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우문대

[청우문대] 오해는 금물!

류청우의 생일에 청혼하는 박문대

양식장 by 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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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타입에 업로드했던 글을 재업하였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연애가 금기시되던 아이돌 생활은 자연스레 연차가 쌓이면서 느슨해지기 마련이다. 시끌벅적하던 숙소의 모습은 추억이 되고, 어느덧 각자의 보금자리를 찾아 떠나는 지금. 류청우와 박문대는 한 쌍의 짝이 되어 긴 시간 동안 함께해온 두 사람은, 서로를 믿고 의지했다. 사랑하고 믿었다. 그런 안락한 일상이 좋았고, 서로와 함께하는 소중한 일상을 즐겼다.

그런 박문대에게는 요즘 큰 고민이 있다.

몇 시간째 방에 틀어박혀 스크롤을 내리는 박문대는 고민하는 듯한 얼굴을 했다. 로맨틱과는 거리가 먼 자신에게 이런 일은 고역이라 느끼면서도, 기뻐할 미래의 배우자를 위한 노력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언뜻 봐도 값비싸 보이는 반지를 스스럼없이 구매한 그는 고민했다. 10월 초, 그의 생일까지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생일이면 더 좋아하겠지."

10월 28일, 류청우의 생일날. 그에게 청혼하기로 마음먹었다.

준비는 생각보다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온갖 사이트를 뒤져보며 그에게 어울릴 반지를 구매하고, 꽃을 사고, 조언을 얻었다. 덕분에 모니터링하던 시기보다 휴대폰을 잡고 있는 시간이 늘어났지만, 박문대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것을 지켜보던 류청우의 표정이 점점 굳어져 가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말이다.


류청우에게도 고민이 있다. 그는 다가오는 제 생일날 박문대와 무엇을 할지 고민했다.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고, 호텔을 갈까 하는 고민 같은 거 말이다. 그렇지만 문대의 의사를 무시할 수는 없어 넌지시 이 주제를 던져보면 늘 돌아오는 대답은 조금만 기다려 봐. 였다. 대체 무엇을 기다리라는 것인지, 매정하게 휴대폰을 잡고 어딘가에 몰두하는 문대를 눈에 담으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를 의심하진 않는다. 하지만 걱정되진 않나? 라고 물으면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일 자신은 없었다. 류청우는 그를 무척이나 사랑했기에 놓치고 싶지도. 떠나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박문대를 믿고 기다릴 뿐이었다. 그런데,

"네 류청우입니다."

테스타가 비활동기에 접어들고, 오랜만에 회사에서 걸려 오는 전화였다. 일상처럼 늘 받던 전화였지만 오늘따라 왠지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휴대전화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가라앉아 있어 그런지, 류청우는 덩달아 표정을 굳혔다.

"그, 문대씨요. 혹시 같이 계세요?"

"아뇨. 오늘은 선약이 있다고 해서, 일찍 나갔습니다."

"아 그렇구나.."주저하는 듯한 목소리는 류청우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비활동기에는 큰일이 있지 않으면 전화는 걸려 오지 않았다. 덩달아 손에 힘이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저희가 사진 하나를 발견해서요"

"이게 진짜인가 싶어 확인차 전화 드렸어요."

띠링- 알람이 울리는 소리와 함께 어떤 사진 한 장이 전송되었다. 휴대폰을 귀에서 땐 체로, 스피커폰으로 바꾼 류청오는 심호흡을 하며 문자를 터치했다. 사진 속에는 자신이 잘 아는 남자와 어떤 여자가 나란히 서 대화하고 있었다. 지독하게도 익숙하고, 사랑하는 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얼굴이 가려져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미약하게나마 웃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류청우는 속이 울렁거려왔다. 자신이 직접 연락 해 본다는 말을 남긴 채 전화를 끊었다. 머리가 복잡해졌다. 깨질 듯 자신을 조여오는 두통에 그만 주저앉았다.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입술을 깨물었다. 마침 액정 위에 뜬 익숙한 이름을 보고는 흡, 숨을 들이켰다.

