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우문대 전력] 미제

주제 인스타그램

류청우는 잘 생겼다. 키도 크다. 옷도 잘 입는다.

어디 그 뿐이랴?

몸도 좋다. 매번 감탄했다.

마지막으로 성격까지 좋다. 다정하고 착하고 배려심 넘치고. 게다가 지가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간이고 쓸개고 빼줄 것처럼 군다. 아무튼 남자친구로서 최고의 상대다.

그런 류청우를 뻥 차버린 박문대는 멍청이다.

그래, 미친 놈이지. 내가 차놓고. 지지리 궁상이 따로 없다.

완벽한 류청우랑 연애를 시작한지 일년 하고도 백일 쯤 됐을까 불쑥 헤어질 결심이 들었다. 남들은 일년이면 아직 한창이라는데 왜 나는 한창 좋을 그 시기에 갑자기 헤어지고 싶었는지. 아무튼 사귄지는 꽤 오래 됐으나 끝은 빨랐다. 끝내야겠단 생각이 들고 일주일도 안 돼서 곧장 헤어지자고 통보했다. 어디 인터넷에서나 나오는 쓰레기처럼 카톡으로 말했고 답장은 기다리지 않고 곧장 차단까지 해버렸다. 내가 연락이 되지 않자 집앞까지 찾아온 애인에게 질렸다는 소리도 했다.

나 진짜 쓰레기네.

류청우는 힘든 시간을 보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괜찮았다. 한동안은 그랬다. 타이밍이 꽤나 적절했거든.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 이팝나무의 꽃말은 기말고사이지 않은가. 마침 기말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라 헤어지고 나서도 류청우 생각이 나지 않을 것 같았다. 의도한 건 아니었으나 마침 시기가 잘 맞았다. 실제로 처음 한 달은 시험 공부를 하느라 정신 없이 보냈고, 종강하자마자 잡은 끝없는 알바에 또 다음 한 달은 혼미하게 보냈다. 드디어 정신이 든 그 다음 한 달은 끝없는 후회와 함께 보내는 중이다. 후폭풍이 온 것이다.

연락해볼 생각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류청우가 뭐하고 사는지 궁금했다. 많이 울던데 시험은 잘 봤는지, 방학엔 뭘하고 살았는지, 졸업은 했는지. 또 내 생각은 하는지.

그러나 질린다고 그만 만나자고 상처를 헤집어 소금물까지 뿌린 내가 그런 걸 묻기엔 나도 양심이 있었다.

그러니 직접적인 연락은 패스.

그래도 사진으로나마 보고 싶었다.

카톡은 이미 차단해둔 터라 확인할 수 없었다. 곧장 카톡을 차단한 게 내 발목을 잡을 줄은 몰랐다. 그렇다고 구질구질하게 이제와서 해제하고 싶진 않았다. 그럼 류청우도 내가 차단을 풀었다는 걸 바로 알테니까.

그 다음으로 떠오른게 인스타그램이었다. 류청우는 SNS를 하진 않으니 그가 직접 올린 사진은 없겠지만 류청우의 친구들은 SNS를 하니까. 실제로 다른 사람들이 올린 사진 속에 류청우는 자주 출현하는 편이었다. 그것 때문에 건너건너 아는 사이로부터 소개해달라는 연락도 많이 받았다.

그래서 내가 짜증도 많이 냈고.

그 뒤론 남이 올린 사진에 출현하는 빈도 수도 줄어들었다. 그렇지만 이제 짜증낼 애인도 없으니 운이 좋다면 동아리원들의 인스타그램 계정 속에서 류청우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류청우는 약속도 자주 잡는 편이고 마침 방학이니 술자리 같은 데서 찍은 사진 속에 조그맣게라도 나오지 않을까. 남들 다 찍는 인생네컷에라도 있음 더 좋고. 류청우가 웃는 게 보고 싶었다. 두근거렸다.

정말 오랜만에 접속한 피드엔 대학 동기들과 고등학교 동창들, 동아리 사람들의 사진이 둥실 떠올랐다. 노를 젓듯 손가락으로 죽 죽 죽 미끄러트렸다. 다인원이 등장하면 잠깐 멈췄다가 류청우와 관련있는 계정인지 확인했다가, 아닌 걸 확인하고 실망하고. 쭉 내려보다가 동아리 사람들의 계정을 하나씩 클릭해보며 그 안에 류청우가 없는 걸 보고 또 실망했다.

그리고 새로고침해보고 다시 한 번 실망.

“어…. 뭐야.”

