽게 떠보였다.

“···그거 아냐.”

“유네···”

“그럼 뭐가 좋아?”

“알잖아요?”

눈을 치켜뜨고 자신을 바라보는 똑같은 두 얼굴을 장난스럽게 웃으며 마주 보고는, 작게 헛기침을 한 뒤 부드럽게 다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세계는 전부 Dress-up, 스팽클을 두르고서~”

자, 나의 왕자님, Shall we Dance? 오늘 밤은 춤 추자~ 유네가 웃으며, 아이를 위해 가사를 살짝 바꿔 부르며 작은 코를 검지 손가락 끝으로 부드럽게 톡, 건드렸다. 아이는 간지러운 듯 꺄르르 웃어보였다.

“일곱 빛으로 빛나는 스테이지, 너에게 무지개를 보내”

무섭지 않을 거야, 그리 노래하는 유네의 곁에서 토키야가 아이의 볼을 한 손으로 감싸고는, 함께라면~ 하고, 익숙한 듯 화음을 넣어 마지막 소절은 함께 부르기 시작했다.

“만나러 갈게요, Dear My Prince~”

아이를 위한 스페셜 버전의 짧은 노래가 끝났지만, 오히려 두 사람이 어레인지 해준 가사가 기쁜 지 되려 더 잠이 안오는 듯 눈을 빛내며 두 사람을 바라볼 뿐이었다. 정말, 못 말린다니까. 이제 그만 자자며 토키야는 손을 뻗어 사이에 낀 아들과 아내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

“···근데, 그럼 엄마를 엄마라고 부를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어?”

“그것도 그렇네요.”

“···글쎄, 어떠려나?”

“······에?”

아이를 안고 꼼지락대던 유네가 입을 열었다. 잠시 생각하는 듯 하다,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우는 남편에게 아랑곳 하지 않고 마저 아이에게 말을 걸어본다.

“으~음. 그러면, 유우토도 같이 이름 지어볼까? 좀 더 크면.”

“유네? 갑자기 그게 무슨,”

“······”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 침대에 앉았다. 설마, 설마. 따라 벌떡 일어나 앉은 토키야는 확답을 원하고 있었다. 갑자기 이상해진 부모님의 태도에 의아해하며 따라 앉은 아이는 두 사람을 번갈아 올려다 보았다.

“···5주차래. 건강검진차 갔다 왔다가 예상도 못한 소릴 들어서 나도 좀 당황스럽긴 한데··· 나중에 초음파 사진 보여줄게.”

“······”

“엄마아, 무슨 얘기야?”

“그건 바로··· 우리 유우토한테 동생이 생긴다는 얘기지요!”

얼 빠진 표정을 하는 토키야를 무시하고 아이는 유네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유네는 다시 짓궂게 웃으며, 유우토를 침대에 다시 장난스레 넘어뜨리며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꺅꺅 웃으며 장난을 치는 것도 찰나, 뒤에서 자신을 훅 끌어안은 토키야 때문에 놀라 간신히 손을 피해 매트리스에 손을 대고 몸을 지탱하며 유네가 제 등에 얼굴을 묻은 남편을 돌아보았다.

“깜짝, 아. 토키야, 왜 그···”

“당신은 정말···”

명확하게 물기가 섞인 목소리. 되려 당황하여 몸을 일으킨 유네가 몸을 돌려 그 등을 토닥이며 물었다.

“잠깐, 토키야, 울어?”

“아빠 울어??”

“···안, 울어요.”

아니, 누가 봐도 울고 있잖아. 놀람과 당황과 기쁨, 그리고 여러 가지 감정들이 뒤섞인 것이라는 걸 알고 있기에, 차마 놀릴 생각은 못하고, 그를 조심히 제 어깨까지 올려 도닥였다.

“정말~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인데, 벌써부터 이렇게 울면 어떡하실까~”

“아빠 왜 우는 거야, 엄마?”

“그건 있지, 너~무 기쁘고 감동 받으면 눈물이 나올 때가 있어. ···유우는, 동생 생기는 게 싫지는 않지?”

