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우문대

[청우문대] sweet home

동거하는 청우문대

양식장 by 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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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타입에 업로드한 글을 재업하였습니다:)



"아- 숙소 생활도 이젠 끝이구나~"

세진의 아쉬워하는 소리가 들렸다. 멤버들이 맞장구를 치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10년은 더 지난 시간동안 동고동락한 일곱 명의 남자들이 각자 뿔뿔이 흩어지는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소파에 옹기종기 앉아 막내들의 긴장감 넘치는 레이스를 지켜보던 이들은 이내 각자 다른 곳을 바라보며 감상에 빠진 듯하였다. 소파의 중간에 앉은 문대는 태연하게 손에 들린 감자 칩을 입에 넣었다. 그러고는 슬쩍 제 옆에 앉은 류청우를 쳐다보며 옅게 웃었다.

"문대문대, 우리 그냥 같이 살까?"

"이미 집 구했다."

네... 시무룩한 세진의 목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문대는 숙소 생활이 끝나는 날에 맞춰 들어갈 집을 미리 구해놓았다. 몇 달 동안 이사할 집과 인테리어를 알아보느라 다크서클이 짙어진 것 같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문대는 세진의 질문에 건성으로 답하며 멍하게 도로를 달리는 게임 속 스포츠카를 응시했다. 흥분한 동생들의 소리가 들려온다. 류청우는 슬쩍 문대의 귀에 대고 피곤해? 라며 다정하게 속삭였다. 묘하게 간지러운 둘의 대화를 애써 무시한 세진은 청우의 거처도 물어왔다.

"청우 형은 어디서 지내요? 본가로 가시나?"

"아, 나도 집 구해서 살기로 했어ㅎㅎ"

"오~ 그럼 청우 형네 집도 자주 가야겠다~"

"오지 마라."

"응? 왜?"

"........아"

대충 고개를 끄덕거리며 입꼬리를 끌어 올려 하하, 웃고는 티브이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렇구나... 그렇구나... 알고 싶지 않은 것을 알아버렸다는 듯, 세진은 어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세진이는 그만 잘게요~ 하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옆에서 듣고 있던 배세진은 두 사람의 얼굴을 살피더니, 이내 벌떡 일어나 뭐? 너희, 같이 살아? 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청우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싱 게임을 즐기던 래빈은 고개를 돌려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는 순간. 문대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꺼냈다. 청우가 눈치를 보는 듯했다.

"그렇게 됐다."

"하하"

"너, 너희들!!"

어디서 햄스터 모양의 쿠션이 날아오는 것 같았다. 문대를 껴안고 막아낸 청우가 어색하게 웃었다. 래빈이 입을 떡 벌린 채로 둘을 바라보았다. 어색한 공기만이 숙소를 가득 채웠다.


"형 그건 여기"

이사는 순조롭게 잘 진행되었다. 오래 준비한 덕에 이미 인테리어와 짐은 옮겨진 상태였고, 숙소에서 가져온 약간의 짐과 멤버들이 보내온 선물을 풀어 정리만 하면 끝이었다.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인 두 사람은 점심이 지나서야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문대가 작게 한숨을 쉬며 깔끔해진 집을 돌아보았다. 뿌듯하다는 듯한 얼굴을 하며 웃는 탓에, 청우는 피식-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문대의 뺨을 잡고, 작게 입을 맞추었다. 수고했어. 짧게 입을 맞추고 떨어진 청우는 배달앱을 열어 이사 날에 빠질 수 없는 짜장면을 시켰다. 문대는 순식간에 배달온 짜장면을 야무지게 비벼 입에 넣었다. 청우는 문대의 입가에 묻은 짜장소스를 제 손으로 닦고는 입으로 가져갔다. 문대는 애써 모른 척하며 짜장면에 시선을 고정했다. 괜히 얼굴이 뜨거워지고 웃음이 새어 나왔다.

라지킹 사이즈의 큰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이번에 새롭게 구매한 극세사 이불의 촉감이 좋아 저도 모르게 자꾸만 만지고 있는 문대였다. 청우는 그를 귀엽다는 듯 바라보며 세게 끌어안았다. 류청우의 덩치를 고려해 큰 사이즈의 침대로 산 것이 만족스러웠다. 이리저리 뒹굴어도 침대 아래로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류청우는 박문대를 가볍게 끌어안으며 동그란 머리 위에 입을 맞췄다. 문대는 류청우의 입맞춤에 기분좋은 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이내 표정을 굳히며 류청우를 째려보았다.

"...류청우"

"어떻게.. 안될까?"