그런데 류청우의 계정이 추천탭에 있었다. 정직하게 @ryucheongwoo라고 적힌 아이디와 장난스럽게 웃고 있는 류청우. 프로필 사진에 남의 사진을 걸어둘 리 없으니 그 계정은 류청우의 것이 맞을 터였다. 그새 딴 놈이 생겼을리는…. 류청우 성격에 그럴리는 없을 것이다. 심지어 프로필 사진은 내가 찍어줬던 사진이었다. 첫 번째 데이트를 하던 날 카페에서 찍어주었던 사진이다. 류청우의 것이 맞다는 확신에도 불구하고 왜인지 누를 수 없었다. 그걸 누르면 소용돌이에 휩쓸려 저 바다 밑까지 내려앉게 될 것 같았다. 그러나 이미 내 심장박동은 널뛰기 시작했다. 이미 해일에서 빠져나갈 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 거친 풍랑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는 오히려 바다 속으로 깊이 잠수하는 수밖에 없다.

용기내어 류청우의 계정을 눌러보았다. 등산 갔다가 찍은 다람쥐 사진과 함께 정상에서 남이 찍어준 듯한 사진으로 시작해서 가족 여행으로 간 듯 바다에서 활짝 웃는 사진, 동아리에서 단체로 술이라도 마시러 갔는지 아는 선배들 후배들이랑 찍은 사진. 온통 류청우가 가득했다. 내가 좋아하는 류청우가 너무 많았다. 손끝을 이용해 멀리 깊은 바다로 잠수하듯 내려갔다. 숨이 모자란 것도 계산하지 않고 그저 저 아래로 아래로. 계정을 만든지 얼마 되지 않은 듯 올려놓은 사진은 많지 않았다. 금방 바닥 끝까지 도착했다.

“나쁘다, 류청우….”

밑바닥에 도달하기 전에 다시 표면으로 올라갔어야 했는데, 아무 계산 없이 무작정 죽 내려와버렸다. 결국 짠물이 입안으로 밀려왔다. 숨이 막혔다. 바닥까지 떨어진 내 기분은 도무지 올라올 기미가 없었다. 바다괴물들이 붙잡고 놓아주질 않았다.

그가 뭘 의도한 건지 모르겠지만 마지막 게시물은 내가 찍어준 사진이었다. 그러니까 지 계정에 제일 처음으로 올린 사진이 죄다 나랑 데이트했던 사진이었다. 동아리 부스에서 같이 시간 보낼 때,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했을 때, 중간고사 끝나고 전시회 보러 갔을 때, 헤어지기 일주일 전에 내가 류청우 집에 놀러갔을 때. 무슨 의도일까 생각해볼 여력도 없이, 눈물을 줄줄 쏟았다.

“보고싶어, 진짜. 야, 류청우. 아…. 진짜 구질구질해.”

매트리스도 없이 토퍼 위에 누워 우는 신세가 처량했다. 혹여나 알림이라도 가면 안 되기에 조심스럽게 핸드폰 화면을 끄고 베개 옆에 던져버렸다. 류청우는 울 때도 잘생겼는데 내 모습은 구질구질할 게 뻔했다. 직접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헤어진 애인 인스타 들어갔다가 괜히 의미부여하고 우는 꼴은 우습지 않은가.

*

인스타그램을 다시 깔았다.

저번에 류청우의 계정을 발견한 뒤로 지웠었다. 실수로라도 스토리 확인이라도 해버리면 큰일이니 말이다. 물론 류청우가 본인 게시물을 누가 봤는지 확인할 위인은 아니었으나, 내가 염탐하고 있다는 걸 들킬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차단하고 싶었다.

그러나 또 깔았다. 류청우가 또 다른 사진을 올렸을까 싶어서.

“초라하기 짝이 없다, 박문대.”

로그인을 하고 당연하게도 류청우의 계정을 확인했다. 아무 사진도 없었다. 그러나 다른 게 와있었다.

빨간 숫자 1에 아무 생각 없이 눌러본 디엠 창엔 류청우로부터 연락이 와있었다. 여전히 프사는 첫 데이트 때 내가 찍어준 사진을 하고서.

Ryucheongwoo

문대야, 잘 지내? · 1시간

“뭐야.”

확인할까 잠시 망설이다가 어차피 내 접속 기록이 류청우에게도 보인다는 게 떠올랐다. 며칠 전 내가 접속했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을 테다. 오늘 것도 당연히 기록으로 남을 테고.

답장은 하지 않더라도 읽는 것 정도야, 괜찮지 않을까….

잘 지내요, 답을 보내는 것도 우습고, 잘 못 지내요, 는 더 우스울 것 같으니까 답장은 보내지 말고 읽기만 하자고 생각하며 종이비행기 모양의 아이콘을 눌렀다.