“응! 나는 너~무 좋아! 아빠처럼!”

“맞아, 유우처럼 설레고 행복하구··· 기쁘면 활짝 웃을 때도 있고, 아빠처럼 울게 될 수도 있어. 엄마도, 유우도 마찬가지고. 알겠지? 토키야, 그만 울고. 응? 내일 촬영 있다며, 눈 붓거나 하면 어쩌려고 그래~”

“누구 때문인 줄 아시는 건데요···.”

웃으며 그를 뒤늦게 달래 보지만 이미 늦었다. 조금 훌쩍이며 마주보고 안은 그녀를 꼬옥 끌어 안았다.

“...고마워요.”

“나도, 토키야.”

나도나도, 하며 두 사람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 아이를 본 토키야는 짧게 이마에 뽀뽀를 해주더니, 감정을 가라앉히려 숨을 크게 내쉬고는 천천히 몸을 눕혔다.

“...엄마, 아빠.”

“응?”

“나, 그거 불러줘.”

“그거?”

“아빠 데뷔곡!”

“아...”

짧게 탄식을 뱉으며 토키야가 유네를 바라보지만, 유네는 괜찮다는 듯 웃으며 아이를 토닥이며 부드럽게 목소리를 내었다.

“단 한 걸음 만으로 이렇게 보폭이 다르다고”

“자그마한 구두를 바라보곤 문득 사랑스럽게 느꼈어~”

유네가 먼저 운을 띄우자, 아이를 부드럽게 도닥이며 토키야도 목소리를 내었다. 한 소절씩, 돌아가며 함께 부르는 경험도 매우 생소했다. 특히, 여러 감정이 담겨있는 곡이니만큼 더욱. 역시 손을 잡고 돌아갈까, 빛이 비추는 내일로. 그리 노래하는 유네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나의 이 미소를 아는 건 너 뿐이야, 100년 후에도 계속”

애틋한 날들을, 불안하고 초조했던 날들 속에도 당신이 계속 곁에 있었기에, 지금이 있으니까. 서글픈 듯, 사랑스러운 듯 부드러운 눈빛을 한 두 사람을, 아이는 그저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1억분의 너에게 지금, 있는 그대로 ’고마워‘를 전한다면, 분명”

그런 유네를 두고 보지 않겠다는 듯, 화음을 넣으며 토키야가 노랫소리를 겹쳐왔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유네는 그 도발에 그저 풀린 웃음을 지었다. 이제는 분명 그것마저 사랑스러운 추억일 테니까. 그런 따스한 감정을 아이도 느꼈는지 조금씩 눈꺼풀이 내려갔다.

“강한 척은 그만두고, 새장도 버린 채 머나먼 미래로···!”

“오렌지빛의 날들이 저무는 것을 멈추고 계속 그려나가자”

“‘너’라는 이름의 꿈을~”

끝 소절로 들어갈 무렵에는 완전히 푹 잠에 들었는 지 새근거리는 숨소리가 들려왔다.

“...잠들었네.”

“잘 자네요.”

“우리랑 다르게 잠귀가 밝지 않아서 다행이야.”

저도 졸린 듯 웃으며 눈을 감으며 웃는 유네를 바라보며, 토키야는 아이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여 꾹 입을 맞췄다.

“...벌써 증상이 오나 보네요.”

“으응, 그런가 봐. 며칠 전부터 좀 많이 졸리긴 하네…”

…그냥 며칠 전에 2일 정도 밤 새서 그런 줄 알았는데. 유네가 그리 말하자 토키야가 짜게 식은 눈으로 유네를 바라보았다. 나지막이 말하던 유네는 헤헤, 짧게 웃었다.

“...그럼 얼른 그만하고 자요.”

“으응…”

깜빡, 깜빡.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졸린 눈을 감았다 뜨던 유네는 곧 토키야와 손을 깍지 껴 잡고는 다정하게 웃었다.

“잘 자, 토키야.”

“잘자요, 유네.”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