끈적하게 허리를 더듬어오는 손길에 몸이 흠칫, 하고 떨렸다. 얇은 허리를 감싸는 큰 손이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류청우의 열기가 느껴지자 덩달아 자신도 더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체력 좋네.. 그렇게 생각한 문대가 슬쩍 청우의 손을 잡았다. 잡고 떼어내려 했으니 꿈쩍도 하지 않아 눈을 크게 뜨고 청우를 쳐다봤다. 류청우는 왜? 하는 얼굴로 웃기만 했다. 저 얼굴만 아니었어도... 박문대는 생각했다.

"그래도 첫날밤인데... 응?"

애원하듯, 이제는 손을 내려 골반을 잡아 오는 손길에 박문대는 벌떡 일어나 숨을 한 번 들이쉬고는 류청우의 몸 위로 올라탔다. 입술을 깨물며 까불지 또. 하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류청우는 문대의 골반 위에 제 손을 얹었다. 그러고는 나름 탄탄한 박문대의 허벅지로 손을 내려 장난스럽게 쓸었다. 몸을 일으켜 세워 급하게 입을 맞췄다. 문대가 도망가지 못하게 목덜미를 콱 붙잡아놓고선 숨이 찰 때까지 몰아붙였다. 읍, 흐으.. 버거워하던 문대가 입을 떼려고 하자, 류청우는 바로 쫓아와 다시 혀를 섞었다. 분대의 눈앞이 새하얘지기 직전에 입을 뗀 류청우는 살짝 풀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문대는 번들거리는 입가를 잠옷 소매로 닦으며 숨을 고르려 했다. 하지만 숨 고를 새도 없이 몸을 붙여오는 청우 덕에 다시 흡, 하고 숨을 들이마셔야 했다.

"첫날밤, 이라며.. 너무 급한, 거 아냐?"

하하! 류청우는 웃음을 터뜨렸다. 잔뜩 붉어진 얼굴로 다급하게 말을 뱉는 문대가 귀엽다는 듯, 장난스럽게 엉덩이를 툭, 하고 쳤다. 알았어요. 가볍게 대답한 청우는 천천히 다가갔다. 간질거리는 느낌 덕에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함께한 수많은 밤들이 있었지만, 새롭게 출발하는 이곳에서의 첫날밤은 그 어느 때보다 깊어져 갔다.


"끄응.."

잠에서 깬 문대는 옆에서 곤히 자던 류청우의 가슴팍을 퍽- 하고 때렸다. 순간적으로 닿아오는 맨 가슴의 감촉이 좋아 더욱 신경질이 났다. 몸을 움직이자 찌릿하며 저리는 허리를 애써 무시하고는 입을 삐죽 내밀어 류청우를 바라보았다. 안 자는 거 다 알아. 곤히 자는 척을 하던 류청우는 문대의 말에 미소를 띠며 눈을 떴다. 잘 잤어? 기분이 좋은지 싱글벙글한 저 낯짝이 정말 재수가 없었다. 누구 덕에 지금 내가.... 지난밤의 기억을 떠올린 문대는 눈을 질끈 감았다. 잔뜩 성난 류청우의 팔뚝에 남은 붉은 자국을 쿡 찌르며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그만하라고 했잖아"

"그렇지만 첫날밤이었잖아요 형"

그게 뭐 어쨌다는 거야? 문대는 입 밖으로 뱉으려던 말을 간신히 삭히며 류청우의 가슴에 한 번 더 가벼운 펀치를 날렸다. 윽- 아프지도 않으면서 아픈 척, 소리를 내는 류청우를 보며 괜히 웃음이 나왔다. 류청우는 슬금슬금 다가가 박문대를 꽉 껴안고 쪽쪽- 입을 맞췄다. 이내 사랑한다는 말을 속삭이고는 침대를 나와 주방으로 향했다. 침대를 벗어나면서, 말려 올라간 잠옷 아래로 보이는 문대의 허리를 슬쩍, 쓸어주었다. 류청우! 문대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실수~ 괜히 너스레를 떨며 신난 표정으로 방문을 열었다. 박문대는 일어날 힘이 없어 몸을 돌려 천장을 보고 누웠다. 여유로운 하루였다.


"형, 와서 밥 먹어요"