그리고 후회했다.

류청우와의 디엠 창에는 ‘문대야, 잘 지내?’라는 짧은 메시지 뿐만 아니라 하나가 더 있었다. 두 달 쯤 전에 온 메시지였다. 날 탓하는 말이 아니라 사귀는 동안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없는 잘못을 쥐어짜는 말이 있었고, 마지막으로는 내 행복을 빌어주는 내용이 덧붙여졌다. 나참, 지가 못 해준 게 뭐가 있다고.

군대 제대하고 나서는 울어본 적 없었는데 요새는 이상하게 눈에서 자꾸 눈물이 났다. 3개월 전에도 울었고, 저번 주에도 울었고, 지금도 눈물이 났다.

헤어지자고 한 것도, 근황이 궁금하다고 괜히 SNS 염탐할 생각을 해서 류청우 계정을 발견한 것도, 디엠을 확인한 것도 죄다 후회되었다.

휴대폰을 배 위에 올려놓은 채로 누워서 엉엉 울었다. 꽤 오래 눈물을 쏟아서 그런가 눈이 소금기 때문에 따가웠다. 세수나 해야겠다고 몸을 일으키려 했는데 갑자기 알림이 울렸다.

잘 지냈음 좋겠다, 문대야.

동아리도 계속 해. 나는 어차피 4학년이고 막학기라 이제 안 나갈 거야.

답장도 안 했는데 류청우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답장하지 않은 걸, 잘 못 지낸단 말로 알아들은 걸까? 메시지는 보낸 사람을 닮아서 단정하고 친절했다. 나만 못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서 이번엔 답장을 보냈다.

형도 잘 지내세요.

그리고 거의 동시에 DM이 왔다.

혹시 학교에서 마주치면 인사해도 돼?

인사해도 되냐고? 누굴 이번엔 길거리에서 울릴 생각인가….

당장 거절하려던 찰나 류청우로부터 또 메시지가 왔다.

우리 사귄 거 다른 사람들은 모르니까,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까 싶어서.

맞는 말이었다. CC라서 아는 사람도 많고, 불편해질 것 같아서 일부러 말 안했었지, 참. 류청우는 벌써 다 잊고 이렇게 연락해오는데 내가 뭐라고 안 된다 거절하나 싶었다. 결국 그러자고 답장하고 꺼버렸다. 눈이 따가웠고 퉁퉁 부어서 자꾸만 감겼다.

그날 밤 꿈에서 나는 인형이었다. 꼭 비 올 것 같은 날, 비 오지 말라고 달아놓는 인형처럼 생겼다. 손도 발도 온통 하얀색이었다. 그런데 엉엉 울고 있었다. 잠들기 전까지도 눈물샘을 잠구지 못했었나, 고민하면서도 우는데 몸이 점점 녹아내렸다. 다 녹아버리기 전에 그쳐야 했는데 계속 눈물이 났다. 울고 있는 내 앞에 류청우가 저벅저벅 걸어왔다. 그리고 날 무심하게 내려다보다 벌써 질려서 미안하다고 했다. 헤어지던 날과 꼭 반대였다. 그런데도 지독한 현실 같았다. 미련에 허우적대는 박문대.

후폭풍이 너무 버거웠다.

그렇지만 다시 현실을 살아야했다. 염분에 절어 부담스러워진 얼굴을 대충 물로 씻고, 옷을 갈아입고, 집 근처 편의점으로 갔다. 더운 날씨 탓에 5분 남짓한 거리임에도 앞머리가 땀에 절어 이마에 끈적하게 붙었다. 그래도 편의점에선 에어컨을 틀 수 있으니 다행이었다. 헤어진 애인을 떠올리며 궁상맞게 구는 건 이제 끝내고 공부를 해야 했다. 신청해둔 공인어학시험이 곧이었다. 류청우 얼굴에 반해서 가입한 동아리 덕에 저번 시험 점수는 꽤 만족스럽게 나왔지만 원래 학점도 어학시험 점수도 고고익선인 법이다. 조금이라도 점수를 더 올려야 취직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고졸-대졸-취직. 사이사이 군대와 알바. 가끔 숨이 턱턱 막힐 때도 있었지만 내가 포기하고 싶다고 포기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박문대 인생 망 vs. 알바 중에 고르라면 후자였다. 내 삶은 그런 거였다. 버릴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 그래서 딱 하나, 류청우를 치워버렸다.

