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단청려
유료

[주단청려] Lavender Haze

2023.11.18. 주단청려 교류회 회지 웹발행

린스네 by 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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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11월 18일 개최된 주단청려 교류회에 제출하였던 글회지 <Lavender Haze>를 웹발행합니다.

🫐 목차, 후기 제외 총 17,343자

🍊 포스타입에 발행한 것과 완벽히 같은 구성이므로 이미 열람하신 분들께서는 구매하실 필요 없습니다. (이미지 보기, 후기 삭제)

어느 외딴 기숙사제 학교에서 미스터리에 휘말린 신재현 군.

그는 거듭된 회귀 속 마지막 회차에 다다른다.


■ The Room

“좋아하거든요, 형을.”

“…나를 말이지.”

등을 돌리고 선 것이 다행이었다. 뒤통수를 파고드는 목소리에 묻은 설렘, 그 스스로의 손끝에 담긴 떨림, 모두 모른 척 할 수 있으니까.

신재현은 괜한 입술이나 짓씹으며 방 안의 소음에 집중했다. 삐거덕대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둘 중 누구 때문인지 모를 떠들썩한 심장 소리를 애써 외면했다.

두 사람이 떠들썩한 침묵 속에 복잡한 감정을 가득 담아 닿지 못할 대화를 하고 있든 말든 간에, 두 사람이 각자 잡고 있던 레버 두 개는 할 일을 다 하고 있었다. 

끝까지 돌아간 채 끈 떨어진 바이올린 같은 소리를 내는 커다란 레버는 압력을 채 못 이겨 제때 힘을 줘 잡아야만 했다. 신재현은 레버를 잡고 있는 것에 집중하며 타이밍을 쟀다.

내도록 조금씩 떨리고 있던 방 안에 으드득, 무언가 우그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어 보니 높았던 천장이 줄어드는 것이 보였다. 사방의 벽이 이리저리 갈라졌다 합쳐졌다 하며 움직이고 있기도 했다. 당황할 만한 일이었으나 신재현은 이후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지 알고 있었다.

“셋, 둘,”

반대편에서 긴장 어린 숨소리가 들렸다.

“하나.”

방의 끝과 끝, 양쪽 모서리에 붙어 있던 두 사람이 신호에 맞춰 발을 재게 놀렸다. 무게를 너무 싣지 않으려 노력하며, 정중앙 유독 샛노란 타일에 모여 바싹 붙어 섰다. 두 사람은 마주한 얼굴에 어색함을 느낄 새도 없이 몸을 겹쳐 웅크려 앉았다. 

노란 타일은 신문지 한 면 정도의 작은 크기라, 두 사람은 최대한 서로에게 달라붙은 채 작게 숨을 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조금 더 넉넉했어도 이렇게까지 붙어 있지는 않을 텐데. 신재현은 그의 허벅지 위에 올라간 우단의 무릎을 편한 곳으로 움직여보려 꿈틀댔다. 물론 바닥이 진동하며 가장자리에서부터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 후로는 그마저도 할 수 없었지만. 

아주 오랫동안 기름칠하지 않은 듯 끼익 대는 소리까지 잦아들고 나자 좁은 공간은 아주 고요해졌다. 변화가 일어난 건 두 사람이 서로의 심장 소리에 집중할 수 있을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였다. 어디선가 탁, 탁, 하고 거슬리는 소리가 나더니 익숙한 목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여기 좀 무섭다, 채율아.”

“그래도 여기만 안 벗어나면 될… 아니지, 벌써 멈춘 것 같은데?”

“일단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아. 기다려서 나쁠 건 없다고 형이 그랬잖아.”

채율과 윤신의 목소리였다. 두 사람은 긴장한 채 서로 소곤대고 있는 것 같았는데, 마치 그와 우단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 

이에 우단이 반응했음은 물론이다. 신재현은 고개를 들고 엉거주춤하게 일어나려는 우단을 제지했다. 뒤통수를 끌어내려 어깨로 입을 막은 채 귓가에 속삭인 것이다. ‘쉿, 우단.’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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