- 오늘 조금 늦을 것 같아.

눈을 꾹 감았다. 몸이 잘게 떨려왔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생일이 다가오자 느긋하던 일상은 어디로 갔는지, 바빠져 아침을 챙길 여유조차 없었다. 생일날 오전까지 꽉 차버린 스케줄에 차라리 다행이다 싶은 류청우였다. 박문대는 여전히 바빴다. 저보다 훨씬 바쁘게 뛰어다니는 그를 지켜보았다. 지난번의 문제는 자신과 회사 선에서 다 처리되었다. 문대의 귀에 들어가지 않게, 남들이 모르게 처리하라는 류청우의 부탁에 그렇게 하겠다 답한 회사는 다행히 류청우의 뜻대로 움직여 주었다. 곤히 잠들어있는 박문대의 머리를 쓰다듬고, 동이 트기 전의 새벽에 집을 나갔다. 제 생일에 맞는 새벽공기는 무척이나 차갑게만 느껴졌다.

스케줄은 저녁을 조금 넘긴 시간이 되자 모두 마무리되었다. 생일 축하한다는 주변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가 감사하다며 말하기를 반복했다. 진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이렇게까지 힘든 날은 처음이었다. 양궁을 그만두었을 때도 이렇게까지 심연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일 들지는 않았던 것 같았는데. 류청우는 마른세수하며 자신을 기다릴 박문대가 있는 집으로 향했다.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하는 생각을 하면서.


해가 빨리 져 어느새 어두워진 밤거리를 가로등만이 밝히고 있었다. 본래라면 얼른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야 하지만, 이상하게도 손이 움직이질 않았다. 몸이 자꾸만 무거워지는 것 같았다.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 스케줄 끝나면 바로 집으로 와.

한 손에 휴대폰을 쥐고, 문대가 남긴 문자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자꾸만 불안한 쪽으로 쏠리는 생각을 애써 지우며 문을 열었다.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집 안을 둘러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닫혀있는 안방 문을 열었다. 늘 닫힐 새 없었던 문이 닫혀있자 잠시 머뭇거렸지만, 자연스레 손이 갔다. 이곳에 문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행복감과 불안감이 한 번에 닥쳐왔다.

문을 열자 보이는 익숙한 그 얼굴에 속이 울렁거리는 듯해 보였다. 미묘하게 굳어있는 박문대의 표정을 살피다 고개를 푹 숙였다. 아, 지금이구나. 생각했다. 류청우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와의 이별을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늘 함께할 거라 생각했다. 박문대를 사랑하는 마음은 평생 변하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 물론 그가 변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생각해보지 않았다. 서로를 사랑했으니까. 그것도 지독하게. 아주 많이.

"왔어요. 형?"

"응."

"그러면 잠시만 이야기 좀 해요."

박운대는 심호흡을 하며 말을 이었다. 머뭇거리는 표정과 목소리를 눈에 담던 류청우는 금방이라도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가슴이 저릿했다. 애써 불안한 생각을 지우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 지금이구나. 여전히 그를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그렇기에 괴로워했다.

"청우 형.""...문대야"

"저,"

"알고 있어."

박문대는 눈을 크게 뜨며 류청우를 바라보았다. 알고 있었다고? 어떻게? 한순간 말을 잃은 문대는 눈을 굴리며 이것저것 생각해냈다. 젠장. 어디서 흘렸지? 누가 알려준 건가? 크게 당황한 그는 손을 꼼지락거리며 다음 말을 생각해냈다. 그리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면 어쩔 수 없네"

"류청우. 나랑,"

"싫어."

"결ㅎ..."

류청우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무릎을 꿇고 자신을 올려다보는 박문대를 눈에 담았다. 뭐 하는 거지? 당황스러웠다. 헤어지자는 말을 들으면 미쳐버릴 것 같아 일부러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어딘가 잘못된 것 같은데, 당최 알 수를 없었다.

박문대도 당황스럽긴 피차 매한가지였다. 싫다고? 반지를 꺼내려 주머니에 넣은 손은 그대로 빠져나오지 않고 그곳에 머물러 있었다. 반지 케이스를 만지작 거리며 생각에 빠졌다. 이 상황을 이해하려니 머리가 아파졌다. 대체 뭔데?