아침 시간 장점답게 1시간동안 편의점을 찾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 덕에 한 30분은 멍이나 때렸다. 아침이나 좀 먹을까 하고 폐기로 나온 삼각김밥을 데우는데 달랑 종이 울렸다. 모자를 눌러쓴, 덩치가 좋은 남자였다. 꼭 류청우를 닮은.

“어?”

류청우였다.

“문대야, 안녕. 오랜만이네.”

류청우가 웃으며 인사를 건네었다. 모자 덕에 얼굴이 가려져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보나마나 잘생겼을 것이다. 아씨, 나만 또 부었어. 다급하게 고개를 숙였다. 손에 든 삼각김밥이 왠지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아침이라 꾀죄죄한 건 류청우도 마찬가지였다. 다행이었다. 미련이고 뭐고, 당황스럽기만 했다. 나는 대답은 하지 않고 까만 삼각김밥을 등 뒤로 숨겼다. 반대로 그는 내 앞에서도 당황한 기색 하나 없이 말만 잘했다. 샌드위치 두 개와 파우치에 든 아메리카노, 얼음 컵을 들고 와서는 또 친근하게 말을 걸었다.

“문대야, 알바 몇 시에 끝나?”

나는 계산하랴, 머리를 굴리랴 정신이 없었다.

“4시요.”

그래서 묻는 대로 대답해주었다.

“그럼 이따 저녁 같이 먹을래? 하하, 내가 이제 막 자취 시작해서 어디서 밥을 먹어야할지 모르겠어서….”

“저 저녁에도 알바 있어요. 8,300원입니다. 카드 앞쪽에 꽂아주세요.”

“몇 시에? 저녁 안 먹는 건 아니지?”

“카드 빼주셔도 돼요. 7시에 시작이요. 그래서 6시 반에는 출발해야 돼요.”

“그럼 5시에 만나자. 5시에 여는 데도 있지 않을까?”

“음, 뭐, 그래요. 한 번 찾아볼게요. 안녕히 가세요.”

“그래, 이따 보자. 이거 하나는 너 먹어. 갈게.”

류청우는 뭐가 그리 좋은지 또 활짝 웃었다. 가까이서 본 류청우의 눈이 살짝 부어있었다. 역시 아침엔 장사 없다.

아니, 그보다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약속을 잡는다고?

아무래도 류청우가 뇌를 빼놓고 온 모양이었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고.

지금이라도 당장 이건 아닌 것 같다고 해야 하나 싶었는데 눈앞에 있는 샌드위치를 보니 또 내가 쓰레기 같았다. 샌드위치, 삼각김밥. 삼각형의 뾰족한 그 모서리가 내 양심을 쿡쿡 찔렀다. 안 그래도 류청우에게 나는 쓰레기였는데 여기서 거절하면 개쓰레기로 승격될 거다. 먹을 것까지 받았는데 이제 와서 안 된다고 하기가 좀…. 어쩔 수 없이 음식이 제일 빨리 나오고, 빨리 먹을 수 있는 데가 어디일지 네이버지도를 뒤져야했다. 30분 만에 찾아낸 곳은 백*원 아저씨의 프랜차이즈였다. 우동도 팔고, 덮밥도 팔고, 백*원 아저씨가 하는 곳답게 남녀노소 모두의 입맛을 충족시키는 곳. 곧장 류청우에게 디엠을 날렸다.

형, 여기서 4시 반에 볼 수 있을까요. 다음 알바 때문에요.

그래, 이따 보자.

담백한 답장이 종전의 류청우 같았다. 류청우는 이렇게 깔끔한데 나는 또 복잡하고 어지러웠다. 만약에 사귀는 사이였더라면 류청우가 4시에 편의점으로 데리러오겠다고 했을 것까지도 상상했다. 미친놈. 헤어진지가 언젠데. 하여튼 남은 알바 시간도 죄 류청우랑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아님 그릇에 코박고 밥이나 먹어야할지를 고민하는 데에 썼다.

편의점에서 반지하 우리집까지는 5분, 또 음식점까지는 10분. 다음 타임 알바생과 인수인계까지 하고도 어정쩡하게 떠버린 시간 탓에 10분 동안 세수 한 번 더 하고 땀냄새가 날까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느릿하게 식당으로 걸어갔다. 류청우는 이미 도착해서 가게 앞에 서있었다.

“형, 들어가서 있지. 더운데.”

이 무더운 날씨에 그 앞에서 기다린 류청우가 너무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정말 자연스럽게 말이 튀어나왔다. 마치 사귀던 때처럼. 내 말에 류청우는 눈을 잠깐 크게 뜨더니 자기도 이제 막 왔다며 들어가자고 했다. 불편한 사람을 너무 편하게 대해버렸다. 이래서 익숙한 게 무섭다고 하는구나.