샐러드? 문대는 식탁에 놓인 풀때기와 류청우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류청우는 머쓱한지 눈을 피하며 옅은 미소를 띠었다. 재료가 없더라고요.. 애써 변명한 청우는 포크로 닭가슴살과 함께 풀을 집어 입에 넣었다. 문대는 작게 한숨을 쉬고 양념 된 닭가슴살을 집었다. 매번 질리게 먹던 것들인데, 여기서까지 먹을 줄은 몰랐다. 그래도 신경 써서 만든 것인지, 샐러드치고는 맛이 있었다. 류청우는 이따 장 보러 나가자고 하며 자연스레 접시를 치웠다. 문대는 항상 자신이 하던 일을 청우가 하고 있으니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이런 일상도 나쁘지 않다 싶었다. 자신에게 물 한 방울 안 묻히게 할 테니 함께 살아달라던 류청우의 말이 정말 사실이었던 것인지, 류청우는 요즘 요리학원에 다니며 요리를 배우고 유튜브에서 주부 채널의 열열한 시청자가 되었다. 그런 청우의 모습이 귀여워 보여 살쩍 일어나 설거지하는 청우의 엉덩이를 툭툭 치며 잘하네~ 하며 칭찬했다. 류청우는 웃으며 문대의 볼에 입을 맞췄다. 능숙하게 설거지를 하는 류청우를 구경했다. 설거지하던 류청우는 몇 개월 동안 갈고닦은 요리 실력을 보여주겠다며 오늘 저녁은 기대해도 좋다는 말을 했다. 문대는 열의에 가득 찬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 보여 입꼬리를 끌어올려 활짝 웃었다. 귀여워 보이면 끝이라던데. 박문대는 생각했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자신보다 덩치도 훨씬 더 큰 이 남자가 이렇게나 귀여워 보이는데 어쩌겠나? 이렇게 잔뜩 귀여워해 줘야지.

"어때? 맛있어?"

끝내주게 맛있는 요리를 해주겠다며 마트에서 이것저것 주워담던 류청우는 밀푀유나베를 만들어냈다. 문대가 한입 먹기를 기다리며 그의 반응을 살폈다. 맛있기를 바라며 초롱초롱한 눈을 빛내고 있었다. 문대는 진지한 표정으로 맛을 음미했다. 류청우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박문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맛이 없으면 어쩌지? 청우는 걱정스런 마음에 고개를 쭉 빼고 입술을 깨물었다. 열심히 맛을 음미하다가 삼킨 문대는 진지한 류청우의 표정을 보고는 웃음을 참지 못해 이내 푸흡-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으하핫! 크게 한 번 더 웃은 문대는 여전히 진지한 류청우의 얼굴을 보며 본인도 덩달아 진지한 얼굴을 하고는 말했다.

"형."

"어, 어?"

"요리 몇 개월 배우셨다고요?"

"..3개월 정도?"

"음..."

"잘했어요. 맛있는데요?"

"그래?"

박문대의 맛있다 한마디에 표정이 풀린 청우가 자신의 수저를 집어 들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작게 다행이다.. 하며 말을 뱉고는 제가 만든 요리를 입에 넣었다. 고개를 끄덕거리며 괜찮네~ 하던 류청우의 표정이 너무 뿌듯해 보여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 문대였다. 류청우가 만든 요리를 깔끔히 비운 문대는 배를 통통 두드렸다. 류청우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식탁을 치웠다. 소파에 앉아 tv채널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문대는 배가 불러 나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자연스레 감기는 눈에 고개를 저어가며 애써 참았다. 저 멀리서 류청우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응.. 작게 대답한 문대는 소파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요란하게 어질러진 부엌을 치우고 소파에 앉은 청우는 문대가 잠들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리모컨을 들어 TV를 껐다. 그리고 문대의 옆에 앉으며 곤히 자는 그를 제 허벅지 위에 눕히고는 방금 서재에서 꺼내온 책을 펼쳤다. 두꺼운 책을 한 손으로 들고 문대의 일정한 숨소리를 들으며 글이 빼곡히 적힌 책의 페이지를 넘겼다. 어느 순간부터 눈이 감겨오기 시작한 청우는 책을 내려놓고 문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편안하게 자는 모습을 보며 문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부드러운 머릿결을 넘기며 나른하게 눈을 깜빡였다. 옅게 웃은 류청우는 문대를 보며 눈을 감았다. 조금 열린 창문에서 살랑이는 바람이 들어와 청우의 머리카락을 작게 흔들었다. 고른 숨을 뱉으며 잠이 들었다. 

으응, 먼저 잠에서 깬 청우는 제 몸 위에 올라와 엎드린 채로 잠에 빠진 문대를 바라보며 살며시 웃었다. 분명 앉아서 잠이 든 것 같은데, 불편했었나 보다. 작게 웃음을 흘려보내자 문대가 약간 앓는 소리를 내며 잠에서 깼다. 느리게 눈을 깜빡이며 눈을 떴다. 눈앞의 류청우를 발견하고는 작게 웃었다.

"잘 잤어?"

"응.."

청우는 문대가 일어나기 편하도록 몸을 돌렸다. 큰 소파를 사길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문대는 청우를 꼭 끌어안으며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러고는 다시 잠에 빠지는 듯했다. 그런 문대에게 뽀뽀를 한 청우는 자신도 문대를 꽉 끌어안고 눈을 감았다. 문대의 포근한 체향이 느껴지는 것이 좋았다. 따스한 햇볕이 들어왔다. 조용하고 잔잔한 일상이 좋아 편하게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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