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우문대] (전력) 취중진담

제5회 전력 '취중진담 ' 으로 전력 참여합니다.

“문대야.”

“예.”

“좋아해.”


멤버들 주량 질문에 가장 먼저 언급되는 류청우가 답지 않게 잔뜩 취해서 데리러 오라고 연락을 해대는 통에 내려갔더니, 마주한 건 숙소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벤치에서 몸을 가두지도 못하고 있는 취객 하나였다. 이건 류청우가 아니라 취객이다. 박문대는 그룹 리더이자 연장자를 보고 다소 불손한 생각을 했다.

“형, 일어날 수 있겠어요?”

혹시 몰라 가져온 생수병을 뜯어 손에 쥐여줬더니 헤실헤실 웃으며 자신의 손을 잡는 통에, 맛이 가도 완벽하게 갔다는 것만 깨달았다. 이럴 거면 자신이 아니라 큰세진이 왔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거짓말 조금 보태 자신보다 배는 체중이 나가는 키 큰 놈을 데려가기엔 무리일 것 같다. 거기다 놈은 취객이다.

“문대야.”

“예 형. 물부터 드세요.”

“응, 문대야.”

“예.”

“문대야-”

귀에서 피가 나는 건 아닌지 괜히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눈에 초점이 없어진 박문대를 본 류청우는 쾌활하게 웃었고, 적막감 가득한 단지 내에서 울리는 웃음소리에 민원이 들어올까 황급하게 손으로 류청우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눈웃음을 치던 류청우와 손바닥에 닿는 말랑한 감각에 소름이 돋았다.

“문대야.”

“…형, 술 깼는데 저한테 장난치는 거죠?”

“문대야-”

“…하, 예 저 박문대 맞습니다. 그만 부르고 일어나시죠.”

“문대야.”

“예.”

“좋아해.”

잠시 벙져서 류청우를 쳐다보던 박문대는, 다시 입술이 움직이는 걸 느끼고 그 말이 튀어나오지 않게 입을 막았다. 자신이 들은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상관없었다. 상대는 술취한 놈이고, 내일 아침이면 다 잊을지도 모른다. 이런 말에 동요할 필요는 없다. 없어야 한다.

“형, 들어가요.”

진정이 된 것처럼 보이는, 어디까지나 박문대 생각으론, 류청우를 보고 손에서 입을 떼었다. 설마하니 또 그 말이 나올까 입을 막기 위해 손을 내리진 못하고 있자 술기운에 뜨거워진 큰 손이 자신의 손을 부드럽게 잡아와 당황해버렸다. 아까의 취객은 어디갔는지, 웃음기라곤 남아있지 않은 표정을 한 채 자신을 들여다보는 눈이 부담스러웠다. 가자고 재촉하는 듯, 손을 흔들어도 아무 말도 없이 바라보고만 있기에, 어쩌면 대답을 바라고 그러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박문대는 대답 대신 한숨을 뱉으며 류청우를 쳐다봤다.

“그런 말은, 안 취했을 때 하세요.”

“왜?”

“형 저 좋아한다면서요. 좋아하는 사람이 원하는 대로 좀 해주시죠.”

그제야 다시 얼굴에 다정한 웃음을 달고 류청우는 고개를 끄덕인다. 조금은 바보같이 웃으면서, 그렇게 해사하게 자신의 손을 잡고 따라오는 대형견이라고 생각하니, 썩 나쁘진 않다. 어차피 이건 다 술김에 한 이야기이고, 저렇게 취했는데 내일 기억을 하지도 못할 거라고. 그렇게 박문대는 큰 착각을 했다.

자신의 룸메이트 입에 치약을 묻힌 칫솔을 꽂아넣어주고, 대충 씻는 걸 지켜보다가 침대에 밀어넣었다. 내일 아침 대차게 속이 쓰린 표정을 하고 있을 것 같아서 미리 핸드폰을 들어 해장을 위한 콩나물과 북어를 새벽배송시켜두고 박문대도 잠이 들었다. 단 잠에 들 뻔했다. 새벽 5시경, 음악방송 스케줄이 없는 아이돌에겐 이른 시간에 대뜸 자신의 몸을 흔들어 깨우는 사람만 아니었다면 박문대는 그대로 느즈막히 일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졸린 눈을 비비며 짜증스럽게 자신을 깨운 사람이 누군지 확인하려고 하자 어제의 그 취객이었다. 그래. 어제 자신을 오전 1시에 자게 만들었던 사람이 4시간만에 자신을 깨우고 있었다. 양심이 없나보다.

“형 왜 그러세요.”

“문대야, 어제 한 말 이제 대답해줄 수 있지 않아?”

“예…?”

“나 이제 깼는데.”

“형, 저희 잠든지 4시간밖에…”

“좋아해 문대야. 나랑 만나줄래?”

이 놈 이거 분명 술이 덜 깬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해맑게 웃으면서 속을 박박 긁어둘 리가 없다. 그룹에서 가장 사리분별 잘하는 놈 중 하나인 류청우가, 저렇게 눈치없이 구는 게, 솔직히 귀여워보이는 건 쟤가 자신보다 4살이나 어린 놈이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콩깍지가 씌인 건지. 그래서 그렇게 홧김에 그 고백에 대답을 해버렸다.

“예. 알겠으니까요, 오늘부터 1일 할 테니까 잠 좀 잡시다.”


“문대문대, 그런데 왜 청우형님이랑 같은 침대에서 자고 있었어?”

“… 머리 아프니까, 입 다물고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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