“다음 알바는 어디서 하는 거야?”

“고깃집이요, 서빙.”

“안 힘들어? 불판 앞에서 일하기엔 요즘 더운데.”

류청우는 내 앞에 숟가락 젓가락 물컵까지 놔주며 이것저것 물었다. 헤어지기 전엔 서로에 대해 제일 많이 알고 있었는데, 헤어지자마자 물어볼 게 천지였다. 물론 나는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 꾹꾹 묻어두고 그가 묻는 말에만 답을 했다. 그런데 류청우의 그 다음 질문은 답하기 좀 짜증났다. “안 힘들어? 불판 앞에서 일하기엔 요즘 더운데.” 나는 고아다. 내 집도 없고 가족도 없고 나를 지탱해줄 건 나밖에 없다. 내 사정을 잘 아는 류청우는 사귀는 동안엔 그런 걸 묻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와서 쿡쿡 들쑤신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힘들면 뭐. 세상에 안 힘든 일이 어디있는데. 그러나 이건 내 자격지심이었다.

“직접 구워주는 건 아니라 괜찮아요. 그리고 아직 방학이라 손님 별로 없어서 할만해요.”

적당히 답을 내어주니 그는 한동안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 흘낏 바라본 류청우는 뭐 씹은 표정으로 밥그릇만 내려다 보았다. 나도 밥을 먹는 내내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체할 것 같았지만 열심히 먹었다. 내가 류청우를 힘들게 한만큼 나도 아프면 쌤쌤이지 않을까. 그래도 알바는 가야하니까 가기 전에 소화제라도 챙겨먹고 가야겠다. 하여튼 10분만에 그릇을 비워냈다.

“많이 바빠?”

“네?”

류청우의 그릇엔 아직 밥이 반이나 남아 있었다.

“아니…. 아직 알바까지 시간 남은 것 같은데 급한 일 있나 싶어서.”

“아뇨, 그냥 평소에 빨리 먹는 게 습관이 돼서요. 천천히 드세요.”

“그래? 난 네가 이런 상황 불편해서 일부러 빨리 먹은 건가 했어.”

마시던 물을 겨우 목구멍 뒤로 넘겨보내고 천연덕스럽게 웃고 있는 류청우에게 마주 웃어주었다. 다 알면서….

“불편해할 게 뭐 있겠어요. 형은 저 불편하세요?”

“아니, 안 불편해.”

“저도 그래요.”

“문대야, 그럼 이따 너 알바 끝나고 잠깐 만날래? 10시에 너희 집앞으로 갈게. 안 불편하다며.”

시발.

이미 뱉어놓은 말이 있어서 거절하기도 어려웠다. 아니, 사실은 그냥 다시 한 번 더 보고싶은 내 추잡한 욕망 탓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류청우와 알바가 끝난 뒤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 이래도 되나, 안 된다고 해야 하나 싶었는데 류청우는 뭐가 그리 좋은지 아까와 달리 싱글싱글 웃어댔다. 그러다 헤어지기 전에 ‘문대야, 갑자기 안 된다고 말 바꾸면 안 돼.’하고는 휙 가버렸다.

그날 결국 류청우를 두 번째로 울렸다.

그리고 박문대도 울었다.

일부러 저녁 알바가 끝나고도 느릿느릿 걸어갔다. 10분 못 되게 걸리는 거리를 느릿느릿 걸어서 20분 만에 집앞에 도착했다. 무슨 말을 하려나 고민이 돼서 말이다. 사실 예상이 안 되는 건 아니었다. 전애인이 찍어준 사진으로 SNS 첫 사진을 장식하고, 잘 지내냐고 묻고, 우연히 만났을 땐 자연스럽게 샌드위치까지 사주고, 밥도 나보다 훨씬 빨리 먹던 놈이 깨작깨작대고, 헤어진 마당에 불편하냐고 끊임없이 묻고, 집앞에서 보자고 또 약속을 잡고…. 아직도 미련이 남았다는 걸 온몸으로 티내고 있었다. 나 좀 봐달라고 거의 소리지르는 것 같았다. 애써 무시했지만 류청우는 나를 좋아했다.

이해가 잘 안 됐다. 도대체 왜 나한테 매달리는지. 연하가 좋아서? 류청우 정도면 나이차이야 꽤 난다만, 예쁘고 귀여운 신입생도 충분히 만날 수 있을 거다. 내가 지 취향이라? 그렇다고 해도 사귀는 내내 잘해준 것도 없고 헤어질 때도 질려서 헤어지자고 했는데, 여태 좋아할 수가 있나? 아무래도 류청우에게 나쁜 사람이 이상형이면 좀 조심해야할 것 같다고 충고나해줘야할 것 같다.

