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우문대 전력] 다정

다정

“너는 모든 사람한테 다정해.”

다정하면 좋은 거 아닌가?

태어나고부터 지금까지 다정함은 제 장점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그런 자신을 비웃듯 제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상대를 탓하는 말이었다. 그것도 서운함이 뚝뚝 배어나는 말투로. 그래서 류청우는 이제 막 제가 뱉은 말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3초도 안 되는 그 짧은 시간 사이에 후회가 일었다. 비단 애인의 다정함에 투정을 부리는 이 순간뿐만 아니라 지금껏 제가 상처를 주었던 모든 사람에 대해 후회가 들었다. 왜 그때는 몰랐을까.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건 마냥 좋지만은 않다는 걸, 사랑하는 사람에게 오롯이 특별해지고 싶은 마음도 존재한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그러므로 류청우는 속마음을 온전히 드러낼 수 없었다. 자신도 이제서야 겨우 깨달았으니 말이다.

줄곧 누구에게나 친절한 게 좋다고 생각해놓고선 정작 애인의 다정함에는 서운해 하는 꼴이라니. 류청우는 그런 제 모습이 부끄러웠다. 뱉은 말을 다시 주워 담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그는 괜히 주먹만 쥐었다 풀었다 하며 고개를 숙였다. 또 안절부절 못하는 제 모습이 꼴 사나워 보이지는 않을까 사뭇 걱정스러웠다.

“청우야, 앞으로-”

3년 같은 3초 남짓한 시간이 지나고 박문대가 입을 열였다. 그러나 그의 말은 류청우에 의해 싹둑 잘려나갔다.

“미안해, 문대야. 갑자기 놀랐지. 내가 좀 예민했나봐. 다정한 거 좋지. 싫다는 거 아니고 정말이야. 나는 네 그런 모습이 좋아.”

저를 바라보는 눈이 이제는 길가의 돌멩이에 닿는 시선보다도 못해질까봐, 이 다음에 나올 말이 제게 상처가 될까봐 겁이 난 나머지 류청우는 그의 말을 끊고 속마음과는 반대되는 말을 했다. 길게 변명을 늘어놓는 동안 박문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겨우 말을 마치고 고개를 들어 마주한 박문대의 얼굴에 또 류청우는 고개를 돌렸다. 무언가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 할 말이 참 많은데 일단 참는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당연히 그렇겠지. 서운한 것처럼 운을 띄워놓고 이제는 좋다니.

류청우는 박문대의 눈을 피해 고개를 머언 방향으로 돌렸다.

“그래요, 그럼.”

박문대의 목소리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류청우에게 모르는 척 다가간 박문대는 여전히 힘이 들어간 그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그리고 손톱자국이 난 손바닥을 펴고 느긋하게 문질렀다.

“형, 언제든 제가 부족한 게 있으면 말해주세요.”

다른 사람한테 친절하지 마. 나한테만 다정하게 대해줘.

류청우는 턱 끝까지 차오르는 말을 꾹꾹 눌러 삼키고 그렇게 하겠다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영영 그에게는 털어놓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착하고 다정한 연인을 탓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저 제가 속이 좁은 것이다. 쿡쿡 쑤셔오는 가슴을 애써 무시하면서도 류청우는 그가 제 마음을 알아차려줬으면 싶었다. 그런 제가 꽤 모순적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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