"나랑 정말 헤어질 거야?"

응? 박문대는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이게 무슨 소리야?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류청우는 단단히 오해하는 것 같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얼굴을 살폈다. 묘하게 덜덜 떨며 제 눈을 바라보지 못하는 류청우의 뺨을 제 손으로 감쌌다.

"헤어진다니, 누가?"

"설마 우리가?"

박문대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만 같은 류청우의 얼굴을 엄지로 살살 쓸어주었다. 제멋대로 오해해서 이러고 있는 애인이 괘씸했지만, 지금 당장 풀지 않으면 큰일 날 것만 같았다. 서둘러 주머니 속의 반지 케이스를 꺼내 들었다.

"잘 들어."

"나는 너랑 헤어지려는 게 아니야."

류청우의 손을 잡아끌었다. 반지 케이스를 열어 번쩍이는 보석이 박힌 반지를 꺼냈다. 덜덜 떨리는 그의 손을 잡고 반지를 끼워주었다. 류청우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제야 머리가 돌아가는 듯했다. 제 손에 끼워진 반지와 문대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그와 눈을 맞추니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알 수 없는 감정에 그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피식 웃음을 내쉬며 깊게 숨을 들이켜고 내쉬기를 반복했다.

"무서웠어요. 당신이 나를 떠나는 줄 알고..."

"내가 너 아니면 누굴 만나."

그렇지? 어느새 류청우와 눈을 맞추고 있는 박문대는 웃으며 그에게 말을 건넸다. 어느새 표정이 풀려 평소의 텐션을 되찾은 류청우는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박문대는 그런 청우의 손을 맞잡고 반지 위로 쪽- 입을 맞추었다. 살포시 내려앉은 입술이 심장을 간지럽히는 듯, 가슴이 자꾸만 뛰었다. 류청우는 심호흡하며 그의 행동 하나하나를 눈에 넣었다. 뜨거운 손을 감싸 쥔 채 박문대는 심호흡했다.

"그런 걱정 하지 마. 우린 평생 함께할 테니까."

몇 번이고 연습한 멘트는 모두 무용지물이 되었다. 그렇지만 행복했다. 중요한 건 그와 함께하는 지금, 이 순간일 테니까.

"나랑 결혼해줄래?"

박문대가 싱긋 웃었다. 류청우는 그를 꽉 끌어안았다. 숨이 막혀왔지만, 이 또한 소중한 순간이었다. 절대 놓지 않겠다는 듯, 빈틈없이 끌어안아 맞닿은 몸에 심장이 뛰는 것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호흡을 나누고 체온을 나누었다. 서로의 것이 된 것만 같은 순간이었다.

"좋아요."

"여보?"

피식 웃은 류청우는 그에게 살며시 입을 맞췄다. 부드럽게 닿은 입술이 가슴께를 간질이었다. 재빨리 뛰는 심장 소리가 귓가를 맴도는 것 같았다. 순간순간이 소중하다는 듯, 조심스럽게, 느릿하게 입을 맞추는 두 사람은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 살며시 입을 뗀 박문대는 웃음을 흘렸다. 그의 품에 안겨 류청우의 머리를 살살 쓸어주었다. 자신을 귀엽다는 듯 쓰다듬는 문대의 손길에, 청우는 쪽- 입을 맞췄다.

"생일날 바람 맞는 줄 알았어요"

"형이 떠날까 봐, 두려웠어"

"걱정하지 마. 나 믿지?"

응. 류청우는 눈꼬리가 휘게 활짝 웃었다. 그동안 그를 오해하는 자신을 자책하면서도, 그를 더 믿고 사랑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만 같아 행복했다. 걱정스럽고 불안한 생각을 하며 시작한 하루는,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과 행복한 감정을 가지며 마무리할 수 있었다. 앞으로 그와 함께할 날을 기대했다. 영원히, 함께하는 하루를.

"생일 축하해. 류청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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