류청우에게 해줄 조언을 머릿속으로 대충 정리하자 어느새 집앞 골목이었다. 주홍빛을 내는 가로등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있었다. 그 옆에 나란히 어느 인영이 훤칠한 키를 뽐내고 있었다. 후,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담장을 따라 돌았다. 예상한 그대로 류청우였다. 여태 뭘 하며 기다린걸까 했는데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형…?”

내 부름에 류청우는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도 못하고 허둥지둥 담배꽁초를 밟아 껐다.

“…원래는 안 하는데, 하하. 한참을 기다려도 네가 안 오길래, 바람 맞는 줄 알았어. 미안해.”

“아뇨, 형이 미안할 건 없고요. 연락하지 그랬어요.”

원래 류청우는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입가로 담배를 가져다대던 그가 낯설었다. 그새 내가 모르는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그러게.”

“늦어서 미안해요. 알바가 늦게 끝나는 바람에. 들어가요, 많이 더웠겠어요.”

횡설수설하면서 류청우를 집으로 데려갔다. 원래 계획은 그냥 건물 앞에서 나쁜 남자 조심하라고 조언이나 하고 보낼 생각이었는데, 너무 놀라서 잊어버렸다.

계단을 내려가 반지하에 위치한 집으로 류청우를 들였다. 류청우는 신발을 채 벗기도 전에 속내를 캐물었다.

“문대야, 나 아직 좋아해?”

“….”

발끝에 딱 붙은 검은 그림자처럼 내 뒤를 따라 들어오더니 내 밑바닥까지 알아차린 모양이다. 대답할 가치도, 더이상 어떤 의미도 없던 물음이다. 당연히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대신 류청우한테 붙잡힌 손을 빼내려 애쓰는 동시에 대충 신발을 벗었다. 그러나 류청우는 나를 놓아줄 생각이 없는지 더욱 꽉 붙들었다. 듣기 싫은 말을 이어갔다.

“나는 네가 좋아. 그런데, 너도 나랑 크게 다른 것 같지가 않아. 답장 해준 것도, 밥 같이 먹어준 것도, 이 시간에 만나주는 것도 너는 아무 감정 없이 한 거야?”

“…형, 그런 소리 하실 거면 가줄래요. 아니, 그냥 가세요.”

더 대답하지 않으면 끊임없이 헛소리를 듣게 될까봐 돌아서 류청우를 밀어냈다. 어디까지 알아낸 건지 두려움이 엄습했다. 그렇지만 나보다 한뼘은 크고 운동도 성실히 한 류청우를 이겨낼 수가 없었다.

“나 취직했어. 원래 그럴 계획도 아니었는데 너 말고 다른 데에 정신이라도 쏟고 싶어서. 근데 나 너 못 보면 죽을 것 같아서 학교 근처에서 자취해. 얼굴 한 번이라도 더 보겠다고. 진짜 웃기지. 이제 학교 올 일도 없는데. 만난지 고작 일년밖에 안 된 내가 이런 말 하는 거 너무 어이없는 거 나도 알아. 근데 오늘 네 얼굴 봐서 좋았어. 근데 우리 두 달만에 보는 거잖아, 나 반가워해주면 안 돼…?”

류청우는 자꾸 목이 메이는지 쉬었다가 겨우 말을 마쳤다. 자꾸만 그의 고개가 바닥으로 아래로 떨어졌다. 울음을 참아내며 말하는 그의 모습에 나도 눈물이 터질 뻔했다. 그렇지만 주먹을 꽉 쥐고, 눈에 힘을 주고 참아냈다.

“SNS도…. 네가 메시지 보면 답장해줄까봐 그래서 만든 거야. 다른 건 다 차단했으니까, 그렇게라도 너랑 연락하고 싶었어. 나도 내가 이해 안 돼. 그래도 한 번만 더 생각해주면 안 돼? 나 한 번만 다시 만나줘, 문대야. 내가 더 잘할게.”

“형…. 미안-”

“아니, 제발. 문대야,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어, 내가 뭘 질리게 한 건지. 알려주면 내가 고칠게.”

“형은…. 잘못한 거 없어요. 그냥 내가 못 돼서 그래요. 미안-”

“그러면 제발…. 미안하다는 거 말고, 사랑한다고 해줘.”

