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우문대 전력] 넌 너무 써

디저트

최근 류청우에게는 고약한 버릇이 하나 생겼다.

바로 박문대에게 매일 디저트를 사다주는 거다. 디저트 선물이 대체 왜 고약한 버릇이냐, 묻는다면 그것은 박문대가 단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호불호를 굳이 따지자면 불호. 차라리 포도당 캔디나 초코바를 한 박스 사다줬다면 기쁘게 받았겠지만 류청우가 먹으라며 사오는 것들은 에그타르트, 도넛, 초코무스케이크 같은 거였다. 입에 넣으면 혀가 녹을 것 같은 달디단 디저트였다.

‘내 돈 주곤 안 사먹는 건데. 고마워해, 말아.’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건가?’

쬐그마한 플라스틱 안을 꽉 채운 초코케이크를 앞에 두고 박문대는 이런 저런 의심을 키웠다. 물론 그런 생각을 박문대가 하고 있을 거라곤 류청우는 추호도 상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류청우가 아무 생각도 없었던 건 아니다.

‘음, 좀 과한 것 같지?’

류청우도 제가 하는 행동이 고약하단 것쯤은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을 뿐이었다.

오늘도 문대에게 줄 디저트가 류청우의 손에 들려있었다. 쉬는 시간 틈틈이 짬을 내어 찾아낸 크로칸슈 맛집에 들러 산 것이었다. 그리고 반대편 손에는 디카페인 아메리카노가 들려있었다. 선물이라며 건네주면 평소와 같이 무심한 표정으로 받아 들 거다. 그리고 아메리카노에 빨대를 꽂아 한 모금 맛 볼 거다. 맛에 예민한 아이라 디카페인인 걸 금방 알아챈다. 그냥 아메리카노 마셔도 괜찮은데. 살짝 올라간 눈썹 앞머리로 불만을 표현할 거다. 사실 마음에 안 드는 게 그것뿐만이 아닐 텐데, 둘 다 별말 없이 받아들 거다. 디카페인 아메리카노, 그리고 크로칸슈.

주차장에서 숙소까지 걸어가는 동안 자각자각 얼음이 소리를 내며 녹았다. 류청우는 일부러 느릿느릿 휘청휘청 걸었다. 하늘에 설익은 달이 낮게 걸려있었다. 어쩐지 일찍 들어가기 싫은 하늘이었다. 류청우는 입구로 들어가려던 발길을 돌려 바로 코앞에 있는 벤치에 앉았다. 그리고 문대에게 주려고 했던 커피에다 빨대를 꽂아 깊이 들이마셨다. 쌉싸름한 커피 맛이 입 안 가득 맴돌았다.

“써. 너무 쓰다.”

이상하게 평소보다 더욱 쓰게 느껴졌다.

“문대 주려고 했던 거라 그런가.”

제가 생각해도 어이없는 말에 헛웃음이 나왔다. 벤치 위에 올려둔 크로칸슈가 떠올랐다. 이것도 문대에게 주려고 산 것이지만 이미 아메리카노도 제가 먹었으니 상관없지 않을까 싶었다. 어차피 문대는 별로 좋아하지도 않을 거고. 류청우는 다시금 올라오는 씁쓸함에 더 생각하지 않고 한 입 베어 물었다. 시원한 커스터드 크림이 입안을 달게 만들었다.

달달한 디저트가 박문대도 달게 만들어주면 좋을 텐데.

쓰디쓴 박문대, 제 고백을 거절한 박문대, 미워 죽겠는, 그렇지만 너무 좋아하는, 없으면 자꾸 생각나는 박문대.

박문대 박문대 박문대.

박문대를 떠올리니 가슴께에서부터 쓴 물이 올라오는 것 같았다. 다시금 디저트를 입에 물었다. 빵 부분이 크림 탓에 눅눅해져있었다. 꼭 제 기분처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빵이고 크림인지 알 수 없게 눅눅하게 녹아 있었다. 류청우와 박문대의 관계처럼. 고백은 한 번에 거절해놓고선 박문대는 민망함에 방을 나가려는 류청우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형, 그래도 어색하지 않게, 지금처럼 지내요. 어려운 거 알지만, 그래도. 박문대는 애매하게 굴었다. 그럼 널 계속 좋아할 텐데, 그래도 되냐는 말에 눈알을 굴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더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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