내가 미안하다고 말을 할 때마다 류청우는 듣기 싫다는 듯 자꾸만 말을 끊었다. 나도 모르게 류청우의 얼굴로 손을 뻗을 뻔했다. 누구라도 이런 남자랑 만나고 싶을 거다. 나 좋다고 이렇게까지 매달리는 남자가 인생에 또 있을까 싶었다. 그렇지만 그에게는 그의 삶이, 나에게는 다른 삶이 있었다.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번지는 햇살 같은 류청우에게 이런 어두컴컴한 반지하는 안 어울렸다.

“형, 저희 진짜 안 어울려요. 형이랑 만날 때 항상 그렇게 생각했어요.”

“나는, 나는 그런 줄 몰랐어. 왜…? 내가 고칠게.”

“그런 거 진짜 질려요. 형은 항상 착한 사람이고, 나는 나쁜 사람 되는 거. 시험 끝나고 놀러가자는 거 무시하고 공부해야한다고 도서관에서 데이트하는 거. 형은 항상 비싸고 좋은 것만 사주는데 나는 고작 이딴 집에서 라면이나 끓여주고. 나 알바 끝나고 집에 갈 때마다 졸린 목소리로 전화해주는 것도. 형은 잘났고 나는 못 나서 이거 다 열등감이고 자격지심인거 나도 아는데, 잘 안 돼요. 형 집에 갔을 때도 그랬다고요. 나는 매번 이딴 집에 데려왔는데, 형은….”

모든 게 다 좋아서.

그래서 너무 부러워서.

벽걸이 TV 옆에 빼곡하게 붙은 류청우와 동생의 상장, 선반 위의 단란한 가족사진과 그 아래 꽂힌 사진첩, 장식장에 놓인 류청우가 초등학생 시절 미술 시간에 만든 공예품까지 전부 부러웠다. 집안 곳곳이 애정의 수많은 형태로 채워져있었다. 다정만이 가득한 공간에서 자라난 류청우는 그덕에 박문대마저도 사랑할 수 있었겠지. 나도 이런 때가 있었을까, 아니 있었을텐데. 이제는 도저히 기억할래도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는 장면들이 꼬마 류청우가 만들었을 찰흙으로 된 강아지를 보고 떠올랐다.

나의 추한 시기와 질투와 열등감을 죄다 그에게 내보였다. 소리지르고 끅끅대며 눈물을 참으며 시리게 울었다. 며칠 전 꿈에서 류청우가 내게 질렸다며 말하던, 내가 그의 발끝만 바라보며 미안하다고 매달렸던 장면이 오버랩되었다. 눈앞이 자꾸만 흐려졌다.

“그 집에선 부모님도 심지어 강아지까지도 나한테 잘해줘서 그게 너무 싫었어…. 그냥 내가 싫었어….”

나는 내가 너무 싫은데, 그런데 이런 나를 어떻게 좋아할 수 있을까.

나는 나를 믿지 못하는 만큼 그를 믿을 수 없었다.

“이제 됐어요? 형 질린 거 아니고, 나한테 질렸어. 다 들었으면 이제 가요. 나 이런 놈이니까 평생 니가 책임져줄 거 아니면 가라고.”

류청우는 내가 씩씩대며 소리지르는 동안 아무 말도 없이 원망을 들어주었다. 이젠 진짜 나한테 질렸겠지. 이젠 다시는 안 보려고 하겠지. 무서웠다. 내게 화를 내기 전에 먼저 그를 쫓아냈다. 이제 가라며 류청우의 어깨를 밀어내었다. 그런데 그 손이 어깨에 닿기도 전에 류청우의 손이 내 허리를 감싸안았다. 그리고 벌써 퉁퉁 부어 잘 떠지지 않는 눈가를 문질러주었다. 나도 모르게 그의 손바닥에 얼굴을 부볐다. 매캐한 담배냄새와 함께 류청우의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형은, 왜 맨날 다정해요? 지금도, 이러니까 내가 못 놓고….”

“문대야, 나 놓지마.”

“내가 이런 놈인데도 안 싫어요?”

“응, 괜찮아. 울지마. 네가 울어서 너무 속상한데, 근데 또 좋다. 네가 아직 나 좋아해줘서. 나한테 진짜 질린 게 아니라서. 나 진짜 나쁘지. 너 우는데 그런 것만 귀에 들어와서. 아, 그리고 평생 책임질래. 책임져줄 거 아니면 가라며. 안 갈래. 너 없으니까 죽을 것 같던데.”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냐며 따지려드는데 방금 전에 그런 생각을 했던 것도 같아 멈췄다. 흥분한 사이 속엣말을 그대로 꺼내놓았구나. 질투하면서도 류청우에게 기대고 싶고 계속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을 내가 내 입으로 꺼내놨다니. 부끄러움에 얼굴이 타들어가는 듯 했다.

“저는 형 책임 못 져요.”

“괜찮아. 내가 다 할게. 너는 그냥 알려줘. 언제 기대고 싶는지, 왜 속상한지. 내가 다 들을게. 알려주기 싫으면 그냥 가만히 있어도 돼. 근데 내 옆에서 가지마.”

결국 류청우의 말에 내 얼굴은 눈물로 흥건해졌다. 겨우 참았던 눈물을 그의 가슴팍에 쏟아내며 서럽게 울었다. 우습게도 류청우는 그런 내 꼴을 보며 시리게 웃었다. 그리고 내려가지 않는 입꼬리를 감추려는 듯 내 눈가에 입을 맞췄다. 분명 짜기만 했을텐데 자꾸만 부르튼 입술을 문질러댔다. 여름인데도 갈라진 입술이 눈물을 모조리 빨아들였다. 소금인형이 되어버려 내 눈물에 녹아내리나 했는데 류청우가 자꾸만 물기를 가져갔다. 그는 나를 온통 집어삼키려는 욕심많은 바다인가, 아님 나를 현실에 목매달게 하는 노끈인가.

다시 눈을 떴을 땐 낡은 토퍼 위에 류청우와 함께 누워있었다. 팔다리가 죄 엉켜서 폼페이의 연인 같이 끌어안고 있었다. 언제 잠든 걸까, 많이 피곤하긴 했지 따위의 생각을 하며 턱 아래 닿는 그의 쇄골 부근에 얼굴을 부볐다. 곧장 정수리로 입맞춤이 내려앉았다.

“왜 깼어. 더 자.”

물음을 듣는 순간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나를 향한 애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목소리가 내게 사랑을 속삭이고 있었다.

“형은요…? 형도 피곤하잖아요. 왜 안 자고.”

이번엔 대답 대신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손길이 닿았다. 대답 대신 돌아온 떨리는 손길과 침묵에서 알 수 있었다.

“무서워요? 이거 꿈 아니야. 나 어디 안 갈게요, 정말로.”

그의 품안에 좁게 갇힌 손을, 틈을 비집고 겨우 꺼내 그의 옆구리를 느리게 훑었다. 갈비뼈 하나하나와 날개뼈까지 내 손길을 따라 전율했다.

“문대야.”

“응, 류청우.”

“보고 싶었어. 네가 눈 앞에 있는데도 잠깐 눈 깜빡이면 사라질까봐 무서워. 그래서 네가 자는 동안 네가 한 말을 생각해봤는데, 네가 너무 싫다고 했던 그 말이 더 무서워졌어.”

“….”

차마 대답할 수 없었다. 어둠에 몸을 숨기듯 다시 조용히 손을 그의 품 안에 감추고 몸을 더 작게 웅크렸다. 형용할 수 없는 그의 슬픔이 밀려와 모래톱을 쌓듯 내게 깊은 죄책감을 밀어넣었다.

“문대야.”

“응?”

“너는, 너를 좋아하지 않아?”

“….”

모래톱을 쌓던 물결은 한편으로는 갈퀴가 되어 모래사장을 햘퀴고 지나간다. 한바탕 소란을 겪은 것처럼 울렁거렸다.

“그럼 나를, 좋아해?”

“응, 사랑해요.”

나를 좋아하지 않냐는 물음엔 답할 수 없었으면서, 그를 좋아하냐는 물음엔 고개를 끄덕이고 사랑으로 고치기까지 했다. 숨도 쉬지 않고 사랑한다고, 너무 사랑한다고 몇 번을 대답했다. 갑자기 다가온 그의 입술에 겨우 숨을 들이마셨을만큼. 내 몸도 목숨도 호흡도 모조리 가져가주었으면 했는데, 오히려 내가 그의 숨을 앗아갔다. 처음으로 뭍에 올라와 코로 숨쉬는 법을 알게 된 것처럼 구는 내게 그는 느리게 숨결을 불어넣어주었다. 입술이 떨어지고 다정한 그의 눈동자를 마주했을 때는 삶이 내게 다가온 것처럼 기뻤다.

그는 단단한 눈동자에 나를 비추며 말했다. 나를 사랑하는 만큼, 너를 사랑하는 나를 믿어달라고. 영원히란 말은 없었지만 그의 말은 내게 영원을 약속하는 말이 되었다. 그러겠노라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입술을 포개었다. 이번에는 내 삶을 나누어주려고. 소금인형에서 뭍으로 올라와 사람이 된 내가.


* 윤성학 - 「소금」

* 이화경 - 『울지 마라, 눈물이 네 몸을 녹일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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